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야, 큰일났슴다. 온유가 끌려가 고문을 받다가 죽었슴다.” “아~아, 하나님, 어쩝니까?” 현장에서 걸려온 전화에 일꾼은 온몸에 맥이 풀려 주저앉았다. 며칠이 지나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야!, 이 일을 어쩝니까? 베드로도 끌려갔슴다.” 현지일꾼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하나님! 어쩝니까? … 어쩝니까?”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손으로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일꾼의 귓가에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를 들고 산봉우리를 쳐다보며 올라가자면 아찔하고 힘들고 숨차지만, 머리를 숙이고 천천히 묵묵히 올라가다 보면 산봉우리에 올라간다.” 집을 뚫고 들어온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아니, 이 소리는 북한 감옥에서 들었던 하나님의 말씀인데… 어떻게~~ 지금?”
2009년 8월,
살기 위해 중국에 건너왔다가 검거되어 북송된 성경(가명)은 1년 교화소형을 살고 풀려나 또 다시 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강을 건넌지 10일 만에 다시 잡혀 북송되었다. “야! 이 에미나이 봐라,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잡혀왔구나! 이간나~” 안전원들은 성경이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그녀는 3개월 구류소에 갇혀 있다가 나와 자신을 도와주었던 중국의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깊은 밤 아주머니 집에 당도한 성경은 나무와 집을 엮어 높이 올린 담벼락을 기어올라가 안뜰로 뛰어 넘었다. 멀리 멀리 갔더니 처량하고 곤하여 슬프고 또 외로워 정처 없이 다니니 예수 예수 내주여 곧 가까이 오셔서 홀로 있게 마시고 길이 함께 하소서 방안에서 부르는 노랫소리가 안뜰까지 울려 퍼졌다. 끝나기를 기다리려니 한밤중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찬양을 부르고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부르던 찬양을 멈추었다. “누~ 누구?~” “아주머니, 내래 성경임다.” “성~성경이가 맞는가? 어째 이리 몰골이 험하니?” 아주머니는 성경이를 와락 끌어안더니 한참 동안 등을 토닥거렸다. “야! 어서 이리오라.” 아주머니는 추위에 떠는 성경이를 따뜻한 아랫목에 앉혔다. 아주머니와 함께 찬송을 부르던 사람들은 언뜻 봐도 조선에서 온 것이 한눈에 안겨왔다. 성경이의 손을 쓰다듬던 아주머니는 잡히지 않고 무사히 강을 건너고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게 도우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밥상을 차리러 부엌으로 나갔다.
성경이는 조선에서 와 그곳에 머물며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는 성도들을 볼 때마다 “야! 하나님이 너에게 밥을 주냐? 예수가 어디 있느냐? 너, 죽은 예수 봤냐?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런 예수가 어디 있다고 믿느냐? 머저리 같이 믿지 마라”며 시비를 걸고 핍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경이의 비아냥과 욕지거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님을 믿고 예배했다.
성경이는 오직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만을 궁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안에 있는 성경을 아무 생각 없이 펼쳤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야고보서 1장 15절이 성경이에게는 “돈에 임신하면 죄를 낳고 죄에 임신하면 사망을 낳는다”는 글자로 확대되어 보여졌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 성경을 덮어버렸다.
다시 며칠이 지나서 성경을 펼쳤는데 “돈에 임신하면 죄를 낳고 죄에 임신하면 사망을 낳는다”는 글자가 확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무서운 생각에 얼른 덮어버렸다. 그 후에도 연달아 4번이나 똑 같은 곳이 펼쳐졌다. 4번째에는 책을 덮으려고 하는데 책에 있던 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성경이의 눈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 성경의 속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으며, 지금까지 살면서 지었던 죄악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눈물콧물을 쏟아내며 회개하였고 그렇게 몸부림치며 기도하고 나니 4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2011년 1월,
성경은 다시 잡혀 북송되었다. ‘이제는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10일 동안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안전원들은 “야! 이 간나 왜 안 쳐먹어? 이 에미나이 죽을 작정을 했구나”라며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매를 맞으면서도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하는데 환상이 보였다. 건너편 중국처소교회 아주머니가 밭에서 강냉이(옥수수)가 다 뜯겨져 나간 대를 쥐고 성경이를 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환상을 보는 순간 하나님이 감옥에서 죽지 않게 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주셨다. 그때부터 성경이는 2달 동안 찬양을 마음속으로 불렀다.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함은 보혈의 능력 주의보혈 시험을 이기는 승리되니 참 놀라운 능력이로다 주의보혈 능력 있도다 주의 피 믿으오 주의보혈 그 어린양의 매우 귀중한 피로다 찬송을 부르면 지옥 같은 감옥에서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신심(믿음)이 생기고, 마음이 즐거웠다. 그렇게 3년형의 교화소 생활이 시작되었다.
매질과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 먹지 못해 허약(양양실조)에 걸린 사람들이 매일 죽어나갔다. 성경이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은 사람의 각을 꺾어 등에 업어다 묻은 사람만도 9명이나 되었다.
감옥안에서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
감옥 안에서는 먹을 것, 입을 것, 생필품 등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남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루는 젊은 여자가 바지를 도둑질하는 것을 본 성경이가 그것에 대해 말하자, 도리어 젊은 여자는 성경이가 도둑질했다고 덮어 씌웠다. 그 일로 성경이는 비판서를 쓰고 매를 맞고, 머리채를 잡힌 채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졌다. 매를 맞아 아픈 것보다 누명 쓴 것이 억울해 “하나님 나는 도둑질 하지 않았슴다. 하나님이 진짜 살아 계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옵소서. 예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이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 여자가 바지 도둑질한 것이 밝혀지게 하심으로 성경이의 누명을 벗겨 주셨다.
감옥에서 성도들을 만나다!
성경이가 있는 감방에는 60명의 죄수들이 좁은 공간에서 비좁게 살아야만 했다. 자리가 비좁고 움직일 수 없으니 차라리 냄새 나고 더러운 변소에 가 있는 것이 편했다. 하루는 성경이가 변소에 가서 누워 있는데 누군가 콧노래를 불렀다. 가만히 들어보니 “인애하신 구세주여~내 말 들으사~”찬송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데 심장이 뛰었다. 성경이는 변소에서 몸을 일으켜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가만히 다가가 작은 소리로 귓가에 “그거이 찬송간데 어떻게 아는가?”라고 물었다. 순간 그 사람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못했다. “야! 일 없다(괜찮다). 나도 하나님 믿는다.”라고 하니 안심이 된 듯 깊은 숨을 내쉬었다. 처음 중국에 가서 복음을 듣고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가족 중에도 이모와 다른 몇몇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감방 호실 청소를 하는 사람이 콧노래를 부르는데 들어보니 찬송가였다.“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 들고 옵니다. 주 나를 박대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라는 멜로디였다. 조용히 그 사람에게 다가가 “찬송가를 어떻게 아나?”라고 묻자 대뜸 “찬송가를 아는 거 보니 아줌마도 하나님 믿는구나?”라고 되물었다. 어떻게 하나님을 알게 되었느냐고 묻자 “내래 중국에 갔을 때 한국에서 온 장로님을 만나 복음을 듣게 되었고, 그 분이 조선사람 2명을 훈련해서 조선으로 보냈는데 내래 잡혀 여기 교화소에 오게 됐슴다.”라고 했다. 예수를 믿은 지 11년이 되었다고 했다.
겨울이 지나고 햇빛이 좋은 봄날 성경이는 강냉이밭 김을 매는데 동원되었다. 밭에서 일을 하던 중 옆에 있는 사람에게 중국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그녀는 교회를 다녔다는 얘기를 했다. 예수 믿은 지 5년 되었다고 했다. 성경이는 감옥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을 모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믿는 성도들은 문제가 생기면 서로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 언니,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했다.
그리고 감옥에서 6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감방에 새로운 죄수 한 명이 들어왔는데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었다. “그래, 맞아! 오마니, 성황당에서 ‘예수를 믿으시오’ 외치던 전도사 역할을 했던 사람 맞디요?” 성경이가 다가앉으며 묻자 “내래 역할을 그렇게 했디만 진짜 하나님은 살아 있어!”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아, 그렇슴까? 오마니, 나도 하나님이 진짜로 살아 있는 거 믿슴다.” 성경이 귓속말로 전하자 화들짝 놀란 아주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백발의 그 할머니는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한 모습이었고, 말할 때도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느낄 수 있도록 지혜롭게 표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옥에서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허약으로 죽음을 맞았다.
감옥에서 복음을 전하고 예배하다!
성경이는 감옥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죄수였다. 밭에 나가 일을 하거나 산에 올라가 땔감을 마련하고 나물을 캘 때, 죄수들을 통솔하는 작업반장으로 일을 했다. 그 중에도 유난히 성경이를 따르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정심(가명)아 너,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나?” “그거야 뭐 그냥 저절로 만들어졌지” “이 머저리야, 그게 아니야.” “그러는 언니는 알아?” 정심이는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너 잘 들어 봐라, 이 세상은 하나님이 만들었다. 우리가 그 하나님을 믿어야만 영원히 살수 있다.” “언니, 미친 거 아냐?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하지 마라.” 그렇지만 성경이는 정심에게 더욱 사랑을 베풀며 복음을 전했고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종이에 써서 주며 사람들 몰래 보고 외우라고 했다. 그런데 정심이는 며칠 만에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모두 외우고 난 뒤 그 종이를 입에 넣고 씹어 삼켰다고 말해주었다.
그 때부터 5명은 기회가 될 때마다 몰래 모여 기도했다. 그리고 2년 동안 1주일에 한번씩 모여 앉아 예배를 드렸다. 그들이 예배하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 죄수 몇 명이 잠깐 주어진 자유시간에 방 구석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때로는 손을 잡거나 무릎을 건드리며, 사도신경을 암송하고, 숨결로 기도와 찬송을 하고, 주기도문을 암송함으로 하나님을 예배했다. 그들이 그 무시무시한 감옥에서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지키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와 모진 고문 그리고 노동에 시달려 죽어갔다. 그럼에도 5명의 믿음의 성도는 하나님께서 생명을 지켜주심으로 감옥에서 죽지 않고 모두 출소했다.
성경이는 출소를 앞두고 자신을 잘 따르는 몇 사람에게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써주며, “하나님이라는 게 있다. 진짜 있다. 내가 이거를 가지고 하나님께 비니까 좋더라~ 너네도 이거를 외워서 하나님에게 빌어보라”고 전해줬다.
그리고 성경은 만기출소일을 10여 일 앞두고 안전원이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 며칠 일찍 출소 시키려고 부르나~”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안전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이 간나 아덜에게 무스기 써줬나?” “선생님, 우리 남편이 뼈 암에 걸렸는데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외우면서 허리가 펴지고 살아났슴다. 기래서 아프거나 힘들 때 외워보라고 써 줬슴다.”라고 했다. “이 간나 미신단지 같은 거 믿었구나! 이 간나 무조건 아덜에게 써 준거랑 똑같이 여기에 쓰라!” 안전원이 소리쳤다. 할 수 없이 성경은 서슬퍼런 안전원 앞에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썼다. 그런 다음 두 손이 뒤로 묶여 안전원 앞에 무릎이 꿇린 채 앉혀졌다. 성경이 쓴 종이를 읽어내려가던 안전원은 긴 몽둥이를 손에 들고 내리치려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때 “성경아~” 누군가 뒤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막대기가 성경의 왼쪽 이마에 내리 꽂히더니 어깨를 후려쳤다. 순간 이마에서 핏줄기가 쫙쫙 뻗어나갔다. 성경은 “아! 이제 나는 만기되는 날 정말 죽는구나!”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에게 가해지는 매질은 더욱 가혹했다. 견디다 못한 성경은 “하나님, 이제 더는 견디기 힘듭니다. 그러니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슴다”라고 마음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 때 “머리를 들고 산봉우리를 쳐다보며 올라가자면 아찔하고 힘들고 숨차지만 머리를 숙이고 천천히 묵묵히 올라가다 나면 산봉우리에 올라간다.”하는 주님의 음성이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 후, 만기 되는 날 죽는 줄로만 알았던 성경은 만기일인 2014년 10월 정확하게 출소하도록 행하시는 하나님의 기적을 맛보았다. 성경은 더 이상 그 땅에 있을 수 없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북한땅에 믿음의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고,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고통하는 그녀에게 하나님은 다시금 북한 감옥에서 듣게 하셨던 음성을 들려주셨다. 그래서 그녀는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 가운데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소망 중에 간구한다. 하루 속히 하나님의 복음이 그 땅에서 자유롭게 선포되기를,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교화소 그리고 구류장에 갇혀있는 성도들을 지켜주시기를, 그리고 성경이가 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읽었던 그 안전원이 하나님을 믿게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