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6일
벼랑 끝의 키이우
<가디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전쟁의 거리, 폐허가 된 도시에서 영웅이 탄생하다’
<워싱턴 포스트>
하르키우의 아파트 건물에 가해진 포격에
민간인 한 명 사망
CNN
우린 두렵지 않다
<데일리 미러>
‘푸틴 멈춰, 러시아 멈춰!’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집회,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3번째 날
최악은 지났는가 · 가슴 깊은 절망 ·
삶은 계속된다 · 잠 못 드는 저녁
아침 7시 40분
벽에 기대고 있는데,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너무 끔찍하다.
“러시아군이 즈미미우를 폭격하는 것 같아.” 이나 아줌마가 말한다.
아침 8시
듣기로는 원래 전쟁의 처음 이틀이 가장 힘들다는데, 우리는 벌써 3일째 아침이다.
이나 아줌마는 가게에 갔다가 두 시간 후 돌아온다. 식료품값이 올랐고 모든 게 비싸졌다. 어떤 건 아예 살 수도 없을
정도로 비싸졌다. 이나 아줌마가 간 가게는 원래 매일 아침 신선한 빵을 준비했지만 이젠 모든 사람이 이용할 만큼
충분치 않다. 이나 아줌마는 모든 사람이 보드카를 사고 있다고 말한다.
리타네 가족처럼 하르키우에 남는 대신에 어제 동네를 떠난 게 옳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의 목숨이
옷 몇 벌이나 집보다도 중요하다. 물건을 챙기지 못했거나 집을 떠나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언젠간 다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매일매일 나는 삶이 전쟁 중에서도 계속된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우린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거라는 희망을
꽉 붙들고 있다.
러시아군은 공항을 폭격했다. 공항은 여기서 꽤 멀지만 우린 그 소리를 아주 잘 들을 수 있다. 내가 이곳 노바 바바리야에서
그 소릴 들을 수 있다면, 더 가까운 곳에서는 어떻게 들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편, 공항을 재건하려면 몇 년이나 걸릴지
상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젯밤 우린 노바 바바리야에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군용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나는 올렉시 포타펜코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글을 봤다. 나는 그 글을 ‘진심 어린 호소’ 라고 부르겠다.
“왜 우크라이나 언론 중 어느 곳도 샤스탸(루한스크 오블라스티) 에서 벌어지는 생지옥을 보도하지 않는가. 그곳 사람들은
폐허 속에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당장 대피해야 한다! 왜 모두가 침묵하는가? 왜 누구도 나서지 않는가? 어떻게
자국민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것인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져서 모두가 어떤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대피를 돕는 것이든, 뭐든 말이다!”
어제 우리가 들은 폭발음은 도시 순환 도로에서 일어난 폭격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탱크가 피소친과 비소키 마을 근처에서
러시아 탱크를 격파했다. 피소친에는 키이우로 향하는 길이 있고, 비소키는 드니프로로 향하는 길에 있다. 러시아 탱크가
키이우로 향했지만, 우리 군이 그걸 막은 것이다.
오후 1시
엄청난 폭발음의 연속이다.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큰 소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두렵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통행금지 시간을
또 바꿨다. 앞으로는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밖에 나갈 수 없다.
뉴스에선 벌써 러시아군 3,000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러시아 방송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하르키우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혹은 도시였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완벽한 곳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을지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은 전쟁 초반보다 더 늘었다.
요시프 할아버지는 거리를 산책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놀랐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할아버진 그냥 산책을 나간 거다!
벨르카 다늘리우카에 남은 톨야의 상황은 더 나빠지는 중이다. 그곳의 포격은 더 심해졌다. 미론의 아빠 친구가 사는 건물
앞마당엔 미사일이 떨어져 있다. 무섭다. 우리에게도 여전히 포격 소리가 들리지만 그나마 먼 곳에서 들려온다.
리타와 리타의 엄마는 베즐류디우카로 가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들은 프로스펙트 하하리나 지하철역에
있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그들이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도중, 뒤에서 미사일이 빗발쳤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다.
우리 동네는 어떤 상황이냐면, 친구들이 말하길 건물이 흔들린다고 한다. 내 가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오후 3시 10분
심한 폭격 중이다. 당분간 여기에서 지내게 될지도 모를 걸 대비하여 창고 안을 정리했다. 내 주위에는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찬
유리병이 담긴 상자들이 있다. 라즈베리와 살구잼을 비롯해 절인 토마토와 오이까지. 할머니와 이나 아줌마가 창고 안으로
벤치를 가져오고 나는 그 위로 코트를 몇 벌 던져 놓는다. 작은 공간이라 그렇게 춥지 않다. 창고를 정리한 후, 우리는 집으로
다시 올라간다.
오후 3시 55분
8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두 차례 갑작스러운 폭격이 이어진다. 우린 바로 창고로 달려간다. 지금은 다시 조용해졌다.
창고 안에서 계속 기도만 한다. 두려움이 우리를 가득 메운다. 우린 희망하고 기도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해가 진다. 우린 평화를 원한다. 예전에 가졌던 꿈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뭐였는지 우리는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예전에 했던 말다툼이나 골머리를 썩던 문제들도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에 품었던 그런 고민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 전쟁 중엔
단 하나의 목표만이 남는다. 살아남는 것.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일이 사소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이 걱정되고, 일상은
쾅, 하는 소리에 망가진다. 마음을 움켜쥔 공포를 억지로 숨긴 채, 나와 거리가 먼 곳에 로켓이 떨어지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신에게 평화를 달라고 요구하며 하루 종일 기도한다. 삶의 매분, 매초에 절실하게 매달린다.
할머니와 나는 친구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전화를 건다.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전면전이 시작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전면전’ 이라는 단어가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 단어는 인간의 영혼에 공포를
불어넣는다. 내 영혼은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계속 살아가야 한다. 안전하게 버티고, 전쟁이 곧 끝나서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뭐라도 먹고 싶지만, 그보다 이게 전부 끔찍한 악몽이고 이 악몽에서 깨어나길 바랄 뿐이다.
오후 5시 40분
밖은 이제 어둡다. 할머니의 친구 넬야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치원 근처에 우크라이나 탱크가 정차해 계속해서 뭔가를
쏜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가 온다. 선생님이 끔찍한 소식을 전한다.
“가까운 주유소에 불이 났었어. 우리가 숨어 있던 데도 다른 주유소의 지하였기 때문에 그곳은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지.
그래서 우린 학교 지하실로 도망가기로 했어. 달려가는 도중 우리 바로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녔단다. 정말이지 죽자 사자 뛰었어.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지만.” 선생님 말에 등골이 서늘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저녁 6시 57분 이나 아줌마가 저녁으로 자피칸카를 만들어서 할머니와 나는 라즈베리잼과 민트차를 곁들여 먹었다. 조금 진정이 됐지만,
그 뒤로 더 많은 폭발이 이어졌다. 도시 순환 도로에서 러시아군에게 폭격을 가하는 아군이라고 들었다. 항공기와 미사일에서 끊임없이
소음이 들려온다. 어제 이 시간은 사방이 조용했는데 오늘 밤은 귀가 먹을 것 같다. 소식에 따르면 하르키우에서 공작원들이 잡혔다고 한다. 그들은 하르키우 거리에 폭발물을 설치하려 했다. 오늘 밤은 일기를 쓰면서도 희망이 잘 안 느껴진다. 포격이 잦아들자 이나 아줌마가 자기 방으로 나를 불렀다. 창문이 하나 달린 작은 공간이지만 이 집에서 가장 안전한 방이다. 아줌마가 노란색 야간 조명을 켰다. 항공기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집 안 나머지 불들은 꺼둔 상태였다. 나는 아침까지 모든 게 고요하기를 기도했다. 바로 그 순간 순환 도로에서 폭격이
시작됐고, 순식간에 전투기가 날아다녔다. 나는 진정하려고 최선을 다해 애썼지만 결국 공황 발작이 오고 말았다. 숨 쉬기가 힘들었고
가슴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러시아군은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고, 우린 앉아 있다. 누워 있는 게 차라리 더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격이 먼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할머니는 창을 통해 탐조등이 새어 들어오는 걸 발견했고, 어서 창고로 내려가자고 했다. 나는
할머니와 창고로 이동했다.
저녁 7시 우린 창고로 내려와 차를 마시고 있다. 이나 아줌마는 창고로 오지 않겠다고 했다. 금세 조용해졌고, 혹시라도 집이 폭발로
무너지면 아무도 모른 채 지하에 갇히게 될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이나 아줌마에게 이 상황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도록 일기장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포격이 조금 잠잠해져서 진정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리타와 리타의 엄마는 기차를 타는 데 성공했고 이제
안전하다. 나는 창고에 앉아 휴대폰 불빛을 이용해 일기를 쓰고 있다. 북살티우카에는 로켓탄이 빗발치고 있다. 조용해지면 창고
밖으로 나가 자러 갈 거다.
(번역명: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저자: 예바 스칼레츠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