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요즘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서 웹툰과 웹소설을 자주 보게됩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댓글을 보니까 '사이다 아니네, 하차합니다.'라고 하면서 낮은 별점을 주더군요.
사이다가 뭐야? 했더니 고구마의 반대라고 하더군요.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이다 마신 것처럼 가슴이 뻥~ 뚫리게 진행이 된다는 것이죠.
알고나니까 정말 적절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고구마 전개는 발단과 전개 부분이 길다는 것이고, 사이다는 이 부분이 짧다는 것이겠죠?
짧게 발단, 전개를 마무리하고 빠르게 위기, 절정을 구성해야 사이다 전개가 되겠죠.
그런데 발단과 전개 부분에 Build-up 부분이 부족하면 이후에 나올 위기와 절정도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Build-up 부분은 짧게 써도 이해가 되도록 전형적인 클리셰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익숙해지면 지루해 질 수 밖에 없으니 자극적인 내용을 덧붙이게 되겠지요.
결국 웹툰과 웹소설 모두가 비슷비슷한 전개에 약간의 변형 정도로만 이루어지게 되는 것 같더군요.
보면 뭐 환생해서 다 때려부수거나, 미래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잘 이용해서 성장을 한다거나 하는 등...
아니면 요즘은 테마가 복수인건지 강해져서 돌아와서 다 죽이는 내용? 제가 판타지랑 무협 위주로 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네요.
여하튼 이런 사이다 전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는데, 이게 왜 이럴까? 를 생각을 해 봤습니다.
웹소설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영상이나 이미지 위주의 교육을 받은 현 젊은 세대들이 Text를 읽는 것이 어려워서라고 생각 해 볼 수도 있겠는데, 웹툰에서도 이런 현상은 비슷하게 일어나더군요.
그럼 매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세태의 문제라는 것인데...
그러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 현실이 고구마라서 스트레스인데, 여기도 고구마냐'라는, 참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글이었습니다.
발단과 전개 과정은 이전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발단과 전개 과정은 큰 흥미거리 없이 집중을 유지해야 하는 스트레스 구간이기도 하지요.
물론 작가들이 이 발단과 전개 과정에서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기와 절정에 포인트가 잡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스트레스 구간을 충분히 견딜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이 스트레스 구간을 견디지 않는 것이죠.
이유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사회 전체에 스트레스가 늘어서인지, 사회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진 것인지, 스트레스가 없는 매체를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요.
생각해보니, 저도 어느 순간 게임을 안 하고 스트리머의 동영상을 보고 있더군요.
그것도 예전에는 전체 영상을 보다가 어느 순간 하이라이트만 보게 되구요.
영상들도 보다보니 길이가 짧아지고, 확 눈에 띄고 흥미로운 부분만 모아서 만들더군요.
이런 부분들이 전개 과정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쉰다'라고 이야기하는 만화, 소설, 게임 등에서 주어지는 약간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려는 현상황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시대의 흐름이려니 해 봅니다.
(이종족 면담기를 소설로 쓰면 절대 안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ㅠ)
첫댓글 확실히 좀 그런게 있죠. 어릴적에는 장문의 서적도 했지만 요즘은 분량 적은 책에도 손길이 안 간다든가, 이것저것 모딩하면서 하던 게임도 단순히 플레이조차 안 하게 된다든가 말이죠. 사리분별은 멀쩡히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건대 그렇다고 이해력이나 인지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어떠한 내적 자원이 고갈되서 더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인데, 'with 카카오게임' 드립이나 무육성 무조작 드립도 따지고 보면 물리적 형편 상 그 간편한 모바일 게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나이를 먹을수록 간단한 것을 선호하였던 현상이 더 이른 연령대로 앞당겨진달까요.
저도 비슷한 고민이 많습니다. 어떻게 사람 사이의 유대 및 연대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그러다보니 어디서든 말을 조금 길게만 뽑으면 저는 ‘사회’이야기를 늘어놓고 화합을 주장합니다,
역설적으로 갈등해결의 실마리가 아니아 사람 간 대결의 징검다리가 되더라고요.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간단한 명제 자체에 매몰된 느낌.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의되어야 할 전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상대주의로 인해 오히려 사회적 mix, 관용, 의미있는 공감은 줄어들고..
아무튼간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마찰이야 당연지사인데 그게 두려워 가속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다들 사이다만 원해서 발단전개위기 다 생략하고 절정 결말만 나오는 느낌이라 내용들이 전체적으로 단조로워지고 비슷해지죠. 사람들이 그런것만 원하니 웹툰 웹소설은 다 독자 취향 따라갈 수 밖에 없고요. 많이 아쉽긴합니다. 다들 많이 지치나봐요.
이종족면담기도 재미있을것 같네요 ㅋㅋㅋ
글이 재미를 얻기를 위한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가 되버리니.. 어쩔수없는걸까요.
그래서 그나마 대중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잘 먹히는 작품들은 발단과 전개를 최소한으로 하고 빠르게 나름 개연성이나 재미 챙기면서 위기-절정으로 넘어가버리더군요. 위기는 아예 생략해버리는 경우도 있고요. 이쪽으로 굉장히 능숙한 작가가 '글쓰는 기계' 작가죠. 작품 자체는 비슷비슷한 면이 있고 캐릭터성도 다 거기서 거기인 면이 있긴 한데, 시원하고 스피디한 전개에 굉장히 능숙하더군요.
아마 이러다 예전의 그런 감각을 원하는 사람이 생기지도 않을까..싶기도 하지만, 결국 희망사항이죠. 너무 빠른 쾌락을 원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가도 저도 유튜브를 생각하면 남말할 입장이 아니다 싶네요...
양판소 유행 시에도 '내 현실이 고구마라서 스트레스인데, 여기도 고구마냐' 라는 논리가 많이 유행했던 기억이... 아 물론 전개 말고 하ㄹ... 읍읍
요즘은 길게 끌면서 배경을 설명하고 듣는 걸 싫어하고, 한 번 악역은 영원한 악역으로 단죄받아야 하며 갱생을 용납 못한다는 인식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문학이든 영상이든 게임이든 현실도피를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하고 진지한 고민이나 분석은 드물죠. 전체주의 국가에서 예술을 이념 선전과 주입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것과 방향만 다를 뿐, 예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도구로 본다는 점에선 비슷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옛날에 삼한일통님이 스넥컬쳐에 대해 올리신적이 있었죠. 그 글도 트랜드자체가 단시간에 짧은 내용을 원하니 사이다가 주가 될수 밖에 없는걸 암시했네요.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할 게 또는 할 수 있는게 많아지면서 각 컨텐츠에 개별로 투자할 시간이 줄어들면서 빠른전개 등을 원하게 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저만해도 어릴땐 코에이 삼국지 하나만 파도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유로파, 크킹, 뱅드림 돌리고 토탈워랑 에오엠도 기웃거리다보면 관리할 게임이 많아서 안하게 되더라구요. 즐기려는 게임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던... 시간은 유한한데 할수있는건 늘어나서 그런건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