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수성동 계곡 공원에서 자하문 쪽으로 가다가 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와 일대의 전망입니다. 가까이 광화문 일대부터는 고층빌딩인데 산 아래 서촌은 아파트도 변변찮고 전통가옥이나 옛집들로 움푹 꺼져 있습니다. 청와대가 인근이어서 개발이 제한된 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입니다. 경복궁의 주산이기도 합니다. 주산이라는 것은 풍수에서 말하기를 바로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주된 산을 말합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악산자락에 있는 청와대, 지붕이 푸른색 청자기 기와로 덮어 청와대라 합니다. 권력이 뭣이기에, 옛날에는 저곳에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는데 요즘은 곁에 경찰이 서 있는데도, 촬영금지라는 표찰이 붙어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인왕산에 호랑이가 많았다고 합니다. 고려 때 한성판윤(지금 서울시장)이었던 강감찬 장군께서 인왕산의 호랑이를 내쫓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인왕산 끝 자하문으로 넘어가는 도로변에 윤동주문학관이 있습니다. 윤동주라는 시인은 일제시대 때 연희전문을 나와 일본에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사상범으로 잡혀 형무소에서 해방을 1년 앞둔 해에 돌아가신(27세에 옥사함) 너무나도 순수하고 해맑은 시를 썼던 시인입니다. 그가 이곳 종로에서 하숙을 하며 연희전문(지금 연세대학)을 다녔다 하여 문학관을 세웠다 합니다. 이 건물은 몇 년 전 만하더라고 상수도 가압시설이었어요. 헐지 않고 문화시설로 개수하여 멋지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직동에서 자하문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한 경찰관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1968.1.21. 북한이 무장간첩 31명을 남파하여 청와대 습격 사건을 일으켰을 때(김신조 사건) 당시 종로경찰서장이었던 최규식 총경이 여기서 그들을 제지하다가 순직하셨습니다. 여기서 청와대까지는 불과 1~2 km, 바로 코앞이었습니다.
이 고개를 넘으면 자하문, 상명대학, 홍은동으로 이어집니다.
청운동 쪽으로 하산길에 작년에 건립된 청운문학도서관이 있습니다. 한옥으로 멋지게 지었다고 신문에서 기사를 읽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아름답습니다.
1층 열람실입니다. 아직 서가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시, 소설 등 문학 분야의 책들이고, 아동용 책들이 별도의 공간에 전시되어 있네요. 손자 손녀들 어릴 때부터 이런 곳에 자주 데리고 다니면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멀리 북한산 비봉과 향로봉이 보여 줌으로 당긴 것입니다.
통인시장입니다. 이곳은 점심시간이면 500원에 엽전 한 닢으로 바꿔 이것 저것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젊은 애들이 많이 찾는데 주로 떡볶이집 앞에 장사진을 치네요.
한 인삼가게에 전열된 전통약재의 나무패찰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얼른 눈에 띤게 황기는 금상첨화(아마 삼계탕에 넣어 먹으면 좋으니까), 구기자는 칠전팔기(노인네들의 기력 보강에 좋다), 오미자는 천하태평(오미자 장기 복용하면 몸이 맑아지고 병들지 않는다), 약쑥이 안빈락도, 계피가 유비무환 등 한자 숙어를 갖다 붙인 것이 재미 있네요.
이곳은 경복궁역에 거의 다와 세종마을 먹자골목입니다. 서촌을 세종이 태어나 자랐다고 하여 세종마을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니까 서촌에는 전통시장이 통인시장과 세종시장, 두 개가 있습니다.
서촌을 대충 수박겉핥기로 다녀왔습니다.
서촌을 걷자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 이곳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집니다.
서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옛골목이며 가계들, 소박한 집들이 아직도 남아 있거든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한 환기미술관, 박노수미술관 등은 정말 놓치기 아까운 곳이지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방문하여 서촌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알리면서 미술관도 소개하겠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소위 문화라는 것을 접해야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뒤처지지 않아요.
지금 살고 있는 주변에도 가 볼 만한 곳이 많으니 이 봄에 이쁘게 차려 입고 손자 손녀 손잡고 나들이 해보지 않으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