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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鄕約)은
매우 아름다운 것이니, 외방은 관찰사가 권면하여 시행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여씨향약》은 행하기만 하면 아름다운 일이다. 대저
교화(敎化)를 펴는 것은 감사에게 달려있는데 조정의 뜻을 어찌 모르겠는가? 감사의 힘을 다하는 데 달렸을 뿐이다.”이는 중종임금이 향약을 권한
기록으로 각각 《중종실록》 14년(1519) 5월 19일과 13년(1518) 9월 14일에 나오는 기록입니다. 향약은 말 그대로 마을사람들의
약속으로 착한 것을 권장하고 악한 것을 경계하며 어렵고 구차한 때에 서로 돕고 구하기를 목적으로 한 마을의 자치규약이지요.
전북
정읍시에는 보물 제1181호인 “태인고현동향약(泰仁古縣洞鄕約)”이 전해오는데 이 문헌은 임진왜란을 전후한 선조 때 시작하여 1977년에
이르기까지 약 400여 년 동안 전라도 태인현 고현동에서 시행한 향약에 관한 자료입니다. 모두 29책 가운데 직접적인 향약자료로 분류되는 문헌이
24책이며, 나머지 5책은 향약 관련 자료입니다. 책의 형태와 체제는 각각 약간씩 다른데 머리말과 맺음말 그리고 좌목(座目:자리의 차례를 적은
목록)과 규약 따위가 갖추어진 책도 있고, 단순히 좌목만 있는 책도 있습니다.
이 향약은 정극인(1401∼1481)의 《향음서》를
기준으로 하며, 성종 6년(1475)이 그 시행 시초인데 구한말 이후의 것도 6책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이 문헌은 영광 정씨, 여산
송씨, 경주 정씨, 청도 김씨, 도강 김씨 등 최초 회원 오대 문중의 자손들이 돌아가며 총무격인 유사를 뽑아 보존·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향약 문헌으로 양적으로나, 내용면에 있어 가장 많고 충실하며 향약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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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속풀이 2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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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큰 무계원 “풍류산방” 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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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성남에서 전통문화 살리기에 앞장서 온 방영기 명창의 소리인생 45주년 기념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산타령은 여러 명이 소고(小鼓)를
들고, 대형을 갖추면서 불러온 합창곡이란 점, 다양하게 모양을 만들고 동작을 통일시켜 가면서 활달하고 씩씩하게 부르는 노래이기는 하나 선타령이
많고 장단이 들쑥날쑥하며, 고음역의 선율을 통성으로 질러대는 부분이 길어서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박자에 따라
4개의 악장, 곧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자진산타령 등 악장의 구분 개념이 분명하다는 점과 떠는 기교와 흘러내리는 퇴성 등 경기지방의
섬세한 표현법이 녹아 있으며 가사의 내용이 건전하여 청소년 교육에 적합하다는 특징을 이야기 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그가 부르는
산타령은 일제시대 왕십리패의 모갑이었던 이명길의 소리제로 벽파 이창배 사범을 통하여 황용주와 최창남 등이 이어받았고 이들로부터 방영기에게 이어진
소리제라는 이야기, 귀한 소리이기는 하나 자생력이 약하므로 근본적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확산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전공자 양성이나 교육현장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소리꾼으로서의 방영기는 힘이 있는 소리, 고음
처리나 어렵고 까다로운 기교와 창법, 그리고 사설의 이해가 정확하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으며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진지하고 열의가 있다는
점, 치례(致禮)와 진성(眞誠)으로 이웃과 스승을 섬기는 마음이 돋보이는 사람으로 평판이 높다는 점을 아울러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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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12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무계원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무계원은 인왕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옛
전통가옥으로 현재는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열려져 있다. 이곳에서 종로 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종로구청이 후원하는 “해설이 있는 국악공연
<풍류산방>”을 열고 있어서 이를 속풀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무계원이란 이름은 무계정사(武溪精舍),
또는 무계정사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곳은 조선 세종임금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의 집터로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루는
안평대군이 박팽년과 함께 이곳을 거니는 꿈을 꾸었는데, 마치 무릉도원(桃園)과 흡사해서 안견이라는 화가에게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를 그리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안평대군은 이곳에 산정(山亭)을 세워 무계정사(武溪精舍)라 이름을 붙이고, 이곳에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와 춤을 즐기기도 하였으며 활을 쏘기도 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안평대군은 그의 형인 수양대군에 의해 역모로 몰려 사약을 받게
되었고, 그가 죽은 뒤 이곳은 폐허로 남아 있다가 후대에 와서 한옥을 지었는데, 지난번 이 집이 경매로 나오게 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전통의 한옥 건물은 과거 종로구 익선동에 있었던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인 오진암의 건물 자재를 그대로 가져다가 살린,
곧 대문을 비롯해 기와, 서까래, 기둥 등을 그대로 사용하여 옮긴 것이라고 한다. 조선 말기에는 서화가였던 이병직의 소유이기도 했고, 그 후에는
경기민요의 명창 안비취가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후진을 키운 현장이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이 전통 가옥, 오진암은 1910년대 초에
지어진 대표적인 상업용 도시한옥으로써 그 희소성과 함께 보존가치가 뛰어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오진암은 남북의 냉전체제를
대화국면으로 이끈 7.4 남북공동성명을 도출해 낸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한 곳이다.
그러나 2010년 10월, 관광호텔 신축으로
인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자, 종로구청은 호텔사업자와 협의 끝에 오진암의 건물을 이축 복원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그 장소가 바로 이곳
무계정사지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진암의 건물은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현재의 이곳으로 옮겨오게 되면서 그 건물의 이름도 무계원으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그러한 연유로 현재는 전통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한옥이 대부분 그러한 것처럼 무계원 역시 한옥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소규모의
국악공연이 매우 잘 어울리는 장소로 점차 그 이름을 서울 장안에 알려지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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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문화재단은 12월의 매주 토요일을 택해서 전통음악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계획을 세워 왔는데, 제1회 공연은 지난 12월 5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남창가곡과 여창가곡, 시조와 가사 등의 정가류 음악을 소개하여 참석자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노래에는 박문규
명창이 시조와 가사, 가곡 언락(言樂)을 불러주었고, 여창은 정통파 여류 명창 황숙경이 출연하여 여창지름시조, 우조시조, 가사(상사별곡),
여창가곡 편수대엽 등을 불러주었다. 시종 조용한 분위기속에 산장의 음악은 깊어만 갔다. 토요일 오후, 바쁜 시간을 틈내어 자리를 함께 한
종로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구민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통적인 한옥에서 음향기기 없이 감상하게 된 시민들은
새로운 분위기에 흡족해 하는 분위기였다.
원래 가곡이나 시조는 사랑방에서 여러 선비들이 둘러앉아 돌아가며 점잖게 부르는 노래였다.
이러한 정가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음악이다. 형식이 분명하고 선율이 유연하며 장단의 질서가 느껴지는 성악이다.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노래를 통해 공동체가 될 수 있는 화합의 노래인 것이다. 이 같은 정가류의 노래를 대청마루에서 함께 감상하게 되는 기회는 애호가들에겐
더없이 반갑고 귀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주(12월 12일) 두 번째 토요일 오후 4시에는 최영숙 명창의 경기민요,
아리랑을 비롯하여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강원도아리랑 등이 준비되어 있고, 김미나 명창의 남도 민요와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도 펼쳐질 예정이다.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호흡을 함께 하며 친숙하게 만들어가는 풍류산방의 음악회는 30명으로 제한을 두는 점이 다소 아쉽다.
12월 19일 세 번째 토요일에는 가야금 병창과 경기지방의 송서와 율창, 긴잡가 등이 정경옥 명창과 이기옥 명창에 의해 준비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토요일에는 서도소리의 유지숙 명창이 나와 서도의 긴소리와 민요 등을 불러 줄 것이고, 유대봉류 가야금 산조를
이어가고 있는 이민영과 해금의 장은숙 양이 출연하여 기악의 정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종로문화재단에서는 무계원 사랑방에서 실내공연을
진행하면서 “해설이 있는 국악, <풍류산방>”, 서한범 교수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자연의 소리 그대로 국악공연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고즈넉하게 즐겨보라고 권하면서 사랑방 마루바닥을 따뜻하게 데워 두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속풀이 독자들의 행보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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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 범 /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전통음악학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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