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회 모임 시각에 앞서 일찍 도착하였다. 운동장에는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라운드마다 들어차 있다. 첫 출발지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의 클럽 몇 개조가 차례를 기다린다. 해돋이 전 시간임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인적 관계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몇 경기라도 더 참여하기로 작정하고 나섰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같은 수료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4명 한 조 씩 대기중이다. 들어갈 자리를 찾는데 한 라운드를 마친 팀에 두 사람이 나서는 것이 눈에 띈다. 단거리 달리기하듯 다가가 함께할 수 있을지 대답을 기다린다. 망설임 없이 세 사람이 한 조를 이루어 경기에 임한다. 부부의 경기력이 수준급이다. 티샷이 그린 가까이 이르고 규정 타 수보다 넘치게 성적을 내는 일이 적다. 나는 언제쯤 저런 기록을 낼 수 있을까 부러운 시선으로 타 수를 줄이고자 동작 시간이 늦어지고 몸이 굳어진다. 세 경기 후 인사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동기생들이 하나 둘 모인다. 오늘 정기 모임에는 참석자들이 앞 달보다 적다. 두 개 조로 나누어 연습 경기를 갖고 두 게임의 성적 결과로 시상을 한다는 발표가 있다. 팀마다 세 사람씩 나서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힘이 들어간 탓일까. 공은 연거푸 그린을 통과해서 홀 뒤로 빠져 나간다. 또 경계 말뚝 밖으로 굴러간다. 어깨 넓이로 두 발을 벌려 자세를 가다듬고 휘두르는데 개선되지 않는다. 첫 경기의 결과는 꼴찌다. 상품과는 거리가 있다. 두 번째 경기에 집중한다. 타 수는 줄었지만 더 이상의 만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결과는 최하위의 성적이다. 이전에 비해 타 수가 많이 줄어든 사람과, 경기력이 우수한 자에게 상품이 주어진다. 두 번째 정기 모임 경기가 마무리 되고, 아쉬움 속에 다음 정모를 기약한다. 저녁 무렵 오늘 정모에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다음날 나를 경기에 초대를 한다. 기다림 없이 승낙을 하고 시간을 본다. 다음날 오후 먼저 도착하여 일행이 오는 것을 확인을 하며 운동장 대기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와 동시에 규칙을 정하는데 오늘은 경기 꼴찌가 커피를 사기로 하였다. 첫 경기부터 눈치 싸움이다. 타 수 줄이는데 집중이다. 장타보다 단타 위주로 경기가 진행되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최하위 성적이다. 은근슬쩍 얼굴에 열이 오른다. 동료의 놀림도 한몫 한다. 욕심보다 경기에 집중하는 원칙에 다가간다. 두 번째 경기는 마음먹은 대로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홀에서 승패가 갈렸다.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앞서고 뒤따르기를 반복하더니 경기가 끝나고 최종 점수를 합산하는데 일 점 차이로 순서가 정해졌다. 일등과 꼴찌의 차는 2타에 불과하다. ‘도토리 키 재기‘가 여기 있다. 모처럼 운동장에 모여 함께 한 경기가 재미를 더해준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찻집으로 옮겨 경기를 되돌아 본다. 최고의 순간을 꿈꾸는 홀인은 없다. 경기 중간 서로 상대의 공이 고정된 말뚝 밖으로 사라질 때는 웃음으로 여유를 보냈다. 남의 실수가 나의 기쁨이라. 정모에서 상한 마음을 오늘 번개 모임에서 활력을 되찾은 듯 하다. 경기 후 찻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경기 내용에 이어 자연스럽게 자식들의 일로 연결된다. 부모의 마음은 차이가 없다.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만나면 아련한 지난날을 떠올린다. 성장기 자녀의 모습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작은 과정이 모여 지금에 이르렀다. 해가 넘어가고 상가마다 외등 불빛이 하나 둘 들어와 시간의 흐름을 인식시킨다. 모임이 사람을 연결 시켰다. 공통의 관심사가 세대 차이를 아우른다. 십 년 쯤은 장벽이 못 된다. 신구의 조화가 이야기를 잇는다. 활력이 넘치는 대화의 장면이 따스하게 와닿는다. 세상 일도 예외가 아니다. 등성이가 있으면 곧 골짜기를 마주하고, 내리막 후에는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다. 경기 결과는 그날의 몸 상태나 마음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작은 성과 하나에 만족하고 게으름으로 다가간다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싸움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오늘도 집중한다. 지속적인 경기력 연마로 달라진 모습이 그려진다. 다음 정모의 결과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