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해안에는 폭설이 쏟아져 많은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에도 폭우가 내려 수많은 재앙을 몰고 오는 등 전 세계 각 처에서 발생하는 기상 이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까하는 걱정을 많이 한다. 이에 그 어느 때 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는 조그마한 실천으로 국토의 중앙에서 가까운 충청북도 옥천으로 녹색여행을 떠났다. 녹색여행이라 함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함께 걷는 여행을 통하여, 에너지의 소비를 줄임으로써 온실가스인 CO₂의 발생을 줄이는 여행을 말한다. 여행하는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 등을 이해하고, 그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물건을 이용해 현지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현지인과 소통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녹색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옥계폭포
이번 여행은 전국 각처에서 달려오는 친구들의 모임을 겸하여, 미리 답사는 하지 않았지만 시간계획을 미리 세워 둘러볼 곳들을 정하고 숙소와 식당을 예약하였으니,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 지 점검도 할 겸 조금 일찍 집을 나서 옥천으로 가면서 영동의 영국사 옥계폭포 등을 둘러보고, 옥천의 ‘뿌리 깊은 나무’라는 레스토랑을 향하다가 우암 송시열 선생의 출생지인 이원면 용방리 구룡촌에 들려 선생의 뜻을 기리고 차를 달렸다.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이, 무주와 진안을 거쳐 충남 금산을 지나 충북 영동의 북서부 일대를 적시면서, 옥천군으로 흘러들어 만드는 대청댐의 장계유원지 앞에서 장계교를 건너지 않고 우회전하여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주변의 분위기에 그냥 시상이 떠오르고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좋은 곳에 만남을 위한 멋진 장소가 우리를 반긴다.
대청호반의 산자락 아래라 해거름도 빨리 찾아오고 시간을 잘 맞추어 도착한 친구들 덕분에 경치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상차림이 격이 있어 보여 좋았다. 예약으로 준비된 참숯 바비큐 야외 파티 세트는 산양, 오리, 감자, 옥수수, 소시지 등을 메인으로 하는 참숯 바비큐를 도우미가 잘 조리하여 먹기 좋게 서비스해주었다. 특히 산양고기가 적당하게 연하면서 입맛을 돋우어 더 청하여 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통밀과 견과류 등을 재료로 금방 구워내어 맛을 더하는 수제빵 베이커리 이나카는 나뿐만 아니라 함께한 친구들 모두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갈 정도로 맛있어 했다. 차려진 음식으로 거의 마무리가 될 쯤에는 촌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된장찌개로 식사를 마무리하였다. 식사 후에는 잠시 대청호반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다가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올드트리 카페로 자리를 옮겨, 오늘 음식을 준비해준 지배인과 얘기도 하며 각자 취향에 맞는 차를 마시며 해후의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 여기에서 내놓는 차 중에서는 단연 핸드드립 더치가 내 취향에는 최고라 권해봤더니 역시 친구들도 오늘의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최고란다.
밤이 깊었으니 이제 숙소로 들어야 한다. 펜션이라고 하여 방이 몇 개 되는 줄 알고 여기서 자겠다고 예약을 했었는데 커다란 방 하나가 전부다. 밤이 늦었으니 따로 숙소를 찾을 수도 없고 여태까지 지배인이 챙겨준 것에 답례라도 하는 마음으로 그냥 숙소로 들겠다고 하였지만, 샤워는 물론이고 용변을 보기에도 힘들고 불편했다. 그래도 몇 십년동안 계속하는 모임의 친구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얘기하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고, 모임을 이어가면서 함께한 추억과 건강하게 성장해가는 자녀들의 모습에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며, 분위기 좋은 이곳에 또 언제 오겠다는 기약도 하면서 행복한 꿈나라 여행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벌써 호수 위로 햇살이 살짝 내려앉아 이른 아침 대청호에서 아름다운 호반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예고한 코스가 있으니 떠날 차비를 한다. 지역별로 뭉쳐서 타고 온 차에 올라 아침 해장을 위하여 읍내에 있는 금강올갱이로 이동하여 올갱이해장국으로 든든한 아침식사를 했다. 올갱이해장국은 청정 금강에서 직접 채취한 올갱이에서 모래를 잘 빼내고, 푹 삶아 계란 옷을 입힌 올갱이를 우려낸 육수에 부추와 야채를 넣고 부드러운 된장을 풀어 끓인 것으로 국물 맛이 구수하고 시원하여 지난밤에 마신 약주에 의한 숙취 해소에 좋을 뿐만 아니라, 성질이 차고 맛이 달아 간의 열, 눈의 충혈, 황달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하니 즐겨 먹어야 할 음식으로 생각된다.
육영수 여사 생가
맛있게 먹은 해장국으로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가까이 자리한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간다. 여기는 삼정승이 살았다하여 ‘삼정승집’이라 불렀다는데, 육 여사가 태어나기 전인 1918년 부친 육종관이 민 정승의 자손인 민영기로부터 사들여 고쳐 지으면서, 조선 후기 충청도 반가의 전형적 양식의 집으로 탈바꿈했으며, 1974년 육 여사 서거 이후 폐가의 길을 걷다가 1999년 유족들이 건물을 완전 철거하면서 생가는 기단과 초석과 함께 터만 남게 되었단다. 이후 옥천군에서 2000년 9월에 생가 복원계획을 세우고, 민간이 주체가 된 ‘육영수여사 생가복원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육 여사의 회고에 근거하여 2002년 생가지 지표조사를 마친 다음, 2003년부터 2010년까지 37억5000만원을 들여 건물 13동을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풍수지리학상 명당에 자리 잡은 집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 해설사의 설명을 너무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하는 친구들의 자세에 시간을 재촉하기도 어려워 여유롭게 관람을 하고, 이어서 정지용 문학관을 둘러보러 갔다. 문학관 옆의 정지용 생가는 1988년 해금조치 직후 조직된 ‘지용회’를 중심으로 1996년 7월 30일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고, 생가의 방문을 항상 열어두어 찾는 이에게 그의 아버지가 한약방을 하였음을 그 가구들로 알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시선가는 곳 마다 님의 시를 걸어 함께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립문 우물 장독대 부엌 등 생가를 돌아보노라면 잊혀져가는 고향집 풍경이 정겹게 다가와 향수에 젖어볼 수 있어 좋다. 1996년 문을 연 문학관은 정지용 문학의 실체를 보고, 느끼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문학 전시실과 영상실, 문학교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정지용 생가
‘향수’의 서두를 장식하는 실개천은 얼어붙어 그 느낌을 다 음미할 수 없었지만 포근한 고향의 품 같은 기분을 가슴에 안고, 아름다운 경치를 연출해주는 금강변을 드라이브하여 돌고 돌아 청마리제신탑을 찾았다. 보통 에니미즘은 ‘원시신앙’이라고 하며 신앙의 형태가 선사시대부터 유래되어 거의 변형되지 않은 형태를 유지하여 민속신앙의 원형을 이루는데, 청마리제신탑은 마을사람들이 해마다 정성들여 제를 지내고 외부와 마을의 경계에 위치하여 마을을 지켜왔던 것이다. 제신탑과 더불어 산신과 솟대, 장승은 마을의 풍년과 동네의 평안을 비는 신앙성표로서 제신당과 함께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단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제신탑 앞에 서니 여느 돌탑과 별 다르지 않아 그냥 돌아서 내려오니, 마을 분이 어디 다녀오다가 우리를 보고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기에 탑을 보러왔다니, 자세한 설명을 해주어 마을 사람들이 모시는 신앙심을 전수받으며 우리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다시 한참 동안 금강변의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린 후, 안남면 점촌고개에서 솔가리로 수북하게 쌓여 분위기 있는 산길을 걸어 오르니 한반도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좌우가 바뀐 한반도지형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그냥 터져 나오는 감탄사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즐거워하며 사진 촬영에 정신을 잠시 놓았다. 이제 더 넉넉한 마음으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며 오늘 여행의 종점인 배바우순두부를 찾아 해물두부전골을 주문했다. 시골 식당이지만 밑반찬이 차려지니 금세 동나 몇 차례나 추가하여 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해물두부전골은 안남지역에서 재배한 우리 콩만을 사용하여 만든 두부라서인지 맛이 한결 고소하고 담백하며 해물 또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집의 차림표에는 두부전골, 버섯순두부, 두부묵은지찜 등이 있지만 출출할 때 찾아 순두부에 묵은지를 곁들여서 먹으면 그 맛이 환상적일 것 같다. 즐거운 식사를 끝낸 후에는 안주인의 분위기와 음식 맛에 반하기라도 한 듯, 식당에 펼쳐놓은 곡물이며 산나물 등을 모두 사오는 귀염을 토하며 청마의 해 옥천에서의 해후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