민간 요법에 관해 문의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민간 요법을 테마로 시리즈를 기획하기로 했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온 민간 요법 가운데에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게 더 많다고 한다. 이 달에는 주로 아기가 아플 때 사용하는 민간 요법 중 잘못된 상식을 찾아 바로잡아 보았다.
아기가 아플 때 우리네 할머니들은 변변한 치료 시설이나 의약품조차 없었던 탓에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법이나 용하다는 치료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의학이 눈부신 발달을 이룬 요즘에도 병원 치료보다는 이러한 민간 요법에 의지하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민간 요법의 효능이 과장되어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민간 요법에 대해 전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과연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들어왔던 민간 요법들의 허와 실은 무엇인가? 이러한 민간 요법에 의지해 소중한 우리 아기의 건강을 해치고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더욱 키운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아기 백일해에는 참새를 끓여 국물을 마시게 하거나 콩나물과 엿을 따뜻한 곳에 뒀다가 먹인다.
참새는 한자어로 ‘작(雀)’이라고 해서 예부터 보양식으로 먹었다. 참새가 백일해에 좋다는 얘기는 아마도 소모성 기침을 많이 하면 몸이 약해지기 때문에 기력을 살려주는 참새를 먹으면 좋다는 얘기에서부터 나온 것 같다. 콩나물과 엿도 마찬가지로 원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다. 기침을 해소하는 진해 작용은 없다. 덧붙여 이미 DTP 예방 접종으로 백일해 자체가 무색한 병이 되었으니 이런 민간 요법 자체가 의미 없다.
소아 경풍(경련)에는 무 삶은 물을 먹인다
소아 경풍은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한두 번씩 겪는 흔한 병이다. 경풍은 열이 나면서 오는 경우가 많아 ‘열생증’이라고도 부르는데, 실제로 열이 원인이 되어 병이라고 볼 수 있다. 경풍 중에서도 음식에 체해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무가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무는 차가운 성질의 음식인데다 디아스타제라는 소화를 돕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경풍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아주 제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아기가 경련을 하면 발작기에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아기가 설사할 때는 무조건 굶겨야 한다
설사는 아기 몸 속에 나쁜 균이 있다는 증거다. 어느 정도의 설사는 오히려 병을 빨리 낫게 해주기도 한다.
뱃속에 든 게 없어 설사가 멈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많이 먹일 필요는 없지만 아기가 받아먹는 한 조금씩 먹여가며 설사 치료를 해주는 게 좋다.
아기 귀에서 고름이 날 때는 도인(복숭아씨)을 노랗게 볶아 가루를
솜에 싸서 귓속에 넣거나, 참기름에 개어서 넣으면 낫는다
복숭아씨인 도인(桃仁)은 염증을 제거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부인병 등 여성에게 많이 쓰인다. 그래서 실제로 먹거나 피부에 직접 바르기도 하지만 아이 귓속에 넣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더구나 참기름까지 넣는다면 더 위험하다. 귀에서 고름이 나면 당장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현명하다.
아기가 쇠로 된 물건이나 동전을 삼켰을 때는 껍질 벗긴 토란을 쪄서
먹이거나 토란을 물에 삶아서 토란과 함께 그 물을 마시게 하면 효력이 있다
토란은 차고 독성이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타박상이나 종기, 벌에 물린 데 바르면 효과가 있지만 이물질을 삼켰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식품은 아니다. 아마도 그 맛이 맵고 떫어 아기가 이물질을 삼켰을 때 토하기 쉽게 해줄 수 있어서 그런 민간 요법이 나온 것 같은데, 병원에 가는 게 제일 좋다.
두드러기에는 아주까리 기름을 2∼3회 복용하거나 탱자를 달여 마시면 좋다
아주까리, 즉 동백은 속을 훑어내는 작용을 한다. 약간의 해독 작용이 있기 때문에 음식으로 인한 두드러기에는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드러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동백 기름부터 먹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피부 질환은 반드시 의사가 직접 보고 처방을 해야 한다.
소아 변비에는 연씨를 먹이거나 완두콩을 삶아 죽을 쒀 먹인다
연씨는 연자(蓮子)라고도 하는데 밤에 꿈을 많이 꾸는 증세나 만성 설사나 이질에 쓰인다. 변을 굳게 하므로 변비에는 쓰면 안 된다. 완두콩은 도움이 된다.
허약한 아기는 복학을 따줘야 한다
복학(腹栖)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한방 치료법 중의 하나이다. 복학은 손가락을 째고 약간의 지방을 꺼내는 시술인데, 원래는 비장 종대(배가 퉁퉁 부어오른 것)에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 밖에 구토, 설사, 식욕 부진 등과 같은 소화기 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왔다.
문제는 아기에게 하는 시술이므로 감염이나 출혈 방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 그런데 비위를 좋게 하고 밥을 잘 먹게 하는 다른 좋은 약재들이 얼마든지 많고 효과 면에서도 월등히 낫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복학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약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소아 기침에는 석류를 갈아서 먹이거나 파뿌리와 들기름을 삶아 먹인다
석류의 신맛은 우리 몸에서 습기를 만들어낸다. 새콤한 것을 먹으면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을 생각하면 맞다. 따라서 기침 등으로 마른 입 안에 침이 고이면 오래된 가래 같은 것이 조금은 쉽게 배출될 수 있다. 밖의 찬 기운을 몰아내는 파뿌리와 폐를 윤기 나게 하는 들기름도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기침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아기가 녹변을 볼 때에는 그늘에 말린 감나무 꽃을 태워 하루 3회 복용한다
감꽃에도 일반 감처럼 탄닌 성분이 있어 변을 굳게 만든다. 따라서 설사가 있을 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녹변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녹변은 설사라기보다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았을 때나 놀랐을 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젖에 잘 체하는 아기에게는 달팽이 삶은 국물을 먹이면 체하지 않는다
달팽이는 한자어로 와우(蝸牛)라고 하는데 주로 말린 것을 쓴다. 맛이 짜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열과 부기를 내리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종기 등 피부에 발진이 생겼을 때 쓰거나 당뇨,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쓴다. 그러나 체증을 내리는 데는 효과가 없다. 특히 설사가 있을 때는 사용하면 안 된다.
땀띠는 소금물로 씻어줘야 한다
소금이 어느 정도 소염 작용이 있긴 하지만 연약한 아기 피부에는 자극이 될 수 있다. 땀띠는 무엇을 발라 막는 것에 앞서 깨끗이 씻기고 바짝 말려주는 게 제일 좋다. 차라리 오이즙이나 알로에즙이 낫다.
아기가 열이 나면 무조건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
당장은 열이 식는 것처럼 보여도 발한 작용 때문에 잘못하면 오히려 열이 더 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차가워서 아기가 깜짝 놀랄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아기가 열이 날 때에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수건으로 자주 닦아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젖을 먹일 때 아기가 구역질을 하면 젖에다 콩가루를 발라 먹이거나
생강즙과 우유를 달여 먹이면 된다
생강은 어른이 구역질할 때 자주 쓰인다. 그러나 아기가 구토를 한다고 생강즙을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젖에다 콩가루를 발라 먹이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아기는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소화 기능이 불완전해서 자주 토하거나 구역질을 한다. 나이가 들면 나아지는데 계속 그렇다면 비위 기능이 좋지 않아서이다. 신생아라면 트림을 잘 시켜주고 과식하지 않도록 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고, 더 큰 아이라면 비위 기능을 좋게 해주는 약으로 다스리면 된다.
성질이 찬 쇠비름은 열을 내리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특히 항균 작용이 있어 포도상구균 등에 의한 부스럼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후춧가루와 소금의 경우 소금의 소염 작용이 어느 정도 염증을 가라앉히겠지만 후춧가루까지 섞으면 강해서 썩 좋은 방법이 못 된다. 쇠비름을 구해 말려 발라주느니,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머리카락이 잘 안 나는 경우 식초에 검은콩을 삶아낸 즙을 발라준다
신맛을 내는 식초와 검은콩은 모두 우리 몸에서 습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머리카락이 잘 나게끔 해주는 기본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더구나 머리카락이 나지 않거나 잘 빠지는 것은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간혹 큰 병을 앓고 난 뒤에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잘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보통 머리숱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아주 심한 경우라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