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믿고 싶은 사람은 믿고, 뭔가 믿음이 안 생기는 사람은 안 믿으면 된다. 이것은 법륜 스님이 자신의 친구에게 한 말과 비슷하다. 성경의 내용이 안 믿기는데, 억지로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다.
10년 전에 우연히 상담심리대학원에 입학했다. 들어갈 때부터 난 쓰고 싶은 논문 주제를 갖고 있었다. 과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지에 관해 연구하고 싶었다. 나의 능력 부족으로 논문을 쓰지는 못했지만, 한때 이 주제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한겨레21을 보면 ‘김아리의 행복연구소’라는 코너가 있었다. 김아리라는 분이 한국의 대표적인 심리와 정신 전문가를 찾아가 행복에 관해 묻는 내용이었다. 난 그중에 인상적으로 본 분이 정신분석가 이무석 선생님이었다. 이분은 종교가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의 결론은 종교를 믿으면 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론상 종교인이 더욱 수월하게 어른이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 어른이 못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나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난 한때 나의 미성숙함에 치를 떨었다. 그래서 교회를 몇 년간 다녔는데, 문제는 믿음이 안 생겼다는 점이다.
이런 나는 현재 조금 철이 없을 수 있지만, 종교를 안 믿으며 지내기로 했다. 난 개인적으로 심리치료도 오래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정신의학자 스캇 펙은 치료자가 될 수 있을 때 심리치료는 끝날 수 있다 했다. 난 이 말을 매우 신뢰해서, 머리로는 종교를 믿으며 성숙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편한 상태의 인생이다.
요즘 좋아하게 된 유기성 목사님이라고 있다. 이분의 책 제목이 <주 안에서 사람은 변한다>라는 것이 있다. 보통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런데 유기성 목사님은 하나님을 믿으면 성품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한 번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반면 무신론을 대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분들의 특징은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종교적인 가르침대로 살려는 것이다. 되도록 선하게 살고, 사회의 책임 있는 양심으로 활약하길 바랐다. 떠오르는 분이 <대화>라는 책으로 유명한 리영희 선생님인데, 오랫동안 지식인으로 활동했다.
내가 가장 존경했던 분이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이다. 이분의 은사가 서강대에서 서양사를 가르쳤던 길현모 교수님이다. 스승은 종교를 믿은 듯했고, 구본형 선생님은 그분의 가르침에서 항상 영감을 얻고, 감화되셨다. 그런 구본형 선생님도 오십 중반의 나이에 세례를 받았다. 친구와 술을 마시다 주를 받아들이기로 하셨다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곤 했다.
딴지총수 김어준 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교회를 다니는 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종교를 믿은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 무신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흔 초반에 인생상담집 <건투를 빈다>를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책이 선택과 책임에 관한 것으로,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세상에는 믿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 역시 존재한다. 종교 때문에 인생의 기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종교를 믿지 않고도 세상에는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 또한 매우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 삶의 형태가 어떤지에 관한 이해일 것이다.
법륜 스님은 사람들이 괴로움에 빠지는 원인을 무지 때문이라고 했다. 즉 무언가를 모르기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에 관한 자신의 이해심을 높일 때, 우리는 더욱 적절한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
김신웅 행복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