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8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빈익빈부익부
양치기 소년에서 이스라엘 성왕이 된 다윗은 겸손하게도 자신의 천한 출신성분과 우리야의 아내를 범한 죄를 반성하고 간절히 주님께 기도합니다. “주 하느님, 제가 누구이기에, 또 제 집안이 무엇이기에, 당신께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셨습니까? (중략) 이제 당신 종의 집안에 기꺼이 복을 내리시어, 당신 앞에서 영원히 있게 해 주십시오.”
이 얼마나 진실한 기도입니까? 이런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단 한번이라도 나는 다윗처럼 기도해 본 적이 있는가? “주 하느님, 제가(사제이지만) 누구이기에, 또 제 집안이(제 능력이) 무엇이기에, 당신께서 저를 여기까지(캐나다 한인 본당) 데려오셨습니까? 우주 안에 떠도는 티끌 하나에도 비할 수 없는 비천하고 부족한 제가 감히 당신의 사제직을 수행하다니요. 환송하기 이를 데 없으니 그 뜻을 거두어 주십시오.”
다윗이 성왕으로 존경 받는 이유는 그가 지닌 인품과 백성들에게 베푼 선업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하느님께 복을 빌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의 훌륭한 치적은 그의 것이 아니었음을 안 것입니다. 다윗은 왕국의 영광과 번영을 타고 난 자기 복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복이라고 여겼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신앙생활은 주님께 복을 청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없기에 주님께 의탁하는 것입니다.
다윗의 후손이신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옛말에 복을 지어야 복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다윗이 복을 청하기 전에 백성들에게 복을 베풀었듯이 우리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웃들과 나눈다면 하느님께서는 물질 이상의 것을 더하여 주실 것입니다. 영적으로도 빈익빈부익부입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마음의 행복은 커지고 서로 간의 사랑 또한 커집니다. 돈은 잃을 수 있지만 인심마저 잃게 되면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알고 그분께 복을 비는 자는 항상 먼저 복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자입니다. 주어야 받는 것이 은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