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진정한 리더, 한국축구 위해 큰 일 했으면..." 박지성을 떠나보내며

[한규천 아빠]

14일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박지성의 은퇴 기자회견에 동석한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왼쪽) 씨와 어머니 장명자 씨(오른쪽). ⓒFAphotos

'아시아 최고의 스타가 선구자적인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박지성 은퇴 소식을 전하며 쓴 표현이다.

박지성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3년간의 축구 인생을 정리하는 박지성은 울지 않았다. “눈물이 나지 않는 건 그만큼 선수 생활에 미련이 없다는 뜻”이라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박수칠 때 떠나는 자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가 보여줬다.

박지성은 울지 않았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은퇴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국가대표팀에서 그가 넣은 골은 국민들에겐 피로회복제와 같았다. 그래서 박지성이 30대 초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축구화를 벗는다는 게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그는 올 시즌 임대 생활을 한 에인트호번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경기에 나선다. 에인트호번이 오는 22일 수원 삼성, 24일 경남 FC와 친선경기를 치르는데 여기에 박지성이 출전한다. 이후 박지성은 7월25일 K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하고, 이틀 뒤인 7월27일 김민지 전 SBS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린다.

축구인들은 한결같이 박지성의 은퇴를 아쉬워하면서도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그의 앞날을 축복했다. 박지성을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에 발탁한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부터 ‘대선배’ 박지성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김승규까지, 박지성의 은퇴 소식을 접한 축구인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김희태(‘김희태포천축구센터’ 이사장, 명지대 시절 은사)
“현역으로 더 뛰었으면 했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무릎 상태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멋진 모습으로 은퇴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성이는 대학 시절 협력 플레이를 잘 하고 전술적으로 뛰어난 선수였다. 배려심도 남달랐다. 대학 선수가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된 뒤 돌아오면 숙소에서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 지성이는 먼저 물을 챙기고 볼을 날랐다. 인성이 정말 좋았다. 지성이는 외국어도 잘 한다. 축구 행정가로 활약할 수도 있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일할 수도 있다,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였으니 무슨 일을 해도 잘 해낼 것이다.”

허정무(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박지성 발탁)
“2~3년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하지만 본인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 많은 업적을 남기고 수고해주신 데 대해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 보낸다.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 더 큰 일을 해줬으면 좋겠고,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지성을 처음 대표팀에 뽑을 때) 체력과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 선수는 4가지를 본다. 지능, 재능, 체질, 성격이다. 박지성을 처음 발탁해 일주일 훈련시켰는데 모든 부분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물론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당시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해줬다.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주장으로서 모든 선수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코칭스태프에게 가감 없이 의견을 전달했다. 경기장에서 솔선수범하는 선수였다.“

홍명보(국가대표팀 감독,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함께 달성)
“오늘(14일) 오전에 박지성의 은퇴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 박지성을 못 본다는 게 안타깝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 전해주고 싶다. 본인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받았던 사랑을 한국 축구를 위해 돌려줬으면 한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청용(미드필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동반 출전)
“저도 지성이 형의 팬이자 후배로서 은퇴가 안타깝다. 형의 플레이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적으로 보고 배우고 느낀 게 많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이형 나이가 은퇴하기엔 이른 나이지만 무릎 상태 때문에 은퇴를 하는 게 안타깝다. 형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겠다.”

김보경(미드필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벤치 멤버로 '제2의 박지성'으로 꼽힘)
“귀국 비행기 안에서 소식을 들었다. 지성이 형에게 전화했는데 다행히 목소리가 좋더라. 아직 지성이 형을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안타깝다. 많은 장면 중에서도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골이 직접 봐서 인상적이고, A매치 이란전 골도 인상적이었다. 지성이 형은 제가 만났던 선수 중 리더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함께 생활할 때는 경기 때와 다르게 부드럽고 농담도 잘 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한 선수였다.”

손흥민(공격수,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동반 출전)
“제가 특별히 할 말은 없지만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성이 형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대표팀에서 조금이나마 같이 공 찼다는 게 영광이다. 지성이 형의 팬으로서 아쉬움이 크지만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겠다.”

김승규(골키퍼)
“지성이 형과 같이 뛰어보지 못했고, 같은 팀에 소속된 적도 없다. 하지만 지성이 형이 한국 축구 선수들의 유럽 진출 길을 열어준 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사에 남을 훌륭한 선수다.”

글=오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