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바라밀 실천해야 불법 체득”
부처님 닮으려면 경전 수천번 읽고꾸준히 수행
마음공부 한다는 것은 머리 속 쓰레기 치우고 자기 스스로 복 짓는 일
◇“중생은 번뇌망상을 끊임없이 기르는 ‘멍텅구리’”라고 말하는 정일스님은 그렇기 때문에 경전을 수백수천번 읽어 진리를 체득해 번뇌를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일러주신다.
◇수행자라면 하나의 화두를 가지고 적어도 3년동안은 쉼없이 정진해야 득력할수 있다고 강조하는 정일 스님.
◇17일 보광사 대웅전에서 열린 건설교통부 불자회 수계법회에서 법문하는 정일스님.
9살 때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슬픈 눈망울을 본 이후 다시는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는 스님. 헌 책방에서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을 구해 읽으며 염불에 열중했고, 그래서 불문에 귀의(출가)할 것을 결정할 때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던 스님. 출가 후 금오, 춘성, 전강, 동산 스님 등 선지식들을 찾아 수행자의 도리를 배우고, 50년 수행생활 동안 부처님 말씀에 한 치 어긋남도 없이 살려고 노력해온 스님이 정일(正日)스님이다. 스님이 주석하고 계시는 서울 우이동 보광사로 스님을 뵈러가는 날, 울긋불긋 낙엽들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며 ‘무상(無常)’의 도리를 몸으로 전하고 있었다. 시자 현중스님의 안내로 보광사 1층 스님의 처소에 들어 삼배의 예를 올리자, “상(相)내는 일이라 극구 사양했는데 … 차나 한잔 합시다”라며 스님은 자애롭게 맞아 주신다.
스님은 지난 79년부터 보광사에 주석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에서 출가해 범어사, 망월사, 동화사, 용화사, 통도사, 백련사 등지에서 참선수행하던 스님이 북한산에 토굴을 짓고 수행하고 있는 제자를 격려하기 위해 상경한 것이 계기가 돼 서울에 머물게 됐다. 이 때 한 재가불자가 스님에게 현 보광사 터를 기증했는데, 그 터에 보광사가 건립되어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오롯한 수행도량이 되어 오고 있다.
“부처님의 법은 중생들의 생각을 가지고는 털끝만치도 건드릴 수 없는 자리기 때문에 실천하지 않고서는 그 법을 깨달을 수 없어요. 그래서 경전을 읽고 육바라밀을 실천해 기초를 다져 화두를 드는 것도 부처님 법을 깨닫고자 하는 것이지요. 신도들에게 경전을 수백번 읽도록 하는 것은, 화두를 들어 본래 마음을 볼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 올리는 데 그 목적이 있지요.”보광사의 ‘신도교육 프로그램’은 엄격하고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보광사를 처음 찾은 불자는 우선 광명진언을 하루 1000번씩 21일간 외우고 천도재를 지낸다. 그리고 <지장경> 300독, <금강경> 100독, <관세음보문품경> 50독을 마치면 천도재를 또 올린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불제자로서 몸과 마음의 번뇌를 한 꺼풀 벗었다는 뜻에서 지내는 천도재는 <선가귀감> 50독, <원각경> 300독, <법화경> 30독을 할 때마다 계속돼, 다시 한번 <선가귀감>을 50독 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때 정일스님은 교육을 이수한 불자를 불러 공부를 자상하게 점검하는 한편 ‘이 뭣꼬’ 화두를 준다.
“우리의 머리 속에는 번뇌망상과 눈으로 익힌 알음알이만이 가득차 있기 때문에, 경전을 한두번 읽어서는 그 오묘한 진리를 체득할 수 없어요. 번뇌망상의 척도로 잰 것인지 모르고 그것이 진짜인줄 알고 우쭐해 하지만 본래 모습을 보기에는 어림없지요. 경전을 알음알이로 해석하고 불법을 세우는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무리 읽어도 알지 못합니다. 수백 수천 번 경전을 읽게 하는 것은 인과(因果)를 알고 그 속에서 번뇌망상을 보고 본래 자성을 깨달아서 실천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정일스님은 스님이나 불자에게 경전을 읽고 화두를 참구하는 것 외에도 육바라밀을 함께 실천해 불법을 체득하는 경지에까지 올라서야 한다고 항상 가르친다. 스님에게 있어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라는 육바라밀 즉, 육화정신은 불법을 배우는 불제자들의 실천적 생활 윤리이다.
스님은 제자들을 엄격하게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님은 상좌들에게 매일 관음정근 5만독을 시켰다. 스님은 상좌들의 눈과 말, 숨소리 등을 낱낱이 살피며,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를 게을리 않았다. 그래서 스님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 상좌들은 어김없이 종아리를 걷어 올려야만 했다. ‘공부의 엄격함’을 논하면 정일스님이 원로 스님들 중 단연 으뜸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평할 정도다.
그런데 정일스님 스스로가 워낙 엄격하게 수행하기 때문에 스님의 수행생활은 그대로가 제자들이나 신도들의 귀감이 된다. 스님은 망월사 천중선원에서의 천일기도를 통해 ‘목숨을 내놓은 정진’을 했다. 천일동안 기도정진하며, 기도를 시작하기에 앞서 몸과 마음의 나쁜 기운을 없애는 뜻으로 새벽마다 ‘냉욕’을 거르지 않았다.
당시 망월사에서는 춘성스님이 주지로 전강스님이 선원장으로 주석하고 있었다. 정일스님이 망월사를 찾은 것도 큰 스님 밑에서 공부를 해보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천일기도를 하겠다는 스님에게 춘성스님은 “왜 천일기도를 하려느냐, 여우가 되려고 하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스님은 천일기도를 마치고 자신의 수행을 점검받기 위해 춘성스님을 찾았다. 스님은 정일스님 앞에 큰 원을 그려놓고 “들어가도 30방, 나가도 30방”이라고 일갈했다. 정일스님이 당황해 가만히 서 있자 춘성스님은 30방을 때렸다. 정일스님은 춘성스님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그때 춘성스님은 또 30방을 때리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만 답했다.
“처음엔 춘성스님의 말과 행동에 담긴 뜻을 알지 못했지요. 다시 선방으로 돌아와서야 ‘말놀음에 빠지지 말라’는 가르침임이 느껴지더군요. 불법은 언어의 경계가 미치지 않는 자리에 있어요. 출가 전에 청계천 헌 책방에서 <선가귀감>을 구해 읽었는데, 천일기도를 마친후 다시 <선가귀감>을 읽었어요. 읽을수록 그 의미가 분명해지더군요. 그 과정에서 머리 속에서 우글거리는 번뇌가 뚝뚝 떨어져 나가고 명료해졌어요. 번뇌가 떨어져 나간만큼 몸과 마음의 도리가 바르고 착해져, 거기서 저절로 환희심이 생겨나요. 수행정진이란 한 두 번으로 결판이 나는 일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꾸준히 해야 합니다.”정일스님은 수좌들 사이에서 ‘중단 없는 수행’으로 유명하다. 망월사 천중선원을 비롯해 스님이 수행처로 삼았던 용화사 법보선원, 통도사 영축총림 선원, 범어사 금어선원 등에서 각각 3년을 기본으로 수행했고, 그 기간동안 입선 때는 참선수행을, 방선 때는 염불수행을 했을 정도로 수행자의 본분을 잃지 않았다. 수행자라면 하나의 화두를 가지고 적어도 석삼년 동안은 한번의 쉼 없이 정진해야 하고, 그래야만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고, 점검 과정에서 스승의 질타를 받더라도 다시 선방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지론이다.
정일스님은 간화선만을 고집하지 않고 묵조선이나 위빠사나 등 대·소승의 모든 수행법을 포용한다. 스님은 “요새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그것에 집착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한다. 각각의 강과 하천도 모두 대해로 모인다. 흘러가는 것은 과정일 뿐이다. 단지 열심히 하면 된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본심을 본다고 했을 때 몸과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는 위빠사나도 좋은 수행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하나에 집착해 머문다면 문제가 된다. 또한 모든 과정을 지나 구경의 단계를 넘어야 할 때는 화두참구, 간화선을 해야 한다. 간화선은 망상의 구름을 걷고 본심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마지막 과정을 지나지 않으면 방편에 떨어진 외도일 뿐이며, 번뇌망상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스님에 따르면 사람은 가죽 주머니에 달라붙은 귀신이다. 즉 번뇌망상이 사는 집과 같다. 중생들이 편을 가르고 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번뇌망상을 뒤집어쓰고 나름대로 나타난 그 경계 즉, 자기가 본 것이 제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귀신의 버릇이라, 그 껍데기를 벗지 못한 생태에서는 내내 귀신일 뿐이다. 그래서 스님은 중생을‘멍텅구리’라고 부른다.
“전도몽상된 이 모든 생각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개혁해야 해요. 개혁하는 방법이 바로 인과법과 육바라밀이죠. 그 과정에서 환희심을 알게 되면 수행력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거지요.”스님의 이러한 생각은 5년 전 부산에 보광사를 지으며 개원한 유치원의 교육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5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상을 3번이나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정일스님의 남다른 불교교육관이 있어 가능했다. 유치원에서는 원생들에게 ‘관계 속에서 자신을 보자’는 것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인과법이다. 유치원에는 제법 규모 있는 텃밭이 있는데, 이 곳에서 어린아이들은 직접 채소를 키우고, 그 변화의 과정을 기록하며 변화의 원인까지도 찾아서 쓰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자연히 생명을 하나의 독립적인 개념으로 보지 않고 서로 연결된 상호 공동체로 보게 된다.
“그 어린 머리로 ‘자기 얼굴은 자기가 만든다’는 생각을 할 정도라면 교육의 성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의 공부도 수행과 같이 하나 하나 관찰해서 이해시키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자기를 관찰하는 깊이가 더해질수록 자연과 자신 혹은 식물과 자신의 관계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이때 인연법을 공부하는 것이죠.”순수함으로 불법을 쉽게 받아들인 아이들의 경우처럼, 스님은 많은 불제자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끄달림 없이 받아들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음공부한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복을 짓는 일’이다. 정일 스님은 오늘도 그 이치를 밝게 비추며, 불제자들이 그 맛을 알도록 열심히 이끌고 있다.
글=오종욱 기자 gobaoou@buddhapia.com 사진=고영배 기자 ybgo@buddhapia.com
정일스님은?
“지금도 선방에서 함께 참선수행하며 제자들을 격려하고, 때론 경책하기 위해서는 매를 드는데 망설이시지 않으시지만, 그 과정에서 저희들의 수행의 정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제자들의 말처럼, 정일스님은 70세의 나이에도 수행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선객이자, 자신의 성취를 제자들에게 철저하게 전해주는 엄격한 스승이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님은 1956년에 조계사에서 금오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이어서 40여 년간 망월사, 범어사, 용화사, 통도사, 백련사, 만덕사 등의 선방을 돌며 참선수행했고, 해인사, 불국사, 용화사, 정각사 선원장과 선학원 중앙선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망월사에서는 천일기도를 성만했으며, 이후에도 한시도 게으르지 않은 수행과 투철한 용맹심으로 후학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현재 선학원 이사장을 맡고있는 정일스님은 서울 우이동 보광사에 주석하며 만나는 인연마다 공부의 핵심을 짚어 주고 계시다. 스님의 자상한 가르침 덕분에 매일 수많은 대중들이 “스님의 법문은 들으면 들을수록 ‘공부 욕심’이 생긴다 ”며 1km 남짓한 오르막길을 걸어 보광사를 찾고 있다.
출처:부다피아[http://www.buddhapia.com.] |
첫댓글 오래된 기사네요 아마 제가 청주에 있을때 나온 기사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옆에 은사스님 사진도 있었는데 저도 이번에 법문올리며 사진 찾으려고 검색해봤더니 의외로 아직 은사스님에 대한 글들이 많이 남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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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법을 배우기 위해 경전(숙제) 공부 끝까지 마쳐야 되는데 힘드네요. 정각행님께서도 열심히 하고 계시죠? 감사히 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