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한번······
저山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西山에는 해진다고
지저귑니다
앞江물, 뒷江물
흐르는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쟈고
흘너도 년다라 흐릅듸다려.
김소월
김소월(본명 김정식)은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했다. 1915년 남강 이승훈이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오산학교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삼일운동 이후 오산학교가 문을 닫게 되어 배재학당에 편입해 1923년에 졸업했다. 오산학교에 다닐 때 교사였던 시인 김억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23년 도쿄상과대학[東京商科大學]에 입학했으나 관동대지진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김동인 등과 함께 <영대(靈臺)>동인으로 활동했고, 나도향과도 친밀하게 지냈다. 1925년 시집 『진달래꽃』(매문사)을 출간했으며, 1934년 32세의 나이로 음독자살했다.
이 시의 화자는 ‘이별’ 상황에 직면해 있는 듯하다. 물론 우리는 이별의 대상, 이유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화자가 ‘이별’의 상황에 처해 있고, 그 이별이 화자의 마음에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 그리움과 아쉬움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1연에서 화자는 ‘그립다’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리움이 밀려옴을 경험하고 있다. 이 그리움이 2연에서 화자의 내적 갈등을 불러오는데, 화자는 이제 “그냥 갈까”와 “그래도/다시 더 한 번···”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2연의 말줄임표는 이러한 방황과 아쉬움의 심정을 함축하고 있다.
화자는 결국 이러한 아쉬움과 방황 상태를 떨치고 돌아선다. 3연은 이렇게 돌아선 화자가 목격하게 되는 풍경인데, 주목할 점은 김소월의 시 대부분에서 풍경은 객관적으로 형상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령「초혼」에 등장하는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라는 표현을 살펴보자. 동물의 울음/소리는 다양한 술어로 표현될 수 있다. ‘운다’, ‘노래한다’, ‘지저귄다’ 등으로 다양하게 말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초혼」에서 울고 있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화자인데, 시인은 그 화자의 심리 상태를 세계, 특히 ‘사슴’에 투영하여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이입은 서정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가는 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떨치고 돌아선 화자는 세계의 풍경을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서산에도 해진다고/지저귑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별을 경험한 화자의 심리 상태가 투사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 더해 화자는 흘러가는 강물이 자신에게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재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장면은 객관적으로는 해가 지기 때문에 길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흘러가는 강물이 화자로 하여금 이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재촉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