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사역의 한계 - 언어의 한계?
단기 사역의 한계는 언어의 한계라고 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이번에 몽골에서 만난 여자 전도사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이번 단기 선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몽골어를 조금 배워봤지만 모두들 몽골어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몽골어가 어렵다고 느껴질까?
국어를 전공하고 평소 언어에 관심이 많은 내게 몽골어는 그래도 다가갈 수 있는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치고 처음 대하면 어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내가 맛본 외국어들, 영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필리핀어(따갈로그어), 몽골어들 가운데 몽골어가 가장 어려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 몽골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그리 어려운 언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처음 대했던 중학교 입학초를 생각해 보면 몽골어는 그렇게 신기하고 생소한 언어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영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해 있는 것 같고, 외국에 나가서도 자꾸 영어가 튀어나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영어권에 살고 있다는 착각을 느낄 정도로.
그런데 영어는 구조부터 우리말과 아주 판이하게 다른 언어다. 독일어는 영어와 비슷한 언어이고 중국어나 태국어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언어일 것이다. 사실 일본어나 몽골어는 우리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우리에겐 배우기 쉬운 언어다. 내가 경험했던, 위에 열거한 언어들 중 아마 한국인이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는 일본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몽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몽골과 우리는 민족의 뿌리도 같지 않은가.
몽골어가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평소 자주 접하지 않아 생소하기 때문일 것이고, 다음은 한국어에 없는 몽골어 발음 때문일 것이다. 생소한 것이야 어느 나라 언어나 마찬가지이고 발음이 다른 것 역시 익숙해지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몽골어를 깊이 모르기 때문에 잘 알 수는 없지만, 한국어보다는 간단한 어휘와 문법 구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 배우려고 든다면 영어권 언어 배우는 일보다 쉬울 것처럼 보인다.
몽골어 얘긴 이쯤하고 이제 언어와 복음 전파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록문자인 글자가 없는 민족에겐 어떻게 복음이 전파될까? 선교 현장에서 많은 선교사님들은 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선교사들은 기록 문자인 글자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 복음은 문자로 전파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소리(말)는 있지만 글자가 없는 경우에도 얼마든지 복음은 전달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들에겐 기록 문자 대신 구전으로 복음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즉 노래나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 복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기록문자로 전달하는 것보다야 훨씬 못하겠지만 초기 단계는 이렇게 하다가 그들에게 문자를 가르쳐 준 후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몽골 단기 선교에서도 이런 점을 생각해 보았다. 몽골 어린이들에게는 성경이 없어 처음에는 복음을 노래나 이야기 형식을 빌어 전해주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성경을 보내주면 간단하지만 아직 성경의 가치를 제대로 몰라 비치용으로 성경을 놓아두거나 성경을 주면 이것이 훼손되고 뜯겨나가는 일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흐틀에서도 성경이 얼마나 있나 알아봤더니 5권 정도 있었는데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고 또 잘 읽히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몽골이 사회주의 국가로 출발했기 때문에 문맹률은 낮다고 한다. 그러니 성경만 보내주면 읽을 수는 있는데 어린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초기 단계인 노래나 이야기 형식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다. 물론 주요 성경 구절 암송을 노래나 이야기와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이번 사역에서 우리가 복음을 전할 기회는 없었다. 물론 목사님께서 설교 시간에 말씀을 전한 것이 복음 전파의 유일한 기회이긴 했지만, 팀원들인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선교를 한다고 하면서도 무엇으로 복음을 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언어의 한계가 단기 사역의 한계라고 한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의 행동과 삶으로 보여주는 것도 복음 전파이긴 하지만, 좀더 직접적인 복음 전파는 언어의 한계로 전할 수 없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번 단기 사역을 떠나기 전 우리 팀원들이 몽골어로 기록된 것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훈련시켜 갈 생각을 했는데, 내 생각이 너무 앞서 갔을까? 아니면 몽골어가 정말 너무 어려운 언어이기 때문이었을까? 제일교회에서는 일본어를 1년 전부터 준비하여 간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4개월 정도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기초 회화나 4영리를 읽을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익혀 가면 어떨까 생각해 시작했는데, 모임에서 ‘몽골어나’ 배운다는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되고, 나중에 정작 몽골어가 필요할 때는 몽골 학생들의 도움도 받지 못했고, 몽골어 노래를 준비하면서도 인터넷에서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는 악보를 구해 발음도 잘 맞지 않는 몽골어를 하느라 고생만 한 것 같다.
몽골어는 소리글자이기 때문에 읽으려고 노력하면 뜻은 몰라도 글로 쓴 것은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기본회화와 4영리까지는 준비해 가서 만나는 몽골 사람들에게 말이라도 걸어보려 했는데, 성경학교에 집중하느라 마을 사람들과는 접촉할 기회도 별로 없었고, 현지인 교사들과 만나는 정도, 그것도 이미 어느 정도 복음을 들어 알고 있는 사람들과 통역에 의한 만남이다 보니, 복음을 전하러 갔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한 일은 복음을 전하는 일이 아니라 여름성경학교 사역을 도와준 것, 대신해 준 것뿐이다.
물론 남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며 몇 달 배운 것 가지고 의사소통이 가능할까마는, 그래도 더듬거리고 조금 틀리는 말일지라도 한국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말인 몽골어로 얘기해 준다는 것이 그들에겐 신선할 테고 감동으로 다가갈 텐데 거기까지 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노민이나 에띠에게도 몽골어를 더 가르칠 기회를 베풀었다면 자기들의 역할에 더욱 보람을 느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 역시 아쉽다.
만약 내년에도 다시 간다면 우선 몽골어로 축구대회의 개회사 같은 인사말은 준비해 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암기할 주요 성경 구절은 우리가 외울 수는 없지만 읽을 수는 있을 정도가 되어 아이들의 암송 점검은 우리가 했으면 좋겠다.
또 몽골어로 된 4영리 밑에 우리말로 발음을 써 놓고 이것을 같이 보면서 주민들에게 읽어 주며 전도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그 여전도사님의 말씀처럼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주님을 영접하게 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는 일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작년에 필리핀에서도 영어로 된 4영리를 들고 축호 전도를 했었는데, 필리핀은 이미 기독교 문화권이라 복음이 낯설지 않은 곳이어서 그랬는지 큰 효과는 없어 보였지만, 몽골은 성령의 역사가 더욱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그만 시골 마을 흐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도 멀리 떨어진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인은 아주 생소한 외국인이며 호기심의 대상일 수 있다. 이들에게 더듬거리는 말일지라도 자기네 말로 복음을 들려 줄 때, 이들의 마음은 더 잘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흐틀 주민들과 접촉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들과의 만남을 위한 접촉점에 한류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만 시원스레 나와준다면 올해 못한 김치 담가 나누는 일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이 일에 꼭 지역 유지들을 초청해다 바타 전도사님의 위상을 높여주고 교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음은 물론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복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 참으로 귀한 사역이 될 것이다. 이 일은 어른들의 사역이 되면 좋을 것이다.
사실 이번 사역은 우리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한 사역이다. 하지만 내년도에는 어른들의 사역도 병행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교회 수리팀, 전도팀, 성경학교 사역팀 등 좀더 세분화하여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 올해 26명이 갔지만 성경학교 운영만을 위한다면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어른들도 단기선교 팀원으로 좀더 많이 참가하여 흐틀에 복음의 바람을 불어 넣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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