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혜은이와 조경수가 가수왕을 다투던 이야기를 했는데, 그 해에는 가수왕 대회가 10월 말일로 옮겨진 가운데에 10월 26일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이 일어나,
10월 말일 가수왕 대회가 취소되면서 조경수가 거의 먹었던 가수왕이 날아갔고, 그 때부터 조경수는 완전히 몰락을 넘어 붕괴에 이르렀던 역사가 있습니다.
작곡가 길옥윤이 밀어주어 탄탄한 배경을 지닌 혜은이와, 잡초같이 일어나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곡이나 부른 조경수의 대결이, 전혀 상관없는 국가대사로 결정난 지 32년만에,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네요.
2011년 가수왕 (따로 뽑지는 않지만, 뮤직뱅크최고인기곡, kbs가요대축제 최고인기곡, 서울가요대상 등을 뭉뚱그려 많이 이긴 쪽이 가수왕이라고 보면 됨) 을 놓고 벌인 소녀시대와 이지은의 대결이,
김정일 사망이라는 희대의 블랙스완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네요.
한류의 세계전파와 새로운 시대의 그룹 퍼포먼스를 극한까지 올린 소녀시대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비한류, 비그룹, 비퍼포먼스, 90년대 퇴물작곡가들 노래 사용 등 소녀시대와 정반대에 서 있는 이지은의 대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녀시대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지만, 이지은이 소녀시대를 따라잡은데다가,
소녀시대가 일본 쇼들 출연으로 인해 연말프로에 출연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 국내를 떠나지 않아 연말프포 출연에 문제가 없는 이지은 쪽으로 흐름이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가요계의 흐름이 다시 소녀시대 쪽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연말 가요대축제들이 제대로 열릴지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정일 사망이 연말가요쇼와는 직접적으로 무관하긴 하나,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지은은 구시대 가요의 마지막 인물입니다. 생일마저도 박정희 혁명을 기념하는 바로 그날입니다. 이지은이 청산되어야 구세대 가요가 사라지는데,
김정일의 퇴장으로 남한에서도 구시대에 대한 퇴장요구가 늘어날 것이고, 박정희 사망 직후 급격히 추락한 조경수와 같이, 새 시대에 맞지 않는데도 '삼촌팬' 들에 의존하여 버티던 이지은의 급추락이 이어질 듯합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맞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