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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폭우(狂風暴雨))-5
풍운일행이 북쪽나루터에 도착하니
이미 금막비 일행이 도착하여 4척의 배에 가족들을 태우고 있었다.
풍운일행도 나머지 2척의 배에 부상당한 포로들을 태웠다.
풍운일행과 동정심삽혼은 가족들과 포로들이 모두 승선(乘船)할 때까지
혹시 모를 적(敵)의 습격에 대비해 주위를 경계했다.
“풍운님 모두 승선(乘船)했습니다. 출발하시죠.”
운상각의 보고에 동정심삽혼과 풍운일행이 배에 오르니
배가 나루터에서 서서히 출발했다.
드디어 군산에 잡혀 있던 가족들과 동료들을 구출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상처뿐인 영광에 지나지 않았다.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배화교의 온갖 악행(惡行)과 억압(抑壓)으로
가족들이나 동료들은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을 마음의 상처와 더불어
육체적으로도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 풍운은 뇌옥 속에 갇혀 있던 포로들과 마을에 감금되어 있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 인간의 추악한 욕망에서 시작된 전쟁의 진정한 피해자들은
전쟁터에서 산화(散華)한 병사나 무사들이 아니라
다치고 상처받은 남겨진 자와 그 가족들 일지 모른다.
풍운이 한숨을 쉬며 갑판에 서서 동정호를 바라보고 있는데 옥선의 풍운의 겉으로 다가왔다.
“작전이 성공했는데 얼굴이 밝지 않네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옥선이 왔어. 그냥..가족들과 찢기고 터진 포로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심란해서.
인간이란 동물이 참 추악(醜惡)하게 느껴져.”
“이럴 때보면 운랑은 참 마음이 여린 분 같아요.”
“옥선..가끔 이런 생각을 해.
인간은 모두가 자신만의 존엄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세상에 반드시 없어져야 할 인간도 없고, 용서받지 못할 잘못도 없어.
모두가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부모야.
또한 완벽한 인간은 없어. 모두가 약간씩의 잘못은 하고 살지.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파.
그 사람도 나도.반드시 서로를 죽어야 할 만큼 서로에게 잘못한 것은 아니잖아.”
“운랑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것도 생각해 주세요.
만일 운랑이 배화교 놈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운랑을 죽었을 겁니다.
또한 배화교 놈들을 죽이지 않고 그들의 손에서 가족들이나 포로들을 구출하지 않았다면...
가족이나 포로들은 배화교의 악행에 희생되었을 겁니다.”
“후후후~ 그래..그랬겠지.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
. ‘한명을 죽여 열명을 구할 수 있다면 한명을 죽어야 한다.’
하지만 이건 자기 합리화밖에 되지 않아.
내 손에 죽은 사람의 가족들은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들에게 나는 원수일 뿐이야.”
옥선은 풍운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풍운이 고민하는 것 같아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다.
풍운은 품속을 파고든 옥선을 포근히 감싸준다.
“운랑이 슬퍼하면 옥선도 슬퍼요.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운랑은 우리 장강수로십팔채의 은인입니다. 그것만 생각해주세요.”
옥선이 풍운의 귀에 속삭이자 풍운은 옥선의 머리까락을 쓸어 넘기니
옥선이 얼굴을 들여 촉촉하게 빛나는 눈으로 풍운을 올려다본다.
“하이..하이. 운랑...”
옥선에게 풍기는 육향과 달콤한 숨소리가 풍운의 욕정을 자극한다.
풍운이 고개를 숙이니 옥선의 팔이 풍운의 목을 감고 매달린다.
뜨겁게 달아오른 서로의 입술이 하나가되며
서로의 입술에서 전해지는 말랑말랑한 느낌에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풍운은 옥선의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주니 옥선의 몸이 밀착된다.
“험험~”
풍운의 손이 옥선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멀리서 헛기침소리가 난다.
풍운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운상각이 고개를 돌리고 동정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옥선...운당주님이 오셨어.”
“치~ 하여튼 도움이 안돼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니까?”
풍운이 피식 웃으며 옥선을 풀어주니
옥선은 풍운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선실로 달려간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창피한 모양이다.
“제가 두 분을 방해했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무슨 일이죠.”
“서쪽나루터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군요.
저와 동정심삽혼이 한번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그곳전투는 상관담님이 지휘하고 계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운상각님이나 동정심삽혼님들도 쉬셔야죠.”
“저희들은 괜찮습니다.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안돼요. 다음 전투를 위해 잠깐이라도 쉬셔야 합니다. 쉬세요.”
“쩝~ 알겠습니다.”
풍운은 가족과 뇌옥에 갇혀있던 동료들을 태운 배를 끌고
조철봉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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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콰~~콰~~콰~~쾅~”
“피우...슝~ 슝~ 슝~”
풍랑채와 용왕채의 배들에 있는 화포가 불을 뿜고,
쾌인채와 신동채의 배에서 불화살이 날아오른다.
나루터를 수비하고 있던 흑룡방과 배화교 무사들은
40여척의 배에서 비 오듯 솟아지는 불화살과 화탄에 의해
번번한 반격(反擊)조차 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져갔다.
상관담은 풍랑채와 용왕채 배들을 직접 지휘하며
나루터에 정박해 있는 배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상관담은 전투에 임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지휘관으로 변한다.
승리를 위해서는 냉정한 상황판단과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또한 아군(我軍)의 강점을 살리고 적군(敵軍)의 약점을 철저하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 적(敵)에 대한 동정(同情)이나 자비(慈悲)는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나루터에 정박해 있는 배들은 배화교에 빼앗긴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로
, 배는 화포로 무정하고 있다.
또한 배의 노를 짓는 사람들은 바로 자신들의 동료들이라고 했다
. 풍운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상관담에게 절대 배를 침몰시키지 말라고 당부했다.
노잡이들이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화포 장전”
상관담의 명령에 풍랑채와 용왕채의 배들이 다시 화포를 장전했다.
“나루터에 정박한 적선(敵船)의 하단을 조준하라.”
상관담의 명령에 지휘부에 같이 있던 풍랑채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화포로 하단을 공격하면 배가 친몰 한다
. 그럼 강제로 노잡이를 하고 있는 동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장로님..하단을 공격하면 배가 친몰 합니다. 형제들이 죽어요.”
“지금 불복(不服)하겠다는 거냐? 시키는 대로 해.”
상관담이 존칭도 생략하고 소리를 지르자 풍랑채주도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부하들에게 하단을 겨냥하라고 지시하시 화포들이 적선(敵船)의 하단으로 향했다.
“발사~”
“콰...콰...콰..쾅~”
용왕채와 풍랑채의 배들이 불을 뿜자 엄청난 수의 화탄들이
나루터에 정박해 있는 적선(敵船)의 하단부로 날아갔다.
“쾅~아아아앙~”
“배에 구멍이 뚫렸다. 모두 도망쳐..배가 침몰한다.”
갑판에 있던 흑룡방 무사들이 배가 기울려지며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자 배에서 뛰어내렸다.
“각 채에 있는 어장군들을 출동시켜 침몰하는 배에서 동료들을 구출해..어서.”
상관담의 두 번째 명령이 떨어지자 풍랑채주는 이제야 상관담의 작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상관담은 긴박한 전투상황에서도 적선(敵船)을 침몰 시키고
어장군으로 하여금 동료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구상한 것이다.
대장선에서 깃발이 올라가자 각 채의 배에서 어장군들이 동정호로 뛰어들었다.
혁린무가 나루터에 도착해보니 40여척이 적선(敵船)들이
엄청난 수의 불화살과 화탄들을 쏘아대고 있었고,
나루터에 정박(碇泊)해 있던 17척의 배들 중에 7척의 배들이 동정호 속으로 칠몰하고 있었다.
“빌어먹을..우리가 한발 늦은 건가?
흑풍대..방패로 앞을 막으라. 궁수들...이열로 진열을 정비하라.”
혁린무의 명령에 넓은 방패를 든 흑풍대가 선두로 나서고, 궁수들이 뒤쪽에 이열로 정렬했다
. 혁린무는 그 상태로 나루터로 접근하니 흑풍대의 방패에 엄청나 수의 불화살이 튀겨나간다.
“궁수들...화살에 불을 붙여라...일열 발사”
“슝~ 슝~ 슝~”
“이열 발사.”
“슝~ 슝~ 슝~”
혁린무의 명령에 땅에서 별동별이 하늘로 솟구치듯
엄청난 수의 불화살이 날아올라 40여척의 적선(敵船)를 향해 날아갔다.
상관담은 밤하늘을 환하게 밝힐 정도의 엄청난 수의 불화살이 날아오자
나루터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쾌인채부터 후퇴명령을 내렸다.
적(敵)의 주력병력이 도착했으니 작전대로 후퇴명령을 내린 것이다.
한편 각 채의 배에서 동정호로 뛰어내린 어장군은
침몰하는 배들 밑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그런데 나루터 수면 밑에는 흑룡방의 수어군이 지키고 있었다.
흑룡방의 수어군은 엄청난 수의 장강수로십팔채 어장군이 몰려오자
허리에 차고 있던 폭자랑(爆刺狼)을 꺼냈다.
폭자랑은 수어군이 자랑하는 수중암기다.
“슝~~슝~~ 슝~~”
수어군의 손에 들린 폭자랑에서 날카로운 창(槍)들이 발사되어 어장군을 향해 날아간다.
어장군들은 폭자랑을 피해 어지럽게 흩어지며
끝이 날카로운 창(槍)과 검(劍)을 빼내고 수어군을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모든 수어군이 폭자랑을 피한 것은 아니다.
폭자랑의 창(槍)에 허벅지가 관통당한 어장군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고,
어떤 어장군은 가슴에 창(槍)이 박힌 상태에서 피거품을 뿜어내며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 수어군은 동료의 죽음에 이성(理性)을 상실하고 수어군에게 돌격하여
폭자랑을 발사하고 미쳐 무기(武器)를 준비하지 못한 수어군의 심장과 목에 창(槍)을 찔려 넣었다.
“꼬르르륵~”
목이 관통당한 수어군은 피거품을 뿜어내며 물위로 떠오른다.
수어군들은 숫자적으로 어장군을 압도하며 수면아래를 완전히 장악하고 배들로 접근했다.
그들은 일단 창(槍)으로 배에 구멍을 내고,
톱같이 생긴 도(刀)를 구멍 사이에 끼워 틈을 벌리고 배안으로 들어가 보니
많은 수의 동료들이 쇠사슬에 묶인 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수어군들은 톱같이 생긴 도(刀)로 쇠사슬이 묶인 나무를 잘라내고
허우적거리는 동료들을 한명이 밖으로 끌어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물속에 빠져 물을 먹은 동료들이 쇠사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꾸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다.
수어군은 각자 한명씩의 동료들을 부축하며 후퇴하는 배를 향해 자맥질을 했다.
상관담은 삼각형의 추진진형을 이루고 있던 함대(艦隊)를 각 채별로 산계(散階)시켜
수면 위로 떠오른 수어군을 구출하도록 했다.
“모두 화살을 쏘라...풍랑채와 용왕채는 화포를 나루터로 향하라.”
상관담은 수어군들을 구출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후퇴를 늦추며
불화살과 화탄을 혁린무 일행에게 솟아 부였다
. 혁린무는 불화살과 함께 화탄들이 날아오자
흑풍대와 혈영대를 산계(散階)시켜 화탄을 피한다음
다시 진열을 정비하여 적선(敵船)을 향해 불화살을 쏘았다.
역시 육지에서는 혈영대나 흑풍대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다.
“빌어먹을...배들이 발이 묶여서 추적을 못하겠군
. 그렇다고 물위를 돌격할 수도 없고...휴~ 답답해.”
혁린무는 멀리서 불화살과 화포로만 공격하는 적선(敵船)을 보며 이를 갈았다.
적선(敵船)들은 마치 약을 올리는 것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불화살과 화포로만 공격하고 있다.
“도대체 흑룡방 새끼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배를 출발시켜야 하잖아.”
혁린무는 형오삼살과 함께 장대비처럼 솟아지는 화살들을 뚫고 나루터로 접근하여
정박해 있는 배들을 살펴보니 흑룡방 놈들은 배의 구석구석에 숨어서 화살들만 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배를 출항(出航)시켜 장강수로십팔채들 배에 반격도하고 뒤를 추적해야 되지만
장대비처럼 솟아지는 화살을 뚫고 배를 출항시킬 엄두가 나지 않은 모양이다.
“개새끼들...쥐새끼처림 숨어 있지 말고...배를 출발시키란 말이야.”
혁린무가 갑판으로 뛰어올라가 구석에 숨어있는 흑룡방 무사들을 독려(督勵)해 보지만
흑룡방 무사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구석에서 나오려하지 않았다.
혁린무는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구석에 숨어있는 흑룡방 놈들을 베어버렸다.
“크아아악~”
“지금부터 숨어 있는 새끼들은 내손에 죽는다..모두 기어 나와 새끼들아.”
혁린무가 미친 듯이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흑룡방 무사들을 끌어내니
흑룡방 무사들은 마지못해 배를 출항시킨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갑판에 솟아지는 화살을 뚫고 배를 출항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흑룡방 무사 한명이 옷에 불이 붙어 동정호로 뛰어내린다.
갑판 곳곳에 불타는 화살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약간만 방심해도 옷에 불이 붙은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장대비처럼 솟아지는 화살들은
구석에서 기어 나온 흑룡방 무사들을 용서치 않았다.
“크윽~”
다시 한명의 흑룡방 무사가 등에 불화살이 꼽혀 바닥에 쓰려진다.
흑룡방 무사들은 동료들이 계속 쓰려지라 모두 동정호로 뛰어내렸다.
혁린무의 도(刀)와 화살을 피해 살길은 동정호로 뛰어내라는 것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혁린무는 흑룡방 무사들이 동정호로 뛰어내리자 어의가 없어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빌어먹을..이런 오합지졸(烏合之卒)들을 믿고 무슨 전쟁을 해. 빌어먹을 새끼들”
혁린무는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흑룡방 무사를 걷어차 버리고 배에서 뛰어내렸다.
배를 출항시키는 것은 포기한 모양이다.
상관담이 각 채에서 출발한 대부부의 수어군이 돌아오자 후퇴명령을 내리니
나루터를 공격하던 40여척의 배가 서서히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혁린무는 나루터에서 멀어지는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敵)의 공격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놈들은 나루터에 정박한 배의 발을 묶고 경비무사들도 전멸(全滅)시켰다.
적군(敵軍)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상륙작전을 벌인 절호의 기회인 샘이다.
그런데 물려간다.
혈영대와 흑풍대가 도착했기 때문에 물려간 것일까?
도대체 적군(敵軍)의 의도를 모르겠다.
“그냥...물려간다? 저 새끼들...목적이 뭐야...그냥 한번 찔려본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혁린무는 나루터에 앉아 잠시 고민한다가 번쩍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호..혹시...성동격서..형이삼살.형오삼살.”
혁린무의 부름에 형오삼살이 달려왔다.
“당장 마을과 뇌옥을 살펴봐~ 어서. 아니다. 내가 직접 간다.
형오일살은 나와 함께 총채로 간다.
형오이살과 삼살은 마을을 살펴봐~”
혁린무는 전력을 다해 총채로 달려와 뇌옥으로 가보니
당연히 입구를 지키고 있어야할 혈영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혁린무는 바로 밑으로 내려가 보니
머리가 터지거나 목이 비틀어진 혈영대의 시체가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광경이 보였다.
“빌어먹을 뒤통수를 맞은 건가?”
혁린무는 뇌옥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혈영대의 시체가 너부러져 있고
뇌옥을 문들이 활짝 열려 있는 광경이 보인다.
혁린무는 뇌옥을 살펴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 뇌옥에 갇혀 있던 포로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공자님 이게 어떻게 될 겁니까?”
혁린무를 따라온 일사의 말에 혁린무는 아무런 말도 없이 뇌옥을 빠져나갔다
. 녹림대탑에 있던 혁린무는 마을을 살피고 돌아온 형오이살과 삼살의 보고를 받고도
아무 말도 없이 모두 물려가라고 했다.
평소의 혁린무라는 벌써 욕을 하고, 발악을 해야 정상인데
혁린무는 너무나 차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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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과 상관담일행이 약속장소로 모여들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마을과 뇌옥을 갇혀 있던 가족들과 포로들을 구출했을 뿐만 아니라
7척의 적선(敵船)을 친몰시키는 성과까지 거두었다.
풍운은 상관담 일행이 도착하자 회의를 소집했다.
가족들이나 포로들의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풍운의 소집명령에 조철봉이 타고 있는 대장선에 각 채의 채주들과 풍운일행이 집합했다.
“모두 수고했어요.”
조철봉이 풍운일행과 채주들을 돌아보며 말하자 풍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특히 탁월한 지휘로 적선(敵船) 7척을 격파하신 상관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상관담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이번 작전은 성공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제가 무슨 할일이 있습니다.
전 풍운님의 지시대로 한 것뿐입니다.”
상관담이 겸양(謙讓)의 말을 하자
풍운은 전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채주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힘든 전투를 치루고 오셨는데 쉬지도 못하게 다시 소집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여러분을 보자고 한 것은 한 가지 상의들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 아마 여러분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족들과 뇌옥에 갇혀 있던 형제들의 상태가 심각합니다.
가족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고,
동료들은 부상이 심해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그분들 배에 태운체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잠깐만 풍운님 말씀의 요지는 가죽들과 뇌옥에서 구출한 동료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자는 말이죠.”
조철봉은 풍운이 힘들게 설명하자 말의 요점을 간추렸다.
“예! 맞습니다.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합니다.
가족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어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풍운님... 어디가 좋겠습니까? 군산에서 가까운 섬이 좋을까요?”
한 채주의 의견에 풍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섬은 위험합니다. 육지 쪽이 좋습니다.”
조철봉과 채주들이 곰곰이 생각해 본다.
풍운의 말대로 섬보다는 육지가 안전할 것이다.
그럼 어디가 좋을까?
“풍운님...풍랑채가 좋을 것 같아요.
허허실실(虛虛實實)작전으로 아무도 우리가 떠난 자리에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지 못할 겁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조철봉의 의견에 채주들이 찬성하는 분위기다.
풍운도 잠시 생각해보니 조철봉의 의견이 좋은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럼 가족들과 부상자들을 풍랑채로 모시기로 결정하기로 하겠습니다.
가족과 부상자들은 내일 아침에 출발합니다.
무사들에게 가족을 만나려면 모두 오늘 밤에 만나라고 하세요.
참~ 누군가 가족과 부상자들의 배를 호위해서 가야하는데 누가 가면 좋겠습니까?”
“그래요..가족들만 보낼 수는 없죠.”
“이렇게 하죠. 이제 위험한 고비가 지났고,
상관담님도 여기 오셨으니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풍운이 자신이 책임자로 가겠다고 한다.
“풍운님은 모든 작전을 지휘하는 분인데 어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가족들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가족들이 안전해야 마음 놓고 싸울수 있지 않습니까?
또한 제가 없어도 상관담님이 계시니 상관담님을 믿고 제가 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대신 저를 제외한 나머지 십이사분들은 이곳에 남아 여러분을 도와드릴 겁니다.”
조철봉은 풍운이 풍랑채로 가겠다고 하자 마음이 불안했다.
어느 사이에 조철봉은 풍운을 의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풍운의 뜻을 꺾을 수는 없다.
풍운의 말대로 가족과 부상자들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풍운은 가장 빠른 배를 가진 쾌인채와 함께 풍랑채로 가기로 결정하고 회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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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화와 마수를 태운 마차가 악양왕부로 향하고 있었다.
다정화가 천상루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악양왕과의 면담을 성사시킨 것이다.
“천상루의 힘이 대단하네요.”
마차에 합석한 마수의 말에 다정화는 빙긋이 미소 짓는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들이고,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들이라는 말이 있죠.
이 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천상루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출입하죠.
특히 지급이나 천급기녀들은 갑부나 고관대작들을 많이 상대하죠.”
“음~ 천상루에 출입하는 고관대작들의 힘을 빌렸다는 말씀이군요.”
“그런 셈이죠. 가영이라는 아이의 손님 중에 악양왕님과 친한 분이 계셨어요.
그래서 가영이가 그분께 특별히 부탁했고,
그분이 힘을 써주셔서 오늘 만남이 성사된 겁니다.”
“쩝~ 그래요.”
마수는 다정화의 말에 씁쓸하게 미소 짓는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기녀의 힘을 빌려 악양왕을 만난다는 것이 내키지 않은 모양이다.
“왕부에 도착했어요. 내리세요.”
다정화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마수도 다정화를 따라 밖으로 내렸다.
다정화는 마수와 함께 악양왕부의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다정화를 보고 물어본다.
“악양왕님의 만나 뵙기로 약속한 다정화라고 합니다.”
“아~ 다정화님! 미리 연락을 받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무사 한명이 안으로 들어가자 다정화는 품속에서 금자를 꺼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앞에 있는 무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니 이게 뭡니까?”
“쉬~ 탁주라도 한잔하세요.”
다정화가 눈을 찡긋거리며 말하자
무사는 황홀한 표정으로 입가에 침까지 흐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다정화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에게 미소를 보여주니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마수는 다정화의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웃는다.
다정화는 겉으로 보기에 선녀처럼 아름답고 청순하게만 보이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삶을 달관한 노파(老婆)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정문이 문이 열리며 40대 중년남자와 무사가 함께 나왔다.
“안녕하세요. 왕부의 총관입니다. 어느 분이 다정화님이죠.”
“접니다.”
다정화가 대답하자 총관을 다정화와 마수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저를 따라오시죠.”
다정화와 마수가 총관을 따라 왕부로 들어가 보니
웅장한 고루전각과 함께 중원 오악을 축소시켜놓은 듯한 정원이 나타났다.
마수가 왕부의 건물들과 정원을 살피며 걷고 있는데
앞서가던 다정화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총관이 앞에 나타난 귀여운 여자아이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공주님...그 복장이?...지금 어디가시는 겁니까?”
총관은 여자아이의 복장을 보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여자아이는 몸에 달라붙은 가죽옷을 갈치고 어깨에 활과 화살을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쉬~ 조용해..나는 상관하지 말고 총관 가던 길이나 가.”
“공주님 또 어디로 도망가시려고 그러세요?
이번도 도망가시면 왕야께 저희들이 죽어납니다.”
“내가 도망친다고 왜 총관이 죽어. 말도 안돼는 소리하지 말고 비켜.”
“아가씨 제발.”
“걱정하지 마. 금방 돌아올까? 참~ 절대 아버님께 말하면 안돼. 알았지.”
여자아이는 총관에게 손을 흔들며 훌쩍 담을 넘어 살아져버린다.
“휴~ 또 우리만 죽어나겠군.”
총관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쉬었다.
“방금 그분이 연희공주님인가요?”
다정화가 총관에게 물어보자 총관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다정화가 알기로 주연희는 악양왕의 외동딸로 올해 17살이다.
“자! 가시죠.”
총관은 다정화와 마수를 접객실로 안내하고 악양왕을 모셔오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간다.
“으리으리하군요. 완전히 딴 세상에 온 것 같아요.”
“악양왕부는 자금성 다음으로 규모가 크니 당연하죠.”
“참~ 조금 전에 그 꼬마여자아이는 누구죠. 연희공주?”
“조사에 의하면 악양왕님의 외동딸로 어릴 적부터 말 타기와 사냥을 좋아하는 말괄량이 공주님이죠.
참~ 공주님보고 꼬마라고 하시면 혼나요.
공주님은 꼬마라는 말을 무척 싫어하신다고 알고 있거든요.”
“나이도 어릴 것 같던데 꼬마라고 부르면 화를 낸단 말이에요?”
“공주님은 올해 17살입니다.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에요.”
“보기보다 나이가 많네요. 전 13살쯤으로 봤어요.”
다정화와 마수가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30대 후반으로 황룡이 수놓인 화려한 옷을 걸친 남자가 들어왔다.
바로 악양왕이 들어온 것이다.
다정화와 마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다정화가 왕야께 인사 올립니다.”
“마수가 왕야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만 일어나 자리에 앉게.”
악양왕이 의자에 앉자 다정화와 마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게나.”
“저희가 어떻게 감히...”
“답답한 친구들이군. 내가 앉으라면 앉아.”
“알겠습니다. 그럼.”
다정화와 마수가 자리에 앉자 악양왕은 두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했지.”
“대륙상회일로 들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정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악양왕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자네들....며칠 전에 금태반을 찾아갔었지. 금태반이 보고를 하더군.”
“그럼 저희들이 왜 왕야를 뵙고자 했는지도 아시겠군요?”
“사해방에 대해서라면 이미 보고를 받았네.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야.
권력이 있는 곳에서 의례 있는 일이지.”
“이번에는 틀립니다. 사해방의 배후에는 배화교가 있습니다.”
“나도 알고 있네. 사해방 육가놈이 이번에는 일이 크게 벌렸더군.”
“배화교가 배후인데도 별일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자네들..사해방이나 대륙상회 일에 왜 관심들이 많은 건가?
자네들 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나?”
악양왕의 질문에 다정화는 대답이 궁해져서 대답을 못한다.
천상루의 배후에 북해빙궁이 있으니
근본적으로 자기도 배화교와 별반 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말하기가 곤란한 모양이다.
마수는 다정화가 말을 못하자 자신이 대신 대답했다.
“저는 귀산선랑 마수라고 합니다.”
“나도 알고 있네. 사호팔랑 중 한명이지.”
“알고계시니 말씀드리기 편하군요.
저희 사호팔랑은 배화교에 원한이 깊습니다.
배화교 놈들은..”
“잠깐~ 배화교에 원한이 있기 때문에 놈들이 하는 일에 재를 뿌리겠다는 말인가?”
악양왕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마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악양왕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
. 자신의 말을 들을 가치도 없고 사호팔랑의 원한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표정이다.
마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왕야께서 모든 일을 알고 계시니
이런저런 말은 모두 생략하고 한 가지만 여쭈어보겠습니다.
왕야께서는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악양왕은 마수와 다정화를 힐긋 쳐다보더니 입맛을 다신다.
“쩝~ 관(官)과 무림(武林)은 서로 침범하지 않은 법이네.
내가 이번 일에 나서긴 힘들다는 말이야.”
“그럼 이번 일을 방관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방관?..그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군..그런데 말이야.
자네들은 대륙상회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나.
사해방 따위가 대륙상회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대륙상회의 금태반이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나?
사해방의 육가놈이 흔든다고 흔들릴 대륙상회가 아니야.
금태반이 나서지 않아도 강가놈이 육가놈을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악양왕은 자신의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나서 반가웠네. 난 볼일이 있어서 그만 일어나야겠군.”
악양왕은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버린다.
“우리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걸까요?”
마수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자 다정화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예요. 나머지는 대륙상회에서 알아서 하겠죠.”
다정화와 마수는 악양왕부를 빠져나와 다시 림상으로 향했다.
림상에 악무룡과 곽지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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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