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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개세(拔山蓋世)2-통권154
임시로 거처로 삼은 호천궁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방의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던 라혼은 극도로 숨긴 잡스런 살기를 품은 자들이 호천궁 곳곳에 스며드는 기척을 읽고, 일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았다.
“눈앞에 먹음직스런 고깃덩이가 있으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군.”
라혼은 용천검의 검경(劍莖)을 잡아 검을 뽑아들고 검신(劍身)과 검인(劍刃) 부분을 찬찬히 살폈다. 확실히 용천은 명검(名劍) 중 명검이라 할 수 있었다.
“검으로 태어나 몸에 한 번도 피를 묻히지 않은 검인데….”
―때이잉~!
용천검의 검신을 튕긴 라혼은 은은히 울리는 검명(劍鳴)에 귀를 기울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살겁(殺劫) 한 번이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
그리고 라혼은 호천궁 대정전에서 천원 회의가 소집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천림왕이 소집한 천원 회의에서는 최근 용호왕부와 서제 간의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용호왕 백호나한과 천림왕이 대면한다는 명분으로 소집되었다. 비록 천림왕의 상주 노릇을 하고 있다곤 하나 그는 천원 회의를 소집할 권리도 천원 회의에 참석할 자격조차 없었지만 전란의 종식이란 큰일을 명분으로 하고 있어 아무도 그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라혼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수인 조정의 위세만큼이나 크고 굵은 기둥 120개가 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상의 대정전(大正殿)에 들어섰다. 비록 회의에서 결정권과 정식 발언권이 있는 자는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러한 형태의 대정전에서의 천원 회의는 십제의 사마들을 보좌하며 사마들에게 발언권을 위임받는 형식으로 여러 가지 의견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열린 천원 회의는 대부분 사마들만 참석하는 10여 명 안팎의 소규모 회의였다. 아무래도 입과 귀가 많으니 무슨 일에 결론 내기가 쉽지 않은 대정전 천원 회의보다 10인 정도만 참석하는 회의가 간단했을지 모른다.
“어서 오십시오, 용호왕!”
“무골후.”
라혼이 대정전 전역에 숨어 은신해 있는 자들의 기운을 감지하고 쓴웃음을 지을 때 금군교위 무골후 호장이 아는 체하며 다가오자 짧게 읍(揖)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무골후 호장은 천림왕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백호나한이 대정전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위를 경계하며 백호나한의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어차피 수상하고 알 수 없는 암류를 느낀 중신들이 백호나한에게 다가오지 않으니 겉으로 보기엔 말상대나 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허허, 용호왕. 그렇게 용천검만 들고 따르는 자 하나 없이 단신으로 호천궁을 찾아오니 제 수하들이 무척 당황했을 겁니다. 그래, 무슨 바람이 불어 이렇게 사전 통지도 없이 중경을 찾은 것이오?”
“전란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전란을 피한다?”
“갑주의 서병들이 남원주를 넘어 상경으로 대병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이는 무척 어리석은 일입니다. 내가 서상국과 대립하여 싸움이 벌어지면 고생하는 것은 백성들입니다. 내가 어리석은 불초(不肖)라서 상국이 거병하였으니 나만 상경을 떠나면 됩니다. 그러니 조정에서는 이 일을 중재하여 불필요한 전란을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혼의 말은 고요한 듯했지만 말에 실린 공력은 대정전에 있는 모든 사람의 귓속에 또렷이 틀어박혔다. 그리고 그러한 라혼의 발언은 모든 사람들이 판단하기에,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는 말이었다. 어차피 서제 서포틈이 거병한 명분은 백호나한의 천자인 호황을 성토하는 격문을 띄운 일과 스스로 용호왕이라 칭왕(稱王)한 것이었다. 그러나 용천검의 주인으로서 용황의 대리인 백호나한이 함부로 칭왕한 것은 다소 괘씸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천자를 성토하는 격문은 어차피 천자 스스로 용천검의 주인으로 용황을 대신하는 백호나한 암살 계획을 묵인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백호나한은 힘이 있음에도 장인인 백왕 호사천에게 상경을 맡기고 은인자중(隱忍自重)했다. 즉 백호나한은 끝까지 갑주 서제가와 충돌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용호왕부의 용호군이 상경으로 회군한 상태였다. 그리고 혈혈단신으로 호천궁을 찾아와 자신이 성토한 호황을 조문하였으니, 중신들이 느끼기에도 백호나한이 나름대로 사죄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정전에 모인 중신들은 그 이면에 있는 사실 또한 놓치지 않았다. 백호나한을 도모하려 하여 천자의 덕을 실추시키고, 용호왕부를 역적이라 규정한 존재가 바로 천원 회의를 소집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백호나한과 백왕 호사천은 오래전부터 내왕이 있는 사이이며 백호나한이 아무리 자세를 낮춘다 하더라도 서제는 절대 빼어든 칼을 다시 집어넣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파국을 피하려 하는 백호나한의 모습은 바로 충신(忠臣)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라혼의 태도는 천생 무장인 무골후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허허허, 용호왕께서 그러한 생각을 하고 계셨다니 저는 용호왕의 그러한 의도를 적극 지지하겠습니다.”
“무골후가 그리 해주신다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중경 청인성의 전체 병권을 손에 쥐고 있는 금군교위 무골후 호장의 묵직한 충격을 주는 발언을 들은 중신들은 갑자기 변한 형세에 저마다 눈치를 살피며 이번 일이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를 정리하기에 바빴다. 서제가 실권을 장악하여 천자인 호황의 위엄을 위협할 때 무골후와 천림왕은 같은 배를 탄 동지였다. 그러나 조정에서 원군을 보내지 않아 의백성이 너무도 어이없게 흑막 웅랑들의 손에 떨어지고, 임주의 반란을 제때 손쓰지 못한 것이 천림왕이 움직이려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란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그러니 누가 평가하더라도 천생 무장인 무골후가 천림왕과 사이가 좋은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그리고 그간 알게 모르게 무골후가 백호나한을 도와왔으니 지금 그의 발언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호가의 당주가 없는 지금, 호황가의 큰 힘 중 하나인 금군교위 무골후 호장이 백호나한을 지지한다고 함으로써 확실하게 천림왕과 척을 지겠다고 선언한 셈이니 귀추가 주목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골후께 묻겠습니다. 내가 알기로, 십이진가 중 성골이가로 불리는 용호이가는 서로 번갈아가며 천자가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 천자는 용황가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대정전은 라혼의 한마디에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고요해진 대정전에 라혼의 차분하지만 그 말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또한, 나 또한 호황가의 일원으로 말하는데 저는 다음 호황은 지금 상주를 자처하는 천림왕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호황 폐하의 후계자였던 호태자 저하께서 손(孫)을 남기지 않은 채 승하하셨으니 사사로이 나의 장인이 되는 백왕 전하가 호황의 위에 오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
“….”
“닥치라!”
라혼의 엄청난 파급 효과를 지닌 발언이 계속되자 대정전 뒤, 방에서 심복들에게 준비상황에 대해 보고받던 천림왕 호천린이 분노성을 터뜨리며 대정전 상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서 용천검을 얻었는지 모르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부에 불과한 네가 감히 천자와 조정을 욕되게 하고 호황가의 일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이냐!”
“하하하하, 우습구나. 그래서 너는 필부가 두려워 뒷구멍에 숨어서 날 잡을 궁리만 하는 것이냐?”
“뭐, 뭐라! 네가 진정 죽고 싶은 게로구나.”
라혼은 천림왕이 짐짓 흥분을 가장하며 눈치를 살피는 모습에 역시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라혼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호천린, 네가 감히 용천검의 주인인 날 겁박하여 용황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냐?”
“흥, 용황 폐하가 직접 나서서 용천을 주었는지, 네가 용황의 뜻과 상관없이 용천을 얻었는지 그걸 어찌 알고 우리가 널 믿겠느냐?”
라혼은 가만히 용천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날카롭게 천림왕을 쏘아보며 말했다.
“내가 왜 소인배와 말을 섞는지 모르겠군. 호천린아! 호천린아! 너는 도대체 무슨 헛꿈을 꾸는 것이냐? 네가 그렇게 하고서도 위엄이 선다고 믿는 것이냐? 이곳은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만드는 천원 회의가 열리는 곳이다. 그러니 너는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붕(崩)하신 선황 곁에서 자리를 지켜라!”
“이, 이놈~!”
방해하지 말고 빠지라는 라혼의 말은 천림왕을 흥분케 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쳤다. 그제야 대정전의 중신들은 백호나한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천림왕을 조정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네가 이 자리에서 검을 뽑아들었으니 그 뜻은 조정을 반하겠다는 뜻이렷다. 그리고 선황이 너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어 붕어하셨으니 너는 두말할 나위 없이 난신적자다. 역적을 주살하라!”
그것이 시작이었다. 천림왕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지붕에서, 관복을 차려입은 신료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칼을 꼬나쥔 자들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자극적인 말로 천림왕을 충동질까지 한 라혼은 일단 곁에 서 있는 무골후에게 혼자 감당할 수 있으니 전장에서 벗어나라는 의념(意念)을 전달했다. 범인(凡人)들이 눈을 깜빡이는 찰나의 시간에 한가롭게 전음을 시전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은 무척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천방지축신공을 일으켜 자객들의 몸을 잡고 돌개바람이 낙엽을 쓸듯이 선풍소엽(旋風掃葉) 초식으로 쓸어갔다.
―사사사사사사… 삭!
넓은 대정전에 돌개바람이 휩쓸고 지나가자 라혼을 암습했던 자들의 목이 가을바람에 밤송이 떨어지듯 우르르르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가히 신기에 가까운 무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라혼은 대정전의 지붕에 붙어 숨을 죽인 채 기회를 노리는 존재에게 검강을 내쳤다.
―쾅!
“헉! 이것이 백호나한의 일검파성(一劍破城)?”
무골후 호장의 감탄성과 함께 지붕이 흔들리며 흩날리는 먼지에 몸을 은신하고 있다가 채 몸을 내던지듯 일침을 찔러오는 하얀 수염의 자객이 섬전처럼 라혼에게 내리꽂혔다. 높은 지붕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살수는 이격의 가능성을 배제한 그야말로 필사필기(必死必技)가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자객교의 제일 자객이며 천하에 이름 높은 열두 명의 절대자 중 하나인 자객지존(刺客至尊) 사신(死神)의 살검이었다.
라혼은 스스로 목숨을 던져 떨어져 내려오는 사신의 살검에 용천검으로 천장을 찔렀다. 누르스름한 황금빛 검강(劍罡)을 머금은 용천검은 하늘로 승천하는 황룡의 그것처럼 양 손가락 하나 넓이의 뾰족한 사신의 검첨(劍尖)의 날카로운 그 가운데에 일순간 정확하게 맞닿았다. 그리고….
―추왁~!
사신이 첫 자객행을 나섰던 그때부터 언제나 목표한 자의 숨통을 끊어놓았던 협검(陜劍)이 둘로 갈렸고, 사신의 몸뚱이 또한 그와 운명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순간에 수십 명을 도륙한 것치고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은 백의와, 피를 더 달라고 보채는 듯 늘어뜨린 용천검의 울림이 혈풍이 휩쓸고 간 대정전의 중신들은 묘한 심상에 빠져들었다.
―찰박, 찰박, 찰박….
숨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대정전에 진득한 피에 젖은 발로 걸음을 옮기는 라혼의 발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중신들은 숨을 죽인 채 대정전 바닥에 피에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천림왕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백호나한을 주시했다. 그러나 천림왕이 준비한 것은 자객교의 자객들뿐만이 아니었다.
“금위위는 역적 라혼을 척살하라!”
―충!
천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복명 소리와 함께 5000명이나 되는 금위위가 대정전 안팎을 포위했다. 그리고 대정전으로는 금위위(禁衛衛) 금위대장(禁衛大將) 호덕창(虎德昌)이 금위위 중에서도 정예 중 정예들을 이끌고 대정전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라혼을 포위했다. 라혼은 이미 금위위들이 움직인 그 순간부터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가만히 서서 그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대정전에 있던 중신들이 안전하게 몸을 피신시킨 호덕창이 손을 들었다 다시 내리자 강궁(强弓)을 소지한 금위위들이 시위에 살을 메겼다. 그리고….
“사(射)!”
―핑! 퉁~투두둥!
―타! 타다다다닥!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쏜 강전(强箭)들은 본래 라혼이 서 있던 그 자리를 지나 대정전에 깔린 단단하기 그지없는 청석 바닥을 깨며 박혀들었다. 그리고 라혼의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검공이 시전되었다.
“대십자파천황(大十字破天荒)!”
―쿠하~!
황금빛 무리가 거대한 대정전 건물을 한쪽 면만 남긴 채 산화시키고 대정전 앞마당은 땅거죽이 완전히 뒤집히며 초토화되었고, 단단한 돌로 잘 포장된 마당도, 그곳에서 기치의 창검을 든 금위위들도 그 막대한 힘에 태풍에 가을 낙엽 날리듯 사방으로 비산했다.
라혼은 내기(內氣)를 땅에 흐르는 기운과 충돌시켜 진각(震脚)을 밟아 다시 한 번 천지를 진동시켜다.
―쿠웅!
―우르르르르르….
묵직한 소리가 호천궁에 울리며 사방 건물들이 흔들려 기와가 떨어져 내렸고,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리는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라혼은 그와 더불어 피어(fear)를 내뿜으며 천년 공력이 담긴 노성을 터뜨렸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는 홀로 위대하다! 내게 거역한 자는 살려두지 않으리라!”
그리고 라혼은 검강을 100장이나 뽑아내어 횡소천군(橫掃千軍) 일식으로 주변을 휩쓸어버렸다.
―콰과과가가가가가가….
황금빛 영롱한 검강은 100장 이내에 라혼의 지금 가슴 높이보다 높은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남아 있는 것은 오직 한때 대정전 북쪽 면의 십이표기 문양이 조각된 벽과 다른 곳보다 약 세 계단 위에 있는 천자의 평상(平床)뿐이었다. 라혼은 몸을 돌려 오체투지(五體投地)한 형상의 중신들 사이를 지나 평상 앞에 섰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너무 큰 두려움에 혼백마저 날아간 듯 머리를 들지 못하는 천림왕에게 잠깐 눈을 주고 아직도 멍한 표정의 중신들을 둘러보며 일갈했다.
“5월 초하루, 황진성에서 천원 회의를 열어 호황과 천자를 선출할 것이다. 각 주의 사마들은 십제들이 직접 입조하라 전하라! 오지 않는 자는 참하리라! 또한 이 자리에서 선언하는바,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천하 만민을 도탄 속으로 밀어 넣은 서포틈의 죄를 물을 것이다.”
“….”
그리고 라혼은 그 즉시 그 자리에 [미시리드Mislead] 주문으로 지금 자신과 내뿜는 기운과 똑같은 허상(虛像)을 만들고, 결계를 해제한 환도 금강으로 [텔레포트 워프Teleport warp]하여 중경 청인성으로 섬을 이동시켰다. 에텔 스페이스를 공간에 대치시키고 금강의 건설자들이 고안한 방법으로 중력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얼마 후 환도 금강은 중경성 상공에 그 웅자를 드러냈다.
“저, 저게 뭐야?”
“세상에! 산이, 산이 허공에 산이 떠 있다.”
중경 청인성 사람들은 남녘에서 산이 날아오는(?) 괴사(怪事)에 저마다 일손을 놓고 그것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한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허공에 떠 있는 산의 규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그 거대한 땅덩어리는 호황궁 상공에 원래부터 그 자리에 떠 있었던 것처럼 멈춰 섰다. 그리고 서서히 하강한 금강에서 1만 8000여 명의 용호군이 빠져나와 호천궁을 장악했다. 라혼은 다시 [미시리드Mislead] 주문으로 만들어진 허상이 자리한 그곳에 [텔레포트 워프Teleport warp]하여 과도한 피어(fear)의 공포에 노출돼 원기(元氣)가 상한 중신들에게 [홀리 샤우트holy shout : 신성한 외침] 주문이 곁들인 사자후(獅子吼)를 터뜨려 심장이 옥죄는 듯한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우오오오오오오~!
그러고 나서야 한때 대정전이라는 건물 안에 있던 중신들은 실태(失態)를 추스를 수 있었다.
“웅장모, 호황가의 당주를 상징하는 대보(大寶), 폭호도(暴虎刀)를 수습하고 천자의 옥새(玉璽)를 찾아라! 또한 갑주의 서제가 사람과 병주 토제가 사람, 그리고 천림왕 호천린과 그를 따르는 무리의 신병을 확보하라!”
“존명!”
중신들은 자신들 틈에서 백호나한이 지목한 세력의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또 한편으로는 지붕이 사라진 대정전에서 호천궁을 가리고 있는 허공에 떠다니는 거대한 땅덩어리와 그곳에서 쏟아져 나온 군사들을 보며, 아득한 꿈결 속에서 본 듯한 일검을 내쳐 대정전을 부수고 수천 금위위 위사들이 도열한 마당을 뒤집는 모습을 회상했다. 어느 누가 있어 그의 일검을 막을 것인가? 어느 누가 저 하늘을 나는 섬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지금 자신들이 보고 느낀 이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어쨌거나 백호나한이 천원 회의를 소집한 5월 초하루는 채 100일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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