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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고기] 김지우
씬1 부유층 어느 집 대문 앞(밤)
차갑고 싸늘한 겨울의 밤.저택 앞에 ‘출입금지’ 로프가 쳐져있고,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그 앞으로 경찰차와 병원 응급차 대기하고 있다.한눈에 중대한 사건의 현장 분위기.‘출입금지’ 로프 밑으로 몸을 숙여 밖으로 나오는 나형사(35세. 남),뭔가 골치 아픈 사건인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씬2 옥탑 방(밤)(같은 날)
TV와 오디오, 컴퓨터, 최소한의 가구만이 깔끔하게정돈돼 있어 오히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 불도 켜지 않은 어둠 속에서 TV 마감뉴스 화면만이 빛을 내고 있다.화면 속에는 씬1의 ‘출입금지’로프가 쳐져있는 대문 앞이 중계되고 있다.TV에 시선주지 않은 채 침착하게 피묻은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남자(태식). 가끔씩 낮은 기침을 한다. 그 위로 흐르는 기자의 목소리.기자 (E) 경찰은 이번 피살 사건이 살해 수법이 잔인하고 도난 당한 물품이 없어, 금품을 노린 단순강도사건이 아닌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추정하고 피해자 김씨가 운영하는 강남일대의 룸싸롱 세 곳의 이권을 둘러싼 원한 관계 여부를 탐문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일대의 조직폭력배 개입여부도 배제할 수 없어 강남일대의 조직폭력배에 대한수사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남자, 기자의 보도가 끝나기도 전에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돌린다.다른 채널에선 쇼프로가 방송되고 있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TV 화면을 보는 남자. 무심한 표정의 태식이다(25세. 남)씬3 옥탑 방 옥상(밤)
한 손에 붕대를 감은 태식이 먼 곳을 보고 서 있다.여전히 무심한 표정에 아무런 감정이 실려있지 않다.남자(영철)가 태식의 등뒤에 와 선다. 인기척을 느끼는 태식, 별다른 반응 없이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는다. 남자 (E. 차분한) 이번엔 니가 죽어줘야겠어.태식 (천천히 눈을 뜬다)....이젠 내 차롄가?하더니 비정하게 웃는다. 하지만 그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씬4 공동묘지(낮)
화창한 날씨. 태식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태식의 영정을 들고 서 있는 영철(25세, 남). 상복차림의 만호(50세.태식의 부친)와 기진맥진한 채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민자(47세. 태식의 모친)가 장례식을 지켜보고 있다.가족으로 보이는 서넛과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장정들 서넛이 있을 뿐 쓸쓸한 장례식이다.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장례식을 지켜보고 있는 청순한 이미지의 윤희(22세. 여), 울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이다. 만호, 윤희를 바라본다. 시선을 느끼고 윤희가 쳐다본다. 두 사람, 시선이 부딪치자 윤희가 머리를 숙여 조용히인사를 한다. 만호가 가만히 고개로 회답하곤 시선을 돌린다.서로 첫 면식임은 분명하다.태식의 관 위로 흙이 떨어진다. 윤희,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서 간다.윤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만호.
씬5 공동묘지 한곳(낮)
장례식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는 유족들.민자는 친척으로 보이는 여자의 손에 의지한 채 앞 서 걸어가고그 뒤쪽으로 만호와 영철이 걸어온다.영철 장례식에 참석 못하실 줄 알았습니다.만호 ..오늘 아침에 도착했네. (한숨처럼) 하관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지. 영철 ...네에. 만호 (회한 어린 미소로) 평생을 뱃사람으로 바다에서 살다보니 자식놈 마지막 가는 모습도 제대로 지켜보질 못했어.영철 ....만호 (어렵게)...그 아이...마지막 모습은 어땠나? 영철 ..무슨?만호 태식일 발견한 게 자네라고 들었는데.영철 (위로하듯 어렵게).....편안해 보였습니다. 만호, 쓸쓸하게 주억이고는 걸어간다.
씬6 만호의 대문 앞(낮)만호와 민자를 뒷좌석에 태운 영철의 승용차가 온다.운전석에 있는 영철의 시야에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나형사의모습이 보인다. 순간, 얼굴이 굳는 영철.대문 앞에 있던 나형사, 차 소리에 문득 고개를 돌린다. 멈춰선 승용차에서 막 내린 영철과 시선이 만난다.만호와 민자도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나형사 (싱긋 웃으며) 가물치 오랜만이다. 영철 (반갑지 않지만 웃는다) 형님이 여긴 웬일이세요?나형사 형님이 아니라 형사야. 느이 형님 잡아넣는 형사.(하더니)장태식이 아버님 되십니까?만호 ...그렇소만.씬7 만호 집 마당(낮)
마당이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만호와 나형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금 물러서서 나형사를주시하고 있는 영철.만호 (애써 담담하게) 우리 애가 살인자라는 증거라도 있소?나형사 사건이 있던 날 밤, 죽은 김사장 집 근처에서 장태식을 봤다는 목격자가 오늘 나타났습니다.만호 태식인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나형사 장태식은 그럴 자유가 없는 인간입니다. 만호 (굳어서 나형사를 본다)나형사 제 손으로 아드님을 두 번 감옥에 넣었습니다만 장태식처럼 조금의 죄의식도 없는 인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어이없을 만큼 당당했죠. 만호 (감정을 억제하며) 오늘은 그 아이 장례를 치른 날이오.나형사 저도 오늘에야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내 손으로잡아넣었어야 하는데....죽어버리다니.만호 (표정 굳어지며) 뭐라구요?나형사 (별 동요 없이 자기 할 말을 한다) 이 세상엔 동정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 있습니다.만호 (끓어올라 대뜸 멱살을 틀어잡는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다시 한 번 말해봐! 영철 (만호를 제지한다) 아버님, 참으세요. 참으세요, 아버님.만호 (이성을 잃은 듯 영철을 뿌리치며) 아무리 극악무도한 살인자라도 나한텐 하나뿐인 자식놈이야! (하더니)나형사를 내동댕이치듯 멱살을 놓는다. 나형사, 그 힘에 뒤로 밀려난다.만호 (분노를 참느라 목소리가 떨린다) 이 집에서 당장 나가요! 당장!나형사 (옷깃을 바로 하고) 너무 솔직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군요. 전 범인을 잡는 형사지 죄인을 용서하는 목사는 아니라서요.만호 (이를 악물고 본다)나형사 어쨌든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나형사, 머리 숙여 인사하곤 문 쪽으로 몇 걸음 옮기다가 멈추고 돌아본다.나형사 (영철에게) 니 형님이 마카오에 있는 사이에 오른팔이 죽었으니 니가 오른팔이 되는 건가?영철 (표정이 변한다)나형사, 싱긋 미소짓고 미련 없이 발길을 돌린다.만호,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듯 멍하니 서 있다.
씬8 옥탑 옥상(밤)
방안에 불빛이 세어 나오고 있다.
씬9 옥탑 방 안(밤)
태식의 방안을 둘러보고 있는 만호. 태식의 유품을 만져보고, 둘러보다가참았던 슬픔이 터지는 듯 고개를 숙이고 낮게 흐느낀다.
씬10 근처 세탁소 앞(밤)
터벅터벅 걸어오는 만호, 세탁소 안으로 들어간다.
씬11 세탁소 안
만호, 세탁소 주인에게 집 열쇠를 건넨다.주인 (받고) 지금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되도록이면 짐은 빨리..만호 내일 중으로 옮겨가겠습니다.주인 너무 야속하게 생각지 마세요. 사실 저희도 피해를 입은 셈이거든요.솔직히 사람 죽어나간 집에 누가 들어오겠어요?만호 ...그러시겠죠.주인 도대체 이해가 안돼요. 죽기 전날 밤에도 멀쩡하게 와설랑 무스탕이며 가죽자켓이며 죄다 찾아 가놓군 자살이라니. 나 참. 만호 (불현 듯 스치는 불안)...죽기 전날 밤에요?씬12 옥탑방 안(밤)
만호, 태식의 옷장을 뒤지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어디에도 무스탕과가죽옷은 보이지 않는다. 만호, 뭔가 석연치가 않다. 문득 구석에 놓인 라이터 하나가 만호의 시선에 들어온다.조용히 라이터를 집어들어 보는 만호. ‘장미 빛 인생’이라는 어느 카바레상호가 적혀있다.
씬13 카바레 장미 빛 인생(밤)
오색 빛의 조명을 받으며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는 손님들.무대에는 짙은 화장과 야한 무대 복 차림의 윤희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안으로 들어서는 만호. 주위를 둘러보다가 노래를 하고 있는 윤희에게시선이 멈춘다.
씬14 카바레 출연자 대기실 정도(밤)만호가 혼자 서성이고 있다.곧이어 캔 음료를 들고 윤희가 들어선다. 공손한 태도다.윤희 따뜻한 차가 없네요. 이거라도 괜찮으시면..만호 (받는다) 고마워요.윤희 (의자를 만호 앞으로 내어주면서) 여긴 어떻게?만호 (앉으며) 영철이가 알려줬어요. 우리 태식이하구 가까웠던사이라고 들었는데.윤희 (별 동요 없이 잔잔하게)...네에. 저두 아버님 말씀은 오빠한테 들었어요. 원양어선 선장님이시라구요.만호 ...선장은 아니구...기관사예요.윤희 (담담하게) 그러셨군요 ....오빤 거짓말을 잘했어요.만호 (좀 놀라며) 태식이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가깝게 지냈다는거예요?윤희 (천진한 미소) 오빤 자존심이 강했거든요. 아마 그래서 그랬을거예요.(말해놓고 보니 미안해져서) 그렇다구 아버님을 창피해 했단 말은 아니에요.만호 (슬픈 미소가 잡힌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난 늘 부족한 아버지였으니까.윤희 (연민 어린)만호 이런 말 어떻게 들릴 지 모르지만 솔직하게 말하리다.아무리 생각해도 난 뭔가 석연치가 않아요.윤희 ....무슨?만호 태식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자꾸 들어요.윤희 (놀라서 본다)만호 아가씨는 뭔가 집히는 게 있을까 해서 왔는데.윤희 ...글쎄요.만호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요. 태식이 놈이 했던 말도 좋구.뭐든 생각나는 게 있는지.윤희 ....아뇨. 아무것두요. 만호 (실망해서 고개를 끄덕인다)윤희 (황급히 일어서며) 저....다음이 제 스테이지라서.만호 아, 그래요. (일어선다) 시간 내 줘서 고마워요. (하곤 문을 나선다)윤희, 멈춰선 채로 나가는 만호를 바라본다.(E) 핸드폰 윤희, 선 듯 받지 못하고 핸드폰을 바라본다. 천천히 손을 뻗어핸드폰을 집는다.윤희 네...(좀 듣다가)....네, 방금....아뇨.
씬15 카바레 앞거리(밤)
카바레에서 나오는 만호.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그 뒤로 나타나는 남자(태식) 뒷모습.
씬16 어느 허름한 창고(조직의 아지트) 앞(밤)
구석진 곳에 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세워둔 차.씬17 차 안(밤)
잠복수사중인 나형사, 추위에 웅크린 채로 건물을 주시하고 있다.이형사가 추워서 웅크리며 빵과 우유를 사들고 차안으로 들어온다.이형사 얼어죽겠네. (빵과 우유를 건네며) 그만 철수하죠. 오늘이 마누라 생일인데. 나형사 (빵을 우적우적 먹으며) 누군 마누라 없냐? 이형사 조직의 사주로 장태식이 김사장을 죽였대두 장태식이 죽었으니 어차피 끝난 사건 아닙니까? 증거도 확실치 않구.나형사 (여전히 시선은 밖을 보며) 언젠 증거로 수사했어. 육감으로 했지.뭔가 냄새가 나.이형사 두목이 마카오로 잠수 탄 상황인데 여기서 날 밤 새워봐야피라미들이 움직이겠냐구요. 나형사 (불쑥) 장태식은 김사장을 왜 죽였을까? 뭘 얻기 위해서?이형사 차라리 가물치를 잡아다 족칠까요?나형사 증거도 없이 뭘로?이형사 육감으로요.나형사 인권유린으로 시말서 쓴지 일주일도 안됐어.이형사 아이구 나두 모르겠습니다. (하더니 뒤로 몸을 제치고 잠을 자 버린다)그때, 나형사 시선에서 창고에서 조직원 한 명이 나온다. 나형사, 얼른 몸을 낮추고 본다. 조직원 구석에 등을 돌리고 소변보는 자세를 취한다. 나형사, 어이가 없는 듯 먹던 빵을 뒷좌석으로 휙 던져버린다.
씬18 만호의 집 마당(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생각에 잠겨 있는 만호.결심이 선 듯 고개를 든다.씬19 내과 진찰실(낮)
의사(40대 중반. 남) 앞에 앉아있는 만호.의사 (놀라서) ...타살이라뇨?만호 뭔가 석연치가 않아서요. 태식인 스스로 목숨을 끊을 놈이 아닙니다.의사 (좀 당황).....글쎄요. 제 소견으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었습니다.만호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뭔가 이상한 점이 없었는지.의사 아드님의 사망원인은 왼손동맥 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만호 (순간 뜨악해서 본다)...!의사 타인에 의한 신체 손상은 없었구요.만호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일어선다)의사 (따라 일어서며 위로하듯)...그 일은 정말 안됐습니다.만호, 대답도 않고 문 쪽으로 걸어 가 문을 연다.의사 (자리에 앉으려는데)만호 (돌아보며, 결연하게) 제 아들은 왼손잡입니다. (하더니 대답도 듣기 전에나간다)의사, 한 대 맞은 듯 멍하니 굳어 서 있다.허겁지겁 전화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찍으며 한 손으로 안절부절담배를 찾는다.
씬20 장의사 상점 안(낮)
만호와 장의사(30대 후반. 남)장의사 저야 뭐 시체를 염하는 사람이지 의사도 아니구...(말끝을 흐리며 만호를 살핀다)만호 우리 아이 몸에 다른 상처 같은 건 없던가요? 복부에 칼을 맞았다던가..아니면 다른 타살 흔적이라두.장의사 (자르며 과장되게) 아아뇨. 손목 말구는 수술자국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하든데요?만호 (순식간에 하얗게 식어 내린다)장의사 (살피며)...왜 그러십니까?만호 (얼른) 아닙니다. 그럼.만호, 알 수 없는 위협을 느끼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난다.그제야 장의사의 얼굴이 무섭게 굳는다.씬21 만호의 집 마당(밤)
민자 (E) 자살이 아니라뇨?
씬22 만호 집 안방
비장한 표정의 만호와 민자.만호 태식인 왼손잡이야. 그리고 태식이 배엔 수술자국이 있다는 걸 당신도알잖아? 장의사가 어떻게 모를 수 있어? 모두다 한패야. 의사도 장의사도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어. 당신도 나도 속은 거야. 민자 (창백해져서) 여보?만호 경찰에 사체부검을 요청해야겠어. 민자 (강하게) 그럴 순 없어요.만호 (의아해서 본다) 그럴 수 없다니?민자 당신은 태식일 두 번 죽일 작정이에요? 이미 땅에 묻힌 아이를또 한번 죽일 작정이냐구요?만호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야! 민자 (O.L.) 당신 말이 사실이 아니면요?만호 사실이든 아니든 난 진실을 알고 싶어. 태식이가 왜 죽었는지,어떻게 죽었는지, 그걸 알아야겠어.그때, 울리는 전화벨.만호와 민자, 긴장감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만호 (천천히 수화기를 든다)...여보세요?남자 (F 변조된 목소리) 장태식은 자살했소. 진실은 그것뿐이오.만호 !...당신 누구야?남자 (F) 만약 경찰을 끌어들이면 당신 아내가 아들 곁에 묻히게 될 거요.만호 (창백해진다) 남자 (F) 내 말을 명심하시오.전화가 끊긴다. 만호,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민자 (두려움으로)....누구에요?만호, 떨리는 호흡을 진정시키려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민자 여보?만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겉옷을 걸쳐 입는다.민자 이 밤중에 어딜가려구요?만호 (민자의 손을 잡아주며 비장하게) 당신, 나 말구는 어느 누구한테도문을 열어줘선 안돼.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마. 알았지?민자 여보?만호, 정신없이 밖으로 나간다.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어쩔 줄 모르는 민자.
씬23 거리(밤)
누군가에게 쫓기듯 뒤를 돌아보며 정신없이 걷는 만호.급하게 손을 들어 빈 택시를 황급하게 잡아탄다.
씬24 택시 안(밤)
만호가 탄 택시가 출발을 한다.만호,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순간 창 밖으로 휙 고개를 돌린다.어둠 속 저쪽에서 그림자처럼 택시를 지켜보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태식).만호 .....!씬25 한적한 주택 골목(밤)
쫓기듯 다급한 걸음을 옮기는 만호, 골목 코너를 막 꺾어든다.그때 어느 허름한 집 대문을 나서는 영철의 모습이 보인다.만호, 반가움에 영철을 부르려다가 순간 굳어서 멈춘다.영철을 기다리고 있던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의사와 장의사다.만호, 황급히 골목으로 몸을 숨기고 영철 쪽을 주시한다.세 남자가 무언가 긴밀한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뭔가 협상을 하는 듯 보인다.만호, 모든 것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느낌이다. 충격과 두려움으로 숨소리조차 죽이며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친다. 그 순간 뒤에 놓여있던 쓰레기봉투가 넘어지면서 술병들이 소리를 내며 무너진다. 만호 !영철, 술 병 넘어지는 소리에 빠르게 만호가 있는 골목 쪽을 돌아본다.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영철, 위협하듯 빠르게 골목의 코너를 휙 돈다. 텅 빈 골목. 영철, 싸늘한 눈빛으로 마치 누군가를 노려보듯 잠시 서 있다가발걸음을 돌려 간다.어느 집 조금 열린 대문 사이로 만호의 모습이 보인다.땀 범벅에 거친 호흡, 그러나 눈빛만은 살아서 허공을 응시한다.
씬26 경찰서 안(밤)
외근으로 비어있는 자리가 많다.나형사의 빈 책상 위에 전화벨이 울린다.책상 옆 소파에 꾸부리고 잠들어 있던 이형사, 일어나서 전화를 받는다.이형사 네, 강력1과 이봉숩니다. ...나형사님요? 지금 안 계시는데요. 누구시라구요?
씬27 윤희의 연립주택 원룸(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가내복 차림의 윤희가 현관문을 열어준다.만호,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다.(시간경과)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만호와 윤희.만호 (방안의 화초를 둘러보며) 화초를 좋아하는 모양이에요.윤희 (맑게)...네. 사실 이건 비밀인데요. 대마도 키운 적이 있었어요.만호 (놀라서) 그런 건 좋지 않아요.윤희 (웃으면서 손사래를 친다) 아우 아니에요 전 담배도 못 펴요. 기관지가 나쁘거든요. 그냥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했어요.처음부터 나쁜 식물로 태어나진 않았을 거 같아서요.만호 (따뜻한 미소로 보며) 심성이 곱네요.윤희 (무안한 듯 웃으며 찻잔을 드는데) 만호 (정색하고) 이젠 알 것 같애요. 누가 태식일 죽였는지.윤희 (놀라서 본다)만호 경찰에 알리기 전에 분명하게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윤희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내려놓는다)만호 아가씬 알고 있죠? 왜 우리 태식이가 죽어야했는지.윤희 (짧은 순간 망설인다. 그러다가 나즉히)...아뇨. 아무 것도 몰라요.만호 (실망감으로 본다)윤희 ...죄송합니다.만호, 허탈해져서 조용히 일어나 현관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만호 (문득) 태식이도 기관지가 좋지 않았어요. 유전이죠. 그게 늘 맘에 걸렸어요. 아무 것도 해 준 게 없으면서 고작 물려준 것이 그런 것뿐이라서.윤희 .....만호 다른 사람에겐 그저 살인자일지 모르지만 나한테 태식인 그렇게 늘 미안하고 가슴 아팠던 자식이었어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만호, 현관 밖으로 나선다.윤희, 멈춰선 채로 만호의 뒷모습을 쳐다본다.씬28 연립주택 복도 정도(밤)
만호, 터벅터벅 걸어온다.윤희 잠깐만요!만호, 돌아보면 다급하게 윤희가 다가온다.윤희 요 앞에 00까페가 있어요. 열 시까지 그리로 갈게요.만호 (희망이 생겨서) 고마워요.윤희 (미소) 저한테도 오빤 살인자가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만호 (뭉클해져서...고개를 끄덕인다)
씬29 경찰서 안(밤)나형사, 자리로 오면서 잠이 덜 깬 이형사에게 얘길 한다.나형사 죽은 김사장이 얼마 전 대량으로 마약을 밀수했다는 정보가 있어.이형사 그럼, 장태식이 노린 게?나형사 응. 지금쯤이야 장태식을 죽인 놈들 손에 넘어갔겠지만.이형사 (뜨악해서) 예에?나형사 장태식이 타살이야. 이형사 증거는요?나형사 육감.이형사 (어이없어서) 난 또. 나형사 장태식이 사체부검한 의사부터 만나봐.이형사 알겠습니다. (돌아서려다가) 아 참, 아까 강만호씨한테 전화 왔었어요.나형사 장태식이 아버지?이형사 예. 그쪽에서 다시 하겠대요.나형사 그래?...(잠시 생각하다가) 장태식 애인이 다니는 카바레가 어디라고 했지?
씬30 까페 안(밤)
만호,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앞에 놓고 초조하게 앉아있다.손목시계를 본다. 열 한시가 가까워지고 있다.어쩐지 불길한 느낌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씬31 연립주택 현관 앞(밤)
불이 꺼져있다. 만호, 초인종을 누른다.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다.다시 초인종을 눌러본다. 여전히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만호, 윤희의 마음이 변한 것일까? 허탈해진다.씬32 연립주택이 있는 거리(밤)
만호, 걸어온다. 어쩐지 석연치가 않아서 연립주택 쪽을 돌아보곤다시 걷는다.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걸음을 멈춘다.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 우뚝 걸음을 멈추고 선다. 결심이 선 듯 천천히 돌아본다. 저쪽 골목 앞 어둠 속에서 마치 자신을 드러내려는 듯 만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누군가 서 있다. 만호 (두려움과 어떤 공포로)....누구요?그 순간 자동차 한 대가 남자의 앞을 지나간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남자의 섬뜩한 얼굴.모자를 눌러쓴 태식이다. 짧은 순간 미소가 감도는 듯도 하다. 만호 (쿵 내려앉으며)!!....(신음처럼)....태식아. (하고 보면)태식, 연기처럼 골목 저쪽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만호 태식아!만호, 태식이 있던 골목 쪽으로 정신없이 뛰어간다.만호 태식아!만호, 사력을 다해서 태식이 있던 골목으로 들어선다.황량하게 텅 비어 있는 골목.만호, 거친 숨을 몰아쉬며 넋이 빠진 듯 긴 골목을 바라보고 서 있다.
씬33 만호의 안방(밤)
만호와 민자.민자 (하얗게 질려서) 태식이가...살아있다니요?만호 (혼란스러운 기쁨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거 알아. 하지만 분명히 태식이었어. 태식이가 살아있어, 여보.민자 말도 안돼는 소리하지 말아요. 죽은 아이가 어떻게 살아있어요?만호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태식이가 분명했어.민자 당신이 헛 걸 본 거예요. 만호 (좀 화내듯) 애비가 자식 놈 얼굴을 모르겠어? 분명 태식이(하는데)민자 (말 자르며) 제발 그만 좀 해요! 내 손으로 묻었어요. 태식이가 죽은 걸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구요.만호 하지만...내가 본 건 분명히 태식이었어.민자 (만호의 손을 쥐어 잡으며 간절히) 여보, 우리 이젠 태식일 잊읍시다.이러다간 당신이 미치겠어요. 이미 죽은 아이에요. 당신도 그걸 받아드려요, 제발.만호, 혼란스럽고 미궁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아내를 본다.
씬34 공동묘지(깊은 밤)
태식의 묘지 앞에 서 있는 한 남자(태식)의 실루엣.묘지가 깊게 파져있고, 구덩이 안에서 차례로 두 개의 가방이서 있는 남자(태식) 앞으로 툭 툭 던져진다. 곧이어 구덩이 안에서 껑충 뛰어 올라오는 영철. 손을 툭툭 털어 내며 서 있는 남자를 보며 비죽 웃는다. 남자가 담배를 꺼내 영철에게 건네고 자신도 담배를 입에 문다.라이터로 영철의 담배에 불을 당겨준다. 이젠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당긴다. 그는 태식이다.태식,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뿜고는 냉담한 미소를 짓는다.
씬35 만호의 집 마당(낮)
민자, 초조하게 서성이며 안쪽에 시선을 주고 있다.한쪽엔 이형사가 서 있다.
씬36 만호 집 안방(낮)
찻잔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만호와 나형사.나형사 어제 밤에 저한테 전화를 하셨더군요. 만호 ...그랬지요.나형사 (날카롭게 살피며) 무슨 일루? 나형사 (생각하다가)...내 자식놈이 정말 그 사람을 죽였는지...알고싶었습니다.나형사 (뭔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다) 거의 확실합니다. 증거도확보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만호 (암담해져서 고개를 떨군다)나형사 그리고...장태식은 아마 타살됐을 겁니다.만호 (굳어져서 본다)나형사 죽은 김사장의 집엔 수십억원어치의 마약과 채권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만호 (놀라며) 마..약이요?나형사 네. 장태식은 그것 때문에 김사장을 죽였고, 심부름꾼 역할을 끝내자마자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거죠. 만호 (목소리가 떨린다)....그렇다는 증거라도 있나요?나형사 지금은 제 육감뿐이라서 사체 압수 영장은 받아오지 못했습니다.만호 (고개를 숙인 채로 생각에 잠겨있다)나형사 아드님의 사체부검에 동의해 주시겠습니까?만호 (고개 들어본다)-플래시 컷씬32에 드러나던 태식의 얼굴만호 (외면하면서) ...아들을 두 번 죽이고 싶진 않습니다.나형사 (뜻밖의 대답에 의아해서 본다)만호 피곤하군요. 좀 누워야겠어요.나형사 (의미 있는 미소 지어 보이며) 혹시...아드님 목숨 값으로 돈을 받으셨습니까?만호 (불쾌해서 확 굳어지며) 뭐라구요?나형사 돈이 말을 하면 진실이 입을 다무는 걸 하두 많이 봐서요. 만호 (동상처럼 굳어서)...나형사 어쨌든 마음이 바뀌시거든 연락 주십시오. (일어선다)아, 참. 차윤희씨를 알고 계시죠?만호 (본다)나형사 어젯밤부터 행방불명입니다 (나간다)만호 (한 대 맞은 듯 멍해진다)
씬37 만호 대문 앞(낮)
나형사와 이형사가 밖으로 나온다.이형사 뭐라고 해요?나형사 뭔가 숨기고 있어...
씬38 만호의 안방(낮)
민자, 불안과 초조한 표정으로 들어서서 만호를 본다.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만호,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든다.
씬39 어느 공원(오후)
영철, 걸어온다. 저쪽 벤치에 만호가 앉아있다.영철 (다가가 선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만호 (대뜸) 태식일 만나게 해 주게.영철 (순간 움찔했다가 이내 냉정하게) 태식인 죽었습니다.만호 (별 동요 없이 침착하게) 난 태식이가 내 앞에 나타난 이유를 알고 있네.하지만 날 만나지 않겠다면 사체부검에 동의할 거라고 그 애한테전해주게.영철 (굳어져서 본다)씬40 남산타워전경(밤)
씬41 남산타워 근처 한 곳(밤)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남녀 한 두 쌍만 있을 분 한산한 분위기.만호, 걸어오다가 우뚝 멈춰 선다. 인적이 없는 후미진 곳에서 서울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남자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만호.남자가 뒤를 돌아본다. 태식이다.만호,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으로 그 자리에 멈춘다.태식, 무표정하게 만호를 바라보고 서 있다.만호, 반가움에 울컥해서 눈물이 핑 돈다.태식이 그제야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더니 만호에게 다가온다.태식 아버지.만호, 눈물이 그렁한 채로 태식의 뺨을 후려친다.만호 이 나쁜 놈의 자식! 태식 (그저 소리 없이 씨익 웃는다)(시간경과)만호 (애원하듯) 자수해라, 태식아. 이렇게 살아선 안돼. 태식 (싸늘해져서) 나더러 진짜 죽으라구요?만호 (아프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 이놈아!태식 (냉정하다) 그럼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세요.만호 (어이가 없다) 뭐?태식 이틀후면 전 한국을 떠납니다. 만호 (놀라서 본다)태식 그때부턴 제가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어요.만호 니가 잘 살겠다고 사람을 죽여? 태식 (피식 웃곤) 김사장은 악덕업자였어요. 전 할 일은 한 겁니다..만호 (아프게 보며) 넌 정말 죄책감조차 없는 거냐?태식 (정색하고) 그런 건 비겁한 자들이 만들어 낸 면죄부에요.잘못을 늘 저질러 놓고 교회에 가서 회개하는 것처럼 말이죠.만호 (가슴이 무너진다) ...니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구나.태식 (뜬금없이) 황금물고기를 기억하세요?만호 (본다)태식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진 황금물고기를 찾고 싶어서 배를 탔다고하셨어요. 그리고 저한테도 내 인생의 황금물고기를 찾으라고요.만호 (착잡해서)...그래서 니가 찾은 게 대체 뭐냐?태식 돈이에요. 돈은 힘이 있고, 힘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만호 (말문이 막혀서 본다)태식 아버진 결국 못 찾았지만 전 찾았어요.만호 (처연하게 보다가)...그래. 나도 젊었을 땐 돈이 전부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배를 탄 거야. 몇 달이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이 답답했지만 바다는 내게 돈을 주니까...그게 내 황금물고기였으니까....떠날 수가 없었어. 태식 (보며)...만호 하지만 내가 찾은 황금물고기는 돈이 아니었다. 태식 그럼 뭐죠?만호 (슬픈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태식아, 난 니가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아.태식 (정색을 하고) 내가 불행해지는 건 아버지 손에 달렸어요. 만호 (일순 말문이 막히지만...비장하게) 애빈 널...감옥에 보낼 거다. 죄 값을 치르고 떳떳하게 살게 할거야.태식 (냉정한 미소를 머금으며) 아버진 절 신고하지 못해요. 부모는 자식을 보호해줘야 하니까. 그게 본능이니까. 그렇죠?만호 (처참해진다)...태식 엄마한테 안부전해 주세요. (돌아서려는데)만호 (문득 쓸쓸한 얼굴로).....너희 엄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냐?태식, 대답처럼 옅은 미소를 띄우고는 이내 걸어간다.만호, 충격과 착잡함으로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다.씬42 만호 집 마당(밤)
민자가 성경책을 들고 대문으로 들어선다.걸음을 옮기다가 멈춰 선다. 만호가 서 있다.민자 여보?만호 (쓸쓸하게 바라본다)민자 날도 추운데 왜 나와있어요? 밤마다 기침도 많이 하면서.(만호 곁을 지나쳐가며) 어서 들어가요.만호 태식일 만났어.민자, 성경책을 툭 떨어뜨리며 넋이 빠진 듯 서 있다.
씬43 만호 집 안방(밤)
만호와 민자.민자 태식이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어요. 태식일 살리는 길은 그것밖에없었다구요.만호 이건 태식이를 위한 길이 아니야. 난 이대로 모르척 할 순 없어. 민자 (O.L.) 안돼요, 그건.만호 여보?민자 (O.L.) 태식인 사람을 죽였어요. 이제 감옥에 들어가면 평생 나올 수 없을지도 몰라요. 만호 아직은 희망이 있어. 어떻게든 자수를 시키면민자 (자르며) 자수를 한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진 않아요!만호 (말문이 막혀서)..민자 (애원하듯) 나도 양심이 뭔지, 어떻게 살아야 옳은 건지 알아요. 죄를 지었으면 죄 값을 받아야 하는 것도 다 알아요. (울먹이며) 하지만 우린 태식이 부모잖아요. 남들이 뭐라고 해도, 아니 평생동안 우리가 고통 속에 살고, 죽어서 지옥을 간대두 우린 그 앨 살려야하잖아요. (흐느낀다) 여보...내가...내가 평생 그 죄 값 다 받을게요. 태식이 대신...내가 다 받을게요. 만호 (애처롭게 보며) 하지만 여보?민자 (손을 모으고 애원한다) 이렇게 빌게요. 내가 잘못했어요. 다 내 죄예요.날 봐서라도 태식일 그냥 보내줘요. 당신이 모른 척 해 줘요.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보내줘요, 여보. 만호, 슬픔과 괴로움을 억누르려는 듯 눈을 꽉 감는다.
씬44 만호집 마당(낮)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처마 밑에 서 있는 만호, 번뇌에 쌓여 착잡하고 괴로운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씬45 연립주택 안(밤)
유리창 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나형사와 이형사, 한 두 명의 수사관들이 윤희의 집을 수색하고 있다.나형사의 표정엔 긴장감이 감돈다.
씬46 만호집 마당(아침)
만호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대문으로 걸음을 옮긴다.조용히 배웅을 하는 민자.만호 (착잡하다) 이번엔 두 달쯤 걸릴 거야. .민자 ....고마워요.만호, 아내를 연민 어린 시선으로 가만히 응시하다가.만호 다녀올게. (대문을 나선다)민자 ....
씬47 만호 집 대문 앞(아침)
만호가 나오다가 멈칫해서 선다.나형사가 승용차에서 막 내려서 만호에게 걸어오고 있다.나형사 (만호의 가방을 보고) 어디 가십니까?만호 (애써 침착하게) 뱃사람이니 배를 타야죠. 나형사 조금만 늦었으면 뵙지 못할 뻔했군요.만호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나형사 차윤희씨가 어제 밤에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만호 (충격으로 아득해진다)나형사 (살피며)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왠지 직접 전해야 할 것 같아서요.만호 (말문이 막혀서 보다가 정신 수습하고)...시간이 없어서, 전 이만.만호, 서둘러 인사를 하곤 빠르게 걸어간다.나형사, 만호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바라본다.
씬48 지하철 승강장(아침)
승객을 태우고 막 출발하는 지하철.지하철이 떠난 텅 빈 승강장에 동상처럼 서 있는 만호. 인써트 씬34의 윤희의 모습(회상)윤희 저한테도 오빤 살인자가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만호, 갈등 어린 얼굴로 한곳을 응시하다, 불현 듯 발길을 돌린다.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하고 다시 우뚝 멈춰 선다.민자 (E) 태식인 사람을 죽였어요. 이제 감옥에 들어가면 평생 나올 수 없을지도 몰라요. 만호, 어찌해야 할지를 모른 채 괴롭게 고개를 떨군다.지하철이 진입한다는 안내방송이 울린다.갈등 어린 표정으로 지하철이 오는 방향을 휙 돌아보는 만호.지하철이 서서히 승강장에 들어서며 만호의 모습을 삼킨다.
씬49 공중전화 부스(아침)
전화를 하고 있는 만호.만호 (결연한) 마지막으로 한번만, 태식일 만나게 해 주게. 마지막으로.
씬50 어느 철물점 앞(낮)
철물점 안에서 나오는 만호. 비감 어린 표정으로 걸어간다.
씬51 경찰서 복도 한 곳(낮)
나형사, 급하게 뛰어와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다.창가 쪽에 만호가 서 있다.나형사, 만호에게 걸어가 선다. 만호가 돌아본다, 너무도 처연한 얼굴이다. 나형사 (어쩐지 쉽게 말이 나오질 않는다)만호 (힘겹게)....만약,..형사양반이 태식이 아버지라면 어쩌시겠소?나형사 (의아해서) 무슨 말씀이신지?만호 ...나만...진실에 입 닫고 눈 멀어버리면 아들이 원하는 삶을살 수 있다는데...형사양반이 나라면 어쩌시겠소?나형사 (아연)...그게 무슨 뜻이죠? 만호 .....태식인.....살아있어요.나형사 (뜨악해서)...뭐라구요?만호 그 아인, 오늘 한국을 떠납니다. 나형사 (놀라서)...그럼...장태식이 마약을 빼돌리기 위해서?만호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나형사 ....어떻게 이런 결심을.만호 ...난 그 놈 애빕니다....아버지에요. (목이 메어온다) 아버지기 때문에....그 애 아버지기 때문에...만호,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창가로 고개를 돌린다.나형사 .....
씬52 인천공항 출입구(오후)
마카오에서 도착한 두목이 조직원 두 명의 호의를 받으며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오른다. 두목이 탄 승용차가 출발하자 곧이어 승용차 두 대가 와 멈춰 선다.나형사와 사복차림의 형사들이 발빠르게 내려 주위를 둘러보며공항 안으로 들어간다.(이곳에 이형사는 없습니다) 그 위로.만호 (E) 태식인 중국으로 출발하는 8시 비행기를 탈 겁니다. 출국장에서절 만나기로 했어요.
씬53 달리는 차 안(오후)
뒷좌석에 타고 있는 두목과 조직원들.두목 (놀라서) 뭐? 태식이가 자살을 해?조직원 예, 형님.두목 (버럭) 그걸 왜 이제야 말해?!조직원 가물치 형님이 마카오로 직접 전활드렸다고(하길래) 두목 (O.L. 성질 나서 꽥) 가물치 이 새끼 어딨어?조직원들, 가물치의 행방을 모르는지 대답을 못하는데.순간, 뒷좌석에 있던 물건이 앞좌석으로 날아오며.두목 (열 올라서) 장태식이 묻힌 데가 어디야!
씬54 어느 집 앞(오후)
여행을 떠나는 듯, 큰 가방을 들고 대문을 나서는 영철.여유 있는 표정이지만 동작은 빠르게 세워져있던 승용차 트렁크를 열어가방을 넣는다.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곤 차에 오르려는 영철 앞을 이형사가 가로막고 선다.영철 (굳어진다)...! 이형사 차윤희 살인죄로 체포한다.영철, 재빠르게 몸을 돌려 도망치려는데 몇 걸음 못 가 다른 사복형사 두 명이 그 앞을 막고 선다.앞뒤로 막혀 더 이상 도망갈 수가 없게 된 영철,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씬55 인천공항 출국장 앞(밤)
나형사와 사복 형사들이 잠복해있다.시계를 보는 나형사. 저녁 7시가 막 넘고 있다.나형사, 어쩐지 석연치 않은 예감이 드는데 이형사 온다.이형사 너무 늦는데요?나형사 나타나겠지..가물치는?이형사 말하다 죽은 귀신이 씌었는지 한마디도 안 해요.나형사 (다른 생각에 빠져서 건성으로 끄덕이고)이형사 (주위를 살피며) 하여튼 대담한 놈이네요. 아무리 위조여권을 만들었다지만 비행기로 떠날 생각을 하고.나형사 (그 순간 표정이 확 굳는다)
인써트 씬51의 경찰서 복도 한 곳(새로 찍어야 하는 장면입니다)만호 자수를 하면 희망이 있는 겁니까?나형사 정상참작은 될 겁니다. 같이 가시겠어요?만호 형사 손에 체포되는 자식놈을 보고 싶진 않습니다..나형사 (이해한다)....알겠습니다. (하고 급하게 돌아서는데)만호 (E) 형사양반.나형사 (돌아본다)만호 (결연하게) 난 오늘밤 8시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탈 겁니다.
-인천공항 출국장(커트 백)-.나형사, 어떤 수수께끼 풀어보려는 듯 복잡한 표정위로.만호 (E) 형사 손에 체포되는 자식놈을 보고 싶진 않습니다.자수를 하면 희망이 있는 겁니까?나형사, 섬광처럼 스치는 예감.인써트 씬51의 만호.만호 (결연하게) 난 오늘밤 8시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탈 겁니다.-인천공항 출국장-나형사 (다짜고짜) 원양어선이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나?이형사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여객터미널에선 사람을 실죠.나형사 (O.L.) 여긴 주형사한테 맡겨두고 이형산 날 따라와. (빠르게 걸어간다)이형사 (어리둥절해서) 예? (따라가며) 어딜 가시는데요?씬56 인천부두 한곳(밤)
만호,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비통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본다. 작은 열쇠다. 만호, 갈등 어린 시선으로 보다가 열쇠를 바다에 던져버린다.확고한 결심이 선 듯, 입을 꽉 다무는 만호.그때, 한쪽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가방을 든 태식이 나타난다.만호, 돌아본다.태식, 웃음 띤 얼굴로 만호 앞으로 걸어온다.그런 아들을 슬픈 얼굴로 바라보는 만호.
씬57 공동묘지(밤)
파헤쳐진 태식의 묘지 앞에 두목과 수하조직원들이 서 있다.구덩이 속에 들어가 있는 조직원이 태식의 관 뚜껑을 연다.관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마네킹.마네킹의 갈라진 배속엔 무언가 들어있었던 듯 텅 비어있고만원권 한 뭉치와 쪽지만 한 장 남겨져 있다.두목, 조직원의 손에서 쪽지를 확 낚아채선 펴 본다.태식 (E) 자격미달로 넌 해고됐어. 넌 머리가 좀 나쁘거든.퇴직금으로 술이나 한 잔 하라구.두목, 굴욕감과 패배감으로 쪽지를 무섭게 구겨버리더니.두목 이 멍청한 새끼들아! 분풀이하듯 조직원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씬58 인천부두 한 곳(밤)
만호와 태식.태식 (여유 있게) 아버진 결국 날 위한 선택을 할 줄 알았어요.만호 (처연하게 보며)...그래. 널 위해서라면 애빈 대신 죽어줄 수도 있어. 태식 (웃으며) 그건 너무 거창한데요?만호 (비통하게 본다) 태식 그만 가봐야겠어요.(하는데)만호 (낮지만 강하게) 넌 아주 나쁜 놈이야.태식 (의아해서 본다)만호 그 아가씬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태식 (그제야 말뜻을 이해하고 비정하게 웃으며) 윤희 일은 실수예요.만호 (기막혀서) 실수?태식 가물치가 오버를 했어요. 그 자식이 가끔 과잉충성을 하거든요.만호 (입을 꽉 다물고 보는)...태식 갈게요. ...고마워요, 아버지.태식, 돌아서는데 만호가 태식의 팔을 낚아채선 순식간에 수갑을채운다.태식 (놀라서) 아버지?!만호, 자신의 손에도 나머지 수갑을 채워버린다.만호 (고통스럽게) 미안하다, 태식아. .태식 (너무 황당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 뭐 하시는 거예요?만호 ....날 용서하지 마라.태식 (웃음을 거두고 싸늘해져서) 장난치지 마세요.만호 (흐느낌을 참으며) 널 위해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것밖에 없었어. 이 길 밖엔..태식 (정면으로 쳐다보며 낮게) 열쇠 내놔요.만호 (간절하게) 넌 아직 젊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자수하면 태식 (말자르며. 버럭) 열쇠 내놓으란 말야! (하더니 만호의 주머니를 미친 듯이뒤진다)만호 바다에 던져버렸다.태식 (굳어서 본다)만호 .....이제 곧 경찰이 올 거야. 태식 (일그러져서) 뭐라구요? (배신감으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미친 듯이 소리를 친다) 아버지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어떻게! 어떻게! 만호 (태식의 다리를 잡으며 무너져 내린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태식아.태식 놔! 놓으란 말야! 놔!태식, 수갑이 채워진 채로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그때, 울리는 경찰 싸이렌 소리.태식,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다.저 만치에 경찰차가 멈춰 서고, 나형사와 이형사가 차에서 내린다.절망으로 일그러지는 태식.이형사, 총을 빼들고 태식에게로 접근하려고 하자 나형사가 제지한다.나형사, 태식과 만호를 기다려주려는 거다.이젠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안 태식, 갑자기 낮게 웃기 시작한다.만호, 그런 태식의 다리를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흐느낀다.태식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F.O.)
씬59 만호집 마당(아침)(다음 날)
민자의 손에서 신문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펼쳐진 신문 사회면엔 ‘룸싸롱 사장 피살사건의 용의자 검거, 마약밀매를 둘러싼 지능적인 자살 사기극‘이라는 표제와 태식의 얼굴 사진이 실려있다.민자,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넋이 빠져 서 있다.하루사이에 더욱 초췌하고 쇠약해진 모습의 만호가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민자의 모습을 보고 멈춰 선다. 만호는 어제 옷차림 그대로다.민자, 배신감에 찬 시선으로 만호를 본다.만호 ......여보.민자, 만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만호, 멍하니 서 있다.
씬60 구치소 독방(낮)태식, 싸늘하고 무심한 얼굴로 창 밖을 보고 있다.나형사 (E) 면회도 일체 거부하고,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겠답니다.
씬61 구치소 밖(낮)
만호, 높은 담을 끼고 천천히 걸어 나온다.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는 만호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깊은 괴로움의 무게.
씬62 구치소 접견실(?)(낮)
무심한 얼굴의 태식이 나형사와 마주앉아 있다.나형사 변호사를 왜 선임하지 않겠다는 거야?태식 아버질 위해서 죽어주려구요.나형사 넌 죽지 않아. 자수했으니까.태식 (싸늘하게 웃으며) 난 자수 한 적 없어.나형사 넌 자수했어. 수사에도 협조적이었구. 덕분에 너희 조직뿐아니라마약밀매 조직도 다 잡아넣었지. 다 니 덕분이야.태식 (피식) 조작을 아주 잘하는군.나형사 (상관 않고) 그리고 너희 어머닌 처음부터 아무 것도 몰랐어.법정에서 너도 그렇게 진술해.태식 (웃음을 멈추고)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나형사 너희 아버질 위해서 널 살리고 싶어졌어. 태식 (냉담하게) 난 아버질 위해서 죽어 줄 겁니다.
씬63 만호집 마당(낮)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쓸쓸한 분위기.만호와 나형사.나형사 아드님이 변호사 선임을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만호 .....나형사 만약 이번주까지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으면 더욱 불리합니다.만호 (조용히)...직접 와줘서 고마워요.나형사 (좀 어렵게)...아직도 장태식에게 희망이 있다고 기대하십니까?만호 (쓸쓸한 미소) 희망이 없다고 절망만 있는 건 아니지요.사람은 때때로 그 중간쯤에 서 있을 때가 있는 거니까. 나형사 .....
씬64 면회실(낮)
만호가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태식을 기다리고 있다.철문이 열리고 냉담한 얼굴의 태식이 들어온다.만호, 아들의 모습에 울컥해서 눈물이 핑 돈다.냉담한 표정으로 만호 앞에 와 서는 태식.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만호와 태식.만호 (목소리가 떨린다)....어디..아픈 덴 없니?태식 (냉담한) 마지막으로 꼭 해야할 말이 있어서 나온 겁니다.만호 ......태식 난 아버질 용서 안 합니다. 죽어도 용서 못해요.만호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그렁그렁 차 온다)태식 당장 내 앞에서 아버지가 죽는대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겁니다.아버지가 날 버렸듯이 나도 아버질 버렸어요.만호 (눈물 어린 눈으로)...그래...날 용서하지 마라..태식 평생 아버질 미워하고 증오할 겁니다.만호 ...그래. 태식 나한텐 이제 아버지가 없습니다.만호 (그렁한 눈으로 보며)...날 미워하고 증오한다면 보란 듯이 잘 살아야지.그게 나한테 복수하는 길이지. 그러니까 변호사 선임서류에 사인을해라. 아버지로서 하는 마지막 부탁이야.태식 나한텐 아버지가 없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만호 (눈물이 흐른다)태식 다신 오지 마세요. 절대 당신을 보지 않을 겁니다.(돌아선다)만호 (E) 얘야.태식 (멈칫해서 선다)만호 (태식의 등을 바라보며)...내가 찾은 황금물고기가 뭔지 아니?....태식이 너였어. 태식 !...만호 니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했던 바다가 고맙고 편안해졌어.감기 조심해야한다....넌 어려서부터 기관지가 약해서 감기에 자주 걸렸어. 밥 거르지 말구. 잘 때...이불 꼭 덮구.태식,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듯 입을 꽉 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면회실을 나간다.만호,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다.
씬65 구치소 독방(낮)
태식,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아까와는 달리 공허하고 힘겨운 눈빛이다. 씬66 만호 집 마당(오후)
민자, 대문으로 들어서다가 멈춘다.만호가 먼 곳을 응시하고 서 있다.민자, 말없이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만호 ...당신이 오는 소릴 들었어.민자 (멈추고) 짐을 가지로 온 것뿐이에요.만호 (나직히)...그래도 와 줘서 고마워. 오늘은 너무 피곤한 날이어서 당신이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민자 ....짐만 정리해서 금방 갈 거예요.만호 그래도 저녁 한낀 같이 먹을 수 있잖아.민자 (대답을 못하고 본다)만호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67 구치소 외경(낮)씬68 면회실(다른 날, 낮)
민자와 태식이 마주보고 서 있다.민자 내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구나.태식 그 말씀하시려고 오셨어요?민자 ...그래.태식 (픽 웃곤) 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을 거라고 아버지한테 전하세요.민자 (조용히 응시하다가)....아버진 돌아가셨다.태식 (충격으로 굳어진다)...!민자 (처연한)....아버진 폐암을 앓고 계셨다고 하더라.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신다음에야 알았어. 태식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그럼, 죽을 거면서날 감방에 쳐 넣었다는 거예요? (웃음을 거두고 화를 내듯) 죽어가면서도 날 버린 거냐구요! (실은 아버지 죽음이 충격인 거다)민자 ...아버진 어쩌면 너하고 목숨을 바꾸셨는지도 몰라.태식 (굳어져서 본다)민자 끝까지 수술을 거부하셨대. 당신 손으로 자식을 감옥에 보낸 아버지가어떻게 살기 위해 수술을 받냐면서...(말을 잇지 못한다)태식 (충격으로 멍하니 본다)민자 (간절하게)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니가 희망을 버려선 안돼.. 태식, 멍한 시선으로 민자를 보다가 아무 말 없이 돌아선다.민자 태식아.태식 (멈춘다)민자 ....아버지가 네게 전하란 말이 있어.태식 (돌아선 채로) 날 위해 죽었으니 이젠 용서해 달라고 하시든가요? 민자 (울먹이는)....감기 조심하라고...태식 (눈을 감아버린다)민자 ...니가 어려서부터 감기에 잘 걸린 건 아버지 탓이라면서....미안하다고 하셨다.등을 보이고 있던 태식, 한 동안 미동도 없이 그대로 서 있다가아무런 대꾸도 없이 천천히 철문을 나간다.
씬69 구치소 복도(낮)
간수들의 손에 이끌려 독방으로 돌아가고 있는 멍한 시선의 태식.만호 (E) 내가 찾은 황금물고기가 뭔지 아니? 태식이 너였어. 니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했던 바다가 고맙고 편안해졌어.태식의 얼굴위로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간신히 참고 있는 슬픔이차오며 다리가 꺾여 바닥으로 무너지는 태식, 어깨가 떨리며 흐느낀다.한참동안. 화면이 뿌옇게 부서지며 어린 태식의 맑은 목소리가 들린다.태식 (E) 아빤 왜 배 기관사가 됐어?만호 (E, 젊은 시절) 황금물고기를 찾으려구.
씬70 어느 가로수 길(낮)(오래된 회상, 이미지처리)
젊은 시절의 만호(30대 중후반)가 초등학교1학년인 태식과 함께다정하게 걷고 있다.태식 (호기심에 차서) 황금물고기가 뭔데?만호 아빠가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거.태식 그래서 찾았어?만호 (웃으며) 찾긴 찾았는데...바다엔 없었어. 태식 그럼?만호 비밀이야.태식 빨리 보고 싶은데.만호 우리 태식이도 어른이 되면 너만의 황금물고기를 찾을 수 있어.태식 정말? 만호 그럼. 그때가 되면 아빠의 황금물고기도 보여줄게.태식 (해 맑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인다)만호, 회답하듯 웃어 보이고는 태식에게 등을 내민다.태식, 좋아서 활짝 웃으면서 얼른 만호의 등에 업힌다.아버지와 아들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길을 그렇게 걸어가다 어느 사이에 신기루처럼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그 길 위에 눈이 내린다. (끝)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