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우나,
이냉치냉(以冷治冷)
- 수증기 탕에서 흠뻑 땀을 뺀후 얼음구멍으로 들어가며
웃고 있는 사우나 여인의 이냉치냉. 뭐가그리 좋을까?
핀란드 사우나.
핀란드에 와서 핀란드 사우나를 아니하고 갈수야 없지.... 여기까지 왔는데 자작나무로 지어진 사우나 탕에서 땀을 한번 쭉 빼야 여독도 풀릴 것이 아닌가.
우리는 헬싱키에서 가장 값이 싸다는 올림픽 경기장에 있는 핀란드 사우나를 찾아 다시 진군을 계속했다.
1952년에 열린 헬싱키 올림픽 경기장으로 들어서니 자작나무 숲에 어울리는 경기장이 깨끗하게 들어서 있다. 경기장은 매우 조용하고 한적하다. 높이 72미터의 타워에 올라 시내를 바라보니 숲 속에 둘러싸인 헬싱키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숲 속의 헬싱키는 도시라기보다는 마치 한적한 마을처럼 보인다. 하기야 인구가 50만정도이니 우리나라 시골도시 정도 밖에 안 된다. 높은 건물이 별로 눈에 띠지를 않아 도시는 더욱 안정감을 갖게 한다. 과연 발틱해의 아가씨란 별명이 붙여질 만도 하다.
타워에서 내려와 관리인에게 사우나의 위치를 물으니 매우 친절하데 안내를 해준다. 우린 자작나무 숲 속에 자리한 경기장 부속 사우나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표를 파는 사람이 없다.
- 올림픽 경기장에서 내려다 본 헬싱키 시가지는 꼭 어느 시골마을처럼 보인다.
- 1952년도에 지어진 헬싱키의 올림픽 스타디움. 매우 깨끗하다.
마침 브라운 색깔의 머리를 가진 아주머니가 들어오길래 물어보니 코인박스에 코인을 넣어서 표를 받아 가면 된단다. 말하자면 자동판매기 시스템이다. 사우나 요금은 1인당 2유로다. 아주머니는 상냥하게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사준다.
핀란드 사우나는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던데 이곳은 남녀가 유별이다. 기대는 허물어지고… 사우나 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비교적 넓은 홀에는 샤워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물통이 몇 개 놓여 있다.
샤워로 물을 끼얹고 스모크 사우나 smoke sauna 이라고 표시된 곳으로 들어가니 별로 뜨겁지도 않고 스팀도 나오지 않는다. 실내의 천장, 벽, 의자들은 온통 자작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핀란드 시장에 가면 자작나무 가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사우나를 할 때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면 혈액순환이 아주 좋아진다는 것.
- 증기실에서 돌 날로에 물을 끼 얹어 김을 내는 모습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대화와 사교의 장이다.
‘무슨 사우나가 이래?’
실내 한 구석에는 벌겋게 달구어진 돌무더기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가마솥만큼 뜨겁지도 않았다. 그런데 몸이 뚱뚱하고 털이 부숭부숭하게 가슴팍을 덮어진 어떤 사내가 양동이에 물을 넣어 들어오더니 바가지로 냅다 돌에다 부었다.
순식간에 실내는 김으로 가득 차더니 이내 뜨거워졌다. 불과 몇 분만에 뜨거워서 참을 수가 없다. 원래 사우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이내 그 뜨거운 김에 질려서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아하, 그렇게 하는구나.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
그 사내는 아직도 물을 계속 뜨거운 돌에 부어대고 있는지 김 올라가는 소리가 치익치익 하고 밖에까지 들려온다. 비교적 뚱뚱한 사람들이 사우나를 좋아 하는 것 같고 나처럼 빼빼 마른사람들은 별로 땀을 뺄 살도 없으므로 비교적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핀란드 사우나는 2000년 전부터 개발된 핀란드의 독특한 목욕법이다. ‘sauna’란 단어는 ‘땀을 빼는 일’이란 뜻이란다. 핀란드 원어가 유일하게 영어사전에 그대로 올라가 있는 단어다.
핀란드 사우나 방법은 전기로 달구어진 돌 난로에 물을 뿌려 더운 증기를 발산하여 몸의 땀을 흠뻑 뺀 다음 얼음을 깨고 호수로 들어가 더움 몸을 식히는 것이란다. 말하자면 이냉치냉(以冷治冷) 건강법.
핀란드 인들은 사우나를 매우 좋아하여 전국에 160만개나 되는 사우나고 있다고 하니 과연 사우나의 나라답다. 해변이나 호수, 집집마다 거의 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샘이다. 심지어 도심의 카페에도 사우나가 있다고 하니 그들이 얼마만큼 사우나를 즐기는지 알만하다.
- 증기실에서 호수로 왔다갔다하는 핀란드 사우나 매니아들.
마누라 없인 살아도 사우나 없인 살지 못한다고 하는데...
핀란드 사우나가 몸에 좋은 이유는?
건식과 습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사우나는 고열과 저습으로 땀을 뺄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피부 깊숙이까지 몸을 정화시켜 불순물을 제거해 준다. 사우나를 즐기는 동안 ‘베타 엔도르핀’이 생성되어 자연적으로 괴로움이나 고통에서 멀어지는 작용을 해 주고 혈액순환을 잘 시켜준다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핀란드에서는 사우나가 중요한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한단다. 온 가족이 함께 사우나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사업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진행 된단다. 핀란드 사람 4명중에 1명이 사우나 실을 가지고 있다니 이는 자동차보다 더 많은 숫자다.
핀란드 속담에 ‘만약 사우나, 보드카가 당신의 병을 고칠 수 없다면 아무 것도 그 병을 고칠 수 없다’라고, 할 정도로 사우나는 핀란드 인에게 건강과 사교의 장으로 중요하다.
허지만 나는 땀을 뺄 살도, 힘도 없어 더 이상 증기실을 들어가지 않고 샤워만 한 다음에 박으로 나왔다. 이거 살이 좀 붙어야 사우나를 즐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