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별곡] 인천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
인천 행정구역을 살펴보았을 때,
중구에 해당하는 인천 구도심은 한국 근대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인천항을 개항된 걸 기회로 여겨 서양 열강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수많은 세력들이 들어오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문물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창구로서의 기능을 행했다.
이후 인천은 산동성 출신의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일본인들도 그들의 구역에서 은행, 여관, 음식점 등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건설하면서 인천만의 독특한 역사를 만들어냈다. 광복 후 인천의 역사는 한 번 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황해도 지역에 살던 실향민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중국인들은 이제 인천에 정착하면서 짜장면 등
새로운 음식 문화가 생겨났다.
그런 복잡한 배경이 켜켜이 쌓인 인천 중구는 1980년대까지 인천의 최고 번화한 지위를 유지했다.
특히 동인천역 부근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번화가였다. 하지만 구월동 지역으로 택지개발이 연이어 있었고,
인천시청도 이전하면서 중구지역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특히 1999년 발생한 인현동 호프집 참사는 추락하는
인천 구도심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그러던 중, 점점 슬럼화되는 구도심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천 구도심에는 일본인들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는 적산가옥들과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었다. 게다가 스토리가 있는 신포시장과 그 주변은 덤이었다.
이때부터 인천의 차이나타운과 근대골목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발길을 뻗으면 갈 수 있는 월미도와 더불어 인천의 최대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고, 지속적으로 관광
인프라를 끊임없이 만들어가고 있다. 전철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과 도보로 웬만한 곳을 다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은 학생을 비롯한 젊은 여행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다.
물론 도로 곳곳에 공영주차장도 넉넉하게 조성되어 있어 차를 이용한 여행도 충분하다.
생각보다 수많은 여행 포인트가 있는 인천 구도심이지만 많은 여행자들은 그 출발지를 인천역으로 잡는다.
현재는 전철이 다니는 1호선과 수인선의 종점이지만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생긴 한국 최초의 철도역
가운데 하나인 유서 깊은 역이다.
그런 상징성 덕분인지 몰라도 인천역은 전철역의 느낌보단 예전 기차역의 향수가 물씬 풍긴다.
1960년대 비둘기호가 다니던 그 시절의 기차역 그대로 현재까지 사용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전철역 구조라 마치 다른 지방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 간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기차역에서 바로 정면을 바라보면 이국적인 양식의 건물들이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렇다.
그 유명한 차이나타운이다. 각종 매스컴에 수시로 보도되었고, 예능과 TV 드라마의 배경으로 종종 등장했기에
이곳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다시 동인천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하자.
놀이동산에 온 것만 같은, 송월동 동화마을
정겨운 인천 구도심의 주택가 풍경을 뒤로하고, 10여 분을 걸었을까? 저 멀리 차이나타운의 분위기와 또 다른
이색적인 정경이 보인다. 흡사 놀이동산에 온 듯한 알록달록한 색깔의 벽화들과 조형물로 유명한 송월동 동화마을이다.
원래 송월동은 개항 이래 외국인들이 모여 살던 부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사람들은 점차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마을로 전락했다고 한다. 마을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골목 전체를 동화를 테마로 잡고, 특색 있는 거리로 꾸미기
시작하면서 사람 하나 없던 쓸쓸한 동네는 어느덧 이곳을 일부러 찾아온 관광객들로 점차 붐비게 되었다.
그동안 골목재생사업을 통해 조성한 벽화마을은 동네마다 하나씩 들어올 정도로 유행을 탔었지만 조악한 느낌과 관리 소홀, 특색의 부족으로 흉물처럼 변한 곳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송월동은 벽화를 테마를 동화라는 포인트를 확실히 가져가면서
근처 인천 차이나타운과의 연계는 물론 자체 인프라도 충실한 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신데렐라, 백설공주를 테마로 만든 집부터 시작해, 도로시, 빨간 모자 등 각종 동화를 주제로 벽화와 조형물이 꾸며져 있어
주변을 돌며 사진만 찍어도 반나절은 그냥 지나간다. 아이들은 책에서만 읽었던 동화들을 직접 접해 볼 수 있고, 어른들은
동심에 빠져볼 수 있는 좋은 장소니 다른 장소들과 함께 둘러볼 만하다.
그 골목을 거닐다가 어느새 다시 차이나타운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차이나타운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가장 관광지화가 잘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 사는 중국인들은 몇 대에 걸쳐 한국에 정착하고 살아간 화교들이 대부분이다.
대림동처럼 중국 현지의 느낌이 진하게 나기보단 중국풍이 물씬 풍기는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실망감만
안고 떠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눈을 조금 크게 뜨고 하나하나 관심 어린 눈으로 살펴본다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선 차이나타운에서 먹을 수 있는 특색 있는 먹거리를 들 수 있다.
짜장면의 탄생지였다는 사실 덕분에 차이나타운에 가서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 주변 거리를 둘러보고 떠나기보단
주변의 중국 제과 집에 방문해서 공갈빵과 월병을 사 먹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중국식 팥빵을 파는 홍두병이라는 가게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그리고 차이나타운까지 와서 식사를 할 생각이라면 발품을 팔아 중심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식당들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처음 인천에 짜장면이 소개되었을 때 과연 지금의 형태와 비슷했을까?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식당이 차이나타운에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한 만다복이라고 하는 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아는 까만 춘장이 아닌 캐러멜 라이징을 한 듯한 느낌의 백년 짜장면이 나온다. 면과 춘장
그리고 마늘과 육수가 따로 나와 기호에 맞게 즐기면 되는데 달달한 맛의 일반 짜장면과 달리 짭조름한 맛이 무척 강하다.
생각지도 못한 맛에 놀라 처음엔 당황스럽기까지 했지만 그 맛에 익숙해지니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이왕 만다복까지 왔으니 담장을 맞대고 있는 중국식 사원 의선당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1893년 화교들을 위한 사원으로 건설된 의선당은 전형적인 청나라 시기의 건축물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워낙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있어 눈길이 좀처럼 가지 않지만 정말 제대로 만든 중국식 사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내부에는
관우를 비롯해서 마조, 용왕, 관세음보살까지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기에 불교사원으로서 정체성은 다소 모호하다.
그래도 이국의 문화를 두루 살피기에 딱인 장소라 생각된다.
다음화에 이어서 인천 구도심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다.
첫댓글 먹으러 가봐야겠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