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즈파크의 가을
라이온즈파크에 기다리던 가을이 왔다. 희망과 실망이 공존하는 곳이요 환호와 한숨 소리가 교차하는 삶의 현장이다. 남녀노소 어우러져 열정을 발산하는 장소다.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시민야구장에서 옮기고 가을 야구를 한 번도 하지 못해 사자 팬들이 라팍에서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기대했다. 2010년대 전반기 5년간 삼성 왕조 시절 이후 2016년부터 9. 9. 6. 8. 8위라는 성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21년 시즌을 시작할 즈음 각 방송사 해설위원의 예측이 팬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5명 중 4명은 5강에, 1명은 탈락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그중 누군가는 2위까지 가능한 전력이라 평가했다.
KBO 리그가 코로나 사태로 한 달 늦은 4월 3일에 무관중으로 시작 되었다. 삼성이 예상과는 달리 상반기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5위 안에 치고 올라가서 9월부터 2~3위를 하며 선전하고 있었다. 팬들은 정규시즌에서 3위라도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했다.
10월 30일 마지막 날 경기 결과 KT와 삼성이 공동 1위가 되어 종전 방식대로라면 상대 전적 우위인 삼성이 1위이다. KBO에서 2019년 규정을 바꾸어 1경기 순위 결정전을 하기로 되어 있다. 다음 날, 31일 2시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KT에게 1대 0으로 아쉽게 패해 2위를 했다. 그날 경기장을 찾은 12천 명이 넘는 관중은 잘 싸웠다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환호했다.
11월 1일부터 포스트시즌이 열렸다. 리그가 늦게 시작되었고 올림픽으로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는 홈과 원정 경기로, 한국시리즈는 고척돔에서 개최된다.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에서 3전 2선승제로 단축되었다. WC에서 4위 두산이 키움에 1승 1패로 올라오고, 준PO에서 3위 LG를 2대 1로 승리한 두산이 PO에 올라왔다.
11월 9일 화요일 라팍에서 그렇게도 기다리던 가을 야구 PO 경기가 열리던 날, 관중의 열망이 대단했다. 표 구하기 전쟁이 일어나고 24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아내와 1시간 전에 도착하여 4줄로 길게 늘어서서 30분이 걸려 입장했다. 커피 한 잔 사는데도 30분 이상 소요되고, 1L 페트병 맥주는 파는 곳마다 품절이며, 테라 생맥주를 사기 위해 1시간 30분 서서 기다렸다. 야구는 지고 있고 500cc 4잔을 구입해서 맛나게 신나게 마셨다.
아들과 딸이 퇴근 후 입장했지만 사람이 많아 가족도 만나지 못했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홈 관중의 열띤 응원에도 6대 4로 1차전에 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또 기대한다. 잠실에서 2차전을 이기고 돌아오면 홈 구장에서 3차전을 승리하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 다음 날 잠실야구장에서 2차전도 졌다. 전국에서 최다 관중, 최다 매진을 기록한 삼성 팬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삼성 왕조 시절 홈 구장에서 2패하고 서울 원정에서도 1승 1패로 시리즈 전적 1승 3패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홈에 돌아와 5. 6. 7차전을 이기고 KS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KBO에서 5전 3선승제를 변경한 게 원망스럽다. 응원하는 팀과 선수도 없는 한국시리즈는 이제 관심도 흥미도 없다.
매년 아내와 때로는 가족과 연간 20회 이상 직관한다. 금년에도 24번, 13승 2무 9패의 경기를 보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경기의 흔적이다.
홈 개막 경기는 4월 9일 금요일부터 KT에게 3연승 하는 가운데 2경기를 보고, 5월 8일 토요일 어버이 날은 서울 큰딸 가족이 와서 롯데전을 외야에서 즐겁게 보았다.
5월 23일 일요일은 KIA와 2시 경기를 3루 내야지정석에서 관람 하는데 햇살이 너무 따가워 애를 먹었다. 3회까지 안타 하나 못치고 3대 0으로 지고 있었으나 4회 말 4대 1, 5회 말 5대 2로 진행 중 7회 말 주장 박해민이 만루홈런을 치고 6대 5로 역전하는 순간 함성 지르고 하이파이브하고 아파트 노래 부르고 정말 신났다. 8회 말 1점을 더 내고 7대 5로 승리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을 증명한 경기였다.
D FIRST에서 생맥주 한 잔 하고 긴 줄을 서서 입장 하니까 관중은 ‘만원 사례’라고 전광판에 떴다.
“수제 생맥주
필스너 둔켈 생맥주
라팍 야구장의 맛이다
D FIRST에서 한 잔 하고
삼성라이온즈 응원한다”
6월 10일 목요일 기아전은 번개로 5층 스카이석에 갔다. 평일이라 시니어는 인당 6천 원이다. 구자욱 선수의 파울볼이 스카이석 상단까지 날라와 득템해서 옆 좌석 어린이에게 주었다. 어린이와 엄마가 몇 번이나 인사하며 고마워했다.
7월 11일 일요일은 롯데전을 보았다. 초복 날이라 둘째 딸이 카드를 주어 디퍼스트에서 순살치킨에 생맥주를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후 NC와 두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프로야구 상반기 경기가 조기 종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동경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경기는 연장전이 없다. 8월 24일 화요일 SSG와 경기를 17번째 보러 갔다. 1회 초 홈런없이 실책 2개 포함 6점을 허무하게 내주고 6대 3으로 끌려가다가 9회 말 4득점으로 역전 끝내기 승을 거뒀다. 만루에서 2루타를 쳤으나 상대팀이 실책 2개를 범해 만루홈런 같은 4점을 뽑는 좀처럼 보기 드문 경기였다.
“야오이마이, 야구는 오래 이기고 있을 필요 없다. 마지막에 이기면 된다.”는 안경현 해설위원의 말이다.
9월 25일 토요일부터 26일 일요일까지 NC와 2연전 경기가 열렸다. 25일은 6회 초까지 0대 0, 6회 말 1번 타자 구자욱 안타, 폭투 때 2루 진루, 2번 타자 김동엽 안타로 1득점 후 경기가 끝나 1대 0으로 신승했다. 26일은 9회 초까지 0대 0, 9회 말 2번 타자 피렐라 아웃, 3번 타자 오재일 아웃, 4번 타자 강민호 2루타, 5번 타자 이원석이 풀카운터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 극적으로 이겼다.
10월 24일 SSG와 경기에서 8회 초까지 3대 0으로 지고 있다가 8회 말 구자욱의 홈런, 강민호의 투런홈런으로 동점이 되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홈 마지막 경기에서 1위를 지켰고, KBO 최다 관중 8,576명이 입장했다.
삼성이 예상외로 정규시즌 2위로 잘 싸웠다. 플레이오프에서 조금 허무하게 패해 한국시리즈에는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좋은 일만 기억하고 내년을 기약한다. 울 가족이 같은 취미로 함께 직관하고 TV도 보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 행복하다.
PO 1차전 하던 날 라팍 정면 대형 현수막이다.
“이기고 멋지고 즐기는 혼연일체 삼성라이온즈”
내년에는 야구에 너무 빠지지 말아야겠다.
2021년 11월 9일 화요일
PO 경기를 보고
첫댓글 내년에도 야구 달려야지요 취미 생활이 있다는건 좋은거잖아요 마지막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해동안 즐거웠어요 내년을 더 기대하게 되네요^^
아쉽고
너무 아쉬워 한 말입니다 ~
그래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있고 선수가 있어
즐거운 시즌이었어요 ~
한해를 돌아보는거 같습니다~ 좋아요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네용~~
2위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