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 현실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오늘 날 우리 정치 현실을 보면 너무나 암담합니다.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님들도 각성해야 하지만 우리 불자들도 의식이 변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국민의 절반으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극단적 분열 상태에서 국민은 정치에 환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바로 서지 않아도 상대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지도가 올라가버리는 양당 구도,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제대로 된 여론을 형성할 책임을 져버린 언론, 꼴 보기 싫으니까 욕이나 하고 외면해 버리는 국민,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로남불, 후안무치, 양심거부, 승자독식, 적반하장 등 우리 나라 정치사상 잘못된 점으로 지적되어 온 이런 것들을 불식 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권 쟁취를 위해 특정 지역을 자기 세력으로 만들어 지역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러한 지역감정은 우리나라 정치사의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그것도 한 나라를 두 동강 내버린 것도 모자라 반쪽인 남한에서까지 또 반으로 갈라선 것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경상도와 전라도가 대립하고 분열되고 색깔이 뚜렷하게 갈라집니다. 서로 융합하지 못하고 으르렁대며 적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러한 영호남의 지역감정으로 갈라서 점점 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의 정치는 지역감정에 덧붙여 이념 논쟁으로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에서 협의와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념적 논쟁, 자신들 집단의 주장만을 관철 시키려고 합니다.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 주장만이 옳고 내 생각만이 정답이라는 자기 논리와 모순에 빠져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뜻과 목적을 달성하려는 생각만 강할 뿐 그것이 국민이 생각하는 일반적 상식과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가를 다스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려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상식과 도덕적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 옳고 그름이 명확해야 합니다. 다양화되고 다변화되는 사회에서 옳고 그름의 생각 차이는 약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협의에 의한 합리적으로 풀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크거나 상식과 도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국민은 혼란을 겪게 되고 대립과 논쟁만이 격화되게 되어있습니다. 그것은 곧 사회의 혼란으로 직결되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끝없는 욕망은 권력을 향해 질주합니다. 권력에 줄서는 정치인, 지나친 권력의 집중은 독재로 흐르고 독재는 곧 많은 사람들을 비탄에 빠트리게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서 권력의 집중을 막고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마련돼야 합니다. 권력은 강한 힘을 상징하지만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의식에 따라 국가를 발전시키고 부강하게 할 수도 있고 자신과 추종자들의 영달을 위해 잘못 쓰여 지면 국가나 국민이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권력은 나누어야 하고 나눈 권력의 사용자들이 국민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찾아 이용되어야 합니다. 정당은 계파로 이전 투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무장되어야 하고 그러한 정책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되어야 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요란을 떨다가 선거가 끝나면 국민 앞에 군림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은 더 이상 존립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친 이상에 매몰되어서도 안 됩니다. 현실상황과 구조를 잘 살피고 가장 올바른 정책과 골고루 잘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합니다. 한곳에 치우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능력껏 경쟁하고 부족한면은 합리적으로 국가가 도와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무조건적 복지와 포퓰리즘적 복지는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 보편적 복지가 늘고 있는 현상입니다. 지나친 복지는 국가 부채를 늘리고 그것은 곧 국가 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더구나 장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이러니저러니 갑론을박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올바른 주권을 가지고 주인행세를 하려면 국민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해 정치권을 기웃거린다든지 지연이나 혈연, 학연으로 정치권과 결탁한다든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정치인 또는 정당이라고 해서 올바르지 못한 정책이나 생각 등에 동조한다면 정당과 정치인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입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주인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과연 주인답게 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사람을 뽑을 때 어떤 사람이 그 일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그 일이 잘 추진되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사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닫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민생은 뒷전으로 하고 자신들의 이전투구만 앞세우는 국회의 싸움 풍토를 언제까지 되풀이하게 할 것인가를 우리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정치를 정치인들 스스로 바꾸라고 하면 영원히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권력 욕심만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변해야 정치도 바뀌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도 기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인답게 행동합시다.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