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 자기상의 왜곡
이덕하
2008-03-16
머리말.. 1
쾌락을 위해?
– 정신분석의 설명.. 1
건강을 위해?. 2
역경을 이기기 위해?
– 어떤 진화 심리학자들의 설명.. 3
자기상의 해리.. 3
여러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실제로 그런 것보다 더 착하고, 더 능력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들이 제출되었다. (거의) 모든 심리학자들이 자기상(self-image)을 과대 평가하는 식으로
왜곡하는 현상을 당연시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쾌락을 위해? – 정신분석의 설명
자기가 어떻게 못났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정신분석은
이런 점에 주목하여 자기상 왜곡을 설명한다. 정신분석에 따르면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쾌락 원리) 쾌락을 주는 방향으로 자기상을 왜곡한다는 것이 정신분석의 설명이다.
우리는 정신분석의 설명 방식을 따라 뜨거움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고통을 느끼는 것은 괴롭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뜨거운 불에 손을 넣었을 때에도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물론 우리는 뜨거운 불 속에 손을 넣으면 즐겁기는커녕 몹시 괴롭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그럴까? 뜨거움이라는 고통이 불 속에서 손을 빼내게 함으로써
화상을 막기 때문이다. 불 속에 손을 넣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면 화상을 입기 쉬울 것이다. 요컨대 상황에 대한 부정확한 판단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잘못된 평가 역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싸움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는 무모한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힘을 과대 평가하는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들다가 다치기 쉬울 것이다. 자신의 점프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사람은 뛰어넘을
수 없는 곳을 뛰어넘으려고 하다가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
쾌-불쾌 메커니즘은 인간이 적응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끄는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신의 어디선가는 불쾌도 만들어내야 한다. 인간의 정신의 어떤 부분은 쾌락을 만들어내고, 어떤 부분은 불쾌를
만들어내고, 어떤 부분은 쾌락을 추구하고, 어떤 부분은 불쾌를
피한다. 정신분석은 쾌락과 불쾌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에는 관심이 없다.
우울함이 건강을 해치며 행복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이런 점에 주목한 어떤 학자들은
인간이 자기상을 우월한 방향으로 왜곡하는 것은 건강해지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이 가설에도 위에서 언급한 문제가 있다. 자기상을 왜곡하면 약간 더
건강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역경을 이기기 위해? – 어떤
진화 심리학자들의 설명
어떤 학자들은 자기상 왜곡이 역경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자기
능력을 과대 평가함으로써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어떤 과업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도 마찬가지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자기상 왜곡이 끈기를
줄지도 모르지만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는 자기상 왜곡을 당연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인간의 자기상이 하나뿐이라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수 많은 자기상들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자기상들이 서로 모순되는 정보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즉 앎의
해리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종을 초월한 사랑」과 「왜 양부모가 계부나 계모보다 자식을 덜 학대하는 것일까?」에서 앎의 해리에 대해 다루었다.
나는 서로 다른 모듈들이 자기상에 대한 서로 다른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동 조절 모듈은 자기의 능력에 대한 되도록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고, 대외 광고용 모듈은
자기의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된 정보를 담고 있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으로써 행동 조절 모듈이 무모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할 수 있고, 대외 광고용 모듈이 자신을 과대 포장함으로써 더 인기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할 수 있다.
기존의 연구들은 대체로 설문 조사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럴 때는 아마
대외 광고용 모듈이 작동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피험자의 과대 평가된 자기상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행동 조절 모듈의 작동을 알아낼 수 있는 연구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첫댓글 -역경을 이기기 위해- 는 제 생각에는 그럴 듯 해 보입니다. 모두가 성공 할 필요는 없고 그중에 몇만 크게 성공할 수 있으면 충분하니까요.. "위험 감수"와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