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설중매를 치다
새벽 찬
봄기운에
깨어나는 여명
아직도
동면인가
고목도 꽃을 내는데
설원에
붓을 세우니
홍안이 분분하도다.
봄은 온다
冬至가 지났다
꽃샘추위 속에
임부가
몸을 풀고 있다
呱呱의
울음소리
기다리고 있다.
딱딱딱
눈 덮인 산야
어젯밤
우리 모두 하얗게 죽었다
개원사開元寺* 암주庵主
딱따구리 스님
목탁 두드리는 소리
딱딱딱
딱딱딱딱
너와 나
우리 모두
어서 빨리
새롭게 태어나자
딱딱딱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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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사開元寺: 760년 전 강원도 횡성군 정금산鼎金山에 있었던 사찰. 지금은 廢寺地로 남아있다. 廢寺因은 빈대 때문이라 적고 있다. 빈대는 향원鄕愿. 예나 지금이나 양민을 괴롭히는 鄕愿이 창궐하고 있으니, 향원鄕愿은 수령을 속이고 양민을 괴롭히던 촌락의 토호. 겉으로는 선량한 척하면서 환곡이나 공물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빈대.
봄을 찾아서
새벽 직업소개소 앞마당
모닥불이 겨울을 녹이고 있다
해는 중천으로 기어오르고
허기진 뱃속에는 라면이 끓고 있다
라면 하나에 사랑과
서러움이 끓는다
사업 실패로 거리를 떠도는 아비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있다
병석에 누워계신 아버지
고등학생 막내딸
친구 집 식당 주방에서 식기를 닦고 있는 아내
밤을 지새워 우는 칼바람은
이 무능한 아비가 봄을 찾는 까닭이다
내일도 이 아비는
라면을 끓일 것이다
봄을 찾아서.
《月刊文學》(20023. 2)
입춘立春
생각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꿔집니다
깨달음
있어야지
파란 운 틔울 수 있어요
일어나
어서 걸어가세요
당신은 이 세상주인입니다.
2월 초하루
積雪에
멍 때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해야
산짐승들도 잠을 자는지
멈춰 선 바람
마음을 비우고 있습니다.
공생
달을 보고 배웠습니다
정성이 모이면
이루어진다고
모아 모아 모아
점점 커져가는 당신의 소망
소원 성취하소서.
印黙 김형식
시인, 문학평론가, 전남 고흥, 필명 인묵印默, 전남대농경제학과(졸), 무불선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재가불자(성철스님 몽중상좌) 현대문학창작입문강좌이수(1969). 《불교문학》(2015)시부문 등단(〈그림자 둥지〉외 4편), 《한강문학》(2020) 평론부문 등단(시성詩聖 한하운의 시詩 〈어머니〉에 대한 소고), 대표작: 〈그림자의 둥지〉, 〈무엇을 쓸고 있는가〉,〈봄비〉, 〈반갑다, 초승달〉, 〈애호박〉 외, 시집: 《그림자 하늘을 품다》, 《오계의 대화》, 《광화문 솟대》, 《글,그 씨앗의 노래》, 《인두금의 소리》, 《성탄절에 108배》, 《침묵이 입을 열다》 외, 수상: 한국청소년문학대상, 한국창작문학대상, 시가흐르는 서울 제2회 문학대상 등, 고흥문학회 초대회장, 詩聖한하운문학회 자문위원장, 《보리피리》 편집주간, 한국문인협회 개선위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매헌 윤봉길사업회 지도위원, 불교아동문학회 부회장, 한강문학 편집위원, 시가흐르는 서울 문학상선정위원장, 창작문학 문학상심사위원, 사)대한민국문학메카본부 회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