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장,
나회장은 커다란 꽃바구니를 준비해서 들어온다.
“자, 우리 새 애기에게 선물입니다.”
“아버님!
너무 감사합니다.“
승미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받고 기쁨에 어쩔 줄을 모른다.
“난 이거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빈손인데........“
인규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아버님께 받은 꽃다발이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지 모릅니다.“
온 가족은 축제 분위기다.
“아가!
이제 입덧이 시작이 되면 친정에도 가지 못하고 어떻게 하겠니?
내가 친정엄마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와 있으면 안 될까?“
홍수희는 진정으로 승미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머님!
정말 견디기 힘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견디려고 하지 말고 언제든지 오너라!”
“네!”
“새 아가!”
나회장이 따뜻하고 정겨운 음성으로 승미를 부른다.
“네, 아버님!”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다.”
“네,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다른 직장도 아니고 간호사 일이 여간 힘들고 고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
더구나 삼교대 근무를 하려면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힘들 것인데 생각해 봐야겠구나!“
“아버님!
사표를 내겠습니다.
아무리 제가 직업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우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혼을 한 이상 제 자신보다는 시댁과 어른들의 걱정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서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그렇게 생각을 해 주니 정말 고맙구나!“
나회장은 승미의 그런 거침없는 성품을 사랑하고 있다.
어른들의 마음을 알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승미의 성품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당신 정말 사표를 낼 수 있겠소?”
인규 또한 걱정스럽다는 듯 묻는다.
“지금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어요?
제 직장보다는 자식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부모님께서 이렇게 기다리셨던 일이시고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내일 사표를 내겠습니다.“
“우리 새 애기의 성품이 참으로 곱지 않소?”
나회장은 아내인 홍수희를 보며 하는 말이다.
며느리의 마음이 얼마나 대견하고 흡족한가를 알아보라고 하는 말이다.
“그럼요!
이제는 저도 더 이상 새 애기를 시집살이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딸들보다 더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동안 제 소견이 좁았고 생각이 짧았습니다.“
홍수희 역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인규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흐뭇해진다.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새 애기는 방에 들어가 쉬거라!”
“어머님!
제가 하겠습니다.“
승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넌 우리 집안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이다.
네 몸이 어디 너 혼자만의 몸이더냐?“
홍수희는 기겁을 한다.
저녁을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홍수희 손수 저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주방으로 들어가 이것저것을 지시하면 그만인 것이다.
주방에 일하는 사람이 둘씩이나 되는 집이다.
“당신은 우리 새 애기가 무엇을 먹으면 잘 먹을 수 있나 생각을 해 보시오.
그리고 넌 어서 네 댁을 데리고 올라가 쉬도록 해라!“
나회장은 그렇게 이르고 나서 서재로 들어간다.
승미는 잠시 남편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시아버지를 뒤따라 서재로 간다.
“아버님!
저 이것을 어머님께서 주셨습니다.“
시어머님께 받은 돈 봉투를 꺼낸다.
“아가!
그것은 네가 간직하도록 하렴!“
”그래도 이것은 아버님께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
내가 다시 네게 주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네가 쓰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마음대로 쓰도록 하렴!
네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잘 쓰겠습니다.“
“오냐!
어서 나가보도록 해라!“
승미는 시아버님의 서재로 나와 이층의 자신들만의 방으로 올라간다.
남편의 방이었던 곳이다.
지금도 남편의 방은 언제나 시댁에 오면 머물곤 하는 그들만의 방이다.
승미는 다음날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미 병원 측에서는 미리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드린다.
대기업의 며느리가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할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임신을 하고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간호사 생활에서는 힘겨운 일이다.
승미는 모처럼만에 친정아버지를 찾아간다.
직장도 그만 두고 참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찾아뵙는 것이다.
“아빠!”
“어?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승재는 딸의 출현에 반가움 보다는 놀람이 앞선다.
“제가 이 시간에 오면 안 되는 것인가요?”
승미의 얼굴에는 편안한 미소와 행복감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며 승재는 안심을 하지만 궁금하기만 하다.
“출근을 하지 않았고?”
“아빠!
저 병원 그만 두었습니다.“
“뭐라고 했어?
병원을 그만 두다니?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냐?“
승재는 더욱 놀란다.
“아빠!
저 임신을 했어요.“
“뭐라고?
임신?
네가 정말 아기를 가졌다는 말이냐?“
”네!
그래서 병원을 그만 두었습니다.“
“잘 한 일이다.
임신을 했다니 무엇보다 기쁜 일이구나!
시부모님께서도 아시는 일이냐?“
”네!
시어머님께서 저녁을 사 주시는 자리에서 임신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바로 병원으로 가서 확인을 했습니다.“
”시어머님과 함께 병원을 갔더란 말이냐?“
“네!
어찌나 기뻐하시는지 부모님께서 직장생활 하는 것을 걱정을 하시기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잘 한 일이다.
정말 잘했다.
직장보다는 우선 부모님들 걱정을 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고 아기를 생각해서 너무나 잘 된 일이다.
우리 큰 딸 임신한 것을 아빠가 축하를 해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한다?
나서방하고 함께 근사한 저녁을 사 줘야겠다.
그럴 시간이 있겠니?“
”아빠!
오늘은 저희가 아빠와 승인이를 위해서 외식을 하려고 합니다.
이미 그이하고 식당을 예약을 해서 아빠를 모시러 왔습니다.
시간에 맞추어서 그이가 올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가 너무 무심하게 지내왔습니다.
아빠와 승인이를 제대로 살펴드리지 못하고 제 삶에만 빠져있었습니다.“
“승미야!
아빠는 우리 승미가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공연히 아빠나 승인이가 우리 딸들에게 짐이 되거나 걸림돌이 된다면 아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큰 딸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견스럽고 흐뭇하단다.“
”허지만 아빠, 저희들을 아빠가 어떻게 키우셨는지 생각을 하면 저희들만의 안위를 위해서 살아갈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한시도 아빠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때로는 제 생활이 우선인 것 같아서 늘 죄송스럽고 미안할 뿐입니다.“
승미는 자주 아빠를 찾아뵙지 못한 자신이 늘 죄스럽다.
인규는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고 이미 식당을 예약을 해 두었다.
승미가 혼자서 모시고 가는 것보다는 임신한 아내가 걱정이 되어 시간이 되면 자신이 직접 모시러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승재는 부지런히 외출할 준비를 한다.
모처럼의 외출이다.
늘 승인이와 단 둘만의 삶에 모처럼의 외출이 가슴을 들뜨게 한다.
이제 장사는 자신이 없어도 종업원들끼리 충분하게 가게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단골들이 확보가 되어 있고 모든 것이 자리가 잡혀 있는 승재의 가게다.
승미는 그런 아빠와 승인이를 위해 준비를 한다.
“언니!
어디 가?“
”그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정말?
와, 신난다.“
”우리 승인이 뭐가 먹고 싶어?“
”언니!
그냥 아무거나 다 좋아!
근데 형부 안 와?“
“형부가 왜 안와?
이제 조금 있으면 형부가 데리러 올 거야!“
“언니!
병원엔 안가?“
승인이는 늘 언니가 병원에 가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승인아!
이제 언니는 병원에 가지 않아!“
“왜?
병원에 왜 안가?“
”언니가 병원을 그만 두었거든!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언니가 자주 올게!“
“언니!
정말 자주 올 거야?“
승인이는 늘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언니가 오지 않는다고 울기도 하는 승인이다.
“언니가 자주 오지 않아서 우리 승인이가 속이 많이 상했지?”
“응!
언니 같이 살면 안 돼?
형부하고 언니하고 그리고 아빠하고 같이 살면 안 돼?“
”그래, 같이 살 수는 없지만 언니가 자주 올게!“
승인이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승미는 마음이 아파온다.
엄마 대신에 의지하고 살던 언니다.
엄마의 정을 모르는 승인이로서는 언니가 엄마였다.
그런 언니가 결혼으로 인해서 같은 집에 살 수 없다는 것이 승인이 나름대로는 큰 슬픔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자꾸만 가슴이 아파진다.
“승인아!
언니가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니!
언니가 없으면 승인이가 슬퍼져!“
“그래!
정말 미안해!
언니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그렇지만 언니는 언니의 삶이 있으니 승인이와 같이 살 수는 없지만 자주 오도록 노력을 하면서 승인이가 필요한 모든 것을 해 줄게!“
“응!”
인규는 정확한 시간에 처갓집에 온다.
모처럼 인규가 처갓집의 온 가족을 데리고 외식을 나서는 길이다.
승재와 승인이는 즐겁고 신나는 기분이 된다.
늘 둘만의 생활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던 두 사람은 마음이 날아갈 듯이 가볍다.
그런 아빠와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승미의 마음 또한 가벼워지기도 하고 자주 그렇게 해 주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나무라기도 한다.
예약해 놓은 곳은 한정식 집이다.
장인어른과 처제를 위해서 고급 한정식 집을 예약해 둔 인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아빠의 바다에 오늘도 살포시 쉬어 갑니다^^
더욱 좋은 시간이 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행복의 9월달 목포에서 인사 드림니다^^
더욱 좋은 시간이 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천고 마비의 계절입니다.곳 추석입니다.행복한 9월 되세요^^
더욱 좋은 시간이 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일햔님의 아빠의 바다감 합니다.
오늘밤도
감사 합니다..
더욱 좋은 시간이 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