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를 이끌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박용오 총재가 계미년 벽두부터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열악한 경기장 시절과 텅텅 빈 스탠드. 더 이상 프로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지자체의 비협조적인 행태를 두고볼 수 없다는 박총재는 이미 2002년 말 야구단이 있는 지자체 단체장에게 협조공문을 띄웠다.
말이 협조지, 내용을 살펴보면 '협박'이나 다름없다. 관중 3만명 이상이 입장할 수 있는 야구 전용구장을 보유하지 않은 시(市)에서 프로야구를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고에 그칠 것 같지가 않다. 박총재는 "야구단을 유치하려는 도시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프로야구에 무관심했다가는 유권자인 팬들로부터 선거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KBO 첫 민선 총재로 SK 창단 등을 이끄는 등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는 박총재는 임기가 끝나는 3월 재추대가 확실시되는 것에 대해 "이제는 그만해야지"라며 껄껄 웃지만 "올시즌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거듭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사실상 연임을 수락했다.
―관중이 2년 연속 200만명대에 그쳤습니다. 위기를 헤쳐나갈 묘책이 있을까요.
▲전혀 위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행사가 잇따라 열려 시즌이 중간에 쉬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장마도 악재였지요.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지요. 올해는 큰 행사가 없기 때문에 평균관중이 8,000명대를 넘을 겁니다.
―올해 프로야구의 화두는 '관중'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관중을 늘리기 위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방송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공중파와 별개로 위성방송과도 중계권 계약을 하겠습니다. 공격적인 홍보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관중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몇몇 구장은 시설이 여전히 낙후돼 있는데 홍보만으로 될까요.
▲시장들이 정신을 차려야 됩니다. 50년이 넘는 낡은 시설에서는 더 이상 프로야구 경기를 할 수 없습니다. 미국도 지자체가 비협조적이면 연고지를 옮기잖습니다.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시설개선 협조공문을 보냈습니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돔구장이나 전용구장 문제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대구에서 전용구장을 짓겠다고 해놓고서는 흐지부지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못한다면 구단이 나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안됩니다. 기업이 투자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있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지자체가 큰틀을 세우면 구단이 부대사업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요.
―눈앞의 과제도 중요하지만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됩니다.
▲미래의 팬인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난해 리틀야구장 건립을 위해 각 구단에 1억원씩 지원했습니다. 필요하다면 더 지원할 겁니다.
―제9·10구단 창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여러 기업으로부터 신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9구단은 거의 확정단계입니다. 그러나 시즌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단수가 짝수가 돼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기다려야 됩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롯데는 부산시장이 크지만 관중이 적고, 현대는 서울 이전이 지지부진합니다. 전체적으로 야구열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요.
▲분명히 문제점은 있지만 동업자로서 재촉할 수는 없습니다.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지요. 기회를 줘야 합니다.
―구단마다 적자폭이 큽니다. 투자가 위축되면 야구열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하는 행태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구단 사장들에게 공언했어요. 돈이 필요하면 KBO에서 대줄 테니 선수는 팔지 말라고요. 납득할 수 없는 선수 팔기에는 내가 사인을 해주지 않을 겁니다.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삼성에도 과도한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마와의 통합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 1월 말까지 기다렸다가 안되면 포기할 겁니다. 아마에게 이용만 당할 수 없잖아요. 돈만 대주는 일은 없어야지요. 올해는 모든 일이 잘될 겁니다. 팬들이 좀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올시즌 프로야구 재도약의 기틀이 다져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