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이탈리아는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영향을 조금 늦게 받았는데, 어쩌면 제일 먼저 서민과 빈자로 이루어진 초기 공장 노동자가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생겨난 도시가 토리노라고 생각합니다. 1861년 이탈리아가 거의 1500년만에 통일 되고나서 첫 수도가 토리노였고, 공장들이 제일 먼저 생겼던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량으로 유입된 도시 빈민 노동자가 많았고, 그 삶은 참혹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은 이런 혼란의 시대에 토리노 근교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고, 평생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살레시오 수도회를 만든 분입니다.
우리 신자들 모두 아이들을 이뻐하지요? 요즘 젊은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몇 없으니, 아이들에게 전부 다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잘 해야지요. 그렇다면 오늘 요한 보스코 성인의 가르침을 몇 마디 전하려 하니 특별히 잘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의 교육 시스템을 “예방적 교육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뜻은 청소년들이 자신 자신의 재능과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들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히 알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면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해내고 살아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청소년들은 최선을 다해서 배우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과 그 안에서의 자기 자신을 미리 연습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보호를 받으면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 미리 맛보고, 악이 무엇인지를 미리 알아 피하는 법도 배우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세상 안의 존재임을 배우면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소명에 따라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공동체 삶을 미리 체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이들과 어른들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그 대화는 청소년과 그 상대자가 철저하게 이성적이어야지 강압을 하거나 떼를 쓰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또한 이런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서 요한 보스코 성인은 강요할 것과 예방할 것을 구분합니다. 강요하여 청소년들에게 주입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양심의 법 그리고 사회가 규정한 법을 알고 그것을 지키는 것인데, 이것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거부하면 벌을 받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예방하는 것으로 “이성”과 “신앙”과 “사랑을 주고 받는 법”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맞는 삶을 찾아가도록 보호하는 것입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은 청소년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모델로 삼고, 성모님을 어머니이며 교사로 삼도록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참된 교육의 비밀은 “선함”과 “늘 함께 함”이며 동시에 “신중한 식별로 청소년과 함께 여행 함”인데, 이 모델을 성모님과 예수님의 모습에서 찾아내었던 것입니다. 성가정에서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가르치셨던 것처럼, 그리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몇 년을 지내시면 조금씩 깨우치게 하셨던 교육 방식이 부모를 비롯한 모든 교육자들이 따라야 할 방식입니다. 그래서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의 모든 본당은 여름에 본당에서 본당신부와 한달 살기를 합니다. “Camp School”정도로 영어로 번역되는 것을 합니다. 짐 싸들고 성당에 와서 교리실에서 숙식하거나, 들판에서 야영을 하면서 한 달을 지냅니다. 당연히 본당 신부와 함께지요.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면서 온전히 성당에서 아이들이 신앙과 삶 그리고 공동체를 배웁니다. 요즘은 아빠 엄마들이 성당으로 퇴근하여 같이 저녁을 먹고 애들을 데려가는 본당이 많아지는 듯 합니다. 지금은 이런 전통이 많이 퇴색되기는 했습니다. 개인주의의 결과지요. 그리고 컴퓨터와 핸드폰의 추잡한 볼거리에 부모부터 정신을 못 차려서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을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우리 부모님들은 성당에 아이들을 왜 보내십니까? 요한 보스코 성인의 대답은 명백합니다. “거룩함”이 목적입니다. 여기서의 거룩함은 세상과 유리되어 혼자 고고하게 지내거나 편한 사람들과 배타적으로 선별적으로 지내면서 교만하게 있는 거룩함은 절대 아닙니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세상과 모든 사람들과 존중으로 교류하며, 하느님께서 주신 자신의 소명에 따라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신앙이 무엇보다 우선이 된 삶이 결국 청소년들에게 가져오는 것이 바로 이 거룩함입니다. 거룩함은 “지금, 여기에, 함께” 있습니다.
도시 빈민의 아이들이 거리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오라토리오”라는 공동체를 만드셨습니다. 이곳에서는 가난하고 버려진 청소년이 먹고 자고 기초 공부할 수 있고 기술을 배워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이상대로 하나의 교육 기관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이 오라토리오를 중심으로 아직도 거의 모든 본당이 신앙과 인성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그리고 우리 비전동성당에 몸 담고 있는, 그러면서도 학원에 치이고 핸드폰에 병든 우리 아이들, 직장을 찾기 위해 공부하고 노심초사하며 방황하는 우리 청년들에게 우리는 요한 보스코 성인에서 무엇을 배워서 전달해 줄 수 있을까요?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무엇이 우선적인 선택이라고 어떤 논리로 가르치고 있나요? 삶의 목적이 거룩함이어야 하겠습니다. 그 거룩함은 우리를 우리답게 합니다. 그런 눈으로 일상을 대하고, 우선적인 선택을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땅은 발로 딛고 걸어가야 하고, 마음으로는 천국에서 살아야 합니다.”(성 요한 보스코)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