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커스'는 공포와 액션을 말한다. 실제로 그들이 광고하는 것도 멋진 액션과 공포이고, 18세 이하 금지라는 꼬리표는 그 공포와 액션에 대한 환상감마저 만든다.(실제로 18세 이하 관람금지라는 것은 전체관람가에서 나타낼 수 없는 '장면'을 표현해 낼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 예고편이나 포스터에서 나타나는 '사육되는 인간'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기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데이브레이커스'의 모습은 달랐다. 공포? 글쎄, 공포적인 연출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슬래셔 무비'를 연상시킬 정도의 '찢어발김'도 징그러웠으면 징그러웠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은 아니었고, 가끔씩 튀어 나오며 깜짝 놀래키는 박쥐 몇 마리 또한 공포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인간은 '뱀파이어'에 대한 공포심 따위는 지니지 않고, 오히려 증오심만이 존재한다.(당연하겠지만)
오히려 '데이브레이커스'에서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뱀파이어'의 모습으로 감독은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데이브레이커스'가 그려내는 '뱀파이어'는 그다지 특이한 존재들이 아니다. 나름 노화에 따른 죽음이 없고, 인간의 피를 마신다는 설정을 가지기는 한다. 물론(?) 햇빛을 쬐면 타버리는 것도 기존의 흡혈귀와 비슷하다. 그러나 그 외에는 인간과 다른 점이 없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힘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런 설정에서는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 좋은 것이 없다. 왜냐고? 햇빛을 보면 죽는 데다가 먹을 것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먹을 것'이 뱀파이어와 인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요소인데, 뱀파이어는 늘어나고 인간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간의 피'는 갈 수록 희귀해지고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 뱀파이어는 하나의 괴물이 되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그런 상황에서 '자본주의'는 살아남아 자본을 늘리는 데만 집중한다. 특히 주인공이 염원하는 '대체혈액'의 개발과 진짜 인간의 피 사이의 윤리적인 문제 또한 이야기된다. 그에 그치지 않고 '데이브레이커스'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 뱀파이어와 정상적인 뱀파이어를 인종차별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특히 반쯤 괴물이 되어버린 뱀파이어를 장갑차에 묶어 강제로 장갑차로 끌고 나가는 장면은 2차대전의 홀로코스트마저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거의 '다큐멘터리'급의 집중도를 가져도 쉽게 이끌어나가기 힘든 것이다. 그렇기에 '데이브레이커스'의 이런 시도는 좋아 보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작품의 서사가 애매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액션'영화의 이런 시도는 액션영화의 깊이를 가지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액션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영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영화 마지막에 보여주는 인류애적인 모습-개인의 복수는 결과적으로 영화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헤매는 결과를 만든다.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데이브레이커스'가 말하는 궁극적인 메세지는 과연 무엇이었나.
게다가 작품의 개연성이나 서사 또한 부족한 것이 많은데, 뱀파이어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10년 사이에 세상이 '뱀파이어'의 세상으로 변했다는 설정 또한 정계-군대의 세력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에서 꽤 획기적이고, 뱀파이어가 인간의 혈액을 빼내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이것은 영화에는 비쥬얼의 쇼크로 이용하지만...)또한 허황되기 이를 바 없다. 게다가 뱀파이어가 인간으로 바뀌는 과정....에 이르러서는... 죽기 직전까지 햇빛을 쬐었을 때 혈액이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인간으로 돌아간다. 라는 설정.
그래도 여기까지는 영화적 설정으로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주인공 뱀파이어가 이 '위험한 과정'을 안전하고 간편한 과정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인간의 무리로 들어갔다는 것은 이제 슬슬 '한계선'을 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인간으로 변하기 위해 택한 '안전한'방법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타오르는 불을 막기 위해 차용한 것이 고작 '통'안에 들어가 물수건을 걸치고 햇빛을 쬔 뒤, 그 직후에 통을 '진공'으로 만들어 불을 끄는 것이라니[...] 영화 내에서 표현된 '위험한'방법은, 햇빛에 몸을 노출시킨 후 불이 붙으면 물로 뛰어드는 것이었는데 어떤 점에서 더 안전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도무지.
게다가 영화의 최후반부에 나오는 궁극적인 치료방법. 뱀파이어였다가 인간으로 바뀐 인간의 피를 마시는 것. 이 쯤되면 웃음 밖에 안 나온다.
'데이브레이커스'는 뭐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하려고 노력은 했다. 문제는 그 뿐이라는 거. 변변찮은 결과 하나 내지 못한 채, '데이브레이커스'는 이도저도 아닌 맛없는 짬뽕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