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경찰서에 잡혀 와서 취조 당하는 거 하고 같잖아!
그래도 이 누나에게는 비밀이 없었으니 말해도 괜찮겠지?
하지말까?
이런 에이! 참 괜히 짜증나는데?’
“그럴 줄 알았어,
너는 도화 살이 있어서 여자가 끊이지 않을 거야,
그래서 네가 갑자기 어른이 됐구나?
별 볼일 없던 남자가 다른 사람같이 변한 뒤에는,
반드시 여자가 있다니까.”
“이제 가봐야 해,
얼마 후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너무 많아,
올라가기 전에 한 번 더 갈게.”
“안 돼,
형부에게 시간 얻었으니 나중에 말고 지금 술 한 잔 사줘라,
너 술 안 사주면 안 보낸다.”
“나, 작업하다말고 나왔어,
집안이 난장판이라 안 돼,
내일 봐서, 시간을 낼 테니 그 때 만나.”
“너도 이제 남자가 됐으니, 나 좀 위로 해 주라,
너 내 젖을 네 것이라고 전세 냈었지?
그 동안에 밀린 것 실 컨 하게 해 줄게,
내가 그 짱구 놈 말고는 남자맛을 그동안 못 봤었거든,
네가 나하고 하룻밤 같이 있어주면 내 외로움이 싹 도망할 거야,
그래 줄 수 있지?
그동안 닦은 기술 좀 발휘해서 누나 기쁘게 해주라 응?
어디 한 번 만져 보자, 얼마나 자랐는지 좀 보자,
어머나!
야, 너 내가 말하는 거만 듣고도 이렇게 커진 거야?
호호호 정길아 나가자 어서 응.”
“누나, 주책 부리지 마, 내가 무슨 남자 갈보냐?
그리고 지금 오줌 마려워 그러는 거니까 오해 하지 말아,
그러지 말고 사장님에게 부탁해서
시집 좀 보내 달라고 하지 그래.”
“얘, 언니 바람에 붙어 있기도 힘든 판에,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하니,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응?
여관비는 내가 낼 게,
참 되게 튕기네, 그만 튕기고 가자니까,
2시간만 같이 있자니까.”
“누나, 나 진짜 바빠서 시간이 없어,
누나도 봤지만 일하다 왔어,
이제 가서 일을 끝내야 돼 나 먼저 일어날게,
다음에 만나 갈게 가기 전에 사장님께 인사하러 갈 때,
그 때 보자.”
‘무서워라!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지, 전에는 안 그랬었는데,
지금은 꼭 마귀할멈이 꼬여서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 같아.’
“집사님 얼굴 뵈니까 기억이 나요,
딸은 시집갔다 구요?,
작은 아이하나 뿐이라 적적하시고, 다른 곳 일하러 다니시느니,
우리집에서 어머니 하고 같이 의지하시며 지내세요,
돈은 많이는 몰라도 남들만큼은 드릴게요,
창고를 고쳐서 방으로 만들었는데 한 번 보실래요?”
‘우체국 통장도 만들고 등기도 끝냈으니, 이제 할 일 다 한 거지?
명절만 보내고 바로 올라가야지, 원석이가 잘 하고 있겠지?
아! 은숙이가 너무 보고 싶다.
밤 11시나 되어야 전화가 내 차지가 되니,
차례 기다리다 먼저 잠이 든다니까,
어디 오늘은,
따르릉 따르릉 왜 안 받아? 에이!’
“잠들었었어?
아! 오늘 회식이 있었어? 그럼 전화 하지 말 걸 그랬나?
그래 그렇다면 나는 좋지,
회식 때 집적거리는 놈은 없었지?
있었다고? 어느 놈이야?
아님 놈들이야?
아주 빈대떡을 만들어 놓을 테니까, 이거 은숙이 위험한 거 아닌가?
내일 올라갈까?
웃기는, 아 참 웃지 마! 나는 심각하단 말이야,
하여간에 남자라는 동물들 하고는 악수도 하지 말라고,
그럼 나도 물론 여자들 근처에도 안 간다니까,
아 아 아 아! 왜 그러냐고?
은숙이 가슴 만지고 싶어서 아주 미칠 것 같아,
징그럽기는 자기가 더 좋아 하면서,
그런데 어머니 하고는 매일 그렇게 할 말이 생기는 거야? 만드는 거야?
만나면 굉장할 거야, 아주 두 사람이 대단해 뭐?
아직도 멀었다고요?
할 말을 아직 반도 못 했다고?
맙소사, 아주 전화비로 생활비를 말아 먹겠네.”
집을 손보고 나자마자, 이삿짐이 들어오고 방마다 임자가 들어가니,
집 꼴이 제대로 나는 것 같아 정길과 모친의 입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포만감으로 뿌듯하다,
미장원도 예상외로 손님이 끊이지를 않아서,
정옥이 자신이 학교를 그만두어야 되지 않을까,
말을 해서 정길이 화를 낸다.
배울 때에 기회를 놓치면 얼마나 어려운지를 오빠를 보고도 모르냐면서,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으라한다.
정 어려우면 미용사를 한 명 더 쓰라 하자,
정옥이 그건 안 된다 하며,
힘들어도 학교를 마칠 때까지 결석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근사 한 거지?,
사람이 벅적이니까 이제 사람 사는 집 같은 냄새가나고 좋은데,
하며 정길이 기분을 내며 좋아한다.
마당에 지저분한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한쪽 벽으로 치우는데,
여 사장 흥자가 보인다,
가게를 공장으로 만들랴, 사는 거처를 옮기랴 바빴을 텐데,
하며 보니 얼굴에 옅은 화장을 하고, 옷맵시를 냈다.
“이사 끝났네요,
동생들도 아예 여기서 살기로 하고 짐을 옮겼다고요, 언제요?
아! 두 달 후에 오기로 했고, 짐만 먼저 보낸 거군요,
이사 하시는데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동네 분들이 모두 나서서 해 주시고,
또 동네 청년들이 여기까지 와서 짐을 날라 주었어요,
어디 가신다고 했는데, 저녁 식사 전에 들어오시죠?
예, 집들이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렇게 늦지 않을 것 같아요,
6시 안에는 올 겁니다,
하하하하 집들이 하신다는데 저녁 먹기 전에 오겠습니다.”
‘에이, 요새 바쁘다고 운동을 안 했더니 몸이 영 아니네,
아주 나가는 길에 줄넘기하고 아령을 사야겠어,
나중에 정필이 주고 가야지, 현장에도 있으니까,
흠~ 공부 준비를해야 하겠지?
필수 영어단어장과 수학 총 정리만 사면되겠지,
이번에는 꼭 통과해야 되는데, 잘 해봐야지,
만약 떨어져서 은숙이에게 걸리면 창피해서 안 돼.
이놈들 오늘 만나면 이제 못 만나겠지.
마시면 안 돼 하면서도, 녀석들 등쌀에 이기지를 못하는군.’
“술값은 지금까지 마신 것은 내가 냈으니,
지금부터 마시는 것은 너희가 내라!
잘들 놀다 들어가라, 나는 약속이 있기 때문에 가야 돼.
자 간다.”
“그래 가라,
우리끼리 한잔 더 할 거니까, 다시 못 보더라도 잘 가라,
송탄에 오기만 하면 우리를 찾을 거지?
자! 우리 정길이에게 아예 작별 인사를 하자,
잘 가라, 그동안 술 사줘서 고맙다.”
얼마 전까지는 정길이 창피하여 피하던 친구들 이었다,
그래도 어릴 때의 친구들이라 흉허물이 없어서인지,
무슨 짓을 해도 부담이 없어서 정길의 마음이 편하다,
전에는 녀석들이 정길과 거리를 두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지난날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흥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정길을 집들이 음식을 차린 곳으로 안내한다,
비어있는 창고를 이용해서 상을 차려 놓았다.
“어서 이리로 오세요,
일하는 애들은 알지요? 얘들이 내 동생들이예요,
지금 막 가려고 하는데, 잘 됐네요,
얘들아 인사해, 집 주인이셔,
얘가 막내
남동생이고 얘가 여동생 이예요.”
“집 주인은요, 어머니가 집 주인이지요,
오늘 안 보면 볼 기회가 없을 텐데, 보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이번에 가면 한동안 못 오거든요,
예, 동생 분들은 먼저 가시게요? 안녕히 가세요,
오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좀 늦어서 미안 합니다,
저는 친구모임에서 어느 정도 먹었으니, 음식을 더 내오지 마시고
편안히 앉아 잡수세요,
전 조금만 먹어도 되니까.”
‘이제 손님이 꽤 늘었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 가면 돈 좀 벌겠다,
정옥이도 열심이고 엄마도 재미를 솔솔 붙이시는 것 같고,
가게 세에다 방세도 나오고, 이제 식생활로 인한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정필이만 공부에 취미 붙여서 제 갈 길을 잘 찾으면
나도 은숙이하고~ 훗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아예, 이번에 결혼식을 해버리고 말아?
어머니는 허락하시겠지?
흠! 그래도 아직은 내가 너무 어려서, 갈등 되네.’
편물공장 개업식과 겸해서 집들이를 한 까닭에,
많은 이들이 다녀가 어수선한 바람에
정작 신경을 써야할 정길에게 대접이 소홀했다 느껴서인지,
흥자가 다시 찾아왔다,
자신의 방에서 공사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느라,
짐을 꾸리고 있는 정길을
찾아와서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집들이 대접도 그렇고 요전에 제가 실수 한 것도 있고 해서
그냥 집에서 가벼운 자리를 마련했으면 하는데요?
시간 내실 수 있겠어요?
부담은 갖지 마시고.”
“그러지요, 제 방에서 할 까요?”
“아니, 저의 방에서 하세요, 음식 옮기기가 그러네요.”
흥자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해지만,
그래도 남녀가 단 둘이 술자리를 한다는 것이 오해할 소지가 있어,
일단 어머니에게 말을 건네 본다,
모친이 안 된다 하면 그만 둘 생각이다, 흥
자의 입장도 생각해서 뭐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시침을 떼고 흘리는 말로 모친에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