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은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마침표로서의 점은 한 문장이 끝났음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좀 점잖은 편이지만, 느낌표에 쓰이는 점은 강조나 감탄할 때 쓰이기 때문에 좀 까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물음표에 붙어있는 점은 당황하게 만들지만, 영어의 i자에서 쓰이는 점은 모든 것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뽐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점들은 숫자에 쓰이는 소수점에 대하여 비웃듯이 물어 볼 것이다. 도대체 숫자세계에서 점이 하는 일은 무엇이야 하면서. 수의 세계에서는 점이 사용되는 경우는 무한히 계속된다는 의미에서의 ...(점 점 점)만이 필요하며 숫자 외는 콤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은 숫자표현 방법의 대혁명
1보다 작고 0보다 큰 수를 나타낼 때는 1과 비교한 양만큼의 분수로 표현한다. 반쪽은 1/2, 반의 반쪽은 1/4과 같이 표현하면 그 양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수는 때에 따라서 아주 불편한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정수가 아닌 수끼리의 계산을 할 때는 전체의 수를 분수로 환산한 후 계산을 하고 또 그 결과를 다시 정수 얼마와 분수 얼마 하는 식으로 나타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짜증스럽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무리수와 같이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경우에는 여간 곤혹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점이 어느 날, 수의 세계에 들어 왔다. 1과 1사이에 점을 놓아 보자.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11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11이란 표현은 후에 1.1로 변천되었지만 1.234, 21.5875, 213.41415와 같이 단순히 숫자를 무한히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밖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소수점을 사용하여 분수와 같은 값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소수점을 이용해서 표현 된 수들은 마치 소수점이 없는 것처럼 가감승제 계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성질을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숫자표현 방법의 대혁명’이라고 소리쳤다.
왜 이렇게 소수점 활용이 늦게 시작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가장 현명한 대답은 10진법의 발명과 함께 생각되어야 한다. 인류가 숫자를 쓰기 시작한 시점을 기원전 5500년이라고 한다면 실로 6∼7천년만에 소수점이 숫자세계에서 활용되었고, 소수점 바로 앞의 숫자는 1단위 그 앞은 10단위, 100단위, 1000단위…의 가치를 표현하게 되었다.
비로소 소수점도 마침표·느낌표·물음표는 물론 영어 i자에 찍혀있는 다른 점들과 마찬가지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소수점은 정수와 분수를 통합해 주는 단순하면서도 간결하고 또 우아한 표현방식으로 수의 세계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수의 세계에서 점이 언제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알아보자.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점토판에 쐐기숫자를 표기할 때 0에 해당되는 자리는 비워 놓았다. 마치 주판에서 숫자를 놓아갈 때 0에 해당하는 자리는 아무런 주판알의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그러나 다른 개념이나 연산을 표현하는 방법은 수학자마다 다 달랐다. 도대체 몇 가지나 존재했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수학자 수만큼 다른 방법이 있었다고 하면 될 정도였다. 소수점을 표현하는 방법도 예외는 아니라 할 수 있다. 누가 언제부터 어떤 부호를 사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단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뿐이다.
1400년대에 알카쉬에는 파이의 근사값이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3sah-hah1415926535898732
여기서 sah-hah라는 표기는 정수(integer)라는 뜻이다.
1530년에는 (bar)를 소수점으로 사용
크리스토프 루돌프는 1530년에 그의 저서에서 (bar)를 소수점으로 사용하였다. 즉 3.25를 3 25로 표기한 것이다.
1585년에 발행된 사이몬 스테빈의 책에서는 3.257이 다음과 같이 표기된 것을 알 수 있다.
3,2'5"7'" 또는 3O2O5O7
1619년에 발간된 대수를 발견한 존 네피어(1550-1617년)의 책에서는 3 257과 같이 쓰고 있는데 이는 그 당시 영국에서 소수점을 표기하던 방식이었다.
한편 헨리 브리그(1561-1630년)는 소수점 이하의 자릿수에다 밑줄을 그어 표기하였고, 어떤 수학자들은 3 257과 같이 소수점 자리에 (bar)를 긋고 그 이하 자릿수에는 밑줄을 그어 표기한 것도 그 당시 발간된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숫점은 미국식 표현, 독일은 (,)로 표기
십진법을 활용하였던 중국의 막대기 표기법에서는 8세기에 O이 이미 도입되었고, 이 O 표기는 값이 없다는 영을 나타냄과 동시에 소수점의 역할도 하였다. 따라서 .03은 OOlll과 같이 표기되었다.
소수점의 표기는 190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는데 영국에서는 3 257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3,257로, 그리고 미국에서는 3.257로 표기하였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가 쓰는 소수점은 미국식 표기이지만 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아직도 , 를 . 대신 사용하여 처음 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황하고 혼동스럽게 만들 때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미화 3200불을 미국식으로는 $3.2K로 표기하나 독일 사람들은 $3,2K로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