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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프리뷰] ‘닮은 꼴’ 마드리드 더비, 4-4-2와 4-3-3 사이
2016.11.19 오후 02:40해외축구 한준 현 풋볼리스트 축구전문기자. tvN 축구해설위원.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현지 특파원으로 유럽 축구 현장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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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전략' 마드리드 더비, 4-4-2와 4-3-3 사이
스페인 라리가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은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지만, 최근 마드리드 더비는 두 차례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대결이 성사되면서 유럽 축구계의 새로운 고전이 됐다.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에게 마드리드 더비의 의미는 남다르다. 레알 감독 부임 후 당한 첫 번째 패배를 아틀레티코와 홈 경기에서 경험했다. 이후 아틀레티코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제압하며 자신의 첫 번째 우승을 이뤘다.
지단 감독에게 마드리드 더비는 교훈이 됐다. 부임 초기 공격력을 극대화했던 지단 감독은 이 경기에서 확인한 수비 문제를 카세미루의 포백 앞 배치로 해결했다. 첫 풀 시즌을 맞은 2016/2017시즌에는 수비 상황에서 4-4-2 블록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지단 감독은 아틀레티코전을 앞두고 카세미루를 비롯한 몇몇 주전 선수가 빠졌지만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 자신이 위대한 선수였던 지단 감독은, 개별 선수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갖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에게도 마드리드 더비는 특별하다. 아틀레티코를 이끌고 유일하게 들지 못한 트로피가 빅이어다. 두 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으나 두 번 모두 레알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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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과 아틀레티코의 비슷한 공격 조합, 4-4-2와 4-3-3 사이
시메오네 감독은 지난 2015/2016시즌부터 선수비 후역습을 기반으로 한 팀 컬러의 한계를 느끼고 구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레알이 4-4-2 형태를 연마하는 것과 반대로 공격 상황에서 4-3-3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팀의 경기 방향성은 생각보다 많이 닮아가고 있다.
아틀레티코는 지난 시즌 영입한 공격수 가운데 야닉 카라스코만 살아남았고, 측면이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방향으로 전술 유연성을 확보했다. 올 시즌에는 세비야에서 케빈 가메로를 영입해 공격 패턴에 또 다른 변화를 줬다.
이번 마드리드 더비에서 양 팀 모두 전통적인 9번 성향의 스트라이커 없는 선발 명단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레알은 알바로 모라타가 스페인 대표팀 소집 기간 부상을 입고 돌아왔다. 카림 벤제마가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45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다.
스페인 언론은 지단 감독이 고심 끝에 빠른 속력을 갖춘 윙어 루카스 바스케스의 선발 출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원톱 자리에 배치하고 가레스 베일과 바스케스가 좌우에 포진한다.
실질적으로 호날두가 원톱처럼 기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날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부터 원톱으로 종종 기용되었으나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상대 센터백과 겅합 과정에서 평정심을 잃거나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탄력을 이용해 슈팅 공간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실제 경기 중에는 베일과 호날두가 투톱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호날두에 몰릴 견제를 분산시킬 것이다. 베일은 측면에 서지만 빈번하게 중앙 지역으로 침투해 직접 득점을 노릴 것이다. 반대편의 바스케스가 날개에 가까운 역할을 할 것이다. 바스케스는 아틀레티코의 포백 라인 간격에 빈틈을 만들 수 있다.
베일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 레프트백 마르셀루가 전진해 좌측면 지역의 공격을 맡는다. 마르셀루는 호날두와 콤비네이션이 좋고, 중앙 지역에서 패스 플레이에도 능하다. 레알의 최근 경기력 회복은 마르셀루의 부상 회복 시점과도 맞물린다.
중앙 지역에서 이스코의 활동력에 도움을 준 것은 마르셀루의 중원 플레이다. 마르셀루는 단지 개인적인 측면 오버래핑 능력을 넘어 호날두의 고립과 중원 볼 점유, 깊숙한 크로스 패스 전개 등으로 레알의 공격 전술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다.
바스케스는 레알 공격진에서 직선적 플레이가 가능한 옵션이다. 아틀레티코는 최근 세비야 원정과 레알소시에다드 원정에서 패했고, 이 과정에서는 측면 수비 불안이 있다.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은 풀백 후안프란과 필리피 루이스의 수비 전환 속도와 공격 상황의 날카로움이 무뎌지면서 불안정해졌다.
베일과 바스케스,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 등 꽉 짜인 레알의 측면 화력은 아틀레티코가 쉽게 라인을 전진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스코나 하메스 로드리게스, 마르코 아센시오와 같은 선수들도 중앙은 물론 측면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옵션이다. 아틀레티코는 이들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공격 숫자 부족은 물론 수비 상황에서 허점을 노출할 수 있다.
▦ 크로스-카세미루 없는 레알, 후안프란-루이스 하향세 맞은 아틀레티코
레알이 안고 있는 큰 숙제는 토니 크로스의 부상 이탈이다. 루카 모드리치가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카세미루와 크로스가 모두 없는 중원은 포백 보호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방향 전환 플레이의 밀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레알의 미드필드는 모드리치와 마테오 코바치치, 이스코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공수전환 상황에서 이스코가 중원 압박 가담, 모드리치의 상대 2선 공격 제어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레알이 경기 균형을 유지하는 데 관건이 될 것이다. 아틀레티코의 역습 구조는 명확하고 빠르다. 한번의 빈틈이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레알은 전 포지션에 걸쳐 부상자가 많다. 수비 라인에도 페페가 뛸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회복했다는 점이다. 라모스는 라파엘 바란과 센터백 조합을 이룰 것이다. 경기 감각이 온전치 않다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있다. 바란이 라모스의 뒤를 잘 커버해야 한다.
아틀레티코는 마드리드 더비에 강한 페르난도 토레스를 선발로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레알이 벤제마를 후반전에 준비하는 것처럼 아틀레티코도 토레스는 상대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 조커로 투입할 것이다. 현재 아틀레티코의 주전 투톱은 프랑스 듀오 앙투안 그리즈만과 케빈 가메로다.
비교적 왜소한 체구에 빠르고 기술이 좋은 둘은 모두 전통적인 스트라이커 유형이 아니다. 그리즈만은 경기 중 수시로 측면과 전방을 오가며 아틀레티코가 4-4-2와 4-3-3으로 자연스럽게 변환되도록 움직인다. 2선으로 내려가 미드필드진과 공격진 사이의 간격 문제가 생길 때 이를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보다 중앙 지향적인 가메로는 전방 활동력과 속력이 탁월하다. 가메로는 부지런한 전방 압박으로 그리즈만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두 골 밖에 넣지 못했으나 시메오네 감독은 그의 전술적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가메로의 속도와 연계 플레이, 그리즈만의 플레이를 이해할 수 있는 점을 필요로 한다.”
가메로는 올 시즌 라리가에서 5득점 3도움을 기록 중이며, 3도움을 모두 그리즈만에게 연결했다. 그리즈만은 6득점 4도움으로 라리가 10호 공격 포인트를 달성 중이다. 그리즈만과 가메로가 전방에서 보이는 역동적인 콤비네이션은 아틀레티코가 제한 된 공격 숫자로 결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다.
베일과 호날두의 투톱 옆에 바스케스가 있다면, 그리즈만과 가메로의 투톱 옆에는 카라스코가 있다. 아틀레티코의 등번호 10번을 부여 받은 카라스코는 직선적인 개인 돌파와 송곳 같은 슈팅을 앞세워 새로운 해결사로 각광 받고 있다.
가메로가 커트아웃으로 측면으로 이동하고, 그리즈만이 2선으로 내려오면 전방 빈 공간으로 카라스코가 진입해 9번 역할을 할 수 있다. 카라스코는 라리가에서 5골을 기록 중이며, 그리즈만과 앙헬 코레아가 두 개씩 어시스트를 줬다. 왼쪽 측면을 타고 중앙으로 진입하는 카라스코의 동선은 그리즈만과 가메로의 움직임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레알 수비 배후에 위협을 줄 것이다.
▦ 2선 창조성 문제 생긴 아틀레티코, 무리해서 전진하지 않을 레알
아틀레티코가 올 시즌 어려운 경기를 할 때 발생한 문제는 두 풀백의 경기력 기복과 더불어 미드필드진의 보수적인 플레이, 창조성이 부족한 빌드업에 기인한다. 아틀레티코는 카라스코가 실질적으로 스리톱의 일원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코케, 가비, 사울 니게스로 중원을 구성하고 있다. 코케와 가비가 중앙에 서고 사울이 우측면에 가깝게 선다.
그리즈만이 2선 공격 영역까지 점유하면서 사울과 코케가 2선으로 들어와 경기를 풀어가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측면 경쟁에서 뒤질 경우 사울과 코케의 수비 부담이 증가해 2선 지역에서 공격 빌드업을 주도할 상황을 자주 맞이하기 어렵다. 이들의 2선 공격이 미진해지면서 아틀레티코의 공격은 전방에 배치된 세 명의 공격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상대 수비가 자리를 완전히 잡은 뒤에도 아틀레티코는 중앙 지역에서 과감한 패스나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토레스의 부활 과정에 좋은 콤비네이션을 보인 코케의 공격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
마드리드 더비 전 기자회견에서는 시메오네 감독에게 코케를 어느 위치에 배치할지, 우측면에 사울 대신 부상에서 돌아온 니코 가이탄을 투입할 생각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지단 감독은 공 소유권을 잃었을 때 압박 그물망을 조밀하게 구성했고, 최근 경기에서 아틀레티코가 보인 중원 공격력으로는 공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는 아틀레티코의 안방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다. 레알은 무리하게 라인을 높일 필요가 없다. 아틀레티코가 먼저 라인을 올린다면 약점이 더 크게 드러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놀랄 말한 선발 명단이 나온 다면 아틀레티코 측일 가능성이 높다.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전 마지막 두 번의 훈련을 모두 비공개로 진행했다. 다른 어떤 때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선발 명단을 낼 지단의 레알을 깨트릴 조합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지단의 레알은 공식 경기 28연속 무패 중이다. 견고한 구조를 바탕으로 낸 결과다. 서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고도로 집중하는 경기가 될 것이다. 시즌 첫 마드리드 더비는 한국 시간으로 20일 새벽 4시 45분에 킥오프한다.
글=한준 (풋볼리스트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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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한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