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먼저 보내는 일도 못할 짓이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어지간한 약속들을 유예하고 있는 중에도..
부고를, 그것도 맘만 바빠서 제 때, 전화기 너머 안부 묻기에도 게을렀던 관계를 가진 친구의 부고를..
접한다는 건, 바쁜 일상마저도 일순간 정지되고마는 일이다..
그래서, 늦은 밤에 걸려오는 전화는 비상한 일을 전하려 하기 때문인지, 괜히 급하게 울린다..
그리고는 가슴을 덜컥 쓸어내리게 한다..
현실이지만, 비현실을 경험하는 듯한 목소리의 울림..
오늘 새벽, 그 아이를 태워준다..
이하, 내용이 우울하므로, 판단 하에 읽으세요..
죽음 연습 1.
살을 좀 빼야겠다.. 뼈 마디에 붙은 필요 이상의 지방질은 거두어 내고, 뱃살도 좀 줄여야겠다..
죽음 연습 2.
아침마다, 불면의 커피를 버릇처럼 마셔대야겠다..
죽음 연습 3.
아침, 저녁으로 꽃보고.. 비 오면, 우산 접고.. 바람 불면, 두 팔을 벌려.. 바람의 결을 섬세하게 느끼려고 배려해야겠다..
죽음 연습 4.
몸에 좋은 건, 챙겨 먹어서 몸이 죽음의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고른 영양분을 많이 축적해야겠다..
죽음 연습 5.
몸을 청결히하고 몸에 붙은 각질을 제거하기 위한 위생에 힘써야겠다..
난, 이렇게 준비하고 있을테야..
그러니, 나보다 나중에 죽어줘.. 나를 들춰 업어야하기 때문에.. 넌, 생존의 연습을 해야할거야..
죽으면, 배를 태워줘.. 어떤 꽃도 달아주지 말으렴..
어느 시인 처럼.. 군산 앞 바다, 거기 검문이 심하면.. 그래, 곰소..
곰소가 군산 억새밭보다는 갯내 짙더구나...
고군산도 어디쯤으로.. 아니, 아니.. 옥녀봉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 너머 섬..
그 너머너머.. 날 맑은 날에도 회색으로만 보이는 섬..
거기..
손발톱에 낀 때도... 손가락 밑에 슨 가시도.. 그대로 ..
역시 입던 옷도, 엘칸토 구두도 그대로... 입힌 채로.. 그대로..
..... 하지만, 가죽 가방에 날 구겨 넣지는 마..
그냥, 날 업어줘.. 난, 죽음을 연습하면서.. 꽤나 가벼워져 있을거야..
거기.. 그 너머너머너머의 섬까지 날 업기 위해 육체만 달랑 남아..
산뜻한 지포 라이터의 무게처럼.. 가벼워져 있을테니..
계속 날 업어줘..
풍장1
- 황 동 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튀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그래, 그래... 힘들면, 좀 쉬었다 가..
다리 펴고.. 날 옆에 뉘여 놓고.. 땀 들이고..
어차피, 날 묻기 위해 땅을 파는 수고라고 여기렴...
그리고는 담배 두 개에 불 붙여서는 너 하나 태우고, 내 입에도 하나 물려 줘..
그리고 조단조단 이야기 하렴..
너의 생존 연습에 대한 이야기와
별똥별 떨어진 곳을 쫓던, 너의 어둠 속 밝음에 대한 이야기와
사형 시간을 앞둔 카바라도시가 토스카를 위해 반지를 뽑아들고 편지를 쓰는 이야기여도 좋아...
난, 네 등을 타고 흐른 땀으로 퍼렇게 질려 버린 내 몸뚱이가 탱탱 불어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귀 열어 놓을는지도 몰라..
풍장 39
- 황 동 규
복수 여행, 항구 끝의 여관들,
저 불면의 밤들,
아무리 취해도
코고는 일행을 끝 점검하고 비로소 자리에 눕던
저 불면의 밤들,
불면의 끝, 혼자 창 열고 가로등과 함께 훔쳐 본
파도에 몸 던지기 직전 눈발 춤추던 바다!
그러나 이제는 여행 꾸러미 속에서도
가볍게 누워 잠든다
고추잠자리 마른 풀잎에 내려 졸 듯.
마지막 술잔에 내장을 하나씩 맡기고
누군가 옆에서 인생과 문학을 갖고 놀면
귀 열어 논 채 잠들다
바다 한번 장쾌하게 내려다 보면서 이마에 흐른 땀 닦고..
그래, 그렇게 날 뉘어줘..
네 땀에 흠뻑 젖은 내 옷 가지를 하나씩 벗겨 줘...
어차피, 살갗도, 신경도, 내장도, 뼈도.. 다 벗으러 간 길이니깐 말야..
너무 굳어서 뻣뻣해졌으면, 내 이마 곁에 놓인 그다지 날카롭지 않은 돌맹이로 관절을 툭툭 두드려서, 펴 줘..
때를 맞춰..
시기를 맞춰..
선택해서 죽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손사래 아무리 친들.. 그렇게 오는 죽음이기에..
돌팔매질하면서, 뒷걸음질 쳐봐야.. 그렇게 오는 죽음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봄날이었으면 좋겠어..
언제나 봄은 지독하잖아...
진달래가 한창인 때라면, 더욱 지독할테지?
이끼낀 바위 쪽으로 머리를 뉠 수 있도록, 원만한게 세월을 견뎌낸 바위 틈서리 있는 곳을 찾아 줘..
그 위에 진달래 흐벅하게 피어 있는....
그리고, 새도 가끔 날아올 수 있을만큼..
옹이 몇 개 안고 있는 입가지 넓은 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
진달래 산천
- 신 동 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무록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맡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아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죽을 때, 어떤 표정으로 죽어 있을까?
울까?
너무 좋아서 웃을까?
아파서 찡그리고 있을까?
아무려나 다 벗겨 놓고는 내 자지가 한쪽으로 쏠려 있으면 가지런히 놓아주렴..
그리고, 내 육탈이 되기 전이니, 그 상태에서 마지막 섹스를 해도 좋아..
발기도, 솟구칠 정액도 없으니..
영원히 멈추지 않을 섹스를 하게 될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다가 길 잃은 개미 한 마리가 더듬이로 너와 함께 나를 애무하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내버려 두렴..
그럼, 바람이 더듬겠지..
어쩌면, 벼랑을 때리는 강한 바람이 불어와서 나를 들썩이게 할는지도 몰라, 땡볕에 말라버린 바람이거나..
겨드랑이 사이를 간지를 바람이거나...
살갗을 한 겹 벗겨 낼지도 몰라..
한 겹 벗겨진 살갗의 붉음이 드러나거들랑..
그 위에 어느 새 눈 내리고..
난, '아주' 빨간색에 '아주' 흰색의 대비가 좋아..
마치, 김치독에서 퍼낸 김치 위에 흰 눈 내리는 것 처럼 말야..
그리고 또, 봄 오겠지?
어지간히 녹아드는 대기의 때가 오면..
난, 바람에 쓸리우고, 깎이우고 어지간히 몸이라는 옷을 벗었을꺼야..
내장 쯤은 갈매기들 주지 뭐..
때마침 지나가던, 후각 예민한 들쥐들 있으면, 눈 뽑아주고 말야..
좀 미안해하겠지..
더 주고 싶어도.. 가진게 두 개 밖에 없으니 말야..
그 위로, 꽃가루 떨어지고, 송화가루 날리고..
아! 너는 돌아갈 때...
옛이야기하면서 가면, 그다지 심심하지는 않을꺼야..
별 이야기.. 달 이야기 .. 사람 이야기.. 사랑 이야기.. 음악 이야기.. 뿌리와 가지에 대한 이야기...
나 있는 듯.. 그렇게 오던 길.. 되짚어가렴..
그리고 어느 날도, 나를 위해 향을 피우지 말고..
그저, 담배 태울 때.. 그거 나눠 피던 소박한 인심이나 생각해 주렴..
풍장 40
- 황 동 규
선암사 매화 처음 만나 수인사 나누고
그 향기 가슴으로 마시고
피부로 마시고
내장으로 마시고
꿀에 취한 벌처럼 흐늘흐늘대다
진짜 꿀벌들을 만났다
벌들이 별안간 공중에 떠서 배들을 내밀고 웃었다
벌들의 배들이 하나씩 뒤집히며
매화의 내장으로 피어.. ..
나는 매화의 내장 밖에 있는가,
선암사가 온통 매화,
안에 있는가?
하얗게 뼈 드러나거들랑.. 그냥, 내버려 두렴.. 거기 꿀벌들이 새끼칠는지도 모르니깐 말야...
잘 가라... 씹새!!
첫댓글 1착... 댓글부터 먼저 달고... ㅡ,.+
이런... 등수놀이 한다고 댓글부터 달았더니... 내용은 이게 아니잖어......ㅡ.ㅡ 오늘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ㅎㅎ 윗글 읽고 웃을 일이 아닌데 ... 웃고 말았습니다.
이건 삶의 코메디인데요 ㅋㅋㅋㅋㅋ 죽음에 줄을 잘못선 울까웅님......하지만 응애하고 울며 태어난 순간 이미 줄은 서져 있었습니다...네버마인드
삶에 대한 애착(애증)이 느껴지는 글................... 그리고 떠난 친구에 대한 그리 진하지 않은 슬픔.................나도 살 좀 열심히 빼야 겠다 ...
가깝게 여기고 살았던 사람의 전혀 생각치 못했던 부고.......에 전 몇날 몇일을 잠을 못이루고 벌벌 떨었다는...... ㅡㅡ; 슬픈건 둘째치고 무서움만이......
복길 심란하셨구마........... 산 사람은 살아야제 머............
딱 그런맘으로 내 가장 소중한 친구 보내던 날 ...그 친구 죽음을 인정못해 1년간을 애원했죠..제발 꿈속에라도 나타나 진실을 말해달라고~ 10년이 흘렀건만 내가너같고 너가나같던 친구는 끝내 아무말 안하네요.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는지를...그럭저럭 시간이 약인지라 잊고지내지만... ...아......왜 울리고 그러시나 ??
울신랑 옛애인도 얼마전에 자살로 가버버렸네요....바보같은 뇬...그렇게 전화해더니...결국엔 ...
에고~ 그런일이요~~ 한동안 허덕이셨겠습니다~~ 에고~~
ㅡ.ㅡ;;
음~ 오던길을 되돌아 보게 하네요~~ 그러나 또 걸어야 겠지요~~ 나이먹어 젤 슬픈게 벗 들 먼저 떠나 보내는일이라구요!~~~
에~ 난 죽기 직전에 웃을 수 있는 사람 되고 싶슴다...미챠서 웃는 게 아이궁 살아온 날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지금 매 순간순간이 죽음을 위한 준비단계니 열쉬미 살자구욤~ ^^
아... 근데, 이분이 누구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