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땅_의정부교구 신앙의길 6구간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마태26,30)
글 : 최태용 레오/ 의정부 Re. 명예기자
의정부교구 의정부1동성당 예언자들의 모후 Pr.을 인솔하여 1구간에서 7구간까지 특별한 신앙의길을 함께 순례했다. 각 구간마다 은혜와 감동이었지만 그중 6구간은 경기도 파주시 금곡리에 있는 쇠꼴마을(쇠골공소 입구) 인근부터 시작해 자운서원, 법원리성당, 초리골을 거쳐 갈곡리공소로 이어지는 코스로 소개한다.
의정부교구 순교자공경위원회(위원장 홍승권 신부)에서 발행한 신앙의길 안내 책자에서는 이 구간에 ‘사랑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금도 신앙 공동체를 이어오면서 여러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순교자를 배출한 갈곡리공소를 향해 가는 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책자에 나오는 거리는 약 14.5Km, 약 3시간30분 거리라고 적혀있다. 5개 구간을 매주 걸었던 일행들은 고통의 발걸음이라 천천히 걸으니 6시간 이상 걸렸다.
책자에 따르면 6구간의 목적지인 갈곡리공소는 구한말 박해를 피해 들어와 옹기그릇 만드는 일로 생계를 잇던 갈곡리, 신암리 일대의 교우촌에서 비롯됐다. 칡의 계곡, 칡울이라고도 불렸으며, 공소 이름도 한 때는 ‘칠울공소’였다. 제8대 서울대교구장 뮈델 주교의 일기에 1918년 12월 칠울공소를 방문한 기록이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1940-50년대 순교자 38위 중 한 명이며 덕원수도원의 첫 한국인 사제인 김치호 신부가 이곳 갈곡리 출신이다.
영원한 생명의 길을 가신 순교자들 묵상
‘금곡2리,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정류장까지 가면 신앙의길 책자에서 제시한 6구간 출발 지점인 금곡교 앞이다. 금곡교를 건너기 전 쇠꼴마을 가는 길이 있는 삼거리가 출발 지점이다. 파주시종합사회복지관 앞을 지나 걷다 보면 파주 귀농학교 캠핑장이 오른쪽에 있다. 오르막길을 10여분 오르면 군부대 정문이 나오는데, 부대 담장을 따라 15분 정도 왼쪽으로 걸으면 사방산 정상까지 0.9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다.
산 쪽이 아닌 동네를 향해 3분 정도 걸으면 문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못 말길이 만나는 지점에 이르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자운서원을 향해 남쪽으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 걸어야 한다. 도중에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포장도로도 있으니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주의한다.
“여기서 왼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작은 연못이 있고 정자가 있다” 안내 책자에 언급되는 “작은 연못”과 “정자”는 고개 너머 파주 동문리 서원마을(자운서원로 234번길)에 있다. 큰길(자운서원로)로 나가 동쪽(왼쪽)으로 300여 미터 걸어가면 자운서원 입구다. 자운서원 앞에서 법원읍내까지 이어지는 길은 오른편으로 넓은 인도가 있어서 걷기 좋다. 법원리성당까지 10분가량 걸어야 한다.
법원리성당 성전에서 잠시 묵상 통해,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마지막 순례 아니 영원한 생명의 길을 가신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며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성당 마당에서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자 갈곡성당 취재 때 만났던 형제들이 반가워하며 기자의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 뺏어 활짝 미소를 지으며 사진 촬영에 협조해 주었다.
성당 앞에서 큰 길을 따라 동쪽, 갈곡리를 향해 걷다가 파주 시립 법원도서관 앞(주유소 뒷길)에서 초리골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동북쪽으로 힘빠진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왼쪽 밭도랑에 피어 있는 무궁화 꽃, 오천년 역사와 함께 하며 배달겨레와 동고동락을 하며 겨레의 꽃으로 피어나는 무궁화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여러 사제와 수도자, 순교자를 배출한 갈곡리공소
두루뫼박물관을 지나 걸으면 은막골과 문터골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문터골 쪽으로 방향을 잡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여기서부터 산길이기 때문에 책자에 실린 작은 사진과 안내 문구에 의존해 걸어야 했다. 본격적인 산길로 오르는 길목부터는 나뭇가지에 묶어 놓은 노란색 ‘신앙의 길 6구간’ 리본을 가끔씩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목적지인 갈곡리공소까지 직선거리로 3킬로미터가 안 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잘 닦인 산책로가 아니다 보니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좁고 가파른 산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더구나 우리들은 처음 걷는 순례길이기 때문에 안내 책자와 가끔씩 나타나는 리본을 확인하며 길을 더듬듯이 걸어야 했다.
어렵게 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갈곡리 숲속의 전원마을 입구를 지나, 아직 공사 중인 큰 도로 밑을 지나는 굴다리를 거쳐 야산을 하나 더 넘어야 갈곡리공소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이 길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몇 번씩 의심할 만큼 찾기가 어려웠다. 오전 9시 20분 쇠골마을 삼거리에서 출발한 일행들은 오후 5시 해가 질 무렵에 갈곡리공소에 도착했다. 시간이 늦어 공소 문을 열 수 없어 문 앞에서 마침기도 후 인증 샷 촬영으로 6구간 순례를 마쳤다.
안내 책자에는 약 3시간3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지만 이는 등산 전문가인 홍승권 신부가 쉬지 않고 걸었을 때 가능한 시간일 것 같다. 순례 중 넘어져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고 걷기 힘든 상태로 끝까지 완주했던 이정희 마리아 자매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고 용기를 내어 한사람도 낙오자 없이 7구간을 완주한 단원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순교신심을 드높이고 순교자들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목자의 길을 따라 걷는 여정을 함께 했던 예언자들의 모후 Pr.(이명규 마르코, 김덕찬 토마스, 이정희 마리아, 김미애 엘리사벳, 장미숙 마리아)는 7개 구간을 완주하여 순교자공경위원회를 통해 의정부교구 이기헌 베드로 교구장의 축복 장을 받았다.
이번 신앙의 길 도보 순례를 하면서 삶의 고통과 눈물을 끌어안으며 다시 한 번 이웃사랑을 다짐했고, 몸으로 지치고 마음으로 헐벗은 우리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희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