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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7454]두보시401~452;가나다순, ; 춘귀(春歸)~희증우(戱贈友)
<杜甫詩 原文解釋 5>
두보 : 712~770 자는 자미(子美)이고, 호는 소릉야노(少陵野老)이다.
명문가 집안으로 본적은 후베이성 샹양(襄陽)이다.
시성(詩聖)이라고 부르고, 그의 시를 ‘시사(詩史)’라고 일컫는다.
그는 약 1천5백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대부분 『두공부집(杜工部集)』에 실려 있다.
<詩題別 順序-가나다순 452수> 春歸~戱贈友
401.춘귀(春歸) 봄날 돌아오다
苔徑臨江竹(태경림강죽) : 강가 대나무 숲에 이끼 낀 오솔길과
茅簷覆地花(모첨복지화) : 초당 처마 밑 뜰이 꽃으로 뒤덮였네.
別來頻甲子(별래빈갑자) : 떠나간 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서
倏忽又春華(숙홀우춘화) : 어느덧 다시 봄꽃이 피었네.
倚杖看孤石(의장간고석) : 지팡이에 기대어 외로운 바위 바라보다
傾壺就淺沙(경호취천사) : 얕은 모래밭에 나가 술병을 기울이네.
遠鷗浮水靜(원구부수정) : 멀리 갈매기 물 위에 고요히 떠 있고
輕燕受風斜(경연수풍사) : 제비는 비껴 부는 바람 타고 가벼이 나네.
世路雖多梗(세로수다경) : 세상사 비록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吾生亦有涯(오생역유애) : 우리네 인생 어차피 끝이 있다네.
此身醒複醉(차신성복취) : 이 내몸 술 깨고 나면 다시 취하고
乘興即為家(승흥즉위가) : 흥이 나면 어디든 내 집이라네.
* 苔徑 : 이끼가 낀 좁은 길. * 茅簷 : 띠로 이은 처마. * 覆地花 : 땅에 뒤덮혀 있는 꽃.
* 頻甲子 : 갑자일(甲子日)이 빈번하다. 갑자일은 간지(干支)에서 처음 나오는 날로 60일에 한 번씩 돌아오며 빈번하다는 것은 세월이 빨리 지나감을 뜻한다.
* 倏忽 : 갑자기. 어느덧. ‘歸到’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 春華 : 봄꽃(春花).
* 倚杖 : 지팡이를 짚다. 의지하다. * 倚仗看孤石:동진(東晋)의 정치가 사안(謝安)이 은거하던 지방에 돌기둥이 하나 있었는데 사안은 항상 이를 바라보았다고 하며, 두보가 이것을 인용한 것이다.
* 風斜 : 비껴 스쳐 지나가는 바람. 비스듬히 부는 바람. * 多梗 : 장애물이 많다. 경은 경색(梗塞).
* 吾生亦有涯 : 장자 양생주(養生主)에 “(吾生也有涯,而知也无涯. 以有涯隨无涯,殆已.) : 우리의 생명은 한계가 있지만 지식은 무한하다. 끝이 있는 것을 가지고 끝이 없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 위태로울 뿐이다.” 라고 하였다. 즉, 끝이 있는 것은 유한한 인간의 생명이고 끝이 없는 것은 무한한 지식이라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 乘興 : 신이 나다. 흥이 나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광덕(光德) 2년(764) 봄 두보의 53세 때 성도(成都)의 초당(草堂)에서 지은 시로 당시 두보는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절도참모(節度參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그의 막하(幕下)가 되었다. 두보는 당시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溪)로 다시 돌아왔다.
벼슬자리를 찾아다니고 전란을 피해 떠돌던 자신이 다시 완화계로 돌아와 봄을 맞으니 초당의 정경과 봄의 정취에 젖으며,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 오랜 유랑을 마치고 옛집에 돌아온 감회를 찬란한 봄빛에 비추어 서술하였다. 시제의 뜻은 봄이 돌아오거나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두보 자신이 봄에 돌아왔음을 말한 것이다.
402.춘망(春望) 봄의 소망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感時花淺淚(감시화천루)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나라는 망해도 산천은 그대로이니, 성 안에 봄이 들고 초목은 우거지네.
시절을 느끼는지 꽃도 눈물 흘리고, 한맺힌 이별에 새도 놀라는구나.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봉화가 석 달이나 계속 오르니, 집에서 온 편지 만금만큼이나 소중하구나.
흰 머리 긁어대니 자꾸 짧아져, 아무리 묶으려해도 비녀도 못 끼겠구나.
* 두보의 五言律詩 중 대표적 걸작으로, 안록산의 난으로 장안에 억류되어 있을 때인 肅宗 至德 2년(757), 46세 때의 작품이다.
우국충정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과 대비되어 비감이 배가 되며, 首聯에서는 國破와 春城으로 시대 상황과 봄이라는 계절을 연결 시켜 제목의 뜻을 명확히 했다. 인간들의 작위로 나라는 부서졌으나 자연의 순환은 순리에 따라 변함이 없다. 연이은 頷聯(함연)과 頸聯(경연)은 장안에서 처자식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상이니, 시인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불안하고 고향 소식에 애를 태우고 있다. 尾聯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속절없이 늙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묘사하고 있다. 詩語는 매우 평범하나 한 글자 한 구절이 고통이고 진실이기에 이 보다 더 잘 묘사할 수는 없을 것 같은 걸작으로, 지금도 감상하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403.춘생수이절(春水生二絕) 봄물이 불어나다
其一
二月六夜春水生(이월육야춘수생) : 이월 초엿새 밤에 봄물이 불어나
門前小灘渾欲平(문전소탄혼욕평) : 문 앞에 작은 여울이 넘칠듯하네.
鸕鷀鸂鶒莫漫喜(노자계칙막만희) : 가마우지와 자원앙아! 멋대로 기뻐하지 말아라.
吾與汝曹俱眼明(오여여조구안명) : 나도 너희들과 함께 기쁨으로 눈이 환해졌느니.
其二
一夜水高二尺強(일야수고이척강) : 하룻밤에 물 높이가 두 자 이상 높아지니
數日不可更禁當(수일불가경금당) : 며칠 내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리.
南市津頭有船賣(남시진두유선매) : 남쪽 시장 나루에 배 파는 사람 있겠지만
無錢即買系籬旁(무전즉매계리방) : 사서 울타리에 매어놓을 돈이 하나도 없다네.
* 小灘 : 작은 여울. * 渾 : 온통. * 鸕鷀 : 가마우지. * 鸂鶒 : 자원앙. * 漫喜 : 함부로 기뻐하다.
* 眼明 : 눈이 밝아지다. * 汝曹 : 너희들. 물새들을 말함. 曹는 무리. * 禁當 : 가로막다. 저지하다.
* 南市 : 성도성 남쪽의 시장. * 津頭 : 나루. 선착장.
*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며 당 숙종 상원 2년(761) 봄 두보의 나이 50세 때 성도 완화계(浣花渓)의 초당에서 지은 시이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음력 2월초 강가에 봄이 와 물새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해 보지만, 쌓인 눈이 녹아 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물이 넘쳐 집으로 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나 배를 살 돈도 없어 대책 없이 바라보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404.춘수(春水) 봄철에 흐르는 물
三月桃花浪(삼월도화랑) : 삼월의 복숭아꽃 물결에 출렁이고
江流復舊痕(강류복구흔) : 강물은 예전 수위를 회복하였네.
朝來沒沙尾(조래몰사미) : 아침 되니 모래톱 끝이 잠기고
碧色動柴門(벽색동시문) : 푸른 빛 물은 사립문을 흔드네.
接縷垂芳餌(접루수방이) : 낚싯줄 이어 좋은 미끼 드리우고
連筒灌小園(연통관소원) : 대통을 잇대어 작은 밭에 물을 대네.
已添無數鳥(이첨무수조) : 물새들도 벌써 무수히 내려앉아
爭浴故相喧(쟁욕고상훤) : 다투어 목욕하느라 떠들썩하네.
* 舊痕 : 옛 흔적. 쌓인 눈이 녹아 강 수위가 높아짐을 뜻한다. * 沙尾 : 모래톱의 끝 부분.
* 柴門: 사립문. 사립짝을 달아서 만든 문. * 芳餌 : 좋은(향기로운) 미끼. * 筒 : 대나무 홈통.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상원(上元) 2년(761) 봄 두보의 나이 50세 때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渓)의 초당(草堂)에서 지은 시이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봄 쌓인 눈이 녹아 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봄을 맞는 한가로운 모습을 읊은 시이다.
405.춘숙좌성(春宿左省) 봄에 좌성에서 묶으며
花隱掖垣暮(화은액원모) : 꽃 숨어드는 대궐담장의 저녁
啾啾棲鳥過(추추서조과) : 잘 새도 찍찍 지저귀며 날아간다.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 별이 떠니 궁궐 문이 보이고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 : 달 가에는 하늘도 넓어진다.
不寢聽金鑰(부침청금약) 궁궐문의 빗장소리에 잠이 오지 않고
因風想玉珂(인풍상옥가) : 바람소리 풍경소리로 생각했네.
明朝有封事(명조유봉사) : 내일 아침이면 아뢸 말씀 있나니
數問夜如何(삭문야여하) :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자주 묻는다.
406.춘야희우(春夜喜雨) 어느 봄밤 반가운 비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리나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 봄이면 초목이 싹트고 자라네.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 봄비는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 가늘게 소리도 없이 만물을 적시네.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 들길과 하늘의 구름 모두 어두운데
江船火獨明(강선화독명) : 강가의 배에 불빛만 번쩍번쩍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 이른 아침 붉게 젖은 땅을 보니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 금관성엔 꽃 활짝 피었으리.
「봄밤에 내린 기쁜 비」, 즉 「춘야희우」는 761년 두보가 성도(成都)에서 지은 것이다. 당시 성도는 겨우내 가뭄이 들어 사람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만물을 흠뻑 적셔주고 만물을 소생시킬 봄비가 밤새 내리는 것을 보고 기쁜 마음에 이 시를 지은 것이다. 두보는 봄비가 적시에 내려주기 때문에 반갑다고 했다. 봄비는 바람결에 남 몰래 소리도 없이 찾아들어 가뭄에 메마른 자연을 촉촉이 적셔준다.
두보가 봄비를 감상하는 시점은 비구름에 달도 뜨지 않은 세상이 온통 어두운 밤이다. 강 위 배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만이 멀리서 반짝인다. 봄비 내리는 밤에 두보는 생각한다. 내일 새벽 세상은 곳곳이 붉게 젖어 있으리라. 봄이 되어 멍울져 있던 꽃들은 밤새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생기를 머금고 겹겹이 피어나 꽃 바다를 만들어 금관성(錦官城)을 붉게 적셔놓으리라 생각하며 두보는 잠이 든다.
두보가 성도 초당에 거주하던 시기에 지은 것으로 봄비 내리는 밤에 비가 내리는 기쁨에 못 이겨 시를 지은 것이다. 이 시는 일반적인 오언율시의 형식에 따라 기승전결로 시상(詩想)이 전개된다. 기(起)의 2구에서는 봄비가 때마침 내려 가뭄이 해갈되어 너무 좋다는 안도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이어 승(承) 2구에서는 소리도 없이 가만가만 봄비가 온 세상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음을 묘사했다. 세상 만물에 아무런 차등 없이 골고루 내려지는 소리 없는 봄비의 은택(恩澤)을 그리고 있다.
또한 전(轉) 2구에서는 현재 온 세상이 어두운데 강 위 불빛만이 깜빡거리고 있음을 말함으로써 자신이 시를 적고 있는 시점이 아직 한밤중임을 묘사 했다. 마지막으로 결(結) 2구에서는 밤새 내린 비로 금관성(錦官城)은 온통 젖은 붉은 꽃잎으로 뒤 덥혀 있으리라 예견한다. 여기서 금관성이란 지방(地方) 특산물(特産物)인 비단을 관리하는 벼슬을 둔 데서 유래된 말로 중국 사천성(四川省)의 성도(成都)를 지칭한다. 줄여서 금성(錦城)이라고도 불린다.
407.춘원(春遠) 봄은 아득하여라
肅肅花絮晩(숙숙화서만) : 소소히 떨어지는 꽃과 버들강아지 있는 저녁
菲菲紅素輕(비비홍소경) : 무성히 날리는 붉은 꽃과 흰 버들강아지 가볍기도 하다.
日長惟鳥雀(일장유조작) : 해는 길어 새들 뿐이고
春遠獨柴荊(춘원독시형) : 봄날이 멀어 오직 사립문만 보인다.
數有關中亂(삭유관중난) : 자주 관중 땅에 전란이 있으니
何曾劍外淸(하증검외청) : 어찌 일찍이 검각 밖이 맑겠으리요.
故鄕歸不得(고향귀부득) : 고향에 돌아 갈 수 없으니
地入亞夫營(지입아부영) : 고향땅이 주아부의 군영에 들어 있어서라.
408.춘일강촌 오수(春日江村 五首) 강촌의 봄날
其一
農務村村急(농무촌촌급) : 농사일이란 마을마다 바쁘고
春流岸岸深(춘류안안심) : 봄에 흐르는 물은 두둑마다 깊다.
乾坤萬里眼(건곤만리안) : 천지에 만 리 먼 곳을 보는 시야
時序百年心(시서백년심) : 사시가 차례로 백 년을 지나온 마음이어라.
茅屋還堪賦(모옥환감부) : 초가집이 도리어 글짓기에 좋고
桃源自可尋(도원자가심) : 도원은 스스로 가히 찾을 만하다.
艱難昧生理(간난매생리) : 어려운 시절에 살아갈 이치를 알지 못해
飄泊到如今(표박도여금) : 이리저리 표랑하다 지금에 이르렀어라.
其二
迢遞來三蜀(초체내삼촉) : 멀리 삼촉에 갈마드니
蹉跎又六年(차타우륙년) : 뜻을 이루지 못함이 또 여섯 해이어라.
客身逢故舊(객신봉고구) : 나그네 몸이 옛 친구 만나니
發興自林泉(발흥자림천) : 흥취가 일어남은 숲과 샘이 있어서라.
過懶從衣結(과나종의결) : 너무 게을러서 마음대로 옷을 매고
頻遊任履穿(빈유임리천) : 자주 놀아서 신 닳는 대로 맡겨둔다.
藩籬頗無限(번리파무한) : 울타리가 자못 끝이 없으니
恣意向江天(자의향강천) : 마음대로 강 위의 하늘을 향한다.
其三
種竹交加翠(종죽교가취) : 대를 심으니 푸른빛을 서로 더하고
栽桃爛漫紅(재도난만홍) : 복숭을 심으니 붉은 꽃이 난만하여라.
經心石鏡月(경심석경월) : 마음에 새기나니 거울에 비친 달
到面雪山風(도면설산풍) : 얼굴에 이르는 건 설산의 바람이어라.
赤管隨王命(적관수왕명) : 붉은 대롱이 임금 명을 따르고
銀章付老翁(은장부노옹) : 은도장을 노인에게 보내준다.
豈知牙齒落(개지아치낙) : 어찌 알아줄까, 늙어 이가 빠져 지어
名玷薦賢中(명점천현중) : 천거한 어진 사람 중의 명예를 더럽힐 줄을.
其四
扶病垂朱紱(부병수주불) : 병든 몸이 관직을 맡았다가
歸休步紫苔(귀휴보자태) : 은퇴하여 이끼 낀 뜰을 거닌다.
郊扉存晩計(교비존만계) : 변두리의 작은집 노후 보낼 만 하였는데
幕府愧群材(막부괴군재) : 관청의 선비들에 부끄러운 꼴 보였네.
燕外晴絲捲(연외청사권) : 밖에는 제비 날고 아지랑이 아롱 대고
鷗邊水葉開(구변수엽개) : 갈매기 나는 강변에 물풀이 덮여있네.
隣家送魚鼈(인가송어별) : 순박한 이웃들 고기와 자라 보내오고
問我數能來(문아수능래) : 자주 찾아와 이웃 간의 정담을 나누네.
* 扶病 : 병든 몸 * 垂朱紱 : 붉은 끈 드리움. 관직에 있음 * 歸休 : 은퇴 * 紫苔 : 푸른 이끼
* 郊扉 : 변두리의 작은집 * 晩計 : 노후대책 * 幕府 : 관청 * 晴絲捲 : 아지랑이 감돌아 오름
* 鷗邊 : 백구의 강변 * 水葉開 : 물풀이 피어 덮이다 * 魚鼈 : 생선과 자라
* 問我 : 나를 찾아오다 * 數能來 : 몇 번이고 오다
청렴한 관직 생활을 조롱하는 현실을 싫어하고 浣花溪에 돌아와 아름다운 봄 경치에 순박한 이웃의 인정에 흐뭇해하는 청빈을 읊고 있다.
其五
羣盜哀王粲(군도애왕찬) : 무리 진 도적에 왕찬을 슬퍼하고
中年召賈生(중년소가생) : 중년에는 가생을 부르시어라.
登樓初有作(등누초유작) : 누각 위에 올라 처음 시를 지으니
前席竟爲榮(전석경위영) : 자리에 나아가 마침내 영화롭게 되니라.
宅入先賢傳(댁입선현전) : 벼슬에 오름에는 옛 선비 전하고
才高處士名(재고처사명) : 재주의 높음에는 처사가 명예로워라.
異時懷二子(이시회이자) : 다른 때 두 사람을 생각하니
春日復含情(춘일복함정) : 봄날에 다시 서러운 뜻을 머금었어라.
409,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봄날 이백을 생가하다
白也詩無敵(백야시무적) : 이백의 시는 적수가 없어
飄然思不群(표연사불군) : 표연하여 그 생각 특출하다.
淸新庾開府(청신유개부) : 참신성은 유개부와 같고
俊逸鮑參軍(준일포참군) : 기상이 뛰어남은 참군 포조와 같다.
渭北春天樹(위북춘천수) : 위수 북쪽은 봄 하늘의 나무가 무성하고
江東日暮雲(강동일모운) : 강동은 저문 하늘에 구름이 떠 있다.
何時一樽酒(하시일준주) : 언제나 한 동이 술로
重與細論文(중여세논문) : 다시 그대와 글을 논할까
* 飄然 : 훌쩍 나타나거나 떠나가는 모양. * 庾開府 : 유신(庾信). 북주(北周)의 문학자,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
* 俊逸 : 재능이 뛰어남. * 포참군 : 포조(鮑照:414?~466). 남북조시대 송 나라의 시인. * 渭北 : 장안 북쪽에 있는 위수.
* 春天 : 봄철의 하늘. * 江東 : 양자강 동쪽 지역. 이백이 永王 李璘(이린)의 반란에 연루되어 夜郞(야랑)으로 귀양 갔던 곳.
* 日暮雲 : 해가 저무는 무렵의 구름. 저녁노을이 진 구름
* 두보는 천보 3년(744) 4월, 낙양에서 이백과 인연을 맺었는데, 이듬해 늦가을에 석문에서 이별한 후로는 영영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이 교우한 기간은 매우 짧았지만 우의는 자못 깊어, 이백을 그리워하면서 쓴 시가 십여 수에 달한다.
410.춘일희제뇌학사군형(春日戱題惱郝使君兄) 봄날 뇌학 사군형을 재미로 지어본다
使君意氣凌靑宵(사군의기능청소) : 사군의 뜻과 의기는 하늘을 범하였고 憶昨歡娛常見招(억작환오상견초) : 지난 즐거운 자리에 늘 초대 받은 일을 생각한다.細馬時鳴金騕褭(세마시명금요뇨) : 털 가는 말이 때때로 우니 금요뇨(金騕褭)요
佳人屢出董嬌饒(가인누출동교요) : 예쁜 사람 자주 나오니 동교요 이어라.
東流江水西飛燕(동류강수서비연) : 동으로 흐르는 강물과 서(西)로 나는 제비야
可惜春光不相見(가석춘광불상견) : 봄빛에 서로 만나 보지 못함이 가히 슬프구나.
願攜王趙兩紅顔(원휴왕조량홍안) : 원하노니, 王氏와 趙氏 두 홍안의 미녀를 끌어
再騁肌膚如素練(재빙기부여소련) : 살결이 흰 비단 같은 사람을 다시 말 달려 보내리라.
通泉百里近梓州(통천백리근재주) : 통천이 백리정도로 재주 땅에 가까우니
請公一來開我愁(청공일내개아수) : 청하노니, 그대는 한 번 와 내 시름을 열어주어라.
舞處重看花滿面(무처중간화만면) : 춤추는 곳에 다시 꽃이 얼굴에 가득함을 볼 것이니
樽前還有錦纏頭(준전환유금전두) : 술 잔 앞에는 도리어 금전두가 있으리라.
411.취가행(醉歌行) 취하여 부른 노래
陸機二十作文賦(육기이십작문부) : 육기(陸機)는 이십 세에 문부(文賦) 지었는데
汝更小年能綴文(여갱소년능철문) : 너는 더 어린 나이에 문장을 잘 짓는구나.
總角草書又神速(총각초서우신속) : 총각인데도 초서(草書)를 또한 재빠르게 쓰니
世上兒子徒紛紛(세상아자도분분) : 세상의 아이들 한갓 어지럽기만 하네.
驊騮作駒已汗血(화류작구이한혈) : 명마 화류(驊騮)는 망아지였을 때 이미 피땀 흘리고
鷙鳥擧翮連靑雲(지조거핵련청운) : 사나운 새는 한 번 날개 펼치면 푸른 구름까지 연하여 나네.
詞源倒流三峽水(사원도류삼협수) : 네 문장의 근원은 삼협(三峽)의 물 거꾸로 흐르게도 하고
筆陣獨掃千人軍(필진독소천인군) : 붓의 기세는 홀로 천 명의 적군 쓸어버릴 기세라.
只今年纔十六七(지금년재십륙칠) : 지금 네 나이 겨우 십육칠 세에
射策君門期第一(사책군문기제일) : 임금 앞에서 사책(射策)을 쏘아 맞힘에 일등을 기대했네.
舊穿楊葉眞自知(구천양엽진자지) : 옛날에 버들잎 백발백중시켰음 내 참으로 알고 있으니
暫蹶霜蹄未爲失(잠궐상제미위실) : 명마 상제(霜蹄)가 잠시 넘어짐 잘못이 되지 않는다네.
偶然擢秀非難取(우연탁수비난취) : 우연히 수재로 뽑힘 취하기 어렵지 않으니
會是排風有毛質(회시배풍유모질) : 마침내 바람 밀치고 높이 날 자질이 있음이라.
汝身已見唾成珠(여신이견타성주) : 너의 몸 이미 침을 뱉으면 구슬이 됨을 보여주는데
汝伯何由髮如漆(여백하유발여칠) : 너의 백부(伯父)인 내가 어이하면 머리가 칠흑처럼 검어지겠는가.
春光淡沱秦東亭(춘광담타진동정) : 봄빛이 장안(長安)의 동정(東亭)에 살랑거리니
渚蒲牙白水荇靑(저포아백수행청) : 물가의 창포는 순이 하얗고 마름풀은 파랗구나.
風吹客衣日杲杲(풍취객의일고고) : 바람이 나그네 옷자락 날리는데 해는 높이 떠 있고
樹攪離思花冥冥(수교리사화명명) : 나무는 이별의 시름 어지럽히는데 꽃은 자욱하누나.
酒盡沙頭雙玉甁(주진사두쌍옥병) : 모래벌판에서 두 옥병의 술이 다하니
衆賓皆醉我獨醒(중빈개취아독성) : 손님들 모두 취하였으나 나만은 깨어 있다오.
乃知貧賤別更苦(내지빈천별갱고) : 가난한 사람의 작별 더욱 괴로운 줄 이제야 알겠으니
呑聲躑躅涕淚零(탄성척촉체루령) : 소리 삼켜 흐느끼며 머뭇거리니 눈물만 떨어진다.
* 《杜少陵集(두소릉집)》3권에 실려 있는 바, 두보의 종질(從姪)인 두근(杜勤)이 과거에 낙방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자, 두보가 장안(長安)에서 취중(醉中)에 이 시를 지어 작별하고 훗날 반드시 뜻을 이루기를 기원한 내용이다.
이 시는 세 가지 운(韻)을 쓰고 있는데, 운이 바뀔 때마다 시의 내용도 따라서 바뀌었는바, 첫 단락에서는 조카 두근(杜勤)의 문재(文才)를 노래하였고, 둘째 단락에서는 과거에 낙방한 것을 위로하였으며, 셋째 단락에서는 이별을 슬퍼하였다.
李奎報(이규보)〈1168(의종 22)-1241(고종 28)〉의《東國李相國集(동국이상국집)》전집(全集) 1권과 17권, 李敏求(이민구) 〈1589(선조 22)-1670(현종 11)〉의《東州集(동주집)》시집(詩集) 2권 등에도 취흥(醉興)을 읊은 제목의 시가 실려 있다.
* 陸機 : 진(晉)나라의 문장가로 자가 사형(士衡)인데 문장을 잘하여 이름을 떨쳤으며 태자세마와 저작랑을 지냈다.
* 驊騮 : 준마(駿馬)의 이름으로 騮(화)는 붉은 몸에 갈기가 검은 월따말이다. * 鷙鳥 : 매나 독수리 따위의 맹금류.
* 詞源倒流三峽水 : 사원은 문장이 도도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비유하며, 삼협은 물이 세차게 흐르기 때문에 도도한 문장을 비유한 것이다. * 筆陣獨掃千人軍 : 문장의 기세나 서법(書法)의 운필(運筆)을 군진(軍陣)에 비유한 것이다.
* 穿楊葉 : 활 솜씨가 매우 정교함을 비유한 것으로, 전국시대 초나라의 양유기(養由基)는 1백 보 거리에서 버들잎을 쏘면 백발백중이었다고 한다.《戰國策 西周策》 * 射策 : 과거 시험에서 답안을 쓰는일.
* 暫蹶霜蹄未爲失 : 霜蹄(상제)는 말발굽으로 준마(駿馬)를 뜻하는 바, 과거(科擧)에서 한번 낙방(落榜)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는 뜻이다. 騄耳霜蹄(녹이상제)는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사랑했던 준마의 이름으로, 명마를 가리킨다.
* 唾成珠 : 기침할 때 튀어 나온 침이 구슬을 이룬다. 훌륭한 문인들이 문장이 아름답다고 표현한 말.
* 汝伯何由髮如漆 : 너의 백부(伯父)인 내가 어떻게 하면 다시 젊어져서 훗날 네가 공명을 드날리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하여 자신의 늙음을 탄식한 것이다. * 東亭 : 장안(長安)의 성문 밖에 있는 정자로 송별하는 장소이다
* 春光淡沱 : 봄날의 기상이 온화하고 부드럽다. * 渚蒲牙白 : 물가에 창포가 싹이 아직 자라지 않아 하얗다.
412.취시가(醉時歌) 취중의 노래(廣文館 鄭虔博士에게 올리는 글)
上
諸公袞袞登臺省(제공곤곤등대성) : 고관들 줄지어 높이 오르는데
廣文先生官獨冷(광문선생관독냉) : 정건 박사께서는 홀로 찬 서리 맞네.
甲第紛紛厭梁肉(갑제분분염양육) : 갑부들 기름진 고기에 물려 있는데
先生有道出羲皇(선생유도출희왕) : 선생은 복희씨의 도의를 지키시고
先生有才過屈宋(선생유재과굴송) : 굴원이나 송옥보다 재주가 뛰어났거늘
德尊一代常坎軻(덕존알대상감가) : 언제나 덕을 행하는 자가 고생을 하니
名垂萬古知何用(명수만고지하용) : 후세에 이름 남긴들 무엇 하리오.
* 廣文館 : 당 국자감의 鄭虔(정건)이 詩. 書. 畵에 능하여 두보와 교우하였음. * 諸公 : 벼슬한 선비들 * 袞袞 : 줄지어
* 臺省 : 臺와 省. 정부기구. * 官獨冷 : 오직 그자리만 한직이다 * 甲第 : 고급주택 * 厭 : 실증 냄 * 梁肉 : 곡식과 고기
* 有道 : 도의를 실천함 * 出羲皇 : 복희씨에서 비롯함 * 過屈宋 : 굴원과 송옥 보다 뛰어 남
* 德尊一代 : 당대 제일 덕. * 坎軻 : 불우함. * 名垂 : 이름을 남긴 * 知何用 : 무엇에 쓸 것인가
杜陵野客人更嗤(두릉야객인갱치) : 두릉의 이 사람은 더욱 웃음거리지요.
被褐短窄鬢女絲(피갈단착빈여사) : 짧고 좁은 옷에 머리는 백발 되였으니
日糴倉太五升米(일적태창오승미) : 하루하루 정부미 다섯 되씩 사서 먹으며
時赴鄭老同襟期(시부정노동금기) : 이따금 정공을 찾아 흉금을 터놓는다.
得錢卽相覓(득전즉상멱) : 돈푼이 생기면 이내 찾아가
沽酒不復疑(고주불복의) : 술을 사다 흠뻑 마시고
忘形到爾汝(망형도이여) : 허물없이 서로 털어 놓으며
痛飮眞吾師(통음진오사) : 만취하여 나의 스승과 함께 어울렸노라.
* 杜陵 : 두보의 집이 있는 마을. * 野客 : 두보자신 * 人更嗤(인갱치) : 남이 얕보고 조롱함 * 被褐 : 걸친 베옷
* 短窄 : 짧고 좁음. * 鬢 : 흰 머리칼 * 日糴 : 매일 쌀을 산다. * 太倉 : 정부 창고. * 五升米 : 적은 량의 쌀
* 時赴 : 찾는다. * 鄭老 : 정건박사 * 同襟期 : 마음을 터놓음. * 相覓 : 서로 찾는다. * 沽酒 : 술을 산다.
* 不復疑 : 망설이지 않음 * 忘形 : 육신을 잊는다. * 到爾汝 : 허물없는 경지에 이름 * 痛飮 : 마구 마신다.
* 眞吾師 : 참 나의 스승임
두보가 장안에서 불우한 생활을 할 때 광문관 박사 정건을 만나 교유하며 관계(官界)의 부조리를 비평하고, 정직하여 손해를 보는 정건을 위로하는 시이다. 능력이 있고 시. 문에 뛰어나 나라에서 크게 쓰일 법한데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괴로움을 쓰고 있다.
下
淸夜沈沈動春酌(청야침침동춘작) : 봄의 밤이 깊어 조용한데 술잔을 드니
燈前細雨簷花落(등전세우첨화락) : 등불 앞에 비 내리고 처마 끝에 꽃이 지네
但覺高歌有鬼神(단각고가유귀신) : 오직 고상한 노래 귀신이 느낀다면
焉知餓死塡溝壑(언지아사전구학) : 굶어 죽어 구덩이에 묻혀도 좋으리.
相如逸才親滌器(상여일재친척기) : 천재시인 사마상여는 일찍이 그릇을 닦았고
子雲識字終投閣(자운식자종투각) : 학식 높은 양자운은 종래 누각에서 몸을 던졌네.
* 淸夜沈沈 : 맑은 밤이 깊어 조용하다 * 簷花(첨화) : 처마 밑에 핀 꽃 * 但覺 : 오직 느끼다
* 有鬼神 : 귀신이 알아준다. * 焉知 : 어찌 알겠는가? * 塡溝壑 : 억울하게 골에 묻힌다.
* 相如 : 漢의 賦作家로 이름난 문필가 司馬相如 * 親滌器 : 젊었을 때는 그릇을 씻었다.
* 子雲 : 한의 학식 높은 학자 楊子雲도 왕모에게 쫓겨 누각에서 투신하여 다친 일이 있다.
先生早賦歸去來(선생조부귀거래) : 선생께선 일찍이 귀거래사 읊으시오.
石田茅屋荒蒼苔(석전모옥황창태) : 돌밭의 초가집 더욱 황폐 하였다오.
儒術於我何有哉(유술어아하유재) : 학문이 내게 무슨 소용 있을까.
孔丘盜跖俱塵埃(공구도척구진애) : 공자나 도척도 함께 먼지로 화했노라.
不須聞此意慘愴(불수문차의참창) : 그렇다고 처량하게 실망하지 마시고
生前相遇且銜盃(생전상우차함배) : 살아서 서로 만나 술잔이나 나눕시다.
* 早賦 : 일찌감치 글을 짓다.(도연명이 귀거래사를 짓고 돌아갔듯이) * 荒蒼苔 : 황폐하여 이끼가 낌
* 儒術 : 학문(유학) * 孔丘 : 공자. * 盜跖 : 춘추시대의 큰 도적 이름(공자시대)
* 俱塵埃 : 모두 죽으면 먼지로 화함 * 不須 : 하지 마오.
* 意慘愴 : 처참한 생각에 젖음 * 且銜盃 : 우선 술이나 들자.
달밤에 정건(鄭虔)과 마주앉아 귀신이 감동 할 만큼 고상한 시를 읊는데 알아주는 이 없어 울분의 술잔으로 몸만 망가지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듯 표현했다.
413.취적(吹笛) 피리소리
吹笛秋山風月淸(취적추산풍월청) : 가을 산 피리 소리 달밤에 흐르니
誰家巧作斷腸聲(수가교작단장성) : 뉘 집에서 서려 나는 애를 끊는 소리 일까
風飄律呂相和絶(풍표율려상화절) : 소리 가락 바람에 날려 섞이듯 하니
月傍關山幾處明(월방관산기처명) : 관산 땅에 달 밤 그 얼마나 밝았을까?
胡騎中宵堪北走(호기중소감북주) : 밤중에 말을 달려 전선으로 가는 중에
武陵一曲相南征(무릉일곡상남정) : 무릉의 노래 그 옛날 전쟁터 생각난다.
故園楊柳今搖落(고원양류금요락) : 지금 쯤 고향에는 버들 잎 흔들려 떨어졌겠지.
何得愁中却盡生(하득수중각진생) : 어찌 근심 속에 삶을 다 하기를 바라리오.
* 誰家 : 뉘 집 *巧作=아름답게. * 斷腸 : 애를 끊음 * 風飄 : 바람에 날려 * 律呂 : 음악의 가락
* 和絶 : 끊어지고 모아짐 * 月傍 : 달밤 * 處明 : 밝음 * 中宵 : 밤중 * 堪北走 : 북으로 달린다.
* 故園 : 고향땅 * 搖落 : 낙엽이 떨어짐 * 何得 : 바라리오. * 却盡生 : 죽지 않기를
공허한 가을 달밤에 애를 끊는 피리소리와 소리가락 바람에 날려 섞이는 듯하니 전쟁터의 행군 중에 고향 생각이 그 얼마나 절절 했을까?
414.치자(梔子) 치자
梔子比衆木(치자비중목) : 치자를 뭇 나무에 비하니
人間誠未多(인간성미다) : 세상에 진실로 많지 않다.
於身色有用(어신색유용) : 나무 자신은 열매 색 만드는데 소용이 있지만
與道氣傷和(여도기상화) : 도와 더불어 말하면 기가 화통하게 됨이라.
紅取風霜實(홍취풍상실) : 붉은 열매는 바람서리 가혹함을 겪어 얻었고
靑看雨露柯(청간우로가) : 가지의 푸름은 비와 이슬을 맞아 볼 수 있었네.
無情移得汝(무정이득여) : 별 뜻 없이 너를 옮겨 심었으나
貴在映江波(귀재영강파) : 고귀함이 강 물결에 비친 네 그림자에 있구나.
415.칠월삼일(七月三日) 칠월 삼일에
* 원제 : 七月三日亭午已後校熱退晩加小凉穩睡有詩因論壯年樂事戱呈元二十一曹長.
今玆商用事(금자상용사) : 이제 가을바람이 이 일을 쓰나니
餘熱亦已末(여열역이말) : 남은 더위가 또 이미 없어져 가도다.
衰年旅炎方(쇠년여염방) : 노년에 무더운 땅에서 나그네 신세이나
生意從此活(생의종차활) : 살아갈 마음이 이로부터 살아날 것이로다.
亭午减汗流(정오감한류) : 낮에는 땀 흘러내림이 덜한데
北隣耐人聒(북린내인괄) : 북녘 이웃에서 사람들이 떠들어 댄다.
晩風爽烏匼(만풍상오암) : 저녁 바람에 서늘함이 모이니
筋力蘇摧折(근력소최절) : 꺾어졌던 근력이 깨어나도다.
閉目踰十旬(폐목유십순) : 눈 감고 누운지 열 열흘(100일) 지나지 않아도
大江不止渴(대강부지갈) : 큰 강도 목마름을 그치지 못하는구나.
退藏恨雨師(퇴장한우사) : 물러가 숨어서 비 선생을 원망하고
健步聞旱魃(건보문한발) : 강건하게 걸으며 가뭄 귀신 소식을 듣는다.
園蔬抱金玉(원소포금옥) : 동산의 햇나물을 금옥처럼 간직하니
無以供採掇(무이공채철) : 캐어서 공급할 방법이 도무지 없구나.
密雲雖聚散(밀운수취산) : 흐린 구름이 비록 모였다 흩어지나
徂暑終衰歇(조서종쇠헐) : 더위가 다지나 마침내 쇠락하여 쉬는구나.
前聖愼焚巫(전성신분무) : 옛 임금이 무당 불사름을 삼가고
武王親救暍(무왕친구갈) : 무왕이 친히 더위 병든 사람을 구하였다.
陰陽相主客(음양상주객) : 음기와 양기가 서로 주인과 손님 되고
時序遞回斡(시서체회알) : 시절의 차례는 돌아가는구나.
灑落惟淸秋(쇄낙유청추) : 쇠락함은 오직 맑은 가을이요
昏霾一空闊(혼매일공활) : 어두운 기운이 한 번 비어 훤하다.
蕭蕭紫塞雁(소소자새안) : 소소한 붉은 국경의 기러기여
南向欲行列(남향욕항렬) : 남쪽을 향해 줄 지어 날아가려고 하는구나.
416.탄정전감국화(歎庭前甘菊花) 뜰 앞 감국화를 탄식하노라
簷前甘菊移時晩(첨전감국이시만) : 처마 앞의 감국은 옮길 철이 늦어져
靑蘂重陽不堪摘(청예중양불감적) : 푸른 꽃 봉우리 중양절에도 따지 못 하겠네.
明日蕭條盡醉醒(명일소조진취성) : 내일 쓸쓸이 취기가 사라지고 정신이 들면
殘花爛漫開何益(잔화난만개하익) : 나머지 꽃이 흐드러지게 핀들 무슨 소용 있으랴
籬邊野外多衆芳(리변야외다중방) : 울타리가 들녘 밖에 여러 꽃들 많아도
采擷細瑣升中堂(채힐세쇄승중당) : 가늘고 잔 꽃을 꺾어 대청으로 오른다.
念玆空長大枝葉(염자공장대지엽) : 이것들은 공연히 잎과 가지가 장대하니
結根失所纏風霜(결근실소전풍상) : 뿌리를 박을 곳을 잃어 풍상에 얽힐 것이리니
417.투간함화량현제자(投簡咸華兩縣諸子) 함양과 화원 두 현의 여러분께 편지를 보내다
赤縣官曹擁才傑(적현관조옹재걸) : 적현의 관아는 인재를 가졌는데
軟裘快馬當冰雪(연구쾌마당빙설) : 부드러운 갓옷과 날쌘 말 타고 겨울 맞는다.
長安苦寒誰獨悲(장안고한수독비) : 장안의 괴로운 추위에 누가 홀로 슬픈가?
杜陵野老骨欲折(두능야노골욕절) : 두릉의 시골 늙은이 뼈가 부러질 지경이어라.
南山豆苗早荒穢(남산두묘조황예) : 남산의 콩 싹은 일찍 황폐하고
靑門瓜地新凍裂(청문과지신동렬) : 청문의 참외밭은 새로 얼어 터지는구나.
鄕里兒童項領成(향리아동항령성) : 시골의 아이들이 목을 뻣뻣이 세우고
朝廷故舊禮數絶(조정고구례수절) : 조정의 옛 동료들도 예의를 저버렸구나.
自然棄擲與時異(자연기척여시리) : 자연히 버려져 세상과 어긋났는데
況乃疎頑臨事拙(황내소완림사졸) : 하물며 소루하고 완고하여 일에도 서투름에야.
饑臥動卽向一旬(기와동즉향일순) : 굶주려 누운 것이 열흘이 다 되어가고
敝衣何啻聯百結(폐의하시련백결) : 떨어진 옷이 어찌 백번만을 꿰매리오.
君不見空牆日色晩(군부견공장일색만) : 그대들은 보지 못했나? 빈 담장에 해가 저물면
此老無聲淚垂血(차노무성누수혈) : 이 늙은이가 소리 없이 눈물 흘려 피가 된 것을.
418.투증가서개부 이십운(投贈哥舒開府 二十韻) 가서한(哥舒翰) 개부(開府)에게 올린 이십운
今代麒麟閣(금대기린각) : 지금 시대의 공신(功臣) 그린 기린각(麒麟閣)에
何人第一功(하인제일공) : 어느 사람이 제일가는 공(功) 세웠는가.
君王自神武(군왕자신무) : 군왕(君王)은 절로 무용이 뛰어나시니
駕馭必英雄(가어필영웅) : 부리시는 사람들 반드시 영웅이라오.
開府當朝傑(개부당조걸) : 개부(開府)는 지금 조정의 영웅이니
論兵邁古風(논병매고풍) : 병사(兵事)를 논함에 옛사람의 풍도(風度) 뛰어 넘네.
先鋒百勝在(선봉백승재) : 선봉으로 나가 백 번 싸워 승리하니
略地兩隅空(약지양우공) : 땅을 공략하여 서북쪽 양 귀퉁이 비었네.
青海無傳箭(청해무전전) : 청해(靑海) 지방에는 적의 침략이 없고
天山早掛弓(천산조괘궁) : 천산(天山)에는 일찍 활 거두어 들였다네.
* 哥舒(가서) : 哥舒翰(가서한)으로 투르크족(돌궐족) 투르기시[突騎施] 가서(哥舒) 부족의 후예이다. 안서부도호(安西副都護)의 아들로서 하서(河西) 절도사인 왕충사(王忠嗣)의 막하 무장으로 토번(吐蕃)의 침입을 격파하였다. 나중에 현종 임금의 총애를 받아 농우절도부대사에 임명되어 다시 토번을 토벌하여 공을 세워 서평군왕(西平郡王)에 봉해졌다. 755년 안녹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나자 황태자의 선봉 병마원수(兵馬元帥)로서 동관(潼關)을 지켜 분전하였으나 패하여 살해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서한 [哥舒翰] (두산백과)
* 開府(개부) : 당나라 직제 개부는 삼사와 법도가 같으니 삼공이며 종1품의 벼슬이다.
* 麒麟閣(기린각) : 전한(前漢)의 선제(宣帝)가 중흥공신(中興功臣) 11명의 화상(畵像)을 그려 모신 누각으로 후대에는 모든 공신각(功臣閣)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기린각은 상위좌상 단청 주석 아래에 볼 수 있다.
* 神武(신무): 뛰어난 무용(武勇)
* 略地兩隅空(약지양격공) ; 가서한(哥舒翰)이 북쪽으로 돌궐(突厥)을 정벌하고 서쪽으로 토번(吐藩)을 정벌하여 이들 지역을 공략하여 점령하였으므로 양 귀퉁이가 비었다고 한 것이다.
* 靑海無傳箭(청해무전전) : 가서한(哥舒翰)이 청해(靑海)에 성(城)을 쌓으니, 토번(吐蕃)이 감히 근접하지 못하였다.
* 天山(천산): 일명 기련산(祈連山)으로 영산(靈山)ㆍ백산(白山)이라고도 칭하는 바, 지금의 신강성(新疆省)에 있으며 고대(古代) 흉노(匈奴)와 서역(西域)의 여러 나라가 있던 곳이다.
廉頗仍走敵(염파잉주적) : 염파(廉頗)처럼 그대로 적을 패주시키고
魏絳已和戎(위강이화융) : 위강(魏絳)처럼 이미 오랑캐를 강화시켰네.
每惜河湟棄(매석하황기) : 매번 하황(河湟) 지방이 버려짐 애석해 하여
新兼節制通(신겸절제통) : 새로 절도사를 겸하여 길 통하게 하였네.
智謀垂睿想(지모수예상) : 지혜로운 계책은 황제의 생각도 따르게 하니
出入冠諸公(출입관제공) : 조정에 출입함에 제공(諸公)들 중 으뜸이라오.
日月低秦樹(일월저진수) : 공을 논하면 해와 달도 낮게 장안의 나무에 걸리고
乾坤繞漢宮(건곤요한궁) : 하늘과 땅도 겨우 한(漢)나라 궁궐을 에워쌀 뿐이라오.
胡人愁逐北(호인수축북) : 오랑캐들은 쫓겨 패주함 걱정하고
宛馬又從東(완마우종동) : 완(宛)땅의 말 또 동쪽으로 조공(朝貢) 오네.
* 廉頗仍走敵(염파잉주적) 魏絳已和戎(위강이화융): 염파(廉頗)는 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의 명장으로 진(秦)ㆍ위(魏) 등과 싸워 여러 차례 적을 물리쳤으며 위강(魏絳)은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晉)나라 사람으로 신군(新軍)의 장수가 되어 많은 전공을 세우고 군주인 도공(悼公)에게 융족(戎族)과 화친할 것을 청하여 이들을 복속시켰는 바, 가서한(哥舒翰)의 공로가 이들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 魏絳已和戎(위강이화융) : 위강이 진후에게 오랑캐와 화평하여 다섯 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권하니 공이 그것을 따랐다.
* 河湟(하황) : 황하 유역인 하곡(河曲)으로 토번(吐藩)들이 침입하여 머물던 곳이다.
* 新兼節制通(신겸절제통) : 이덕홍(李德弘)의 《艮齋集(간재집)》 속집 4권에 “이미 이 직책을 겸하였다면 마땅히 이 직사(職事)를 총괄하여 다스릴 뿐이다.” 하였다.
* 日月低秦樹(일월저진수) 乾坤繞漢宮(건곤요한궁): 이덕홍(李德弘)은 “이는 가서한(哥舒翰)의 공을 극언한 것이니, 해와 달로 하여금 장안의 나무보다 낮게 만들 수 있고 건곤으로 하여금 한나라 궁궐을 에워싸도록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低字(저자)는 친미(親媚)의 뜻이 있고 繞字(요자)는 옹호의 뜻이 있다.” 하였다.
이는 수복한 공을 말한 것이다. 이른바 ‘해와 달의 임하는 바가 다만 진(秦)나라 나무처럼 낮고 건곤(乾坤)의 싸는 바가 홀로 한(漢)나라 궁궐을 감돌 뿐’이라는 것이다.
* 宛馬又從東(완마우종동): 대완(大宛)은 서역의 나라 이름이니, 좋은 말이 나온다. 가서한(哥舒翰)의 위무(威武)에 오랑캐들이 공격과 추격을 당하여 패배할까 근심하여 대완국의 말을 다시 가지고 와서 조공한 것이다.
受命邊沙遠(수명변사원) : 명령 받고 변방 사막으로 멀리 가더니
歸來禦席同(귀래어석동) : 돌아와서는 황제와 자리를 함께 하였네.
軒墀曾寵鶴(헌지증총학) : 수레와 뜰에 올랐던 학처럼 황제의 총애를 받았고
畋獵舊非熊(전렵구비웅) : 그 옛날 사냥 나가 곰이 아닌 태공망(太公望) 얻은 것 같다오.
茅土加名數(모토가명수) : 땅과 벼슬을 받아 진봉(進奉) 되었고
山河誓始終(산하서시종) : 산과 강에 처음과 끝을 함께 할 것 맹세하네.
策行遺戰伐(책행유전벌) : 가 개부의 계책이 행해져 전쟁에 이기니
契合動昭融(계합동소융) : 마음이 합하여져 군주의 마음 감동시킨다오.
勳業青冥上(훈업청명상) : 이룬 업적은 푸른 하늘 위에 높이 솟고
交親氣概中(교친기개중) : 황제와 친분은 기개 속에 있었네.
* 軒墀曾寵鶴(헌지증총학) : (일찍이 헌지(軒墀)에서 학(鶴)처럼 총애 받고) 《左傳(좌전)》에 “위(衛)나라 의공(懿公)이 학(鶴)을 좋아하여 학으로서 초헌(軺軒:대부의 수레)을 탄 자가 있었다.” 하였다.
* 軒墀(헌지) : 수레와 뜰
* 畋獵舊非熊(전렵구비웅) : 옛날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사냥을 나가자, 태복관(太卜官)이 점을 쳐보고 말하기를 “오늘에 얻을 것은 큰 곰도 아니요 범도 아니요 패왕(覇王)이 되도록 도울 인물입니다.” 하였는데, 마침내 위수(渭水) 가에서 낚시질하는 강태공(姜太公)을 만났는 바, 가서한(哥舒翰)을 강태공에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 茅土加名數(모토가명수) : 옛날 천자(天子)가 제후(諸侯)를 봉할 때에 방위의 색깔에 따라 흙을 나누어 주되 이것을 황토로 덮고 흰 띠 풀로 싸서 주었는바, 방위의 색깔이란 동(東)은 청색(靑色), 서(西)는 백색(白色), 남(南)은 적색(赤色), 북(北)은 흑색(黑色)을 이르고 명수(名數)는 백성의 숫자로 삼천호(三千戶)를 봉해주는 따위를 이른다. 여기서는 가서한(哥舒翰)이 서평군왕(西平郡王)에 진봉(進封)됨을 말한 것이다.
* 山河誓始終(산하서시종) : 한(漢) 고조(高祖)가 즉위하고는 공신(功臣)을 봉할 적에 맹세하기를 “황하(黃河)가 말라 띠처럼 되고 태산(太山)이 닳아 숫돌처럼 되도록 나라가 길이 보존되어 후손들에게 미칠 것이다.” 하였다.
* 策行遺戰伐(책행유전벌) 契合動昭融(계합동소융) : 소융(昭融)은 매우 밝은 것으로 성명(聖明)한 군주를 지칭한다. 이덕홍(李德弘)은 “군대를 출동할 때에 책략이 이미 행해지면 전벌(戰伐)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전벌을 버린다고 말한 것이다. 군신 간에 마음이 이미 합하였으므로 모든 조처가 언제나 임금과 합치되어 서로 어긋나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근심이 없는 것이다.” 하였다.
未為珠履客(미위주리객) : 진주로 꾸민 신발을 신은 손님 되지 못하고
已見白頭翁(이견백두옹) : 이미 백발의 늙은이 되었구나.
壯節初題柱(장절초제주) : 장한 뜻 처음에는 기둥에 글 썼었는데
生涯獨轉蓬(생애독전봉) : 생애가 굴러다니는 쑥대처럼 정처 없네.
幾年春草歇(기년춘초헐) : 몇 년이나 봄풀이 시들었나.
今日暮途窮(금일모도궁) : 오늘은 해 저문데 갈 곳 없는 신세 되었다오.
軍事留孫楚(군사류손초) : 손초(孫楚)처럼 군사(軍事)로 머물게 하고
行間識呂蒙(행간식여몽) : 군대 대열 사이에서 여몽(呂蒙)같이 보았다면
防身一長劍(방신일장검) : 몸을 막을 한 자루 장검으로
將欲倚崆峒(장욕의공동) : 장차 공동산(崆峒山)에 의탁하고 싶다오.
* 未爲珠履客(미위주리객) : 주리객(珠履客)은 신발을 진주로 꾸민 상객(上客)으로,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춘신군(春申君)은 문객이 3천 여명이었는데, 그중에 최상의 대우를 받는 문객들은 모두 진주로 신발을 꾸몄다 한다. 여기서는 두보(杜甫)가 가서한(哥舒翰)의 문객이 되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
*壯節初題柱(장절초제주) :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처음 성도(成都)의 승선교(昇仙橋)를 지나면서 다리의 기둥에 쓰기를 “사마(駟馬)의 수레를 타지 않으면 내 다시는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 하였다.
* 生涯獨轉蓬(생애독전봉) :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자신을 바람에 이리저리 구르는 쑥대에 비유한 것이다.
* 今日暮途窮(금일모도궁) : 진(晉)나라 손초(孫楚)는 자가 자형(子荊)인데 재주와 조감(照鑑)이 뛰어났었는 바, 나이 40이 넘어서야 비로소 진동군사(鎭東軍事)에 참여되었다.
* 行間識呂蒙(행간식여몽) : 《吳志(오지)》에 “여몽(呂蒙)은 자가 자명(子明)이니, 나이 16세에 칼을 뽑아 행오(行伍) 사이에서 관리를 죽이고는 손책(孫策)에게 인정을 받아 등용되었다.” 하였다.
* 將欲倚崆峒(장욕의공동) : 공동산(崆峒山)은 서쪽에 있으니, 바로 토번(吐藩)이 침입하는 길이다. 두자미(杜子美:두보)가 이르기를 “장차 칼을 잡고 공동산에 가서 가서한(哥舒翰)을 따라 절도(節度)의 진(鎭)을 지키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 시는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 하서절도사(河西節度使) 가서한(哥舒翰)에게 올린 시로, 천보(天寶) 13년(754) 장안(長安)에서 지었으며 《杜少陵集(두소릉집)》 3권에 실려 있다. 가서한(哥舒翰)은 돌궐(突厥) 출신의 장군으로 재물을 가벼이 여기고 협기(俠氣)가 있는 인물이었으나, 안록산의 난에 적에게 항복하여 적중에서 죽었다. 이 시는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기 전에 두보가 장안에 있을 때에 가서한에게 의탁하고자 하여 올린 것으로 보인다.
419.팔진도(八陣圖) 팔진도
功蓋三分國(공개삼분국) : 공은 나누어진 삼국을 뒤덮고
名成八陣圖(명성팔진도) : 명성은 팔진도로 이루었네.
江流石不轉(강류석부전) :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굴러가지 않아
遺恨失呑吳(유한실탄오) : 남은 한은 오나라를 삼키지 못한 것이네.
* 八陣圖 : 팔진(八陣)은 천(天)‧지(地)‧풍(風)‧운(雲)‧용(龍)‧호(虎)‧조(鳥)‧사(蛇) 등 여덟 가지 진세(陣勢)이고, 도(圖)는 법도 또는 규모로 여덟 가지로 진(陣)을 운용하는 방법이다. 제갈량(諸葛亮)이 만든 팔진(八陣)은 모두 네 곳에 있는데, 여기서는 기주(夔州)의 팔진도를 가리킨다. 유적(遺跡)이 기주(夔州) 서남쪽 영안궁(永安宮) 앞 모래섬 위에 있다. 작은 돌을 모아 언덕을 만들었는데 각각의 높이가 5척이며 종횡(縱橫)으로 배치되어 있다. 물이 불어나면 잠겨서 보이지 않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드러난다.
* 功蓋 : ‘공 공, 덮을 개’자로 제갈량이 세상을 덮을 만한 공업(功業)을 이루었음을 뜻한다.
* 三分國 : 위魏‧촉蜀‧오吳 세 나라가 정립鼎立한 것을 가리킨다.
* 石不轉 : 제갈량이 돌을 펼쳐놓아 만든 팔진도는, 강물이 아침저녁으로 와서 부딪쳐도 오히려 의연依然한 것이 옛날과 같음을 말한다.
* 失呑 : ‘잃을 실, 삼킬 탄’자로 ‘유비가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오吳를 침공한 잘못’을 뜻한다.
420.팽아행(彭衙行) 팽아를 지나며
憶昔避賊初(억석피적초) : 옛날 도적을 피하던 때를 추억해본다.
北走經險艱(배주경험간) : 북으로 달아나며 험하고 어려운 일 겪었어라
夜深彭衙道(야심팽아도) : 밤이 깊은 팽아 길에
月照白水山(월조백수산) : 백수산의 달빛은 적요로이 비추었지
盡室久徒步(진실구도보) : 식구들 모두 오랫동안 맨발로 걸었으니
逢人多厚顔(봉인다후안) : 사람들 마주칠 때마다 많이도 부끄러웠었네.
參差谷鳥吟(삼차곡조음) : 들쭉날쭉 골짜기마다 새는 울어대도
不見遊子還(부견유자환) : 돌아가 머물 곳은 정녕 없어라
癡女饑咬我(치녀기교아) : 철부지 딸은 배가 고파 나를 깨물고
啼畏虎狼聞(제외호낭문) : 우는 소리 호랑이 들을까 덜컥 겁이 나
懷中掩其口(회중엄기구) : 가슴에 부둥켜안고 그 입을 막으려니
反側聲愈嗔(반측성유진) : 오히려 버둥거리며 더욱 악을 썼었네.
小兒强解事(소아강해사) : 어린 아이에게 억지로 달래고 달래
故索苦李餐(고색고리찬) : 일부러 쓰디쓴 오얏을 찾아 먹게 했었지.
一旬半雷雨(일순반뇌우) : 열흘에 반은 천둥 번개에 비가 내리니
泥濘相攀牽(니녕상반견) : 진흙탕 길을 서로 부둥켜안고 걸어갔었네.
旣使禦雨備(기사어우비) : 겨우 비옷과 우산으로 막으려 해도
徑滑衣又寒(경골의우한) : 길은 미끄럽고 옷은 젖어 차가웠었지
有時經契濶(유시경결활) : 고생고생하며 길을 걷고 걸어도
竟日數里間(경일삭리간) : 종일토록 2~3십리 밖에 가지 못했네.
野果充糇糧(야과충후량) : 들풀 열매로 주린 배를 채우고
卑枝成屋椽(비지성옥연) : 낮은 나뭇가지를 모아 집을 엮었네.
早行石上水(조항석상수) : 아침에는 돌 위로 물을 길으며
暮宿天邊煙(모숙천변연) : 밤에는 하늘 가 안개 낀 곳에서 잠을 청했지
少留同家漥(소류동가와) : 동가와에서 잠시 머물었다가
欲出蘆子關(욕출노자관) : 노자관 북으로 빠져나가려 하였네.
故人有孫宰(고인유손재) : 마침 손재라는 친구가 있어
高義薄曾雲(고의박증운) : 높은 의리가 후박한 마음 씀씀이가 하늘에 닿았으니
延客已曛黑(연객이훈흑) : 우리들을 맞이하는데 이미 날은 저물어
張燈啓重門(장등계중문) : 등불 밝히고 중문을 열어주었지
煖湯濯我足(난탕탁아족) : 뜨거운 물을 나의 발을 씻게 하고
剪紙招我魂(전지초아혼) : 종이를 잘라 글을 쓰도록 나의 혼을 불러주었지
從此出妻孥(종차출처노) : 이렇게 한 후에 나의 처자를 부르니
相視涕闌干(상시체란간) : 서로 마주보며 눈물을 비 오듯 흘렸네.
衆雛爛漫睡(중추난만수) : 곤히 잠든 어린 자식들을 깨워
喚起霑盤飧(환기점반손) : 불러 일으켜 더운밥을 배불리 먹게 했었네.
誓將與夫子(서장여부자) : 그대와 더불어 맹세하노니
永結爲弟昆(영결위제곤) : 영원히 의형제를 맺자고 하였네.
遂空所坐堂(수공소좌당) : 끝내 벗이 기거하던 방도 비워주며
安居奉我歡(안거봉아환) : 편히 지내라하며 기쁘게 하였었네.
誰肯艱難際(수긍간난제) : 어려운 시절에 뉘 있어 기꺼이
豁達露心肝(활달노심간) : 활짝 속마음을 드러내 보일건가
別來歲月周(별내세월주) : 이별하여 세월은 흘러갔는데
胡羯仍構患(호갈잉구환) : 오랑캐가 반란을 일으켜 수심이 깊으니
何當有翅翎(하당유시령) : 날개라도 달려있다면 응당히
飛去墮爾前(비거타이전) : 훌쩍 날아가 그대 앞에 설 수 있을까?
421.폐휴(廢畦) 황폐한 밭
秋蔬擁霜露(추소옹상로) : 가을거리 푸성귀에 서리가 내려
豈敢惜凋殘(기감석조잔) : 잎 시들고 떨어지니 애처로운데
暮景數枝葉(모경수지엽) : 해질녘 볕을 쬐던 서너 개 잎이
天風吹汝寒(천풍취여한) : 바람에 추운 듯 떨고 있구나.
綠沾泥滓盡(녹점니재진) : 초록빛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香與歲時闌(향여세시란) : 향기도 시절 따라 사라질 테니
生意春如昨(생의춘여작) : 생기 발랄 했던 봄이 어제 같은데
悲君白玉盤(비군백옥반) : 백옥반 위에 다시는 못 오르겠지.
* 豈敢(기감) : 어찌 감히
* 凋殘(조잔) :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 泥滓(이재) : 오탁汚濁, 즉 더러운 것에 물드는 것을 가리킨다. 속세. 찌꺼기. 치욕 등을 가리키기도 한다.
* 白玉盤(백옥반) : 백자로 만든 대접을 가리킨다. 이백李白은 「白胡桃」란 시에서 ‘紅羅袖裏分明見, 白玉盤中看却無(붉은 비단소매 속에서는 보였던 것이 / 하얀 대접 위에서는 보이지 않네)’라고 읊었다.
두보는 건원乾元 2년(759) 봄, 낙양에서 화주(華州)로 돌아온 뒤 7월에 벼슬을 내놓고 진주(秦州)로 가서 지내게 되는데, 천보(天寶) 14년(755) 섣달에 일어난 안사의 난(安史之亂) 때문이었다.
이 시는 두보가 진주에서 동곡현(同谷縣)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석 달 사이에 쓴 것인데,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족을 이끌고 유랑해야 하는, 다시는 조정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시인의 불안이 읽히는 작품이다. ‘廢畦(폐휴)’란 제목을 철 지난 푸성귀들이 시들어가는 밭을 뜻하는 것으로 새겨 읽었다.
422.풍질주중복침서회(風疾舟中伏枕書懷)/(風疾舟中伏枕書懷三十六韻奉呈湖南親友) - 두보(杜甫)
병들어 배안에 엎드려 감회를 써서 호남 벗에게 바친다.
軒轅休製律(헌원휴제률) : 황제 헌원씨 음악 만들지 말고
虞舜罷彈琴(우순파탄금) : 순임금과 유후씨도 거문고 타지 말았어야지
尙錯雄鳴管(상착웅명관) : 관의 장웅도 봉황의 울음도 어그러졌으니
猶傷半死心(유상반사심) : 여전히 상심하여 반사의 마음조차 없도다.
聖賢名古邈(성현명고막) : 성현의 명성도 아득한 옛 일
羇旅病年侵(기려병년침) : 떠도는 나그네에게 병은 해마다 닥치는구나.
舟泊常依震(주박상의진) : 작은 배를 매어 항상 동북방에 의지하고
湖平早見參(호평조견삼) : 호수가 넓고 평평하여 일찍 참성을 본다.
如聞馬融笛(여문마융적) : 마치 마융이 객지에서 피리소리 듣는 듯하고
若倚仲宣襟(야의중선금) : 왕찬이 타향세서 누에 올라 옷깃을 펼친 듯하다
故國悲寒望(고국비한망) : 고향을 생각하며 추위에 바라보니 슬프기만 하고
羣雲慘歲陰(군운참세음) : 뭉게구름에는 세모의 참람한 기운이 서렸도다.
水鄕霾白屋(수향매백옥) : 강남의 고을이라 흰 집이 자욱하고
楓岸疊靑岑(풍안첩청잠) : 단풍나무 언덕에는 푸른 봉우리 모여 있도다.
鬱鬱冬炎瘴(울울동염장) : 겨울에도 무더운 병으로 답답하기만 하고
濛濛雨滯淫(몽몽우체음) : 지루한 장맛비에 어둑어둑하다오.
鼓迎非祭鬼(고영비제귀) : 북을 치며 맞는 것은 귀신에 제사함이 아니요
彈落似鴞禽(탄낙사효금) : 쏘아서 떨어지는 것은 올빼미 같은 새라네.
興盡纔無悶(흥진재무민) : 흥이 다하니 겨우 답답한 마음 가진다오.
愁來遽不禁(수내거부금) : 시름이 오면 참을 수 없고
生涯相汩沒(생애상율몰) : 평생을 서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時物正蕭森(시물정소삼) : 시절의 물상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오.
疑惑樽中弩(의혹준중노) : 술잔 속 활 그림자 의심스러워하며
淹留冠上簪(엄류관상잠) : 갓 위의 비녀 처지로 머물러 있다오.
牽裾驚魏帝(견거경위제) : 옷깃을 당기며 위나라 임금 놀라게 한 일도
投閣爲劉歆(투각위류흠) : 유음의 아들 일로 알아 던져지기도 하였다.
狂走終奚適(광주종해적) : 미친 사람처럼 떠돌아 끝내는 어디로 가리오.
微才謝所欽(미재사소흠) : 하찮은 재주러 흠모하는 사람을 뿌리치니
吾安藜不糝(오안려부삼) : 나는 명아 주국에 쌀 섞지 않은 밥도 만족하다오.
汝貴玉爲琛(여귀옥위침) : 그대들은 옥보다 귀한 보배들이니
烏几重重縛(오궤중중박) : 다 망가져서 칭칭 동여맨 책상에 기대어서
鶉衣寸寸針(순의촌촌침) : 메추리처럼 달아 놓은 것 같이 꿰매었도다.
哀傷同庾信(애상동유신) : 애처롭고 쓰라림은 유신과 같고
述作異陳琳(술작리진림) : 글을 지음에는 진림보다는 못했도다.
十暑岷山葛(십서민산갈) : 촉 지방 민산에 칡옷으로 10년 여름을 보내고
三霜楚戶砧(삼상초호침) : 초 지방에서는 가을 다듬이 소리를 3년을 보냈도다.
叨陪錦帳坐(도배금장좌) : 외람되게도 비단 장막에 앉아 모시는 낭관이 되어
久放白頭吟(구방백두음) : 오랫동안 늙은 나이로 시를 뜻대로 옮기었소.
反樸時難遇(반박시난우) : 순박한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 만나기 어려워도
忘機陸易沈(망기륙역침) : 기회를 노리는 마음 잊어버리면 뭍에 살 듯 쉬워라
應家數粒食(응가삭립식) : 응당 가족들 몇 술 잡을 더 먹으나
得近四知金(득근사지금) : 하늘과 땅과 그대와 내가 아는 돈을 얻었도다.
春草封歸恨(춘초봉귀한) : 봄풀은 푸르러 고향에 가고자 하는 한은 더하고
源花費獨尋(원화비독심) : 무릉도원 홀로 찾고자 하는 마음을 생긴다오.
轉蓬憂悄悄(전봉우초초) : 쑥이 바람에 구르듯 근심이 심해지고
行藥病涔涔(항약병잠잠) : 약을 써도 병은 여전히 심하기만 하도다.
瘞夭追潘岳(예요추반악) : 반악처럼 요절한 자식을 길 가에 묻고
持危覓鄧林(지위멱등림) : 위태한 몸을 버티고자 지팡이를 찾는다오.
蹉跎翻學步(차타번학보) : 엉덩방아 찧으면서도 한단의 걸음을 흉내 내고
感激在知音(감격재지음) : 참된 친구 있음에 감격스럽도다.
卻假蘇張舌(각가소장설) : 그러면서도 소진과 장의처럼 말을 잘하여
高誇周宋鐔(고과주송심) : 주송의 칼자루로 크게 자부 했었다오.
納流迷浩汗(납류미호한) : 모든 물 받아들여 호수 되어 아득하고
峻趾得嶔崟(준지득금음) : 높은 터전은 우람한 산과 같은 곳에서 얻었고
城府開淸旭(성부개청욱) : 해맑은 아침 햇볕이 쪼이는 곳에 감영이 있도다.
松筠起碧潯(송균기벽심) : 소나무와 대나무는 푸른 물가에서 생겨나고
披顔爭倩倩(피안쟁천천) : 낯을 활짝 펴서 다투어 웃으며 맞아들인다.
逸足競駸駸(일족경침침) : 빠른 말은 좋은 다리로 앞을 다투고
朗鑒存愚直(낭감존우직) : 밝은 눈으로 우직한 자를 위로해준다
皇天實照臨(황천실조림) : 하늘은 진실하게 비춰주고 있고
公孫仍恃險(공손잉시험) : 공손술 같은 자가 험함을 믿고서 날뛰고
侯景未生擒(후경미생금) : 후경과 같은 자를 아직 사로잡지 못하고 있도다.
書信中原闊(서신중원활) : 중원에서는 소식이 아득하고
干戈北斗深(간과배두심) : 전쟁 중이라 은 임금 계신 장안은 아득하도다.
畏人千里井(외인천리정) : 천리 밖에서 남을 두려워하고
問俗九州箴(문속구주잠) : 천하의 잠언에 실린 풍속을 묻고 있소
戰血流依舊(전혈류의구) : 전쟁에서 흘리는 피는 옛날과 같고
軍聲動至今(군성동지금) : 군사들의 함성소리는 지금까지 울려온다오.
葛洪尸定解(갈홍시정해) : 갈홍처럼 시체가 변하여 신선이 되지 못해도
許靖力難任(허정력난임) : 허정처럼 식구들을 맡기도 어렵다오.
家事丹砂訣(가사단사결) : 집안 살림과 신선되는 단사의 비결도
無成涕作霖(무성체작림) : 이루지 못하니 눈물이 흘러 비가 되었다오.
병으로 배에 엎드려 시를 쓴 두보의 임종(臨終)
서울에 봉선으로 가면서 읊은 5백자(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라는 제한의 5백자에 이르는 서사시를 읽고 두보의 마음속을 일부나마 이해하게 된다.
천재성을 타고난 그의 학문으로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의지를 펴기 위해 현실정치에 참여하려 했으나 혼탁한 세상은 그를 알아주지 않는데도 이에 좌절하지 않고 현실 참여의 정도(正道)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두보의 명시들은 숱한 시련과 좌절을 겪고 난 뒤의 것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두보가 위대한 시인이 된 것은 그가 늦게 시에 뜻을 두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위대한 시인이란 감수성을 예민하고 풍부하게 만들 문학적 체험을 거친 후에야 탄생하는 법이다. 의지나 열정만 앞선다면 오히려 감수성이 말살되었을 지도 모른다.
인생의 말년을 대부분 가족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피난 다니던 두보는 닷새를 굶고 누군가 보내온 고기와 술을 허기진 식욕으로 먹어치우고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동정호반의 쪽배 위에서 고통의 생애를 마쳤다.
죽을 때 그는 심한 복통과 관절염으로 일어서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한 처참한 지경에서 조차 누운 채로 자신의 최후의 시
"풍질주중복침서회삼십육운봉증호남친우(風疾舟中伏枕書懷三十六韻奉呈湖南親友)/병들어 배에 엎드려 감회를 써서 호남 벗에게 바친다."를 썼다. 그의 나이 59세이었다.
그를 시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그의 문학적 성취 때문만은 아니다. 민중을 향한 전인적 사랑과 성실했던 삶의 태도, 그리고 고통을 견디는 그 우직함이 위대한 시성으로 후세에 거듭하여 칭송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근세 조선시대에는 사회지도층이 두보의 시를 선비정신을 고취시키는 교본으로 삼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권장하였다. 그의 시는 현대 중국의 교과서에도 올려놓고 신세대가 본받아야 할 인본 인애 사상을 고취시고 있다.
* 두보는 생의 대부분을 고난으로 살았고 그랬기에 그의 시에는 아픔을 담은 것들이 많다. "자경부봉선현영회오백자"라는 시는 두보가 굶어 죽은 어린 아들을 묻고 깊은 슬픔에 빠져 쓴 것으로 두보 삶의 아픔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며 그가 쓴 사회시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어느 해 늦가을, 두보는 봉선으로 가족을 만나러 갔다. 늦은 밤에 길을 나섰기에 바람이 매우 차가웠지만 가족을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사립문을 연 그를 반기는 건 아내의 울음소리였다.
어린 아들이 굶어 죽는 기막힌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부인은 통곡했고 두보의 늙은 얼굴에도 가슴 속 치받쳐 올라온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하지만 두보는 단지 슬픔에만 빠져 있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처지가 논밭을 잃은 농민이나 전쟁터로 끌려가는 사병 보다 더 할 수 없다
고 한다.두보의 마음은 늘 낮은 곳에 있었다. 가진 사람보다는 갖지 못한 사람에게 힘센 사람보다는 힘없는 사람에게, 화려하고 빛나는 것보다는 초라하고 어두운 곳에 있었다. 병거항(兵車行)이란 시는 토번 정벌을 이유로 국력을 소모하고 백성들이 부역에 동원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두보가 본 것은 군대의 위용이 아니라 부모와 처자식을 두고 떠나는 이의 마음이었다.
끌려가고 보내는 이들의 가슴 아픈 이별 모습으로 시작하고 있다. 두보의 시선은 끌려가고 보내는 이들의 가슴 아픈 이별의 모습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것의 더 큰 모습인 사회로 나가고 있다.
영토 확장의 욕심을 그치지 않고, 큰 영토를 가졌음에도 더 많은 영토를 가지려고 하는 황제의 욕망을 비판하면서 고통 받는 백성의 원성을 대신하여 군사동원의 패악과 민생을 강탈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대목은 현대에 재해석하여 보아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423.피지(避地) 난리의 땅을 피하여
避地歲時晩(피지세시만) : 피난지에서도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竄身筋骨勞(찬신근골로) : 몸을 숨기느라 온몸이 피곤하네.
詩書遂牆壁(시서수장벽) : 시와 서는 끝내 벽속에 감추어지고
奴僕且旌旄(노복차정모) : 노복도 반란의 깃발 내 걸었네.
行在僅聞信(행재근문신) : 행재소의 소식을 이제 겨우 들었는데
此生隨所遭(차생수소조) : 내 인생은 되는대로 사는구나.
神堯舊天下(신요구천하) : 신요가 열었던 옛 천하에서
會見出腥臊(회견출성조) : 더러운 무리 몰아내는 것을 보리라.
424.핍측행(偪側行)/핍측행증필요(偪側行贈畢曜) 궁핍함을 읊은 노래
偪側何偪側(핍측하핍측) : 궁핍하고 어이 그리 궁핍한가?
我居巷南子巷北(아거항남자항북) : 나는 거리의 남쪽에 살고 그대는 거리의 북쪽에 산다오.
可恨鄰里間(가한린리간) : 한스럽게도 이웃과 마을 사이에
十日不一見顔色(십일불일견안색) : 열흘에 한 번도 얼굴 보지 못하누나.
自從官馬送還官(자종관마송환관) : 관마(官馬)를 관청으로 돌려보낸 뒤로는
行路難行澀如棘(행로난행삽여극) : 길가기 어려움 가시밭길 같다오.
我貧無乗非無足(아빈무승비무족) : 내 가난하여 탈것 없으나 발 없지 않건만
昔者相遇今不得(석자상우금부득) : 옛날에는 서로 방문하였는데 지금은 할 수 없네.
實不是愛微軀(실불시애미구) : 실로 하찮은 몸 아껴서가 아니요
又非闗足無力(우비관족무력) : 또 발에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오.
徒步翻愁官長怒(도보번수관장노) : 도보로 걷다가는 도리어 관장(官長)의 노여움 살까 걱정되니
此心炯炯君應識(차심형형군응식) : 이 마음 밝고 밝아 그대 응당 알리라.
曉來急雨春風顛(효래급우춘풍전) : 새벽에 소낙비 내리고 봄바람 미친 듯이 불어대니
睡美不聞鐘鼓傳(수미불문종고전) : 단잠 들어 종고(鐘鼓)의 전하는 소리 듣지 못한다오.
東家蹇驢許借我(동가건려허차아) : 동쪽 집에서 절름발이 나귀 나에게 빌려 주기로 허락하였으나
泥滑不敢騎朝天(니활불감기조천) : 진흙길 미끄러워 감히 타고 조정에 타고 갈 수 없다오.
已令請急㑹通籍(이령청급회통적) : 이미 조회면제 신청하여 마침 허가를 받았으니
男兒性命絶可憐(남아성명절가련) : 사나이의 한 목숨이 정말로 가련하다네.
焉能終日心拳拳(언능종일심권권) : 어찌 하루 종일 따분하게 지내리오,
憶君誦詩神凜然(억군송시신름연) : 그대 생각하며 시 외니 정신이 늠름해진다네.
辛夷始花亦已落(신이시화역이락) : 목련꽃 처음 피었다가 또한 이미 졌으니
況我與子非壯年(황아여자비장년) : 더구나 나와 그대 장년이 아니라네.
街頭酒價常苦貴(가두주가상고귀) : 길거리의 술값 항상 너무 비싸 괴로우니
方外酒徒稀醉眠(방외주도희취면) : 세상 밖의 술꾼들 취하여 잠들기 쉽지 않구나.
速宜相就飲一斗(속의상취음일두) : 빨리 서로 만나 한 말 술 마셔야 할 것이니
恰有三百青銅錢(흡유삼백청동전) : 마침 삼백전(三百錢)의 푸른 동전 있다네.
이 시는《杜少陵集》6권에 실려 있는 바, 건원(乾元) 원년(元年:758) 봄에 두보가 좌습유(左拾遺)로 있을 때에 지은 것이다. 핍측(偪側)은 궁핍하다는 뜻인 바, 이 시는 곤궁함을 노래한 것으로 제목 밑의 주에 “贈畢曜[증필요:필요에게 주다]” 라는 세 글자가 덧붙여져 있다. 필요(畢曜)는 글을 좋아하는 두보(杜甫)의 친구로 몹시 곤궁하게 살았는데, 해학적인 필치로 그의 곤궁한 생활을 묘사하고 친구를 그리워하는 간절한 정을 읊은 것이다.
* 偪側(핍측) : 서로 다가옴. 서로 어려움. 절박(切迫). 상박(相迫).
* 陋巷遊(항북유) :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살면서 즐겁게 노닐던 때가 그립다는 말.
* 自從官馬送還官(자종관마송환관) : 이덕홍(李德弘)은 “두자미(杜子美)가 일찍이 좌습유(左拾遺)로 있을 때에 관마(官馬)를 탔으니, 〈奉酬嚴公寄題野亭(봉수엄공기제야정)〉의 시에 이른바 ‘어가(御駕)를 인도하느라 참람하게 사원마(沙苑馬)를 탔네.[奉引濫騎沙苑馬]’라는 것이 이것이다. 두자미는 좌습유에서 파직되자 더 이상 이 말을 타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관마를 관청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한 것이다.” 하였다.
* 微軀(미구) : 자신을 낮추어서 이르는 말
* 澀如棘(삽여극) : 가시밭길처럼 막히다.
* 請急會通籍(청급회통적) : 적(籍)은 일종의 통행증으로 보인다. 이덕홍(李德弘)은 “옛날에 벼슬아치들은 모두 궐 아래에 적(籍)을 두고 출입할 때에 대조하였으니, 이것을 통적(通籍)이라고 한다. 청급(請急)은 급한 일이 있으면 통적(通籍)이 있는 곳에 요청하여 조회를 면제받는 것이다.” 하였다. 김륭(金隆)도 “청급(請急)은 오늘날 조관(朝官)들이 연고가 있어 입조(入朝)하지 않을 경우에는 병의 실상을 올려 조회를 면제받는 것과 같다.” 하였다.
《元帝記(원제기)》의 통적(通籍) 주(註)에 “적(籍)이라는 것은 두 자 되는 죽첩(竹牒)을 만들어서 출생 연도와 명자(名字)와 물색(物色:얼굴의 모습 등 특징)을 기록하여 관청의 문에 매달고 성금(省禁)에서 서로 대조하여 부합하여야 비로소 관청에 들어갈 수 있다.” 하였다.
* 辛夷(신이) : 목련화(木蓮花)의 별칭이다.
* 恰有三百靑銅錢(흡유삼백청동전) : 김륭(金隆)의 《勿巖集(물암집)》 4권에 “恰(흡)은 합당(合當)의 뜻이니, 정(正)ㆍ수(須)와 같은 따위이다.” 하였다. 당나라 때 현금을 청전(靑錢)이라 하였다.
425.하야탄(夏夜歎) 여름날 밤의 탄식
永日不可暮(영일부가모) : 긴긴 해 저물지 못하고
炎蒸毒我腸(염증독아장) : 찌는 듯한 더위 나의 애간장 괴롭힌다.
安得萬里風(안득만리풍) : 어찌해야 만 리 바람을 얻어
飄颻吹我裳(표요취아상) : 나의 치마에 불어 나부끼게 할까.
昊天出華月(호천출화월) : 넓은 하늘에 빛나는 달 솟아있고
茂林延疎光(무림연소광) : 무성한 숲에 성긴 빛이 머물러있다.
仲夏苦夜短(중하고야단) : 한여름은 밤이 짧아 괴롭고
開軒納微涼(개헌납미량) : 창문을 열어 조금 시원한 바람 들인다.
虛明見纖毫(허명견섬호) : 맑은 빛에 가는 터럭조차 보이고
羽蟲亦飛揚(우충역비양) : 깃 달린 곤충들도 날아오르는구나.
物情無巨細(물정무거세) : 만물의 정리란 크고 작음이 없고
自適固其常(자적고기상) : 자적함이 진실로 그 본래의 모습인 것을.
念彼荷戈士(념피하과사) : 생각하노니, 저 창을 멘 병사들
窮年守邊疆(궁년수변강) : 일 년이 다가도록 변방을 지키는구나.
何由一洗濯(하유일세탁) : 무슨 방법으로 한 번에 씻어 줄까
執熱互相望(집열호상망) : 더위 속에서 서로 바라보기만 하는구나.
竟夕擊刁斗(경석격조두) : 밤에는 조두(바라)를 치니
喧聲連萬方(훤성련만방) : 그 시끄러운 소리가 만방에 이어진다.
靑紫雖被體(청자수피체) : 청자색 군복을 몸에 걸치더라도
不如早還鄕(부여조환향) : 일찍 고향으로 돌아감만 못하리라.
北城悲笳發(배성비가발) : 성 북쪽에서는 구슬픈 피리소리 나고
鸛鶴號且翔(관학호차상) : 황새와 학은 울부짖으며 날아가려한다.
況復煩促倦(황복번촉권) : 하물며 게다가 무더위에 지쳐있어서야
激烈思時康(격렬사시강) : 시절의 편안함을 간절히 바라노라.
426.하일이공견방(夏日李公見訪) 어느 여름날 이공이 나를 찾아와 주다
遠林暑氣薄(원림서기박) : 멀리 보이는 숲은 더위가 적어
公子過我遊(공자과아유) : 이공께서 나를 찾아 오셨다.
賓居類村塢(빈거류촌오) : 가난한 내 집은 마을 담과 같아서
僻近城南樓(벽근성남누) : 외지게 성 남쪽 누대에 가까이 있다.
傍舍頗淳朴(방사파순박) : 이웃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여
所願亦易求(소원역이구) : 아쉬운 것도 쉽게 구한다네.
隔屋問西家(격옥문서가) : 담 너머 서쪽 집에 물기를
借問有酒不(차문유주불) : 술 가진 좀 것 없는가 하니
牆頭過濁醪(장두과탁료) : 담장 너머로 막걸리를 건네준다.
淸風左右至(청풍좌우지) : 맑은 바람 좌우에서 불어오니
客意已驚秋(객의이경추) : 손님은 마음속으로 이미 가을인가 놀란다.
巢多衆鳥鬪(소다중조투) : 새둥지 많아 뭇 새들은 다투고
葉密鳴蟬稠(엽밀명선조) : 나뭇잎 무성하여 매미소리 요란하다.
苦遭此物聒(고조차물괄) : 시끄러운 매미소리 듣기가 괴로운데
孰謂吾廬幽(숙위오려유) : 누가 내 집이 그윽하다 하는가!
水花晩色靜(수화만색정) : 연꽃은 저녁 빛에 고요하니
庶足充淹留(서족충엄류) : 손님 잡아두기에 충분합니다.
預恐樽中盡(예공준중진) : 술통의 술 떨어질까 미리 두려워
更起爲君謀(갱기위군모) : 다시 일어나 술 마련해 두려네.
427.하일탄(夏日歎) 여름날의 탄식
夏日出東北(하일출동북) : 여름 해가 동북쪽에서 솟아서
陵天經中街(능천경중가) : 하늘에 올라 한 가운데를 지나간다.
朱光徹厚地(주광철후지) : 햇빛이 두꺼운 땅을 뚫으니
郁蒸何由開(욱증하유개) : 찌는 듯한 기운을 무슨 수로 없앨까.
上蒼久無雷(상창구무뢰) : 하늘에는 오랫동안 우뢰가 없으니
無乃號令乖(무내호령괴) : 하늘의 호령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雨降不濡物(우강불유물) : 비가 내려도 만물을 적시지 못하니
良田起黃埃(양전기황애) : 옥토에도 누런 먼지가 일어난다.
飛鳥苦熱死(비조고열사) : 날아가던 새도 심한 더위에 죽고
池魚涸其泥(지어학기니) : 연못 속 물고기가 진흙 속에서 말라 죽는다.
萬人尚流冗(만인상류용) : 백성들은 아직도 떠도는데
舉目唯蒿萊(거목유호래) : 눈을 들어 바라보니 잡초만 가득하네.
至今大河北(지금대하북) : 지금 황하의 북쪽 땅은
化作虎與豺(화작호여시) : 호랑이와 승냥이의 땅이 되고 말았다네.
浩蕩想幽薊(호탕상유계) : 아득히 유주와 계주의 일을 생각하노니
王師安在哉(왕사안재재) : 왕의 군대는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對食不能餐(대식불능찬) : 음식을 대하고도 먹을 수 없으니
我心殊未諧(아심수미해) : 내 마음이 유달리 편치 않기 때문이라네.
眇然貞觀初(묘연정관초) : 정관(貞觀)의 초기를 회상해보니
難與數子偕(난여수자해) : 그 때처럼 함께할 명신들이 없구나.
* 陵天 : 하늘에 오르다. * 朱光 : 햇빛. * 郁蒸 : 무덥다. * 開 : 사라지다. 소멸하다. * 上蒼 : 푸른 하늘. 창공.
* 無乃 : ~이 아니겠는가? * 號令 : 큰 소리로 꾸짖음. * 乖 : 어기다. 어긋나다. * 流冗 : 갈 곳을 잃고 떠돌다.
* 蒿萊 : 들풀. 잡초. * 大河 : 황하(黄河). * 虎與豺 : 호랑이와 승냥이. 안사의 반군을 비유함.
* 幽薊 : 유주(幽州)와 계주(蓟州). 안사의 난이 시작된 곳. * 未諧 : 마음이 편치 않음. * 眇然 : 회상하다. 추억하다.
* 貞觀 : 당 태종의 연호(年号)(627∼649). * 數子 : 여러 선생. 정관의 치 시대의 위징, 방현령, 장손무기 같은 명신들.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며 당 숙종 건원 2년(759) 두보의 48세 때 화주(華州)에서 큰 가뭄으로 대기근이 발생하자 나라를 걱정하며 지은 시이다. 당나라 말기 개원의 치를 이끌었던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서 정치를 고력사 등의 환관들에게 넘겼고, 이로 인해 양국충 등의 외척과 환관들의 본격적인 환관과 외척의정치가 시작되었다. 환관과 외척들의 전횡과 부패 속에서 제도와 관리들은 타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권력 다툼은 결국 755년 안녹산에게 난을 일으킬 명분을 주게 되었다. 두보는 건원 원년 6월에 조정의 좌습유직에서 화주(華州)의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좌천되고 건원 2년 7월에 대기근으로 관직을 버리고 가족을 데리고 진주(秦州)와 동곡(同谷)을 유랑하였으며 이 때 삼리삼별의 연작시를 지었다.
428.한별(恨別) 이별을 한하며
洛城一別四千里(낙성일별사천리) : 낙양을 한번 이별하고 사천리 떠나 있어
胡騎長驅五六年(호기장구오륙년) : 오랑캐 오래 싸워 오륙년이 다 되었소.
草木變衰行劍外(초목변쇠행검외) : 초목은 변하여 시드는데 나는 검각성 밖을 거닐어보고
兵戈阻絶老江邊(병과조절노강변) : 싸움으로 길이 막혀 강변에서 늙고 있소
思家步月淸宵立(사가보월청소입) : 집 그리며 달빛 아래 거닐다가 우뚝 서기도하며
憶弟看雲白日眼(억제간운백일안) : 동생을 생각하며 구름 바라보며 한낮에도 잠들기도 하오
聞道河陰近乘勝(문도하음근승승) : 들으니, 하음 땅에서는 승전의 소식 가까이 들리니
司徒急爲破幽燕(사도급위파유연) : 사도는 오랑캐 땅 유연을 빨리 깨뜨려주오.
429.한식(寒食) 한식
寒食江村路(한식강촌로) : 한식날 강마을 길에는
風花高下飛(풍화고하비) : 바람에 꽃이 위로 아래로 흩날리네.
汀煙輕冉冉(정연경염염) : 물가의 안개 가벼워 느리게 움직이고
竹日靜暉暉(죽일정휘휘) : 대나무 숲의 햇살은 맑고 빛나네.
田父要皆去(전부요개거) : 농부가 초대하여 모두 갔는데
鄰家鬧不違(인가료불위) : 이웃이 주는 선물을 거절치 못하네.
地偏相識盡(지편상식진) : 외진 시골이라 모두 서로 알고 지내기에
雞犬亦忘歸(계견역망귀) : 닭과 개들도 돌아가는 걸 잊고 있다네.
* 寒食 : 《荊楚歲時記(형초세시기)》에 “동지로부터 105일째인데, 이때는 바람이 거세고 비가 와서 한식이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불에 타 죽은 진(晉)나라 개자추(介子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 汀煙 : 물가의 안개. * 冉冉 : 천천히 움직이는 모양. 한들거리는 모양. 冉은 나아갈 ‘염’
* 暉暉 : 빛나다. 밝다. * 田父要皆去 : 농부가 초대하여 모두 가다. 要는 초대하다.
* 鬧不違 : 선물을 거절하지 못하다. 鬧(료,요)는 問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으며 선물하다는 뜻으로 보았다. 한식날이라 음식을 서로 주고받는 풍습으로 보인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761) 봄 두보의 나이 50세 때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渓)의 초당(草堂)에서 지은 시이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한식이 되어 봄날의 농촌 풍경을 묘사하고 완화계에서 이웃 간 정다운 모습을 읊은 시이다.
430.항차고성점범강작(行次古城店汎江作) 고성점 범강에 행차하여 짓다
老年常道路(노년상도노) : 노년에 항상 길에서 헤매는 신세
遲日復山川(지일복산천) : 낮은 길어지는데 다시 산천을 떠돈다.
白屋花開裏(백옥화개리) : 꽃 활짝 핀 곳에 초라한 초가집
孤城麥秀邊(고성맥수변) : 보리 팬 곳에 외로운 성만 서있구나.
濟江元自闊(제강원자활) : 건너 편 강은 원래부터 넓은데
下水不勞牽(하수부노견) : 내려가는 강물에 끄는 수고 필요 없도다.
風蝶勤依槳(풍접근의장) : 바람에 나는 나비 부지런히 상앗대(삿대)에 붙고
春鷗懶避船(춘구나피선) : 봄 갈매기는 권태로워 배를 피해가는구나
王門高德業(왕문고덕업) : 양성군왕 위백업의 문은 덕이 높아
幕府盛才賢(막부성재현) : 그 막부에는 어진이가 무수히 많았다.
行色兼多病(항색겸다병) : 떠나는 행색 쓸쓸하고 병도 많으니
蒼茫汎愛前(창망범애전) : 널리 자선하는 앞에 서니 정신이 창망하도다.
431.해민 십이수(解悶 十二首) 근심을 풀다
其一
草閣柴扉星散居(초각시비성산거) : 초가지붕 사립문에 별처럼 흩어져 살면서
浪飜江黑雨飛初(낭번강흑우비초) : 검은 강물 파도일어 비는 날리는데
山禽引子哺紅果(산금인자포홍과) : 산새는 새끼 품어 붉은 열매 먹이고
溪女得錢留白魚(계녀득전유백어) : 오계의 아낙은 백어를 팔아 살아가네.
其二
도야성령존저물(陶冶性靈存底物) : 심성을 도야하는 데는 아무것도 없다
신시개파자장음(新詩改罷自長吟) : 시를 짓고 고치고 스스로 읊조려라
숙지이사장능사(熟知二謝將能事) : 사령운과 사조가 전력을 기울여 읊었고
파학음하고용심(頗學陰何苦用心) : 음갱과 하손의 고심을 배우리라
其三
一辭故國十經秋(일사고국십경추) : 고향 떠난 지 십년이 되었는데
每見秋瓜憶故丘(매견추과억고구) : 가을 참외 볼 때마다 고향 그리워
今日南湖采薇蕨(금일남호채미궐) : 오늘 남쪽 호숫가에서 고사리를 캐는데
何人爲覓鄭瓜州(하인위멱정과주) : 누가 날 위해 정과주를 찾아봐 주었으면
其四
沈范早知何水部(심범조지하수부) : 沈约과 范云은 일찌기 何水部를 알았지만
曹刘不待薛郎中(조류부대설랑중) : 曹植과 刘桢은 薛郎中을 기다릴 수 없었지.
独当省署开文苑(독당상서개문원) : 혼자서 省署를 맡아서 문단을 열었으며
兼泛沧浪学钓翁(겸범창랑학조옹) : 沧浪에 배를 띄워 고기 잡는 법을 배웠다네.
其五
李陵蘇武是吾師(이릉소무시오사) : 이릉과 소무는 내 시의 스승이고
孟子論文更不疑(맹자논문갱불의) : 맹운경의 시문은 의심할 게 없는데
一飯未曾留俗客(일반미증유속객) : 속인들과 밥 한 끼 한 적 없었던,
數篇今見古人詩(수편금견고인시) : 옛사람이 쓴 것 같은 귀한 시를 오늘 보네
* 李陵(이릉): 서한西漢 때의 장군으로 자는 소경少卿이고 비장군飛將軍 이광李廣의 장손이다. 흉노를 상대로 싸우다 투항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그의 억울한 사정을 변호하려 했던 사마천司馬遷이 궁형을 당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다.
* 蘇武(소무): 서한 西漢의 명신으로 자는 자경子卿이다. 흉노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어 북해北海 부근에 유폐되어 19년 동안 양을 돌보다가 소제昭帝 때 한나라로 귀환하였다. 귀국할 때 이릉李陵과 주고받은 오언시五言詩가 ⟪문선文選⟫에 실려 있는데 타인의 작품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 孟子(맹자): 자주自注에서 맹운경孟雲卿이라고 했다. ‘論文’은 ‘詩文’으로 새겨 읽었다.
* 一飯(일반) 구: 속인들과는 한 번도 밥을 함께 먹지 않은 것을 말한 것이다. ‘未曾留俗客’은 맹운경이 속인들을 불러 함께 자리한 일이 없었을 만큼 품성이 고아했던 것을 말한 것이다.
* 古人(고인): 이릉과 소무처럼 고관이면서 또한 시를 쓰는 사람을 가리킨다.
其六
復憶襄陽孟浩然(부억양양맹호연) : 또다시 양양 사람 맹호연을 생각하니
淸詩句句盡堪傳(청시구구진감전) : 맑은 시 구절마다 전해질 만하구나
卽今耆舊無新語(즉금기구무신어) : 오늘날 노장들 새로운 시어 하나 없이
漫釣槎頭縮頸鯿(만조사두축경편) : 배 위에서 낚시로 축경편을 낚겠다네
* 孟浩然(맹호연): 당조唐朝 때의 시인으로 이름은 호浩, 자는 호연浩然, 양주襄州 양양襄陽 사람이다. 당나라 때의 저명한 산수전원시파山水田園詩派 시인으로 출사하지 않은 그를 사람들이 맹양양孟襄陽(689~740)이라고 불렀다.
* 淸詩(청시): 자연의 그윽한 경계를 노래한 맹호연 시의 예술적 품격을 말한 가리킨다.
* 즉금(즉금): 오늘날. 현재.
* 耆舊(기구): 나이가 많고 명망이 높은 사람을 가리킨다.
* 槎(사): 원래는 떼배를 가리킨다.
* 縮頸(축경): 편어鯿魚. 머리가 작고 목이 짧아 붙여진 이름이다. 차두편槎頭鯿이라고도 한다. 한수漢水에서 많이 나는 물고기 이름이다. ⟪양양지襄陽志⟫에서 ‘漢江出鯿魚. 土人以槎斷水, 鯿多依槎, 因號槎頭鯿(편어는 한수와 장강에서 나는데 지역 사람들이 뗏목으로 물을 막으면 편어들이 뗏목에 숨는 것 때문에 사두편이라고도 부른다).’이라고 했다.
其七
陶冶性靈在底物(도야성령재저물) : 영성을 닦고 기르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
新詩改罷自長吟(신시개파자장음) : 시를 짓고 고쳐가며 읊어보는 것이네
孰知二謝將能事(숙지이사장능사) : 사령운과 사조가 잘하게 된 것을 알아야 하고
頗學陰何苦用心(파학음하고용심) : 음갱과 하손이 고심한 것을 배워야 하네
* 陶冶(도야): 도기를 만들 때 뜨거운 불 속에 넣고 쇠를 다룰 때 뜨거운 불에 녹이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닦고 기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底(저): ‘何’와 같다.
* 新詩改罷自長吟(신시개파자장음): 시를 짓고 고치고 오랫동안 스스로 읊어보는 것을 가리킨다.
* 二謝(이사): 사령운謝靈運(385~433)과 사조謝眺(464~499)를 가리킨다. 사령운은 동진東晉과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시인으로 위진남북조시대를 대표하여 산수시의 조종이 되었다. 사조는 남제南齊의 시인으로 자는 현휘玄暉이고 진군陳郡 양하陽夏 사람이다. 동족인 사령운, 사혜련과 함께 육조시대의 산수시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 將能事(장능사): 사령운과 사조 두 사람의 창작능력이 빼어나고 시문에 영성이 깃든 것을 가리킨다. ‘孰’은 ‘熟’의 뜻으로 읽었다.
* 陰何(음하):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때의 시인 음갱陰鏗(511~563)과 하손河遜(480~519)을 가리킨다. 음갱은 육조 때 진陳나라 시인으로 자는 자견子堅이다. 육조 말기의 궁체시인으로 화려한 오언시 작품이 많다. 하손은 육조 양梁 나라 시인으로 자는 중언仲言이고 산동山東 사람이다. 관직명에 따라 하수부河水部로 불렸다. 풍경과 심경의 묘사에 뛰어나고 음률과 수사를 단련한 시풍으로 당나라 근체시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
* 苦用心(고용심): 몹시 고심한 것을 가리킨다.
其八
不見高人王右丞(불견고인왕우승) : 고상한 왕우승은 보이지 않고
藍田丘壑漫寒藤(남전구학만한등) : 남전 골짜기 등나무 덩굴만 무성해졌네.
最傳秀句寰區滿(최전수구환구만) : 그의 빼어난 시구가 온 세상에 전해져서
未絶風流相國能(미절풍류상국능) : 풍류 끊이진 않은 건 재상 아우 덕분이네.
* 王右丞(왕우승): 상서우승尙書右丞을 지낸 당조唐朝의 시인 왕유王維를 가리킨다. ⟪구당서舊唐書⋅왕유전王維傳⟫에서 ‘乾元中, 轉尙書右丞, 晩年得來之問藍田別墅, 墅在輞口, 水周於舍下, 竹洲花塢, 與裴迪浮舟往來, 嘯咏終日, 所賦詩號輞川集(건원 연중에 상서우승이 되었고 만년에 남전현에 있는 별장을 얻었는데, 별장은 망천 입구에 있고 물이 집 아래를 돌아 흐르고 대밭과 꽃밭이 조성되어 있어 배적과 배를 타고 오가며 하루 종일 노래하였다. 글과 시를 묶어 ⟪망천집⟫이라고 했다).’이라고 했다.
* 藍田丘壑(남전구학): 남전현藍田縣의 산과 계곡, 왕유의 별장인 망천장輞川莊을 가리킨다.
* 高人(고인): 유가儒家나 도가道家에는 없는 인품이 고상한 사람을 가리킨다. 왕유는 당시 망천장 안에 사찰을 세워두고 있을 만큼 신실한 불자였다.
* 王給事(왕급사): 왕유를 가리킨다. ‘西莊’은 작씨초당雀氏草堂 서쪽에 있는 별장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崔氏東山草堂」이란 시에서도 ‘何爲西莊王給事’란 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구가집주九家集注⟫에서 ‘西莊則在雀氏草堂之西也(서장이라고 한 것은 작씨초당의 서쪽에 있어서였다).’라고 했다. 왕유는 송지문宋之問의 남전 별장을 구한 뒤 가진 재산을 투입하여 망천장을 조성했다. 숙종 肅宗이 장안으로 돌아오자 왕유는 태자중윤太子中允이 되고 급사중이 되었다. 이때 왕유는 장안에 있느라 망천장은 비어 있었다.
* 鎖松筠(쇄송균): 소나무와 대나무들로 둘러싸인 것을 가리킨다. ‘筠’은 대나무의 푸른빛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대나무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읽었다. ▶ 最傳秀句(최전수구): 왕유의 시문이 다른 시인들의 것보다 더 많이 세상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을 가리킨다. ‘秀句’는 ‘佳句’를 가리킨다.
* 寰區(환구): 세상. 천하.
* 未絶風流(미정풍류): ‘風流未絶’이 도치된 것이다. 왕유의 산수와 풍류를 이어받는 것이 단절되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 相國(상국): 왕유의 아우 왕진王縉(700~781)을 가리킨다. 자는 하경夏卿이고 중서문하평장사中書門下平章事와 태자빈객太子賓客을 지냈다.
其九
先帝貴妃俱寂寞(선제귀비구적막) : 선제(현종)도 양귀비도 모두 가고 적막한데
荔枝還復入長安(여지환복입장안) : 여지는 수복 후에도 장안으로 받들어네.
炎方每續朱櫻獻(만방매속주앵헌) : 남방의 붉은 앵두 이어 바치니
玉座應悲白露團(옥좌응비백로단) : 황제(현종)는 찬 이슬 보며 슬퍼 하리라,
* 荔枝(여지) : 남방원산의 진귀한나무
* 還復 : 또 다시
* 炎方 : 남방
* 團 : 이슬이 매친다.
영욕이 반반인 현종과 경국미인 양귀비의 국정농단으로 국난을 초래한 역사를 회상하며 옛날과 같이 진상품이 들어와도 소용이 없고 후세에 본보기로 삼아 이런 화를 되풀이 하지 말 것을 은근히 표출하고 있다.
其十
億過瀘戎摘荔枝(억과로융적여지) : 사천성을 지나며 기병이 여지를 따던 생각하니
靑楓隱映石逶迤(청풍은영석위이) : 청 단풍은 그림자를 바위위에 구불구불 펼치네.
京華應見無顔色(경화응견무안색) : 장안의 양귀비에 견줄 미인이 있었으랴
紅顆酸甛只自知(홍과산첨지자지) : 붉은 과일이 시고 달고는 다만 스스로가 안다네.
其十一
翠瓜碧李沉玉甃(취과벽리침옥추) : 푸른 오이와 파란 dhdiT이 흰 우물 속에 잠겼고
赤梨葡萄寒露成(적리포도한로성) : 누런 배와 붉은 포도는 흰 이슬이 맺혔는데
可憐先不異枝蔓(가련선불리지만) : 가엾게도 앞서 가지와 덩굴을 가릴 수 없지만
차물연연장원생(차물연연장원생) : 이것들은 맑고 곱게 오래도록 산대네.
其十二
側生野岸及江蒲(측생야안급강포) : 머나먼 물가 언덕과 강마을에서 나는 여지
不熟丹宮滿玉壺(불숙단궁만옥호) : 익기도 전에 궁궐 안 옥그릇에 가득하네.
雲壑布衣鮐背死(운학포의태배사) : 산골 사는 늙은이들 허리도 못 펴고 따 나르며
勞人害馬翠眉須(노인해마취미수) : 미인 한 사람 챙기다가 사람과 말들이 죽어가네.
432.해하가(垓下歌) 해하에서 항우(項羽)
力拔山兮氣蓋世(역발산혜기개세) :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時不利兮騅不逝(시불리혜추불서) :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가 나가지 않는구나.
騅不逝兮可奈何(추불서혜가내하) : 오추마가 달리지 않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虞兮虞兮柰若何(우혜우혜내약하) : 우희야 우희야 내가 너를 어찌한단 말이냐.
漢兵己略地(한병기략지) : 한나라 병사가 이미 초나라 땅을 차지했고
四面楚歌聲(사면초가성) : 사면의 들리는 것은 초나라 노랫소리
大王義氣盡(대왕의기진) : 대왕의 의기가 다 했으니
賤妾何聊生(천첩하료생) : 천첩이 어찌 살리오.
433.향석(向夕) 저물녘
畎畝孤城外(견무고성외) : 밭은 외로운 성 밖 흩어져 있고
江村亂水中(강촌난수중) : 강촌은 어지러운 물 가운데 있는데
深山催短景(심산최단경) : 깊은 산은 짧은 해를 재촉하고
喬木易高風(교목이고풍) : 喬木에는 높은 바람 불기 쉽다.
鶴下雲汀近(학하운정근) : 鶴이 구름 덮인 가까운 물가 내려앉고
雞栖草屋同(계서초옥동) : 닭들이 함께 초가집에 깃든 후
琴書散明燭(금서산명촉) : 거문고와 책에 밝은 촛불 이리저리 비치니
長夜始堪終(장야시감종) : 비로소 이 긴 밤 보낼 수 있겠네.
이 시는 大曆(대력) 2년(767년) 虁州(기주) 瀼西(양서)에서 쓴 시이다.
* 喬木 :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란 나무
434.현도단가기원일인(玄都壇歌寄元逸人) 현도단에서 노래하며 숨어 지내는 원씨에게 부치며
故人昔隱東蒙峯(고인석은동몽봉) : 오랜 친구 지난 날 동몽산 봉우리에 은거하며
已佩含景蒼精龍(이패함경창정룡) : 이미 함경화 창정룡을 지니고 있었네.
故人今居子午谷(고인금거자오곡) : 오랜 친구 지금은 자오곡에 살면서
獨在陰崖結茅屋(독재음애결모옥) : 홀로 그늘진 언덕에 초가집에 있네.
屋前太古玄都壇(옥전태고현도단) : 집 앞에는 태고의 현도단이 있어
靑石漠漠常風寒(청석막막상풍한) : 푸른 돌은 아득하고 늘 바람 차네.
子規夜啼山竹裂(자규야제산죽렬) : 자규가 밤에 울어 산 대나무 갈라지고
王母晝下雲旗翻(왕모주하운기번) : 서왕모 낮에 내려와 구름깃발 나부끼듯.
知君此計成長往(지군차계성장왕) : 그대의 계책 길이 신선 세계로 가게 됨을 아노니
芝草琅玕日應長(지초랑간일응장) : 지초와 낭간은 날마다 응당 자라리오.
鐵鏁高垂不可攀(철쇄고수부가반) : 쇠사슬 높이 내려져 있어도 오르지 못하는데
致身福地何蕭爽(치신복지하소상) : 그대의 몸은 복지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상쾌하십니까.
* 玄都壇은 신선이나 도사들이 수련하던 곳이다.
*《高士傳·老莱子》“老莱子者,楚人也。當時世亂,逃世,耕於蒙山之陽……飮水食菽,垦山播種。”后因以“東蒙客”泛指處士、隱士。
晋나라皇甫謐(215~282)이지은 《高士傳·老莱子》에, "老莱子(BC571~BC471)라는 사람은 楚나라 사람이다。당시 세상이 어지러워, 세상을 도피하고자, 魯나라 동쪽 湖北省荆門市 서쪽 東蒙山(山東省蒙陰)의 남쪽에서 밭을 갈고 ..... 물마시고 콩을 먹고, 산을 개간하여 씨를 뿌렸다。 " 그 뒤로 이로 인해 '東蒙客'은 처사, 은사를 가르킨다."
* 蒼精龍은 公孫端의 칼 이름으로 좌측 칼날에 청룡형상이 있고 商山을 토하는 경치를 품고있다.
* 琅玕(낭간) : 봉황이 먹는다는 竹實, 瓊實. 좋은 음식
* 終南山大秦嶺에 꿀을 채취하려 산을 오른 사람이 있는데, 종소리 찾아 들어 한절에 이르렀다. 곁에 대숲 12이랑이 있어, 대나무를 자르니 꿀이 많았다. 돌아와 변경 군졸에게 알리니 군졸이 다시 대나무를 채취하러갔다. 절벽에 쇠사슬이 3丈 길이로 드리워 있는 것을 보고, 쇠사슬을 당기며 오르려 하자, 호랑이 두 마리가 절벽에 앉아 으르렁거려, 놀라 두려워 되돌아갔다.
435.형화(螢火) 반딧불
幸因腐草出(행인부초출) : 썩은 풀에서 요행히 생겼으니
敢近太陽飛(감근태양비) : 감히 태양 가까이에 어찌 날으랴.
未足臨書卷(미족임서권) : 책을 비추기에도 족하지 않지만
時能點客衣(시능점객의) : 때론 용케도 나그네의 옷에 불을 켠다네.
隨風隔幔小(수풍격만소) : 바람에 날려 휘장 밖에서 작아지더니
帶雨傍林微(대우방림미) : 비에 젖어 숲 곁에서 희미해지네.
十月清霜重(시월청상중) : 시월에 된 서리 내리면
飄零何處歸(표령하처귀) : 영락한 몸 어디로 가려는가?
* 螢火 : 반딧불. * 幸 : 요행. 다행히. * 腐草 : 썩은 풀.
* 臨書卷 : 책을 비춤. 서권(書卷)은 책. 동진(東晋) 때 사람이었던 차윤(車胤)이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였으나, 가난하여 기름을 사지 못해 밤에는 공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름밤이 되면 명주 주머니에 수십 마리의 반딧불이들을 잡아넣고 그 빛으로 공부를 했다.
* 時 : 이따금. 간혹. * 点客衣 : 나그네의 옷에 점을 남긴다. * 帶雨 : 가벼운 비에 젖다.
* 幔 :휘장. 천막. * 飄零 : 영락하다. 몰락하다. (꽃잎 따위가) 우수수 떨어지다.
*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며 당 숙종 건원 2년(759) 가을에 지은 오언율시이다.
당나라 말기 개원의 치를 이끌었던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서 정치를 고력사 등의 환관들에게 넘겼고, 이로 인해 양국충 등의 외척과 환관들의 본격적인 환관과 외척의정치가 시작되었다. 환관과 외척들의 전횡과 부패 속에서 제도와 관리들은 타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권력 다툼은 결국 755년 안녹산에게 난을 일으킬 명분을 주게 되었다. 두보가 이러한 부패된 정치에 불만을 느끼고 환관들을 반딧불에 비유하여 신랄하게 풍자한 시이다.
436.화골항(畫鶻行) 송골매 그림을 노래하다
高堂見生鶻(고당견생골) : 높다란 집에서 살아있는 송골매를 보았다.
颯爽動秋骨(삽상동추골) : 삽상하게도 하늘의 송골매를 요동치게 하는구나.
初驚無拘攣(초경무구련) : 처음에는 놀랐다네, 매어놓고 묶어둔 곳도 없는데
何得立突兀(하득립돌올) : 어떻게 우뚝 서있을 수 있단 말인가.
乃知畫師妙(내지화사묘) : 곧 알게 되었다네, 화가의 묘한 솜씨
巧刮造化窟(교괄조화굴) : 조물주의 조화의 굴에서 교묘하게 깎아온 것이었네.
寫此神俊姿(사차신준자) : 이처럼 신령하고 빼어난 자태를 그려서
充君眼中物(충군안중물) : 그대들 눈앞의 사물로 채워둔 것이라네.
烏鵲滿樛枝(오작만규지) : 까마귀와 까치 굽어진 가지에 가득한데
軒然恐其出(헌연공기출) : 송골매 높이 나니 그들이 달아날까 두렵다네.
側腦看靑霄(측뇌간청소) : 머리 돌려 푸른 하늘 보고는
寧爲衆禽沒(녕위중금몰) : 어찌 뭇 새들처럼 매몰되려 하겠는가.
長翮如刀劍(장핵여도검) : 긴 날개는 긴 칼과 같아
人寰可超越(인환가초월) : 인간세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네.
乾坤空崢嶸(건곤공쟁영) : 천지는 공연히 높고 넓기만 할 뿐
粉墨且蕭瑟(분묵차소슬) : 아름답게 먹칠한 그림이 그저 소슬하다네.
緬思雲沙際(면사운사제) : 아득히 구름과 모래벌판 끝을 생각하니
自有煙霧質(자유연무질) : 절로 연기와 안개 속에 새의 날갯짓 있다네.
吾今意何傷(오금의하상) : 나는 지금 마음속으로 무엇을 슬퍼하여
顧步獨紆鬱(고보독우울) : 발걸음 돌아보며 혼자 울적함에 적었다네.
437.화응(畵鷹) 매 그림
素練風霜起(소련풍상기) : 흰 비단 위 바람과 서리 일어나는데
蒼鷹畵作殊(창응화작수) : 푸른 매 그림 정말 특이하다
㩳身思狡ꟙ(송신사교토) : 몸을 꼿꼿이 세우고 토끼를 노리는 듯
側目似愁胡(측목사수호) : 곁눈질 하는 양이 수심에 찬 오랑캐 같구나.
絛縼光堪摘(조선광감적) : 잠아 맨 끈은 번쩍이어 손에 집힐 듯하고
軒楹勢可呼(헌영세가호) : 그림 속 처마와 기둥에서 새를 불러낼 수도 있겠다.
何當擊凡鳥(하당격범조) : 어찌해야 뭇 새들을 잡아
毛血灑平蕪(모혈쇄평무) : 털과 피를 평원에다 뿌려볼까
438.황하 이수(黃河 二首) 황하 2수
其一
黃河北岸海西軍(황하북안해서군) : 황하 북쪽 언덕 청해 서쪽 군사들이
椎鼓鳴鐘天下聞(추고명종천하문) : 북 치고 종을 울려 천하에 들렸지.
鐵馬長鳴不知數(철마장명부지수) : 철마가 길게 우는데 그 수를 모르겠고
胡人高鼻動成群(호인고비동성군) : 오랑캐들의 높은 코 걸핏하면 무리 이루네.
其二
광덕 2년 성도 초당에 머물 때에 지은 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번이 광덕 원년 10월에 장안을 침략하였고, 12월에는 송(松), 유(維), 보(保)의 세 주를 함락하였다. 칠언절구 2수로 이루어진 이 시는 이에 대한 우려와 감개를 적은 것이다. 혹 안녹산의 난과 연결 짓는 설도 있으나 취하지 않는다. 첫째 수는 적군에 일을, 둘째 수는 아군의 일을 적었다.
439.회금수거지이수(懷錦水居止二首) 금수의 거처를 그리워하는 2수
軍旅西征僻(군려서정벽) : 군대가 서쪽 정벌하려는 곳 외져
風塵戰伐多(풍진전벌다) : 바람에 먼지 날리는 전쟁이 많지만
猶聞蜀父老(유문촉부로) : 여전히 촉 땅의 부로가
不忘舜謳歌(불망순구가) : 순임금 노래하기를 잊지 않았다고 들었다.
天險終難立(천험종난립) : 천연의 험지에서 끝내 몸 세우기 어려웠으니
柴門豈重過(시문기중과) : 사립문을 어찌 다시 들르겠는가?
朝朝巫峽水(조조무협수) : 아침마다 무협의 강물은
遠逗錦江波(원두금강파) : 멀리 금강의 물결을 이끌어 오건만.
* 이 시는 운안에서 성도의 초당을 그리워하며 지은 것으로, 촉 땅의 난리를 걱정하는 마음과 떠나온 초당에 대한 미련 등이 표현되었다. 두보가 운안에 거주한 시기는 영태 원년 가을 이후부터 대력 원년 봄까지인데, 이 시의 저작 시기에 대하여 대다수의 주석가는 영태 원년으로 추정하였다. [두시상주]도 이 시를 영태 원년에 편재하면서 그 근거로 황학의 설을 제시했지만, [보주두시]를 보면 황학은 저작 시기를 대력 원년으로 추정하였다. 아마 구조오에게 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시제의 '금수'는 성도를 흐르는 금강(錦江)이고 '거지'는 거처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성도의 초당을 가리킨다.
440.효망(曉望) 새벽에 바라보다
白帝更聲盡(백제경성진) : 백제성에 딱딱이 소리 그치고
陽臺曙色分(양대서색분) : 양 누대에 새벽빛이 분명하다.
高峰寒上日(고봉한상일) : 높은 봉우리 떠오르는 해는 추운데.
疊嶺宿霾雲(첩령숙로운) : 첩첩 고개엔 비구름이 잠잔다.
地坼江帆隱(지탁강범은) : 땅이 갈라진 사이로 흐르는 강물, 숨은 돛배
天淸木葉聞(천청목엽분) : 맑은 하늘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荊扉對糜鹿(형비대미록) : 사립문은 고라니 사슴과 마주하고 있으니
應共爾爲群(응공이위군) : 저들과 한무리 되어야지
* 地坼 : 땅이 갈라진 듯 한 계곡 * 荊扉 : 싸리문. * 糜鹿 : 고라니와 사슴 * 共爾 : 너희와 같이
441.효발공안(曉發公安) 새벽에 공안을 떠나며
北城擊柝復欲罷(배성격탁복욕파) : 북성 순라군(巡邏軍) 딱딱이 소리 다시 잦아들고
東方明星亦不遲(동방명성역부지) : 동쪽 하늘에 샛별도 머지않아 곧 지리라
鄰雞野哭如昨日(인계야곡여작일) : 이웃 닭 들판에서 우는 소리 어제와 같은데
物色生態能幾時(물색생태능기시) : 만물의 물색과 생태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舟楫眇然自此去(주즙묘연자차거) : 배 타고 아득히 이곳을 떠나가
江湖遠適無前期(강호원적무전기) : 강호로 멀리 가서 앞날의 기약이 없도다.
出門轉眄已陳跡(출문전면이진적) : 문을 나와 돌아보니 이미 옛 자취 없고
藥餌扶吾隨所之(약이부오수소지) : 약물로 살아가는 나 가는대로 가보자구나.
442.후유(後遊) 다시 수각사(修覺寺)에 놀러 와서
寺憶曾遊處(사억증유처) : 절에서 일찍이 놀던 곳 생각나고
橋憐再渡時(교련재도시) : 다리가 너무 좋아 다시 건널 때로다.
江山如有待(강산여유대) : 강산은 나를 기다리는 듯 하고
花柳更無私(화류갱무사) : 더욱이 꽃과 버들은 사심 없이 반긴다.
野潤煙光薄(야윤연광박) : 아지랑이 엷게 끼고 들판은 생기 넘치고
沙暄日色遲(사훤일색지) : 모래는 따뜻하고 낮은 길기도 하다.
客愁全爲減(객수전위감) : 나그네 수심 다 사라지니
捨此復何之(사차부하지) : 이곳을 버리고 다시 어디로 가리오.
* 後遊(후유) : 다시 (수각사에) 놀러 가다.
* 修覺寺(수각사) : 사천성(四川省) 신진현(新津縣)의 민강(岷江) 동쪽 강가에 있다.
* 新(신) : 증(曾). 일찍이. 曾, 重으로 기록된 곳도 있다.
* 憐(련) : 불쌍히 여기다. 사랑하다. 당 현종을 사모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 烟光(연광) : 안개 빛.
* 沙暄(사훤) : 봄 햇살이 강변을 비추어 모래밭이 따뜻하게 보인다는 의미. 暄(훤)은 따뜻하다.
* 日色遲(일색지) : 햇살이 느리게 비춘다. 오후 늦은 시간의 햇살이 비추고 있는 모습.
* 此(차) :수각사(修覺寺)를 말한다.
이 시는 당(唐)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761년), 두보가 50세 때 지은 시이다. 두보는 당시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渓)의 초당(草堂)에 머무르고 있었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봄에 신진현(新津縣)에 있는 수각사(修覺寺)에 놀러가서 <유수각사(游修覺寺)>라는 시를 지었는데, 같은 해 다시 수각사에 놀러 가서 지은 시가 <후유(後遊)>이다. 아름다운 수각사의 정경을 칭송하며, 옛 일을 회고하는 시이다.
443.후출새 오수(後出塞 五首) 후에 변방을 나오며
1. 男兒生世間(남아생세간) :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及壯當封侯(급장당봉후) : 장년이 되면 제후에 봉해져야지.
戰伐有功業(전벌유공업) : 전쟁 이겨 공업이 있어야지
焉能守舊丘(언능수구구) : 어찌 능히 고향만 지키리오.
召募赴薊門(소모부계문) : 징집을 받고 계문에 달려오니
軍動不可留(군동부가류) : 군사로 동원하니 머무를 수 없도다.
千金裝馬鞭(천금장마편) : 천금으로 말채찍 꾸미고
百金裝刀頭(백금장도두) : 백금으로 칼머리 장식한다.
閭里送我行(려리송아항) : 마을에서는 나의 길을 전송하고
親戚擁道周(친척옹도주) : 친척들은 떠나는 길을 둘러싼다.
斑白居上列(반백거상렬) : 반백의 어른들은 위쪽 열에 있으며
酒酣進庶羞(주감진서수) : 술이 취해가니 온갖 안주를 올린다.
少年別有贈(소년별유증) : 젊은이에게 따로 준 것이 있으니
含笑看吳鉤(함소간오구) : 웃음을 띠며 오나라 칼을 바라본다.
2. 朝進東門營(조진동문영) : 아침에 동문영에 나아가고
暮上河陽橋(모상하양교) : 저물어 하양교에 올랐다.
落日照大旗(낙일조대기) : 지는 해는 큰 깃발을 비추고
馬鳴風蕭蕭(마명풍소소) : 말은 울어대고 바람은 쓸쓸하다.
平沙列萬幕(평사렬만막) : 평평한 모래벌판에 많은 막사가 벌려있고
部伍各見招(부오각견초) : 군진의 대열에서는 각기 명단을 부른다.
中天懸明月(중천현명월) : 중천에는 밝은 달이 걸리고
令嚴夜寂寥(령엄야적요) : 군령은 엄하고 밤은 고요하기만 하다.
悲笳數聲動(비가수성동) : 슬픈 피리소리 몇 가닥이 들려오니
壯士慘不驕(장사참부교) : 장사들은 서글퍼져 사기가 위축된다.
借問大將誰(차문대장수) : 묻노니, 대장군은 누구신가
恐是霍嫖姚(공시곽표요) : 이분이 바로 곽표요 장군이 아니실까
3. 古人重守邊(고인중수변) : 옛사람은 변방 지키기를 중하게 여기고
今人重高勳(금인중고훈) : 지금 사람들은 공훈 높이기를 중하게 여긴다.
豈知英雄主(개지영웅주) : 어찌 알리오, 영명하고 씩씩한 군주께서
出師亘長雲(출사긍장운) : 군사를 내어 먼 구름까지 뻗어나가신다.
六合已一家(륙합이일가) : 세상이 이미 한 집안이 되었으니
四夷且孤軍(사이차고군) : 사방 오랑캐들은 장차 고립된 군대가 되리라.
遂使貔虎士(수사비호사) : 마침내 용맹한 군사들로 하여금
奮身勇所聞(분신용소문) : 몸을 떨치어 일어나게 하니 소문대로 용맹하였다.
拔劍擊大荒(발검격대황) : 칼을 뽑아 대황 지방을 쳐서
日收胡馬羣(일수호마군) : 날마다 오랑캐 말들을 거두어온다.
誓開玄冥北(서개현명배) : 맹서하기를, 어두운 북쪽을 열어
持以奉吾君(지이봉오군) : 가져다가 우리 임금에게 받들어 바치리라.
4. 獻凱日繼踵(헌개일계종) : 승전을 올리는 일이 날마다 줄을 잇고
兩蕃靜無虞(량번정무우) : 두 오랑캐 땅이 평정되어 걱정거리가 없어졌다.
漁陽豪俠地(어양호협지) : 어양은 호협들의 땅이라
擊鼓吹笙竽(격고취생우) : 북 치고 피리를 불어댔다.
雲帆轉遼海(운범전료해) : 구름 속 높이 뜬 배들은 요해로 가
粳稻來東吳(갱도내동오) : 곡식은 동오 땅으로 오고
越羅與楚練(월나여초련) : 월나라 비단과 초나라 명주는
照耀輿臺軀(조요여대구) : 여대의 천한 사람들 몸에도 입혀져 빛나고 있다.
主將位益崇(주장위익숭) : 중요한 장군들의 지위는 더욱 높아져
氣驕凌上都(기교능상도) : 기세의 교만함이 상도를 능가했다.
邊人不敢議(변인부감의) : 변새의 사람들은 감히 의논하지도 못하고
議者死路衢(의자사노구) : 의논하는 자는 거리에서 죽임을 당하였다.
5. 我本良家子(아본량가자) : 나는 본래 양가의 자식으로
出師亦多門(출사역다문) : 전장에 나아가 가문을 드높였네.
將驕益愁思(장교익수사) : 장수가 교만할수록 더욱 근심스러우니
身貴不足論(신귀부족논) : 내 몸이 귀해지는 것은 논할 것도 없네.
躍馬二十年(약마이십년) : 전쟁터에서 말을 달린지 이십년
恐孤明主恩(공고명주은) : 밝은 군주의 은혜를 저버릴까 두려워했네.
坐見幽州騎(좌견유주기) : 유주의 기병을 바라보노라니
長驅河洛昏(장구하낙혼) : 저물녘에 하남과 낙양까지 내 달리겠지
中夜間道歸(중야간도귀) : 한밤중에 사이 길로 돌아오니
故里但空邨(고리단공촌) : 고향은 다만 텅 비었구나.
惡名幸脫免(악명행탈면) : 악한이름은 다행히 면했지만
窮老無兒孫(궁노무아손) : 자손 없이 가난하게 늙어가겠네.
444.희간정광문겸정소사업(戱簡鄭廣文兼呈蘇司業) 정광문과 소사업에게 장난삼아 시를 지어 올리다古文眞寶42
廣文到官舍 繫馬堂階下. 醉卽騎馬歸 頗遭官長罵. 才名三十年 坐客寒無氈. 近有蘇司業 時時與酒錢.
(광문도관사 계마당계하 취즉기마귀 파조관장매 재명삼십년 좌객한무전 근유소사업 시시여주전)
정광문이 관청에 이르러, 섬돌 아래에 말을 매어둔다. 취하면 곧 말 타고 귀가하니, 자못 상관들의 욕을 먹었다.
재주와 명성 삼십년을 날렸으나, 손님에게 추워도 담요도 못주네. 근래에는 소사업이 있어, 때때로 술과 돈을 보내준단다.
445.희우(喜雨)/남국한무우(南國旱無雨) 반가운 비(남녘나라에 가뭄 들어 비가 오지 않더니)
南國旱無雨(남국한무우) : 남쪽 땅이 가물어 비가 오지 않더니
今朝江出雲(금조강출운) : 오늘 아침 강에서 구름이 이는구나.
入空纔漠漠(입공재막막) : 하늘로 올라가 비로소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灑迥已紛紛(쇄형이분분) : 멀리서 비 뿌리며 어지러이 흩날린다.
巢燕高飛盡(소연고비진) : 둥지의 제비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林花潤色分(임화윤색분) : 숲 속 꽃 색깔이 더욱 선명해지네.
晚來聲不絕(만래성부절) : 저물녘에도 빗소리 끊이지 않으니
應得夜深聞(응득야심문) : 밤 깊어도 빗소리 들리겠구나.
* 南國 : 형초(荊楚). 파촉 땅을 가리킨다. * 漠漠 : 얕게 퍼짐. 안개나 연기에 의하여 끝이 안 보이는 경치.
* 灑逈 : 멀리서 비를 뿌리다. 灑는 뿔릴 ‘쇄’. 逈은 멀 ‘형’.
영태원년(永泰元年: 765년) 두보의 54세 때 완화 초당으로 돌아와 지은 시로 보이며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기뻐하며 밤에도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은근한 반가움을 표현한 시이다. 동일제목의 시(喜雨: 春旱天地昏(춘한천지혼))가 존재한다. 또한 春夜喜雨(춘야희우)는 두보의 명시(名詩)로 전해진다.
446.희우(喜雨)/춘한천지혼(春旱天地昏) 반가운 비(봄 가뭄에 천지가 암울하고)
春旱天地昏(춘한천지혼) : 봄 가뭄으로 온 세상이 암울하나니
日色赤如血(일색적여혈) : 벌겋고 따가운 햇살이 땅을 핥고 지나가네.
農事都已休(농사도이휴) : 모든 논밭 농사는 벌써 끝장이 났고
兵戈況騷屑(병과황소설) : 거기에다 전란으로 세상이 뒤숭숭 함에랴
巴人困軍須(파인곤군수) : 파(巴)땅 사람들이 군비 조달로 곤욕을 치러
慟哭厚土熱(통곡후토열) : 숨 막히는 더운 대지 위에서 통곡을 하네.
滄江夜來雨(창강야래우) : 강에 밤이 들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真宰罪一雪(진재죄일설) : 상천(上天)의 죄는 이 한 번의 비로 씻어졌네.
穀根小蘇息(곡근소소식) : 곡식의 뿌리는 조금 소생이 되었건만
沴氣終不滅(려기종불멸) : 세상의 악한 기운은 끝내 그치지 않았네.
何由見寧歲(하유견녕세) : 어떻게 하여야 편안한 세상을 보게 되어
解我憂思結(해아우사결) : 내 가슴에 맺힌 근심을 풀어낼 수 있을까?
崢嶸群山雲(쟁영군산운) : 가파르게 치솟아 있는 뭇 산 위의 구름은
交會未斷絕(교회미단절) : 서로 합쳐 있고 아직 흩어지지 않았네.
安得鞭雷公(안득편뢰공) : 어떻게 해야 뇌공을 채찍질 할 수 있어서
滂沱洗吳越(방타세오월) : 퍼붓는 비로 오월(吳越)땅을 씻어낼 수 있을까?
〈時聞浙右多盜〉
447.희위언위쌍송도가(戱韋偃爲雙松圖歌) 위언이 그린 쌍송도를 해학적으로 노래함
天下幾人畵古松(천하기인화고송) : 천하에 몇 사람이 노송을 그렸는지
畢宏已老韋偃少(필굉이로위언소) : 필굉(畢宏)은 이미 늙었고 위언(韋偃)은 아직 젊다네.
絶筆長風起纖末(절필장풍기섬말) : 빼어난 필력으로 장풍에 일어나는 나무 끝과
滿堂動色嗟神妙(만당동색차신묘) : 방안 가득한 사람들의 감동한 얼굴빛까지 그려낸다.
兩株慘裂苔蘚皮(량주참렬태선피) : 두 그루 소나무의 참렬히 찢기어진 이끼 낀 껍질
屈鐵交錯回高枝(굴철교착회고지) : 굽은 쇠줄 뒤엉킨 듯 높은 가지에 감겨있네.
白摧朽骨龍虎死(백최후골룡호사) : 흰 곳은 용과 호랑이 죽어 꺾이고 썩은 뼈 같고
黑入太陰雷雨垂(흑입태음뢰우수) : 검은 잎은 태음(太陰)에 들어 우뢰와 비가 드리운 듯하여라.
松根胡僧憩寂寞(송근호승게적막) : 소나무 뿌리에는 오랑캐 스님이 적막히 쉬고 있는데
厖眉皓首無住著(방미호수무주저) : 짙은 눈썹과 흰머리는 아무런 집착도 없어 보이네.
偏袒右肩露雙脚(편단우견로쌍각) : 오른쪽 어깨 드러내고 두 발도 맨발인데
葉裏松子僧前落(엽리송자승전락) : 솔잎 속에서 솔방울 스님 앞에 떨어지네.
韋侯韋侯數相見(위후위후수상견) : 위 선생! 위후(韋侯)여! 우리 서로 자주 만나니
我有一匹好東絹(아유일필호동견) : 내게 한 필의 좋은 비단(東絹) 있어
重之不减錦繡叚(중지불감금수가) : 중하기는 금수단(錦繡段-수놓은 비단) 못지않다네.
已令拂拭光凌亂(이령불식광릉란) : 이미 잘 털고 닦아서 광채가 현란하니
請公放筆爲直幹(청공방필위직간) : 부디 그대는 붓을 대어 곧은 소나무 하나 그려주시게나.
*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9권에 실려 있는 바, 상원(上元) 원년(元年:760)에 위언(韋偃)이 그린〈雙松圖(쌍송도)〉를 보고 그 절묘함을 찬미한 것이다.
* 畢宏已老韋偃少 : 필굉(畢宏)은 당(唐)나라 대력(大曆) 연간에 급사중(給事中)을 지냈으며 노송(老松)을 잘 그려 유명하였고, 위언(韋偃)은 당(唐)나라 때 두릉 사람으로 소감(少監)을 지냈는데 산수와 인물을 잘 그렸고 특히 송석(松石)에 뛰어났다. 묵송(墨松)은 당대(唐代) 중기의 필굉(畢宏)·위언(韋偃) 등이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묵죽(墨竹)은 약간 늦은 당대 말기부터 오대(五代) 사이에 성립된 것으로 생각된다. * 繊末 : 붓 끝
* 慘裂苔蘚皮 : 참렬(慘裂)은 껍질이 깊숙이 찢겨짐을 나타낸 것으로, 이덕홍(李德弘)의 《艮齋集(간재집)》 속집 4권에 “참자(慘字)를 쓴 것이 가장 좋다.” 하였다. * 苔蘚 : 이끼
* 白摧朽骨龍虎死 黑入太陰雷雨垂 : 이덕홍(李德弘)은 “소나무의 흰 줄기는 용과 호랑이가 죽어서 썩은 뼈대가 꺾여져 있는 듯하고 검푸른 잎은 우레와 비가 내려서 태음(太陰)에 들어간 듯함을 말한 것이니, 이는 고송(古松)이 흑백색(黑白色)의 기괴한 형상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하였다.
* 太陰 : 달을 일컬음. 태양에 대하여 태음이라고 한다. * 著 : 붙을 ‘착’으로 읽는다.
* 胡僧 : 서역에서 온 외국 승려. 碧眼胡僧(벽안호승)은 달마(達磨) 대사(大師)의 다른 이름이다.
* 偏袒右肩露雙腳 :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것은 서역에서 부처를 섬기는 예(禮)이다. * 龐眉 : 짙은 눈썹.
* 皓首 : 백발. 商山四皓(상산사호)의 皓는 백발의 노인을 의미한다.
* 我有一匹好東絹 重之不減錦繡段 : 동견(東絹)은 비단의 명산지인 동천(東川) 능주(陵州)에서 나오는 아계견(鵞溪絹)이며 금수단(錦繡段)은 수놓은 좋은 비단이다.
* 請公放筆為直幹 : 위언(韋偃)이 소나무 가지를 그릴 적에 곧은 가지를 그리지 않았으므로 희롱한 것이다.
* 필굉(畢宏) : 중국 당대의 화가. 언사(偃師, 허난성)의 사람으로 천보 연간(742~756) 중관어사(中官御史)가 되어 대력 2년(767)에 급사중(給事中), 후에 경조소윤좌서자(京兆小尹左庶子)가 되었다. 수석화(樹石畫)를 잘하여 장안(長安, 섬서성 서안)의 좌성청(左省㕔) 벽에 그린 송석(松石)도는 호사가들의 시제(詩題)가 되고, 또한 두 보(杜甫)의 『쌍송도가(雙松圖歌)』에도 그의 이름이 읊어지고 있다.
* 위언(韋偃) : 중국 당(唐)대의 화가. 장안(산시성 서안)사람으로 촉(쓰촨성)에서 우거(萬居)한 일이 있다. 8세기 중기에 활약 했으며 특히 화마(畫馬), 산수(山水), 송석(松石)등의 그림에 뛰어났다. 두보(杜甫, 712~770)가 위언의 『쌍송도(雙松圖)』를 제목으로 하여 지은 시가 있다. 화면의 일부에 간략(簡略)한 묘사가 있고 산은 직접 먹으로, 물은 손으로 비벼서 그렸다고 전해진다. 중기 당의 조방(粗放)한 발묵화풍(潑墨畫風)의 선구적인 화가라고 할 수 있다.
448.희위 육절(戱爲 六絶) 재미로 지은 절구 시 여섯 편
1. 庾信文章老更成(유신문장로갱성) : 유신의 문장은 늙어 더욱 격조가 높아져
凌雲健筆意縱橫(릉운건필의종횡) : 구름을 넘는 듯 굳건하고 의미도 종횡부진 하였다.
今人嗤點流傳賦(금인치점류전부) : 요즈음 사람들 전하는 부를 꼬집어 비웃지만
不覺前賢畏後生(불각전현외후생) : 먼저 이룬 사람이 후생을 두려워함을 깨닫지 못하네.
2. 楊王盧駱當時體(양왕노락당시체) : 양왕과 노락의 당시의 문체를
輕薄爲文哂未休(경박위문신미휴) : 경박하게 글을 지어 아름답지 않다고 비웃네.
爾曹身與名俱滅(이조신여명구멸) : 너희들은 몸과 이름 다 없어지나
不廢江河萬古流(불폐강하만고류) : 강물은 만고에 흐름을 그치지 않으리.
3. 縱使盧王操翰墨(종사로왕조한묵) : 노조린과 왕발의 문자를 살펴보면
劣於漢魏近風騷(열어한위근풍소) : 한나라와 위나라 보다는 못하여 풍소(風騷)에 가깝다.
龍文虎脊皆君馭(룡문호척개군어) : 용문과 호척은 모두 임금이 부리는 명마인지라
歷塊過都見爾曹(력괴과도견이조) : 빠르게 흙을 밟으며 도읍을 지나니 너희들을 보랴
4. 才力應難跨數公(재력응난과수공) : 재주와 능력으로는 몇 분의 어른을 넘기 어렵지만
凡今誰是出群雄(범금수시출군웅) : 지금은 누가 무리중의 으뜸일까
或看翡翠蘭苕上(혹간비취란초상) : 난초위에 비취새는 간혹 보이지만
未掣鯨魚碧海中(미체경어벽해중) : 푸른 바다 속 고래는 끌어내지 못하리라
5. 不薄今人愛古人(불박금인애고인) : 지금 사람 가벼이 말고 옛 사람 좋아하여
淸詞麗句必爲隣(청사려구필위린) : 맑고 고운 시는 본받아 이웃삼아야 하네.
竊攀屈宋宜方駕(절반굴송의방가) : 굴원과 송옥을 다잡고서 같은 수준이라 여겨
恐與齊梁作後塵(공여제량작후진) : 제나라와 양나라처럼 뒷세상 티끌 될까 두렵네.
6. 未及前賢更勿疑(미급전현갱물의) : 앞 현인에게 미치지 못함을 의심하지 말고
遞相祖述復先誰(체상조술부선수) : 저마다 서로 베끼니 누가 앞설 수 있겠는가?
別裁僞體親風雅(별재위체친풍아) : 거짓 문체를 가려내야 풍아와 가까워지나니
轉益多師是汝師(전익다사시여사) : 더욱 보태어 스승이 많아지는 것, 이것이 곧 너희 스승이다.
449.희작화경가(戲作花卿歌) 장난삼아 지은 화경(花卿)의 노래
成都猛將有花卿(성도맹장유화경) : 성동의 용맹한 장군, 화경 장군이 있는데
學語小兒知姓名(학어소아지성명) : 말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도 그 이름 알고 있다네.
勇如決鶻風火生(용여결골풍화생) : 날랜 매처럼 용감하여 바람과 불이 일어나고
見賊唯多身始輕(견적유다신시경) : 보이는 적군이 많아야 몸이 비로소 가벼워진다네.
緜州副使著柘黃(면주부사 저자황) : 면주부사 단자장이 모반하여 누런 천자의 옷 입어
我卿掃除卽日平(아경소제즉일평) : 우리 화경 장군이 쓸어버리고 바로 평정했었네.
子璋髑髏血糢糊(자장촉루혈모호) : 단자장의 해골과 뼈에는 피가 흥건하여
手提擲還崔大夫(수제척환최대부) : 손으로 끌어 던져버리고 최 대부에게 돌아왔었네.
李侯重有此節度(이후중유차절도) : 이환은 다시 이곳 절도사로 돌아왔으나
人道我卿絶世無(인도아경절세무) : 사람들 우리 화경 장군을 세상에 다시없는 분이라 하네.
旣稱節世無天子(기칭절세무천자) : 세상에 다시없는 장군이라 하는데 천자는 없는 것이다.
何不喚取守東都(하불환취수동도) : 어째서 다시 불러 동도를 지키게 하지 않으시는가?
제목에 ‘戱作(희작)’이란 말을 쓴 것은 시의 마지막 두 구가 표면적으로는 화경(花卿)을 매우 칭찬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화경(花卿)은 화경정(花敬定)으로, 이 시에 나오는 사건의 대략은 다음과 같다.
상원(上元) 2년(761) 4월 재주자사(梓州刺史) 단자장(段子璋)이 반란을 일으켜 동천절도사(東川節度使) 이환(李奐)이 있던 면주(緜州)를 습격하여 스스로 양왕(梁王)이라 칭하고 황룡(黃龍)이라 개원(改元)하였으며 면주를 황룡부(黃龍府)로 개칭하고 백관(百官)을 설치하였다. 5월에 성도윤(成都尹)인 최광원(崔光遠)이 부하 장수 화경정(花敬定)을 이끌고 단자장을 공격하여 면주를 탈환하고 그를 잡아 목 베었다. 뒤에 화경정이 단자장을 죽이고 동촉(東蜀)을 크게 약탈하자, 천자는 최광원이 군사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것에 분노하여 그를 파면시켰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화경정의 잘못은 말하지 않고 그가 용감하게 싸워 반란을 평정한 점을 주로 언급하였다.
* 学語小児(학어소아) :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
* 用如快鶻風火生(용여쾌골풍화생) : 《南史(남사)》에 조경종(曹景宗)이 친한 사람에게 이르기를 “내가 옛날 향리에 있을 적에 용처럼 잘 달리는 말을 타고 가니, 귀 뒤에서 바람이 나오고 콧구멍에서 불이 나오는 것을 느꼈는바, 이 즐거움이 사람으로 하여금 죽음을 잊게 한다.” 하였다.
* 快鶻(쾌골) : 날랜 송골매.
* 緜州副使著柘黃(면주부사저자황) : 면주부사(緜州副使)는 단자장(段子璋)을 가리키며 자황(柘黃)은 산뽕나무로 물들인 적황색(赤黃色)으로 수(隋)ㆍ당(唐) 이래 제왕(帝王)의 복색(服色)이 되었는바 곧 단자장이 면주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을 의미한다.
* 崔大夫(최대부) : 성도윤(成都尹)으로 있던 최광원(崔光遠)을 가리킨다. 이덕홍(李德弘)의 《艮齋集(간재집)》 속집 4권에 “면주부사(緜州副使)는 관직으로 말한 것이고 자장(子璋)은 이름으로 말한 것이니, 자연 중첩되지 않는다. 두시(杜詩)의 주(註)를 살펴보건대 ‘최광원(崔光遠)이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가 되었는데, 이때 단자장(段子璋)이 반란을 일으키자, 동천절도사(東川節度使) 이환(李奐)이 패주하여 최광원에게 의지하였다. 최광원의 아장(牙將)인 화경(花卿)이 단자장을 토벌하여 베어 죽였다.’ 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화경이 손으로 단자장의 해골을 들어 최광원에게 주었다고 말한 것이다. 환(還)은 준다는 뜻이다.” 하였다.
* 李侯重有此節度(이후중유차절도) : 이후(李侯)는 동천절도사(東川節度使)로 있던 이환(李奐)을 가리킨다. 당시 이환(李奐)은 단자장(段子璋)의 공격을 받고 성도(成都)로 도망해 있다가 화경정(花敬定)이 반란을 평정하자, 다시 동천(東川)으로 돌아왔다. 이덕홍(李德弘)은 “이환(李奐)이 이미 패주하여 절도사의 직책을 잃었는데, 화경(花卿)이 단자장(段子璋)을 토벌하여 목을 베었으므로 이환이 다시 절도사의 직책을 보유하게 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 人道我卿絶世無(인도아경절세무) : 절세무(絶世無)는 세상에 없는 장수라는 뜻으로, 이덕홍(李德弘)은 “화경이 이미 반란을 평정한 뒤에 공(功)을 믿고 포악하게 노략질하였는데 최광원이 이를 금지시키지 못하였다. 여기에서 말한 다시없는 장수라는 것은 화경을 비판하여 풍자한 것이다.” 하였다.
* 天子何不喚取守京都(천자하불환취수경도) : 경도(京都)는 낙양(洛陽)인데, 당시 안록산(安祿山)의 장수인 사사명(史思明)이 낙양을 점거하고 있었는 바, 이것을 말하려는 것이 본의였으므로 제목에 희작(戱作)이라 하였다.
450.희제왕재화산수도가(戲題王宰畫山水圖歌) 왕제의 산수화 그림을 재미로 지은 노래
十日畫一水(십일화일수) : 십 일 만에 물 하나 그리고
五日畫一石(오일화일석) : 오 일 만에 돌 하나 그린다.
能事不受相促迫(능사부수상촉박) : 서로 촉박하게 받지 않음을 능사로 했으니
王宰始肯留眞跡(왕재시긍류진적) : 왕재는 비로소 진정한 자취를 머물게 했다.
壯哉崑崙方壺圖(장재곤륜방호도) : 장하구나, 곤륜방호의 그림
挂君高堂之素壁(괘군고당지소벽) : 군 고당의 깨끗한 벽에 걸려있구나.
巴陵洞庭日本東(파능동정일본동) : 파릉동정은 일본의 동쪽에 있고
赤岸水與銀河通(적안수여은하통) : 적안의 물은 은하수와 통한다.
中有雲氣隨飛龍(중유운기수비룡) : 그 안에 운기가 있으니 나는 용을 따르고
舟人漁子入浦漵(주인어자입포서) : 뱃사람과 어부는 포서로 들어간다.
山木盡亞洪濤風(산목진아홍도풍) : 산수가 다하니 다음은 큰 물결과 바람이라.
尤工遠勢古莫比(우공원세고막비) : 먼 정황을 그림에 특히 뛰어나 옛날에 견줄 바 없고
咫尺應須論萬里(지척응수논만리) : 지척에 있으면서도 만리를 논하게 된다.
焉得幷州快剪刀(언득병주쾌전도) : 어찌 병주의 쾌전도를 구해서
剪取吳松半江水(전취오송반강수) : 오송과 반강의 물을 끊어버릴 수 있을까.
451.희증문향진소부단가(戲贈闅鄕秦少府短歌) 재미로 지어 소부에게 준 짧은 노래
去年行宮當太白(거년항궁당태백) : 지난 해 행궁이 태백산을 마주하고
朝回君是同舍客(조회군시동사객) : 조회하고 돌아오면 그대는 같은 관사의 객이었다.
同心不減骨肉親(동심부감골육친) : 마음을 같이함은 골육의 친척보다 못지않았고
每語見許文章伯(매어견허문장백) : 말할 때마다 문장이 내가 낫다고 인정해주었다.
今日時淸兩京道(금일시청량경도) : 오늘날 시대는 맑고 두 도읍 가는 길에서
相逢苦覺人情好(상봉고각인정호) : 서로 만나니 사람의 정이 좋음을 깊이 느끼노라.
昨夜邀歡樂更無(작야요환낙경무) : 지난 밤 즐거움을 찾아 더할 수 없이 즐겼는데
多才依舊能潦倒(다재의구능료도) : 재주 많은 그대, 예처럼 실의한 채로 있을 수 있다니.
452.희증우 이수(戱贈友 二首) 친구에게 재미로 주다
其一
元年建巳月(원년건사월) : 보응 원년 4월 달에
郎有焦校書(낭유초교서) : 낭관 초교서가 있었다.
自誇足膂力(자과족려력) : 완력이 넘친다고 스스로 자랑하여
能騎生馬駒(능기생마구) : 길들이지 않은 망아지를 탈 수 있다고 하였다.
一朝被馬踏(일조피마답) : 하루아침에 말에 짓밟히어
脣裂板齒無(순렬판치무) : 입술 찢어지고 앞니가 빠졌건만
壯心不肯已(장심불긍이) : 씩씩한 마음 그만두려 하지 않고
欲得東擒胡(욕득동금호) : 동쪽으로 가서 오랑캐를 잡으려 하였다.
其二
元年建巳月(원년건사월) : 보응 원년 4월 달에
官有王司直(관유왕사직) : 법관으로 왕사직이 있었다.
馬驚折左臂(마경절좌비) : 말이 놀라 왼팔이 꺾여
骨折面如墨(골절면여묵) : 뼈가 부러져 얼굴 먹빛 같다.
駑駘漫深泥(노태만심니) : 노둔한 말로 진탕에 깊이 드니
何不避雨色(하불피우색) : 어찌 비 오는 날 피하지 않았나.
勸君休嘆恨(권군휴탄한) : 그대에게 권하노니, 한탄하지 말지니
未必不爲福(미필불위복) : 반드시 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리라.
백마(白馬) - 두보(杜甫)
白馬東北來 空鞍貫雙箭. 可憐馬上郎 意氣今誰見. 近時主將戮 中夜商于戰. 喪亂死多門 嗚呼淚如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