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진학 전 자신 돌아보는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10대에게도 옆을 볼 자유가 있는 안식년이 필요해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참고해서 도입한 자유학기제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고,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에 영감을 얻어 민간과 시도교육청 등에서 한국형 에프터스콜레에 대한 시도가 시작되었다. 에프터스콜레는 덴마크의 독특한 교육제도로, 9학년(8~10학년도 가능)을 마친 학생들이 중등 교육을 시작하기 전 부모와 떨어져 1년의 시간을 보내는 인생학교이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는 1850년에 처음 생기기 시작하여 2015년 248개 학교, 2만 8천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1년의 시간 동안 학생들은 ‘특기형’ 학교에서 축구, 연극, 춤 등을 집중적으로 배우기도 하고, ‘종합형’ 학교에서 일반 교과와 함께 여러 특성화 교과를 배우기도 한다. 학교들의 공통점은 공부보다는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진로를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꿈틀리인생학교>는 “중3졸업생에게 1년간 ‘옆을 볼 자유’를 허하라”는 모토로 만들어진 1년짜리 기숙형 인생설계학교로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와 가장 유사한 형태다. 함께 밥하고, 농사짓고, 토론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인생을 설계하고 나아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꾼이 되게 한다. 운영주최는 <사단법인 꿈틀리인생학교>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덴마크 사회를 보고 돌아와 영감을 받아 학교 설립을 추진했고, 풀무학교에서 30여년 이상 교장과 교사로 계셨던 정승관, 김희옥 부부 선생님이 공동 교장을 맡고 있다. 3명의 담임선생님도 모두 풀무학교를 졸업한 선생님으로 에프터스콜레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공유한다.
<열일곱인생학교>는 ‘아름다움배움’과 ‘함께여는교육연구소’가 협력해 일산과 용인 두 곳에서 통학형으로 운영된다. ‘함께여는교육연구소’의 대안교육 관련 경험과 ‘아름다운 배움’의 멘토링 등의 경험이 조화를 이뤄 ‘회복’, ‘지역’, ‘우정’, ‘배움’이라는 4가지의 큰 주제로 세상과 소통하는 자립을 실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 학교는 ‘도시형 대안학교의 성공 사례’로 꼽혀온 이우학교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열일곱인생학교>, <꿈틀리인생학교>가 민간에서 운영하기에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 서울시교육청과 ‘아름다운학교’, ‘민들레’ 등의 대안교육 기관이 함께 민관협력으로 운영하는 <오디세이학교>는 학력이 인정돼 1년의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바로 고2로 진학이 가능하다. 대신 영어, 수학, 한국사 3과목의 보통교과가 필수이고, 그 외 시간을 자율대안교과로 채울 수 있다. 2015년 5월부터 고등학교 1학년 40여 명을 모집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기 위해 인턴십, 합창, 독서토론, 글쓰기, 여행, 멘토와의 만남 등을 진행했다. 일반고등학교 수업경비와 동일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덜하다.
경기도 교육청 또한 에프터스콜레에 대한 시도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마을교육공동체 개념을 도입해 의정부 지역에 <꿈이룸학교>를 만들었다. 의정부 지역에 사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든 또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는 이 학교는 학기 중에는 주말에 방학 중에는 매일 열린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또래들과 모여 놀고 밥을 먹거나, 요리, 재봉, 무술 등 관심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도 한다. 꿈이룸학교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규칙은 아이들이 직접 토론해서 결정하는데 작년 4월 개교 이후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360여명으로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절반을 넘는다. 이 아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교사는 약 20명. 의정부 지역의 공립학교와 대안학교 교사들, 지역주민들이다. 여기에 아이들을 돕는 마을 어른들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년 인력과 공간, 네트워크, 예산지원이 보태지면서 꿈이룸학교는 의정부지역 청소년들의 프로젝트 마을학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꿈이룸학교 뿐 아니라 각 지역교육청과 협력해 꿈의 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올해는 경기도 전역에 총 135개의 꿈의 학교를 운영하며 수원지역에서는 24개의 꿈의 학교가 운영된다.
교육계의 이러한 시도는 경쟁과 독주가 아닌 평등과 협력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 가치변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실천의지가 없다면 그야말로 교육 실험의 하나로 그치게 될 것이다. 과연 교육을 통해 어떠한 가치를 심어 주어야 우리가 없는 미래에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사회전체의 고민이 필요하다. - 박미향 주민기자 -
고교 진학 전 자신 돌아보는 「한국형 에프터스콜레」.hwp
옆을볼 자유가 있는 꿈틀리인생학교와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꿈이룸학교.zip
(사진출처 : 꿈틀리인생학교, 의정부마을교육공동체 커뮤니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