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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나무가 있다고요?
움직이는 나무, 누구나 흥미롭고 신기해합니다. 바람에 의하여 잎이나 가지가 흔들리는 현상 이외에 어떤 자극으로 나무가 움직일 수 있을까요?
우리는 흔히 신경초라고도 부르는 풀 '미모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미모사는 자귀나무 잎처럼 마주 보면서 펼치고 있던 잎에 사람이 손을 대면, 순식간에 잎을 닫아버립니다. 자극에 의한 세포 속의 물이 다른 쪽으로 빠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런 접촉이 아니라 소리를 들으면 움직이는 나무도 한 종류 있습니다. 물론 나무 전체가 아니라 잎이 움직입니다. 이름은 무초라고 하여 춤추는 풀이란 뜻인데, 실제는 풀이 아니라 나무이며 미모사와 같은 콩과식물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아열대 지방을 고향으로 하고 사람 키 정도 자라는 작은 나무이지요.
무초를 앞에 놓고 소리를 지르면 잎이 춤추는 것처럼 상하로 움직이는 데, 특히 높은 온도와 습도를 가진 조건에서 큰 소리를 내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답니다. 잎몸과 잎자루가 만나는 부분의 세포에서 소리의 자극을 받아 수분 이동이 일어나면서 잎이 움직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춤추는 것 같아 무초(舞草, 춤을 추는 풀)라고 한답니다. 신기한 것은 남자소리보다 여자의 소프라노 소리에 더 잘 춤을 춘다는 군요. 어떻게 귀도 없는 잎사귀에서 소리를 듣고 춤을 추는지? 과학자들도 신기해 할 뿐 그 아직 그 정체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 나무는 1999년도 중국 곤명 꽃박람회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며 2002년 안면도 꽃박람회에 전시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면 병들거나 아프지 않나요?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광합성을 하기 위함입니다. 즉 광합성은 엽록소를 가진 식물이 태양의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생명의 원천인 유기물(양분)을 합성하는 과정입니다. 광합성을 효과적으로 하는 데는 이산화탄소, 햇빛, 물을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조절하여 받아들여야 하니, 주위에 아무리 이산화탄소가 많더라도 이산화탄소만 많이 흡수할 수는 없습니다.
또 잎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출입구가 별도로 있는데, 기공이라 부르는 작은 구멍입니다. 기공에는 2개의 공변세포라고 하는 세포가 마치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가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가 들어온다 싶으면 문을 닫아버리는 안전장치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흡수하여 나무가 병들거나 아프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천연기념물 나무를 훼손하면 어떻게 되나요?
천연기념물은 석굴암이나 팔만대장경처럼 엄연한 문화재입니다. 조상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모든 문화재는 우리가 잘 보존하여 민족 문화를 계승하고 자손만대에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문화 유산입니다.
천연기념물은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로 구분하는 문화재의 종류 중 기념물에 포함되며 국보급에 해당합니다. 특히 천연기념물은 다른 문화재와는 달리 살아있는 문화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동안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한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다른 문화재보다 더 아끼고 가꾸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훼손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우리 나라에는 문화재보호법이라 하여 다른 어떤 법보다 엄격한 법률이 있습니다. 벌금에서 징역살이까지 훼손의 정도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받아 크게 벌을 받게 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문화재 보호법이 겁나서가 아니라, 귀중한 천연기념물 나무의 가지하나 잎사귀하나도 아끼고 보존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나무는 홍수가 나면 물을 많이 먹어서 속이 썩지 않나요?
살아있는 나무는 가운데의 목질부(물관부라고도 하여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양분의 이동 통로임)를 껍질로 완전히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껍질은 바깥에서 함부로 다른 물질이 들어갈 수 없도록 두껍게 발달하며, 대부분 방수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나무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만큼의 물을 뿌리를 통하여 흡수할 따름입니다. 홍수가 나서 나무줄기가 일시적으로 물 속에 잠기더라도 홍수물이 나무 속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완벽한 방수코트를 입고 있는 셈이지요.
다만 너무 오랫동안(적어도 몇 달은 가야 되겠지요?) 물 속에 잠기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여 나무 자체가 죽어버리고, 죽은 나무는 껍질이 방수 기능을 잃어 썩게 됩니다. 한편 껍질에 상처를 입어 방수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면, 이 부분을 통하여 물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홍수는 대개 며칠 정도 나무를 물 속에 잠기는 정도에 불과하니, 홍수 때문에 서 있는 나무 속이 썩을 염려는 없습니다.
지구상에 자라는 모든 녹색 식물의 잎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으로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특히 나무는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므로 다른 어떤 식물보다 많은 양을 흡수합니다. 나무의 종류와 생육 상태, 나이 등에 따라 흡수량에는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나무의 종류로는 침엽수보다는 활엽수가 더 많은 양을 흡수하며 이는 활엽수의 잎 표면적이 훨씬 넓고 생장 활동도 더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경우 30년생 백합나무 1헥타르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이 6.8톤으로 소나무 4.2톤의 1.6배나 됩니다. 그 외 주변에서 가로수로 흔히 보는 플라타너스도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체로 생장이 빠른 나무들이 생리 활동이 왕성하므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봄에 싹이 트고 잎이 날 때가 활발하게 흡수합니다. 또 나이가 들어 자람이 쇠퇴하는 늙은 나무보다 젊은 나무가, 추운 지방보다는 더운 지방의 나무가 더 많은 양을 흡수합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온도가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듯 바람도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붑니다. 바람은 다른 자연현상과 같이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움직이는, 자연 그 자체입니다. 바람은 우리를 저절로 흥겹게 하는 솔솔 부는 약한 바람이 있는가 하면, 지상의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리는 태풍도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의 속도를 나무의 움직임을 보고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나무의 움직임으로 바람의 속도를 짐작할 수 있으며, 각 바람마다 다음과 같은 이름이 있답니다. ‘고요’라고 하는 바람은 초속 0.2m의 바람으로, 나뭇잎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실바람’은 연기가 날리는 정도로 초속 0.2~1.5m의 바람이 불 때를 말하며, 나뭇잎이 흔들리고 얼굴에 바람이 느껴지는 것은 ‘남실바람’으로 초속 1.6~3.3m의 바람입니다. ‘산들바람’은 나뭇가지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바람으로 초속 3.4~5.4m의 바람입니다.
그리고 잎이 무성한 작은 나무 전체가 흔들리면 ‘흔들바람’, 초속 8.0~10.7m의 바람을 말하고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전선이 흔들리면 ‘된바람’이라 하며, 초속 10.8~13.8m의 바람입니다. 나무가 전부 흔들리고 걷기가 곤란해지면 ‘센바람’이라 하고 초속 13.9~17.1m의 바람을 말하며, 잔가지가 꺾어지고 걸을 수가 없게 되면 ‘큰바람’으로 초속 17.2~20.7m의 바람을 말합니다.
또한 나무가 쓰러지고 건축물에 피해가 생기면 ‘노대바람’ 또는 폭풍이라 하며 초속 24.5~28.4m의 바람을 말하며, 바람이 초속 32.7m 이상이 되면 소위 말하는 ‘태풍’으로 사람들과 자연에 큰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소나무 에이즈라는 재선충은 어떻게 소나무에 해를 입히나요?
소나무의 재선충은 가늘고 긴 지렁이 모양의 동물입니다. 길이가 0.6mm∼1mm, 굵기 0.02~0.03mm정도로서 현미경으로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한 마리의 재선충은 한꺼번에 20만 마리 정도의 새끼를 쳐서 소나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의 이동을 막아버림으로서 소나무를 말라죽게 한답니다.
그러면 어떻게 소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지 그 과정을 알아볼까요? 재선충은 혼자서는 다른 소나무로 옮겨 갈 수가 없습니다.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선 재선충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소나무에다 가을쯤, 작은 하늘소처럼 생긴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습니다. 이 알은 소나무 속에서 애벌레가 되어 겨울을 나는데, 이때 죽어가는 소나무 속에 있던 재선충이 애벌레의 몸 속으로 들어가 몰래 자리를 잡습니다.
봄이 되면 솔수염하늘소 애벌레는 어른이 되어 다른 소나무로 날라 갑니다. 갓 어른이 된 솔수염하늘소는 부드러운 새싹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 새싹을 갉아 먹을 때 솔수염하늘소 몸 안에 숨어 있던 재선충들은 재빨리 빠져나와 새 소나무에 옮겨 갑니다. 소나무 속으로 들어간 재선충은 주로 송진 구멍을 타고 옮겨 다니면서 빠르게 새끼를 칩니다. 지렁이처럼 생긴 새끼 재선충들은 소나무 속의 물을 운반해 주는 가도관(헛물관)이란 세포 안에 들어가 물이 통하지 않도록 막아버립니다. 물을 공급받지 못한 소나무 잎은 누렇게 변하고 결국 나무 전체가 죽게 됩니다.
나무는 종자를 심어 그대로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묘포장'이란 곳에 씨앗을 뿌려 1~3년 동안 키운 다음 옮겨심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옮기는 시기는 나무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대체로 이른 봄을 선택합니다.
만약 시기가 늦어 잎이 피기 시작하면 갑자기 많은 양분과 수분이 필요한데, 옮길 때 잘려진 뿌리가 충분히 이를 공급해 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나무가 시들거나 자람이 좋지 못하고 광합성도 제대로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능한 이른 봄, 언 땅이 녹기 시작할 때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뿌리가 자리 잡고 난 다음 잎이 필 수 있도록 해줄 목적입니다. 이렇게 봄에 나무를 심는 것을 우리는 ‘봄심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을에 나무를 옮겨 심으면, 겨울을 지나 이른 봄에 이르러 거의 뿌리가 땅 속에 자리 잡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가을심기’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시기는 낙엽 직후 또는 낙엽이 시작될 때가 좋습니다. 이듬해의 자람이 봄심기 한 것 보다 더욱 빨리 시작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추운 지방에서는 겨울 동안에 얼거나 겨울 가뭄이 우려 되므로 짚으로 나무 뿌리 부분을 싸주거나 흙으로 덮어주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봄심기는 중북부 지방, 가을심기는 남쪽이 좋다고도 합니다. 봄심기나 가을심기나 일단 옮겨진 나무는 아직 완전히 뿌리가 자리 잡지 못하였으므로, 가지치기, 비료주기, 풀베기 등 가꾸기를 바로 하면 나무가 흔들려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봄·여름을 거쳐 11월쯤의 늦가을에 들어서면, 잎과 뿌리는 서로 도와서 옮겨 심은 나무도 제법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래서 나무 가꾸기는 자리를 잡은 다음, 대체로 가을에 하게 됩니다.
나무는 뚱뚱한 것과 날씬한 것 중, 어떤 나무가 좋을까요?
나무 줄기는 어떤 모양일까요? 원기둥을 머리에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 줄기의 모양은 원기둥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형태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원뿔 모양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나무에 따라 다르며 같은 종류라 할지라도 다른 나무와의 경쟁상 태나 성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나무는 날씬한 것이 좋을까요? 뚱뚱한 것이 좋을까요? 사람의 경우도 지나치게 마른 것이나 비만이 건강에 좋지 않듯이 나무 역시 균형 잡힌 체형의 나무라야 좋습니다.
사람이 나무를 심은 인공림의 경우 10년 정도는 주변 나무와 별 경쟁이 없으나 나무가 커지고 점점 굵어지면서 경쟁이 심해져 생장이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가 자연적으로 가려지게 됩니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나무가 회초리처럼 가늘어져 건강한 나무가 되지 못합니다. 또 향후 목재로서의 가치도 적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곳에서는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적절하도록 솎아베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주변 나무와 적당한 간격을 두고 경쟁을 하면서 자라는 나무가 키도 더 크게 된다. 경쟁자 없이 혼자 자라는 나무는 밑동 굵기에 비해 줄기 꼭대기의 굵기 변화가 심해 좋지 못하므로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경쟁도 필요하다.
문자가 없어서 기록을 할 수 없었던 옛날에 나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기록된 자료도 없는 옛날에 나무에게 일어난 일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화석과 나이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에는 혹독한 자연 환경에 저항한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나이테가 바로 그 흔적이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비정상적인 나이테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잦은 산불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였다. 세쿼이야 나무는 웬만한 산불에는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나무껍질 부분은 손상을 입게 된다. 불에 탄 상처가 나이테에 흔적으로 남았고 그것을 통해 산불의 시기와 산불 빈도를 추정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태풍이나 땅이 밀리는 재해로 나무가 기울어지게 되면 나이테에 어떤 흔적이 남게 될까? 나무가 기울어지면 그 방향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나이테 폭이 넓어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나이테가 생기는 것은 기울어진 나무를 스스로 세워보려고 이상 세포를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침엽수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세포가 기울어진 아래쪽에 발달된다. 그래서 나무 줄기를 베어보면 마치 경사진 곳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듯한 모양의 나이테를 볼 수가 있다. 하지만 활엽수는 기울어졌던 위쪽으로 넓은 나이테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태풍에 의해 만들어진 비정상인 나이테는 한 쪽 방향으로 생기는 경향이 있지만 땅이 밀리는 재해가 있는 곳에서는 그 발달 방향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태풍이었는가, 아니면 땅이 밀리는 재해가 있었는가를 구별할 수 있다.
또한 큰 홍수가 났을 때는 산사태와 급류를 타고 내려온 커다란 돌이 나무에 부딪혀 상처를 내게 되는데, 상처가 아문 흔적으로 홍수발생 연도를 알아낼 수도 있다. 하천범람에 의해 흙더미가 밀려 내려왔는지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버드나무가 흙더미에 파묻히게 되면 나무 줄기에서 새 뿌리가 자랄 뿐만 아니라 갑자기 나이테의 폭이 좁아지게 되는데, 이는 나무 뿌리의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현상으로서 교란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렇듯 나이테를 통해 나무가 겪었던 일들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즉 나무 나이테가 생기는 것과 나이테의 폭은 강우량과 기타 기상 조건에 따라 변하므로 이 것을 자세히 관찰하면 해마다 각각 독특한 나이테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래서 여러 종류의 나무와 절이나 궁궐 등에 쓰인 오래 된 나무의 나이테를 관찰하고 기록하면 장구한 세월의 기후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고건축이나 바다 속에 침몰한 배에 사용된 나무의 나이를 알아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어 역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며 최근에는 기상이변에 따른 기상학에서도 자주 이용된다.
엽록소란 무엇일까요?
식물들은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과 같이 음식물을 섭취하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 광합성이라는 작용을 통하여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광합성 과정에는 여러 가지 색소가 관여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색소는 엽록소(잎파랑치)이다. 엽록소(葉綠素, chlorophyll)는 엽록체(chloroplast)라는 작은 크기의 소기관에 들어 있는 색소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색소 가운데 하나이다. 엽록소는 그 빛깔이 녹색이기 때문에 엽록체가 녹색으로 보이고, 따라서 식물의 잎도 녹색으로 보인다.
엽록체는 박테리아보다 약간 더 큰 크기로 지름이 약 5㎛ (1㎛는 1/1000㎜), 두께는 약 2-3㎛이며, 투과성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엽록체의 구조는 엽록소를 함유하고 있는 부분인 grana와 엽록소가 없는 부분인 stroma로 구분되는데, 각각 광반응과 암반응을 담당하고 있다.
엽록체는 주로 녹색 잎의 엽육 세포에 들어 있으며, 어린 가지의 수피와 어린 과일에도 들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엽록소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목본식물의 경우에는 엽록소 a(청록색)와 엽록소 b(황록색)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개의 식물에서는 a와 b가 약 3:1의 비로 존재하고 있다. 다른 엽록소들은 극소량씩 함유되어 있거나 특정 식물에만 존재하고 있다.
모든 식물체는 항균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일정한 살균 작용을 수행할 수 있다. 한여름 소나무 숲에 들어갔을 때 강렬한 송진 냄새를 맡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피톤치드라 부른다.
그러면 피톤치드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킬까? 러시아의 과학자 토킹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식물에는 각각 특유의 발산 물질이 있다. 식물은 끊임없이 병원균에게 공격을 받고 있으나 도망갈 수도 없으며,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금방 균의 공격을 받아 곰팡이가 생기든가 썩어 버린다. 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 병원균에 대해 저항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식물이 병원균에 저항하기 위해 방출 또는 분비하는 물질을 피톤치드라 부른다.”
'피토(phyto)는 식물, 치드(cide)는 죽인다'라는 뜻의 합성어이다. 숲 속에 들어가 보면 상쾌한 냄새가 숲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이 방향 물질은 식물이 주위의 병원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발산하고 있는 일종의 자기 방어 물질이다. 식물이 갖고 있는 이 자기 방어 기능의 수수께끼를 풀 수만 있다면, 우리 인간도 유용하게 그것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옛 조상들은 이미 피톤치드의 효능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3,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체를 썩지 않게 보관하기 위해 식물의 향료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방부제가 없는 시대였으므로 방부 효과가 있는 식물의 향료를 사용한 것이다. 식물은 식물의 종류, 병원균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피톤치드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 속에서 산림욕을 즐기는 건 바로 나무가 발산하는 피톤치드를 마시는 건강법이다. 산림욕의 효과로는 향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거담·강장·심폐 기능 강화 효과 이외에, 살균 작용에 의해 맑아진 숲 속의 공기를 마시는 효과도 크다. 이와 같이 향기는 주로 인간의 감각기능을 자극하여 각종 작용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작용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피톤치드 효과는 14세기 흑사병(페스트)이 전 유럽을 강타했을 때도 입증한 바 있다. 당시 향료 원료인 꽁 재배 농민들과 향료 공장 작업자들은 신기하게도 페스트 감염에서 집단으로 안전하게 살아남았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지닌 피톤치드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요즘에는 도시 공간에서도 손쉽게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톤치드 성분을 추출하여 만든 각종 방향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생선 횟집에 가서 생선회를 주문하면 접시에 각종 채소가 담겨져 나온다. 또 솔잎을 넣고 찌는 송편이나 파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요리에 식물의 잎을 활용하는 예가 많다. 이는 음식물에 식물의 고유한 향기를 배게 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나무는 얼마나 많은 산소를 만들어 낼까?
나무는 잎에서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땅 속의 뿌리에서는 물(H2O)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탄수화물)을 만드는데, 이러한 작용을 광합성 작용이라고 한다. 광합성 작용을 하는 도중에 나무는 탄소를 몸 안에 남기고, 산소(O2)를 만들어 잎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이러한 이유로 나무는 '탄소 통조림'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양의 산소를 만들어 낼까?
1ha, 즉 100m*100m의 숲에서 1년간 만들어 내는 산소의 양은 12톤이며, 반면에 16톤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산소의 양은 0.75kg이므로 1헥타르의 숲이 생산하는 산소는 45명이 1년간 숨쉴 수 있는 양이 된다. 또한 침엽수 약 20그루는 한사람이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따라서 나무가 더 커지고 건강해진다면 산소의 생산량도 늘어나므로, 숲을 보호하고 가꾸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더 맑고 깨끗한 산소를 공급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는 스모그를 방불케 하는 좁은 시야를 만들며 뿌연 모래먼지를 일으킨다. 또한 호흡기질환, 안질환 등을 일으키는 황사는 최근 중국의 공업화와 함께 중금속 오염물질까지 이동시켜 환경에 영향을 준다.
우리 나라의 황사현상은 중국 내륙의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황허강 유역의 거대한 황토지역 등에서 황사폭풍으로 발생한 미세한 모래 먼지가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3천 미터~5천 미터 상공으로 올라가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 황사는 때론 북미대륙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국의 황막화(사막화보다 넓은 의미)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크게는 지구 전체의 문제이다.
이러한 황사 현상은 황막화가 주 원인이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황막화 지역은 워낙 넓고,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중국의 황사폭풍이 발생하는 지역에 나무를 심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꾼다면 우리 나라로 불어오는 황사 피해도 사라질 것이다.
나무는 청소년 보호 특공대
지금도 시골에 가면 나무로 지은 학교가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실과 복도 바닥을 나무로 깔았으며 책상, 걸상도 나무로 된 것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 대신 콘크리트 건물에 합성수지로 된 책상을 이용하며, 교정에는 숲 대신 삭막한 운동장이 많아지고 있다.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과 교정에 숲이 없는 학교 환경 때문에 학생들의 폭력성이 강해지고 비행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환경이 심리적 안정이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나무는 자재로서 우수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진동이나 소음에 강하고 충격 흡수에서 우수하며 온도나 습도 조절 능력에서도 다른 소재보다 우수하다. 통나무집 같은 목조 주택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특징이 있다. 목재 바닥의 경우에는 콘크리트나 카펫, 염화비닐 시트에서 걷는 것보다 걷기가 편하고 피로감을 적게 느끼며 심장 박동수까지 안정시킨다. 목재는 감촉도 좋을 뿐 아니라 사람이 부딪혔을 경우에 안전 면에서도 유리하다. 실험용 흰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도 그러한 내용을 뒷받침한다. 목재, 콘크리트와 알루미늄을 포함한 금속제 상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실험한 결과 목재 상자에서는 안정된 행동을 취했으나, 콘크리트나 알루미늄 상자의 흰쥐는 차분히 있질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거나 소변을 자주 보고 앞발을 드는 횟수가 많았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콘크리트나 알루미늄 상자는 목재 상자와 달리 온도변화가 크고 습도가 높아 스트레스를 크게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의 종류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같은 정유의 효과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무의 정유는 살균, 해독, 신경안정, 이뇨, 거담, 진통, 항암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렇게 우수한 소재이자 재생 가능한 자원인 나무를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숲을 크고 건강한 산림 선진국의 숲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무에서 가지와 잎이 달린 부분을 수관이라 하는데, 이는 잎이 달려 있는 부분의 모양이 마치 머리에 쓰는 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가 나무 그림을 그릴 때 나뭇잎이 달린 부분을 보통 동그랗게 그리곤 하는데 이 부분이 수관이다. 활엽수의 수관은 공 모양으로 그 폭이 넓은 나무가 많고 침엽수는 원뿔형으로 폭이 좁고 뾰족한 편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생각하면 침엽수의 수관이 좁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활엽수인 느티나무와 침엽수인 소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나이가 30년 정도 되었을 때 이 수관이 차지하는 면적을 비교해 보면 느티나무가 10배 가까이나 넓다. 이렇게 수관이 넓은 활엽수 가운데에서도 지나치게 넓은 나무를 가리켜 “숲 속의 무법자” 라는 뜻으로 폭목(暴木)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폭’이라는 글자를 직역하면 ‘난폭하다’라는 뜻이다. 폭목은 수관의 폭이 수십m나 되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 넓은 면적을 독차지한 채 햇빛을 차단하여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므로 숲을 가꿀 때 잘라내기도 한다.
이러한 폭목의 한 예로 층층나무를 들 수 있는데 이 층층나무는 소나무와 전나무처럼 저희들끼리 모여 떼거리로 자라는 법이 없다. 제살 뜯어 먹기 식 동족(同族)간의 경쟁을 피하고 다른 나무를 제압하려니 외톨이로 한 나무씩 자라야 경쟁에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폭목 주변과 아래에 소나무를 심는다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처음에는 주변의 나무와 아래의 나무는 비슷하게 자라지만 아래에 있는 나무는 큰 나무의 수관에 가까운 높이까지 자라고는 더 이상 자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양도 가느다랗고 기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주변의 나무가 성장을 계속하여 폭목 아래로 그나마 들어오는 적은 양의 햇빛마저도 막아버리게 되면 아래에 있던 나무들은 결국 죽어버리고 만다. 사람들 중에서도 서로 협조하거나 함께 나누면서 살지 않고 자기 욕심만 부리는 사람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무 줄기는 어떤 모양일까? 원기둥을 머리에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 나무 줄기의 모양은 원기둥이 아니라 밑동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형태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원뿔 모양에 가깝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나무에 따라 다르며 같은 종류라 할지라도 다른 나무와의 경쟁 상태나 성장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나무는 날씬한 것이 좋을까? 뚱뚱한 것이 좋을까? 사람의 경우도 지나치게 마른 것이나 비만이 건강에 좋지 않듯이 나무 역시 균형 잡힌 체형의 나무라야 좋다. 사람이 나무를 심은 인공림의 경우 10년 정도는 주변나무와 별 경쟁이 없으나 나무가 커지고 점점 굵어지면서 경쟁이 심해져 생장이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가 자연적으로 가려진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나무가 회초리처럼 가늘어져 건강한 나무가 되지 못한다. 또 향후 목재로서의 가치도 적어진다.
이러한 곳에서는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적절하도록 솎아베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주변 나무와 적당한 간격을 두고 경쟁을 하면서 자라는 나무가 키도 더 크게 된다. 경쟁자 없이 혼자 자라는 나무는 밑동 굵기에 비해 줄기 꼭대기의 굵기 변화가 심해 좋지 못하므로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경쟁도 필요하다.
나무는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하기 위해 반드시 햇빛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항상 똑같은 양의 햇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나무에 따라서는 비교적 어두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가 있다. 또한 같은 종류의 나무라 할지라도 어릴수록 강한 햇빛을 싫어하고, 자랄수록 햇빛을 좋아하는 것이 보통이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나무를 가리켜 음수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나무로 잣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단풍나무, 피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음수도 커갈수록 어두운 것을 싫어하게 되는데, 이것은 나무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어두움에 견디는 내음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나무들은 큰 나무그늘 아래서 잘 자라지만 커질수록 햇빛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빽빽한 숲에서 나무를 솎아 베어주거나, 자연적으로 키가 큰 나무가 사라져 태양광선이 잘 들어오는 환경이 조성되면 숲 아래에 있던 작은 나무들은 쑥쑥 자라게 되는 것이다.
음수의 반대 성질을 가진 나무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만 잘 자라고 그늘이 진 곳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나무를 가리켜 양수라고 부르는데, 양수의 대표적인 나무는 소나무, 버드나무, 포플러, 아카시나무 등이 있다.
속 빈 나무가 사는 방법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1,0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인 미국의 자이언트 세콰이아는 3,500년이나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래된 나무들은 모두 몸통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나이테로 나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몸통 가운데는 텅 비어있지만 쓰러지지 않고 푸른 잎을 내며 건강히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무는 어떻게 속이 비어서도 살 수 있는 것일까?
나무가 크는 것은 줄기와 가지 끝에 있는 생장점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고, 굵어지는 것은 나무껍질 바로 아래의 형성층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배추와 같은 식물은 어린 새잎이 가운데에 있는데 반해, 나무는 몸통 안쪽에 있는 부분일수록 오래된 세포이다. 나무는 계속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지만, 그 세포가 나무의 생장 기간 동안 계속 살아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래된 나무의 중심부에 있는 죽은 세포는 균이 침입해도 자신의 몸을 지키지 못한다.
이러한 나무는 버섯균의 일종인 목재부후균의 침입에 무방비 상태가 되므로 겉에서 보면 멀쩡해 보여도 중심부는 썩어 구멍이 나게 된다. 하지만 속이 빈 나무도 몸통 바깥 부분의 형성층에서는 계속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양분과 수분을 이동하게 하므로 바로 생명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약해져서 강한 바람에 부러질 가능성은 많다.
우리 나라는 지형이 복잡하고 기후의 변화가 많아 약 1,200여 종에 이르는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침엽수는 대략 60여 종이고 나머지 1,140여 종은 활엽수이다. 침엽수와 활엽수를 구분할 때 우리는 보통 그 나뭇잎의 모양을 본다. 일반적으로 침엽수는 바늘잎나무로 잎이 가늘고 뾰족하며, 활엽수는 너른잎나무라 하여 넓고 평평하다. 은행나무처럼 잎이 넓으면서도 침엽수인 것도 있지만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이런 구분이 옳다. 또 침엽수는 대부분 상록수이고 활엽수는 낙엽수라는 차이도 있다.
대표적인 침엽수종으로는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구상나무가 있으며, 활엽수종으로는 신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 물오리나무 등이 있다. 두 종류는 목재의 성질에도 차이가 있는데, 활엽수는 참나무 같이 단단하고 무거운 종류가 많아 Hard wood(단단한 나무)라고 부르며, 침엽수는 소나무 같이 비교적 연하고 가벼운 종류가 많아 Soft wood(부드러운 나무)라고 부른다.
침엽수는 줄기가 곧고 큰 가지의 발달이 적어 목재로 이용할 때 손실이 적은 편이다. 재질은 대개 무늬와 색상이 단순하며, 무게가 가볍고, 강도가 그다지 높지 못해 가공하기 쉬운 것이 많다. 활엽수는 대체로 줄기가 잘 굽고, 굵은 가지가 많아 목재로 이용할 때 손실이 많은 편이다. 재질은 무늬와 색상이 다양하며, 매우 가볍고, 강도가 낮은 것부터 무겁고 단단한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침엽수재에 비해 무겁고 단단한 나무들이 많다.
나뭇잎들은 어린 잎부터 오래된 잎까지 똑같이 일을 할까? 그렇지 않다. 건강한 나무는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의 양분을 힘이 센 잎들이 만들게 된다. 새로 나온 어린 잎이나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오래된 잎은 뿌리에 보낼 양분 정도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나뭇잎도 사람처럼 어릴 때는 보호를 받고, 자라서는 많은 일을 하고, 늙으면 다시 적은 일을 한다. 나뭇잎들도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만일 나무의 가지가 잘리거나 잎이 떨어져 나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광합성을 충분히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무도 이처럼 생존의 위기가 닥치면 살아남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강구한다. 일반적으로 수명이 다한 오래된 잎은 엽록소가 소멸하여 광합성 능력을 상실하게 되지만, 나뭇잎이 부족하거나 잎이 새로 나오는 눈을 상실했을 경우에는 모자라는 광합성 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활동을 한다. 즉, 엽록소가 사라질 시기가 지난 오래된 잎도 색소를 유지해 광합성 능력을 연장하는 것이다.
나무는 생존을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잎이 필요하고, 나무가 손상될 우려도 있으므로 모양을 예쁘게 한다고 함부로 가지를 잘라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무의 성장을 돕고, 좋은 나무를 만들기 위해서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는 일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무 중에는 포플러, 버드나무, 오리나무처럼 매년 많은 양의 열매를 생산하는 나무도 있으나 보통은 3~5년 주기로 열매의 양이 많고 적음을 반복한다. 그 이유는 올해 많은 양의 열매를 생산했다면, 나무에 저장된 특정 양분이 많이 소비되어 1년 내지 수 년 동안 충전을 위해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나무, 오동나무와 같은 것은 2년 주기로 열매를 만들고, 매년 많은 양의 도토리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와 같은 참나무류도 사실은 2∼3년 주기로 열매의 양이 반복된다. 전나무는 생산 주기가 3∼4년, 낙엽송은 그 주기가 5년 이상이기 때문에 묘목을 생산할 필요가 있다면 씨앗을 얻기 위한 준비를 오랫동안 해야 한다.
씨앗으로 사용하기 위해 따낸 열매를 잘 저장했다가 묘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나무 특성에 맞는 저장방법을 알아야 한다. 잘못된 방법으로 저장했다가는 너무 말라버리거나 싹이 돋아 낭패를 보게 된다. 소나무는 솔방울을 햇볕에 말려 솔방울이 벌어지면, 빠져 나온 종자를 상온(常溫)에 보관하면 된다. 하지만 밤이나 도토리같이 수분 함량이 많은 것들은 추운 겨울 동안 얼거나 싹이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목련, 들메나무같이 싹이 잘 안 나는 종자와 잣나무, 은행나무같이 껍질이 단단한 종자는 가을에 모래와 섞어 땅에 묻어 저장했다가 봄에 뿌리면 싹이 잘 나게 된다.
나무에 따라 단맛이 나는 물을 품고 있는 것이 있다. 이 물을 수액(樹液)이라고 부르는데, 마시기 위한 수액을 주로 채취하는 나무로는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고로쇠나무가 있다. 수액을 많이 마시면 몸에 있는 노폐물이 빠져나가 건강에 좋으므로, 농산촌의 소득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나무를 가혹하게 다루는 무분별한 채취는 큰 문제이다.
나무는 이러한 수액을 끌어 올려 몸 속 구석구석까지 보내게 되는데,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릴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국립 공원에는 세콰이아의 일종으로서 높이가 무려 110m가 넘는 자이언트 레드우드라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의 높이는 우리 건물로 치면 35층 정도에 해당된다. 만일 우리가 이 높이에 물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하면, 100㎠ 구경의 파이프를 사용하는 경우 1,100kg 이상의 힘을 가진 펌프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무 꼭대기에도 잎이 달려 있고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펌프도 없는 나무가 어떻게 높은 데까지 물을 끌어올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나무의 응집력이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나무 구석구석까지 도달하는 것은 미세한 세포 속에 있는 물이 장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의 응집력과 물과 세포벽 사이의 점착력에 의해 뿌리에서 잎까지 물이 끊이지 않고 연결되는 것이다.
하천이나 호수 같은 물 주변에도 숲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숲을 수변림(水邊林)이라고 부른다. 수변림은 크게 계곡을 따라 분포하는 것, 밤섬과 같이 선상지를 포함한 하천의 하류에 분포하는 것, 호수나 습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변림은 아주 독특한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온 상승을 억제하며, 곤충이나 어류들의 먹이를 풍부하게 하고, 물고기들이 몸을 숨기거나 산란·서식하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양분을 흡수하여 하천의 부영양화를 막고, 토사 유출을 억제하고,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도 한다. 특히 동물들의 이동 통로가 되기도 하는데, 하천과 육지를 연결함은 물론 하천의 상·하류를 이어주기도 한다.
수변림은 이와 같이 많은 기능을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개발이나 하천공사 등으로 인해 콘크리트 블록으로 대체된 곳이 많다. 이는 하천과 육지를 생태적으로 단절시키는 것이다. 지금도 하천변을 콘크리트로 바르는 공사가 성행하고는 있으나, 이에 대한 폐해를 깨닫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려는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사람의 임신 기간은 약 10개월, 그 밖의 동물들도 임신 기간은 대체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무도 씨앗을 완성하기까지는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 임신기간을 엄밀히 말하면 배(胚)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종자가 완성되기까지의 기간을 가리키는 것이나, 나무는 언제 수정이 일어났는지 잘 알 수가 없으므로 편의상 수분한 때로부터 결실된 종자가 성숙할 때까지를 임신기간으로 간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같은 나무라 할지라도 그 나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임신 기간은 차이는 있으나 시기적으로는 매년 일정하다. 대부분의 나무는 이른 봄부터 여름이 오기 전에 꽃이 피고, 한여름에서 가을에 이르는 동안 종자를 맺는다. 이러한 나무들의 경우, 꽃이 피고 종자가 성숙하기까지의 기간은 약 3∼8개월 정도이다. 한편, 가장 짧은 기간에 종자를 완성하는 버드나무, 포플러류 등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봄철에 솜털을 날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이들 나무의 꽃가루가 아니라 종자이다.
꽃이 핀 해에 종자를 완성하지 못하는 것으로는 소나무, 잣나무, 상수리나무가 대표적이다. 소나무의 경우, 5월에 꽃이 피지만 성장 휴지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가을이 되어도 방울로 자라지는 못한다. 이들 나무의 씨앗은 이듬해 봄부터 다시 빠른 성장을 시작해서 가을이 되면 알맹이가 찬 큼직한 씨앗을 완성하게 된다.
나무의 대부분은 종자로 번식시킬 수 있지만, 나무를 잘라 땅에 묻어 뿌리를 내리게 하는 삽목이라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무성 번식법의 하나로서 이때는 어미의 유전적 형질을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잘려진 나무는 어떠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일까?
본래 식물 호르몬은 눈이나 어린 잎에서만 합성된다. 하지만 식물이 상처를 입게 되면 새롭게 식물 호르몬을 합성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상처 주위의 세포는 세포 분열을 반복하며 상처 부위를 완전히 덮게 된다. 이와 같이 식물 호르몬의 자극에 의해 생기는 조직을 캘러스라고 한다. 나무는 형성층 정도까지 미치는 깊은 상처를 받았을 때 캘러스를 만든다. 캘러스에 의해 상처는 완전히 덮여지며, 캘러스 속에는 새로운 목재를 형성하는 형성층과 나무껍질을 만드는 코르크형성층이 분화하는 과정에서 생기게 되는 것이다.
캘러스는 절단면에 뿌리 발생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을 처리할 경우 더 잘 발달하며, 삽수는 오래 된 가지보다 어린 가지를 사용해야 뿌리를 더 잘 내린다. 삽목이 잘 되는 대표적인 나무는 포플러, 메타세콰이어 같은 것이 있으며, 참나무와 밤나무 같이 캘러스는 형성되나 삽목이 잘 안 되는 나무도 있다. 이와 같이 나무를 잘라 삽수를 만들어 삽목을 하는 것은, 나무의 상처에 대한 응급처치 또는 자체치유라고 하는 방어체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뭇잎의 큐티클라 층과 줄기 표면의 코르크는 몸 속의 수분손실을 억제하고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 등을 하는데, 외상을 입게 되면 즉시 방어 체제를 가동한다. 마치 사람이 상처를 입으면 피가 나오다 멈추고 거기에 딱지가 앉으며 새살이 돋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무를 보살피는 작업 중 가지치기가 있는데, 죽은 가지는 물론 산 가지의 일부도 잘라내야 할 때가 있다. 산 가지를 자를 때 나무는 생리적으로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가지치기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지치기 톱날에 송진이 끼어 애를 먹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무에서 송진이 나오는 것은 상처가 날 경우 상처 표면을 송진으로 덮어 보호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상처를 입은 세포는 죽지만, 그 주변의 세포는 동료 세포가 죽은 것을 아는 즉시 식물 호르몬의 일종인 에틸렌가스나 에탄과 같은 물질을 합성하여 몸 밖으로 내뿜으면서 다양한 방어반응을 진행시킨다.
방어 반응을 보면, 우선 합성된 리그닌과 같은 물질이 상처를 덮어 수분 증발을 막고, 양분이나 수분의 통로가 막히는 경우에는 캘러스라고 하는 물질이 합성되어 영양이 풍부한 몸 속의 물이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병원균이 번식하거나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상처가 잘 아물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나무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있어 외상을 입더라도 그 부위가 썩어 들어가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게 된다.
일반적으로 나뭇잎은 풀잎보다 수명이 길다. 상수리나무, 참나무와 같은 낙엽활엽수나 낙엽송, 메타세콰이어 같은 침엽수의 잎은 수명이 6개월가량이며, 소나무, 잣나무와 같은 상록침엽수 잎의 수명은 2년 반 정도이다. 이 밖에 잎의 수명이 긴 것으로 주목, 전나무, 구상나무 같은 것이 있다. 구상나무의 경우, 성장한 나무의 잎은 수명이 5년 정도이고, 숲 속 음지에서 자라는 천연생 어린 나무는 10년 동안이나 잎이 살아 있는 경우도 있다.
나무에 따라 잎의 수명이 다른 이유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잎의 수명이 짧을수록 광합성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수록 광합성 효율이 낮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같은 종류의 나무라도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자라는 나무는 음지에서 자라는 나무보다 광합성 효율이 높다. 그 대신 잎의 수명은 짧다. 따라서 모든 잎이 수명은 어떤 나무, 어떤 잎의 경우라도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무는 위쪽으로는 키가 커지고, 옆으로는 굵어지면서 자란다. 이렇게 어느 정도 자란 나무를 가로로 자른 후에 잘라진 면을 살펴보면, 색깔이 약간 짙은 동심원의 테가 중심으로부터 밖으로 퍼져 나가듯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테를 '나이테'라고 한다.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은 테가 생기는 것일까?
나무의 조직은 작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매년 이 세포가 늘어나 밖으로 성장하게 된다. 나무는 봄부터 여름까지 왕성하게 성장하며, 이 시기에 만들어진 세포는 크고 세포의 벽이 얇으므로 부드럽고 색도 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만들어진 세포는 작고 세포벽이 두터우므로 단단하고 진한 색을 띠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면 나무의 가장 아랫부분의 나이테를 세어야 나이를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이테만으로 나무의 나이를 식별할 수는 없다. 우리 나라와 같이 추운 겨울철이 있는 나라에서 자란 나무는 '나이테'가 확실히 나타나지만, 1년 내내 성장을 계속하는 열대지방의 나무는 '나이테'가 없거나 가뭄이 계속되는 시기에 만들어지기도 지기도 하므로 일정한 나이테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이테는 환경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나무의 나이테 중심이 정 가운데 위치하지 않고 나무의 단면이 타원형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것은 바람, 광선, 적설, 지형(경사), 유전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으로, 활엽수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방향)에, 침엽수는 그 반대인 바람이 불어 가는 방향에 형성층의 세포분열이 발생하여 나이테의 폭이 넓어진다.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은 지형(경사)으로서 침엽수는 경사 아래 쪽 나이테의 폭이 넓고 활엽수는 경사면의 윗부분이 넓다. 이는 옥신과 같은 호르몬의 영향이다.
겨울이 되어 가지만 앙상해진 나무는 죽은 듯 보여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잎을 피운다.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무사히 지내는 것일까?
겨울철 추위에 대한 나무의 저항력은 수종에 따라 다르며, 한 나무 안에서도 잎, 가지, 줄기와 같은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 그 나무가 자라는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는데, 남해안이나 제주도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서울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추위에 견디는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 나무를 포함한 모든 식물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물을 몸 속에 지니고 있는데, 이 물이 얼어가는 과정이나 세포막의 성질, 세포액 농도(침투압)의 변화가 추위에 견디는 힘을 좌우하게 된다. 나무가 높은 내동성(耐凍性)을 지니기 위해서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내동성은 기온이 0℃ 전후로 내려가면 급속히 높아지게 된다.
나무가 겨울을 무사히 나는 것은, 세포와 세포 사이의 물을 얼게 함으로써 세포가 추위에 견딜 수 있게 하거나, 세포가 얼지 않도록 세포액의 당분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세포내 당도를 높이기 위해 세포 속에 가지고 있던 물을 1/3 상태까지 탈수시키기도 하는데, 자작나무나 플라타너스의 경우 영하 70℃까지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나무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세포를 생리적 건조상태로 만드는 것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말라죽게 된다. 또한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는 동안의 냉각속도나 봄철의 온도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온도변화의 진폭이 심한 경우에는 미처 생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말라죽기도 한다.
우리 나라 나무의 경우, 겨울철에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바람에 의해 나뭇잎이 수분을 강제로 빼앗겨 말라죽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냉동성 문제와는 다른 별개의 원인에 의한 것이다.
우리 나라 바닷가에는 강풍, 염풍, 안개를 막거나 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막기 위해 해송 또는 곰솔이라 불리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나무들이 기울어진 정도는 해안선에서 가까울수록 심하다. 그 기울기가 너무 심해 곧 넘어갈 듯한 모양을 하고 있거나 휘어져 있는 것, 나뭇가지가 한 쪽에만 붙어 있는 것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렇게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방향으로 불어오는 염풍 곧,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을 맞은 결과이다.
바람이 바다로부터 불어올 때 바닷가에 서 있어 본 사람이라면, 파도가 부서지면서 생긴 미세한 물방울이 마치 안개처럼 바람을 타고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바람이 부는 동안 농축되어 염분농도가 진해진 물방울은 나무의 잎이나 가지에 묻게 되는데, 소금기가 나무의 조직 속으로 침투하면 그 부위는 탈수 현상을 일으키고 말라죽는 것이다. 바람이 강할 경우, 증산작용에 의해 나무 속의 수분탈취는 더욱 심하게 일어나 나무의 건조를 더욱 촉진시키게 된다.
이러한 염풍 피해는 육지 쪽보다 바다 쪽에서 더 심하게 일어난다. 그 결과 육지 쪽의 잎과 가지는 살고, 바다 쪽의 것은 생육이 불량해지거나 말라죽어 한 쪽에만 잎과 가지를 달고 있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나무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나무가 자연적으로 죽는 것을 짧은 인간의 수명으로는 보기가 어렵다. 목재를 수확하는 나이는 인공적인 나무의 수명이며 자연적인 나이는 이보다도 훨씬 더 길다. 일상적으로 참나무류는 약 700살 정도, 소나무, 전나무 는 600살 정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해 자작나무는 약 100년 정도면 이미 노쇠하여 죽게 된다. 이와는 달리 살아서 5,000년 죽어서 7,000년, 합쳐서 10,000년이 넘는 생애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가 있다. 일 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이라야 고작 3백 밀리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고산지대 사막에서 자라는 브리스틀 콘 소나무이다.
이 나무는 메말라 사막과 같은 3천 미터의 능선에서도 수분과 영양분을 찾고, 강렬한 자외선에도 두려움 없이 탄소 동화 작용을 하며 수천 년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브리스틀 콘 소나무는 크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대부분의 브리스틀 콘 소나무는 키가 10미터 이하이다. 건조한 산비탈의 급사면에 달라붙어서 살고 있는 끈기와 강인함을 가진 신비로운 생명체의 본보기이며,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자기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제적인 식물의 화신이다.
브리스틀 콘 소나무가 오래 살 수 있고, 또 죽어서도 오랫동안 제 몸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분과 양분을 빼앗기면 빼앗길수록 단단하고 기름성분이 더 많은 몸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병충해에 강해질 수밖에 없다. 또 나무를 썩게 하는 균들이 살기 어려운 아주 건조한 고산 지역이라는 환경 조건도 이들 나무가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한 몫 한다. 즉 건조한 날씨는 나무를 썩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무 조직을 서서히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수명이 다 한 뒤에도 수천 년 동안 제 몸뚱이를 고스란히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브리스틀 콘 소나무에게 있어서 죽음이라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살아 있다는 생명 현상과 죽어 있다는 죽음의 현상을 나누는 것은 브리스틀 콘 소나무에게 있어서 특히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 생명이 다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일부는 살아 있는 부름켜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99%의 몸체는 생명이 다해 단단하게 죽은 목질로 변했을지라도, 살아 있는 나머지 1% 때문에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이다. 이와 같은 선택적 생명 유지 현상은 다른 생명체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으로, 극악한 환경 조건에서 수 천 년 동안 살아남기 위한 극단적인 환경 적응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뽕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생강나무, 고추나무, 노린재나무….
숲 속에 사는 나무들 중에는 독특한 이름을 지닌 나무들이 많다. 나무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걸까? 뽕나무의 열매(오디)는 맛이 좋다. 그러나 맛있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방귀를 ‘뽕뽕’ 뀌게 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이 나무의 이름을 방귀가 연상되는 뽕나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진다.
신갈나무의 잎은 옛날 나무꾼들에게 유용하게 쓰였는데, 숲 한가운데서 짚신 바닥이 헤지면 이 나무의 잎을 깔아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신갈나무, 즉 '신을 간다'란 뜻을 지닌 신갈나무라 이름 지어졌다. 그리고 노린재나무는 낙엽을 태우면 노란 재를 남긴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우리 조상들은 떡갈나무의 잎으로 떡을 쌌다. 그래서 떡을 쌀만큼 넓은 잎을 가진 참나무라 하여 떡갈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또 떡갈나무 잎에는 방부성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 현대 과학으로 입증되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생강향이 나는 잎을 가진 생강나무, 고추나물처럼 무쳐 먹을 수 있는 잎을 가진 고추나무 등 나무의 이름은 그 쓰임새나 특성과 관련되어 지어진 것이 많다. 좀더 관심을 가지고 나무를 관찰하면 나무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인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있던 경북 안동군 길안면 용계리에서 700년 된 은행나무를 살리기 위한 대역사가 펼쳐진 적이 있다. 높이 37m, 둘레 14m나 되는 큰 나무를 15m 위로 올리는 작업이 1987년부터 무려 7년 동안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큰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옮겨 심은 뒤, 잘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나무 줄기 가까이에 있는 뿌리는 굵고, 줄기로부터 멀수록 뿌리가 가늘어지는데, 특히 양분이나 수분을 흡수하는 잔뿌리는 대부분 줄기에서 먼 곳에 발달해 있다. 큰 나무를 옮겨 심을 때에는 가급적 잔뿌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뿌리를 무한정 크게 떠낼 수는 없기 때문에 대개 뿌리목 직경의 5배 정도 범위를 잡아 캐낸다. 옮겨 심을 나무는 잔뿌리가 거의 없고 굵은 뿌리만 달린 상태이기 때문에 갑자기 캐내면 자칫 말라죽기 십상이다. 설령 말라죽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잔뿌리가 충분히 나오기 전까지는 쇠약한 상태가 지속된다.
경북 안동의 칠백 년 된 은행나무처럼 큰 나무를 옮겨 심을 때는 적어도 2~3년 전부터 조금씩 뿌리를 잘라 줄기 부근에 잔뿌리가 나게 해서 옮겨 심는데 따른 충격을 적게 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뿌리돌림이다. 잔뿌리가 잘 나게 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자르고 흙을 되메울 때 유기물질과 뿌리 생장 촉진 물질이 함유된 특수 토양을 채워 넣기도 한다. 또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거적이나 야자섬유, 망고 같은 보습재로 싸서 본래의 흙이 그대로 붙어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묘포에서 어린 묘목을 옮겨 심을 때도 충격을 완화하고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뿌리를 일부 자르는데, 이 경우는 뿌리 돌림이라 하지 않고 '뿌리 자름'이라 한다.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류는 굵고 뿌리 발달이 매우 뚜렷한 대표적 나무이다. 때문에 참나무류의 종자인 도토리를 묘포에 뿌려 키우면, 1년만 자라도 굵은 뿌리가 1미터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잔뿌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상태로 산에 옮겨 심으면 잘 살지 못한다. 이러한 나무는 종자의 싹을 틔운 뒤 어린뿌리를 칼로 잘라 묘포에 뿌리면, 짧고 잔뿌리가 많은 건실한 묘목으로 자라게 된다.
큰 나무는 물론 어린 묘목을 옮겨 심는데 가장 좋은 시기는 이른 봄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봄이 아닌 계절에 옮겨 심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데, 이럴 때는 한 여름을 피해 가을철에 옮겨 심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우리가 대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나무일까? 아닐까?
다음의 노래가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소개한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물, 돌, 솔, 대, 달, 다섯 가지 자연의 친구에 대해 노래한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중 대에 대한 노래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란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따라서 대나무라고 부르기보다 '대'라고나 불러야 정확한 것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대에는 나무처럼 형성층이 없다.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키도 자라지 않으며, 나이테가 생기지도 않고 속은 비어 있다. 형성층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목본과 초본을 구별하는 이유는, 초본은 목본과 달리 형성층이 없어 나이를 먹어도 더 이상 굵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뿌리와 줄기의 구조가 나무와 다르다는 것이다. 대를 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별개로 보이지만, 뿌리에는 여러 개의 대가 땅 속에서 옆으로 뻗는 지하경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점에 있어서도 대는 나무가 아니다. 대는 죽순이 자라서 된다. 대의 크기나 굵기는 나무처럼 여러 해 동안 자라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후죽순'이란 말이 있듯이, 봄철에 비가 촉촉이 내리고 나면 대밭에는 여기저기 수많은 죽순이 머리를 내미는데, 땅 밖으로 고개를 내민 죽순을 내버려두면 불과 며칠 사이에 큰 대로 자라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카시나무가 매우 천대를 받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독나무인가 꿀나무’에 대한 논쟁에 휘말리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일본 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산을 망가뜨리기 위해 일부러 아카시나무를 심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대대로 조상을 소중히 섬겨온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무덤가에서 왕성하게 자라나 조상의 묘를 침범하니 아카시나무에게 주는 눈길이 곱지 않다.
그러나 아카시나무는 황폐했던 우리 나라의 산림을 비옥하고 푸르게 만드는데 큰 공을 세운 고마운 효자나무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위에는 흙 한 줌,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민둥산이 있었다. 이렇게 황폐한 산에는 요즘 우리가 주로 심는 경제 수종을 심더라도 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그 당시 심은 나무들이 아카시나무를 비롯한 오리나무, 싸리와 같은 콩과 식물이었다. 콩과 식물은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살 뿐 아니라 땅 속에 질소를 고정하여 땅을 비옥하게 한다. 그 덕택에 이제 땅의 힘이 좋아진 곳에서는 이를 베어내고 잣나무와 같은 경제수종을 심고 있다.
아카시나무는 재질이 좋아 헝가리와 같은 동유럽에서는 아주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특히 연간 천억 원 가량이나 되는 우리 나라 꿀 시장에서도 아카시나무의 꿀이 주종을 이룰 정도로 그 가치는 매우 높다. 여러 모로 고마운 아카시나무, 이제부터라도 미워하지 말자.
단풍 드는 사연
가을이 되면 단풍나무는 붉게,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든다. 이와 같이 나무는 종류에 따라서 붉은색, 노란색, 갈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물이 드는데, 왜 그럴까?
노화하기 이전의 잎은 대개 녹색인데, 그 이유는 클로로필이라는 엽록소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아주 적은 양의 황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황색 색소의 총칭이며, 황색 색소는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있다. 여름까지 푸르렀던 잎이 노랗게 되는 것은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클로로필은 분해 되고 저항력 있는 카로티노이드가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풍이 붉게 물드는 경우는 그 원인과 과정이 다르다. 푸른 잎에는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은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가 잎이 노화됨에 따라 새롭게 합성되는 것이다.
낙엽이 왜 지며, 또 단풍 색깔은 왜 서로 다른 지를 생각하면서 가을의 정취를 맛보는 것도 색다른 감상법이 아닐까?
나뭇가지를 자르면 나무를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가지치기가 필요한 나무가 많다. 숲에 들어가 보면, 죽어있는 가지를 달고 있는 나무를 보게 된다. 특히, 햇빛이 잘 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은 훨씬 많은 가지들이 말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말라죽어 불필요하게 된 가지를 제거하는 일을 가지치기라고 하는데, 빽빽하게 자라있는 나무를 솎아주는 간벌과 더불어 나무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작업이다.
가지치기를 하면 나무의 위아래 굵기 차이가 커지지 않게 되고, 모양도 타원형이 아닌 동그란 원형으로 되며, 나이테도 균일하게 되어 아름다운 무늬를 갖게 된다. 또한 가지치기를 해주면 옹이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구멍 없이 무늬가 아름다운 나무로 가꿀 수 있다. 가지치기는 수목의 생장휴지기인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실시하는 게 좋다.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하는 나무의 나이는 심은 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아래가지가 마르기 시작할 무렵으로서 침엽수림의 경우는 대개 10∼15년생 때이다. 침엽수는 줄기와 수평이 되게 바짝 잘라주어야 하지만 활엽수 종류는 가지를 잘라낸 자리가 잘 아물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활엽수들은 줄기와 가지가 도톰한 지륭부로 연결된 경우가 많으므로 지륭부와 가지 경계부를 잘라주어 상처가 작아지도록 해야 한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느티나무나 벚나무와 같은 나무는 굵기가 5cm 이상 되는 것은 자르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굵은 나무라 하더라도 재질에 결함이 있으면 그 만큼 가치가 떨어진다. 필요한 부분의 가지치기는 나무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보살피는 일이며, 숲을 키우는 일이다.
나무는 곤충이나 초식 동물이 나뭇잎을 뜯어 먹을 때 다른 나무들에게 그것을 알릴 수 있을까? 있다면 어떤 방법일까?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나무들은 에틸렌가스를 이용하여 두 개의 탄소 원자로 구성된 단순한 화학 가스 형태의 화학적 메시지로 주변의 나무와 의사 전달을 하는데 최대 거리는 약6m 정도라고 한다. 곧, 곤충이나 초식 동물에게 잎을 먹힌 나무들은 에틸렌가스를 방출하여 가까이 있는 나무들에게 ‘미리 대비하라’고 알려주고, 그 정보를 받은 나무들은 곤충이나 초식동물에게 해로운 화학반응(탄닌분비)을 일으킨다.
곤충이나 초식동물들은 탄닌 함량이 증가한 잎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먹지 않는다고 한다. 탄닌 함량이 많은 잎을 먹을 경우 심하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시나무의 경우, 미리 대비하라는 정보를 받은 지 약 15분 후부터 탄닌 함량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두 시간 후에는 정상 함유량의 약 2.5배까지 증가한다. 그러다가 잎에 대한 공격이 중지된 후 약 100시간이 넘어서야 정상적인 함량으로 되돌아간다.
또한 에틸렌은 열매가 익어갈 때 성숙시키는 효과가 있다. 익어가는 사과는 에틸렌을 방출하여 가까이 있는 푸른 바나나를 재빨리 노랗게 익혀준다. 주변에 사과 나무가 인접해 있다면 이것은 나무 열매들의 교감을 가장 잘 증명해 주는 예이다.
덩굴 식물의 줄기는 서로 엉키면서 또는 다른 것을 감으며 자란다. 덩굴 식물의 감는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나팔꽃을 가지고 덩굴 식물을 관찰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덩굴 식물인 나팔꽃을 관찰해 보면, 덩굴이 생장함에 따라 감고 올라갈 식물을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위쪽을 향해 자랄 때만 감아 가며, 감을 식물의 굵기가 어느 정도 이상 굵으면 감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덩굴 식물이 다른 식물을 감는 현상은 위쪽을 향해 자랄 때만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줄기의 섬유 세포에서 발생하는 비틀림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노박덩굴과 같은 덩굴 식물이 땅 바닥을 길 때는 감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이와 반대로 감을 식물이 없는 상태에서 위쪽을 향해 자라는 경우에는 줄기가 나선형으로 생장한다.
몸을 똑바로 서 있게 하는 조직을 갖지 못한 덩굴 식물은 다른 식물에 매달려 위로 생장해 간다. 매달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종류별로 간단히 살펴보면, 가지나 잎이 변형된 덩굴손으로 다른 식물을 휘감는 종류(포도, 머루, 종덩굴, 개버무리, 큰꽃으아리 등), 기근이나 흡착근으로 다른 식물에 붙어 자라는 종류(담쟁이, 바위국수, 덩굴옻나무, 능소화, 줄사철 등), 가지로 다른 식물에 의지하며 자라는 종류(인동, 청사초롱 등), 덩굴 생장점이 다른 식물의 줄기를 감아 돌면서 자라는 종류(칡, 등, 노박덩굴, 새콩 등)가 있다.
덩굴 식물이 감아 올라가는 방향은 식물에 따라 일정하다. 오른쪽으로 감는 것으로는 칡, 등 , 인동, 더덕, 덩굴용담, 흑오미자 등이 있고, 왼쪽으로 감는 것은 댕댕이덩굴, 으름, 개다래, 참마, 노박덩굴, 새콩 등이 있다. 다른 식물에 의지해서 자라는 덩굴 식물들은 다른 식물의 줄기를 꽉 조일 뿐만 아니라 잎을 덮어버려 햇빛을 빼앗는 성가신 존재임에 틀림없다.
나무의 높이를 제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이다.
해안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는 바람이 나무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바람을 가장 많이 받게 되는 해변 쪽의 나무는 키가 가장 작고,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나무의 키는 커진다.
나무는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키를 조절하지만, 태풍처럼 예상하지 못한 큰 바람이 불어 닥치면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때론 뿌리까지 뽑히기도 한다. 바람에 의해 가지가 부러지거나 상처를 입은 나무는 그 상처를 통해 병원균이 침입하므로 쇠약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수백 년이나 되어 더 높게 자랄 수 있는 나무도 제 수명을 다하기 전에 말라죽게 된다.
물론 나무의 키가 바람에 의해 제한되더라도 가지를 넓게 확장해 잎을 많이 달고 있으면 매년 조금씩 굵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굵어지는 정도는 제한된다. 원인은 무엇일까? 나무가 생산하는 영양분과 그 소비에 원인이 있다. 잎은 생산 공장이지만 줄기, 가지, 뿌리는 생산물을 저장하고 소비한다. 다른 나무와의 경쟁이나 양분 부족 또는 병이나 해충의 피해로 나뭇잎 수가 줄면, 소비하는 부분의 크기(양)가 많은 나무일수록 심하게 쇠약해지며 거대한 나무가 되기 전에 말라죽게 된다.
식물은 어떤 화학 물질을 발산하여 다른 식물(때로는 자기 자신)의 생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 현상을 알렐로파시(Allelopathy)라 하며, 타감작용 혹은 화학적 식물간 상호 작용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하천부지나 철도변, 공터에서 꽃을 하얗게 피우는 개망초 대군락을 볼 수 있다. 주요 도시 주변은 물론 들녘에도 진출할 정도로 그 번식력은 무시무시하다. 타감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이 개망초는 뿌리에서 다른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내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의 방해 없이 큰 군락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고소한 호두가 열리는 호두나무도 타감작용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흑호두가 유명한데, 이 나무의 주변에는 잡초가 잘 자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나무의 잎과 나무껍질에서 타감물질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이 물질이 땅 속에 침입하여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전국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림 밑에는 김의털, 억새, 개솔새, 그늘사초와 등은 출현하지만 활엽수림에서 흔히 보이는 다양한 풀들은 없다. 그 이유는 소나무 잎과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저해물질이 빗물에 의해 토양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알라가 좋아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는 유칼리나무도 타감작용을 한다. 이 유칼리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더 이상 뿌리가 자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스스로 발아나 발근을 저해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신이 더 이상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작물을 재배할 때 같은 작물을 계속 재배하면 잘 자라지 못하는데 이 또한 자기 중독이라는 타감작용의 한 예이다.
숲 속에서 길을 잃으면 나무 줄기를 잘라 방향을 판단하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나무가 자랄 때 남쪽을 향한 부분의 생장이 빨라 나이테의 폭이 넓은 쪽이 남쪽이라는 것이다. 사실일까?
실제로, 나이테 모양이 정확한 동심원인 경우는 거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무 줄기를 잘라 나이테 모양을 살펴보면, 그 치우친 모양이 방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게 된다.
나무의 생장이 좋은 쪽은 그 위치에 사용된 당분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포 수가 많고 세포 하나하나의 크기가 큰 때문이다. 또한 나이테의 넓이가 비탈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침엽수는 비탈 아래쪽의 나이테가 넓어지고, 이와 반대로 활엽수는 비탈 위쪽의 나이테가 넓어지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나이테로 방향을 찾아 무사히 빠져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연일 뿐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나 판재에 간혹 동그란 구멍이 나 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죽은 옹이가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옹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나무가 자라면서 아래쪽에 위치한 가지는 위쪽 가지에 가려져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가지는 쇠약해져 결국 죽은 가지로 변한다. 이렇게 죽은 가지는 나무가 계속 자라면서 죽은 옹이로 변하고, 이 죽은 옹이는 나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가지치기가 잘 이루어진 나무는 죽은 옹이 대신 그 부분이 아름다운 무늬로 바뀌게 된다.
목재의 가치로 본다면, 아름다운 무늬를 지니고 있는 나무는 가지치기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아 옹이가 생긴 나무에 비해 10배 정도 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대게 공룡이나 고래를 들것이다. 사실상 공룡이라도 대게 몸길이가 20m를 넘지 못하며, 지구상에서 여태껏 발견된 동물들 중 가장 거대한 생물인 흰긴수염고래도 체장이 30m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시선을 돌려 우리 주위를 보자. 길가의 가로수만 해도 큰 것은 높이가 20m가 훨씬 넘어간다. 나무도 생물인 것을 상기할 때, 세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는 나무인 것이다.
나무의 높이는 종류의 따라 매우 다르지만 일상적으로 대개 아래의 높이까지 자란다. 상수리나무 40m ·자작나무 30m ·전나무 40m 이상 ·소나무 40m 이상 경기도 용문 용문산의 은행나무는 높이가 60m가 넘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나무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키 큰 나무는 무엇일까?
그것은 레드우드라고 불리는 나무들이다. 레드우드라 불리는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들은 퇴적물이 풍부한 강 바닥 주변에서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다. 강 바닥 주변은 일 년 내내 수분 공급이 원활하고, 땅 속 무기질 영양분이 풍부한 생육 환경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강변에서 자라는 이 붉은 나무는 일 년에 약 60cm까지 자랄 수 있으며, 30년 생일 때 15m, 60년 생일 때 30m, 400년생이 되면 100m의 키를 가진 거대한 나무로 자라게 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생명체인 '빅 트리(Big Tree)'도 미국의 레드우드 크릭이라는 물가에서 112m의 큰 키를 뽐내면서 600여 년을 살고 있다.
대부분의 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액체가 되고 온도가 낮아지면 고체가 되지만, 목재는 온도가 높아지면 타버리고 만다. 이러한 목재를 완전히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을 액화 목재라 한다. 고체인 물체가 액체가 되면 이동, 수송, 반응의 균질성,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면에서 많은 장점을 지니게 된다.
액화 목재는 목재(톱밥 등)를 용매와 촉매 반응(170℃, 90분)시켜 만든다. 액화 목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비닐, 발포재(스티로폴), 섬유 등을 제조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기존의 석유 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 액화 목재의 특성은 우수한 자연 분해성, 전기 절연성, 염색성, 수분 흡수성 등이며, 폐자원 (생활 폐기물 중 목재 종이류 : 540만 톤/년) 재활용으로 자원 절약의 효과도 크다. 우리 나라의 경우 생활 폐기물의 81%가 매립되고 있어 매립지의 부족, 침출수 오염 등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또한 액화 목재는 화석 자원(합성수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 나라의 화석 자원 의존도는 85%로 일본 76%, 미국 64%, 프랑스 51%에 비하여 매우 높고, 연간 경제 성장률은 7∼8%이나 석유 소비량은 15%씩 증가하고 있어 석유 소비량의 절감이 매우 절실한 실정이다.
나뭇잎에는 색깔을 나타내는 색소체가 있는데, 이중 중요한 것이 엽록체이다. 가을철이 되면 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떨켜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나뭇잎은 뿌리로부터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반면, 잎에서는 계속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이때 생성된 양분이 떨켜층 때문에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 되기 시작하여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졌던 잡색체의 색소들이 서서히 나타나 단풍이 들게 된다.
가을 단풍은 붉은색뿐만 아니라 노랑색, 갈색, 자주색 등 여러 가지의 색조들로 물든다. 특히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은 붉은 색조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는 분홍색, 적색, 자주 색조를 띠는 안토시아닌 색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 색소의 함량은 나무의 종류나 환경의 영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 노랗게 물드는 단풍의 경우는 나뭇잎 속의 노란 색소, 즉 카로틴(Carotin)과 크산토필(Xanthophyll)때문이다.
단풍은 평지보다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 음지보다는 양지바른 곳,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 등에서 아름답게 나타나고 나무의 종류와 수령, 토질 등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기 위한 기상 조건으로는, 맑고 서늘한 가을철 날씨가 계속되면서 비가 적게 오고, 밤낮의 기온차가 커야 한다. 단풍의 시기는 대체로 9월 상순 이후 기온이 높고 낮음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진다. 산 전체로 보아 2할 가량 물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이라고 하고, 8할 가량 물이 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라 한다. 단풍 세계적으로 단풍이 아름다운 곳은 우리 나라와 미국 북동부 지역 등이 손꼽히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필 대신 샤프펜슬을 사용한다. 연필은 자주 깎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편이다. 실험에 의하면, 학생들에게 연필과 칼을 주고 연필을 깎아보라고 했더니 제대로 깎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연필을 깎는 훈련을 하게 되면 물건을 다루거나 만드는 능력이 향상되고 머리도 좋아진다고 하여 연필 쓰기를 권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그런데 졸음을 쫓아내고 공부도 잘 되도록 하는 연필이 있다면 어떨까?
나무 중에는 연필향나무라고 하는 나무가 있다. 원래 이 나무는 미국 동부 지역의 버지니아 주에서 앨라배마 주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키가 30m까지나 자란다. 이 나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연필을 만드는데 좋은 나무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이름도 그렇게 붙여진 것이다. 연필 가운데에는 칼로 깎아보면 나무 결이 굵고 거칠어 깎는 의도와 다르게 예쁘게 다듬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연필향나무는 이름 그대로 나무향이 그윽할 뿐만 아니라 가볍고 연해 예쁘게 깎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나무에서 나는 향기가 졸음을 달아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간장 효소의 활성을 도와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다른 나무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 나라 향나무는 연필향나무보다 단단하여 연필을 만드는 데는 적당하지 않으나 이 나무가 내뿜는 향기는 벌레들이 싫어하므로 나무 조각을 공부방에 걸어 놓거나 옷에 넣고 다니면 벌레도 쫓을 수 있고 눈도 더욱 초롱초롱해질 것이다.
숲 속 마을에는 많은 친구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살고 있다.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피나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주위를 돌아보면 모두 생긴 모습이 제 각각인데다 씨앗의 색깔이나 그 생김새 또한 아주 다양하다. 빨갛거나 노랗고, 또 어떤 것은 파랗고,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고, 동그랗거나 길쭉한 모양을 한 것도 있고, 푹신한 솜털로 싸여 있는 것도 있고, 또 어떤 나무의 씨앗은 딱딱한 열매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도 있다.
어느 날 숲 속 마을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씨앗을 가지고 하는 멀리 날리기 대회였다. 오늘은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번 힘껏 날려보는 것이다. 모두 제각기 씨앗을 가지고 나왔다. '네 것 참 예쁘게 생겼구나.', '나 어제 미용실 다녀왔어.', '어쩐지 달라 보이더라.'서로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들떠 있다. 물푸레나무가 가지고 나온 씨앗은 날개로 몸을 싸서 마치 만년필 촉 같은 모양이고, 단풍나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날개 두 장이 달려 있어 프로펠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소나무는 아주 얇은 날개가 한 장 달린 까만 쌀알 한 톨 크기만 한 것을 가지고 나왔다. 솔방울이 파랄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인데, 며칠 전에 솔방울이 말라 갈색으로 변하더니 그 속에서 씨앗 수십 개가 튀어나오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 옆을 보니 친구 서어나무, 피나무는 씨앗 몸집에 비해 비교적 긴 날개가 한 장 달린 것을 가지고 나왔다. 좀 더 먼 발치에는 씨앗 몸통 주위를 동그랗게 날개로 싸서 납작하게 보이는 자작나무, 느릅나무, 오동나무 친구가 끼리끼리 맞대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좀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여느 때처럼 잡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날은 풍속이 초속 5m로 바람이 다소 있는 편이라서 씨앗을 날리기에는 아주 좋은 날이었다. 소나무가 15m 높이의 공중에서 몸을 던졌다. 이야, 56m나 날았다. 날고 있는 모습을 보니, 헬리콥터의 회전 날개 같이 맹렬히 돌면서 낙하하는 게 장관이다. 몸에 달고 있는 날개가 그저 장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다음은 오동나무 차례다. 68m나 날았다. 놀라운 솜씨다. 단풍나무도 날았다. 47m 밖에 되지 않았다. 다소 침울해진 모습을 보니 운동회를 시작하기 전에 프로펠러 모습을 하고 거만을 떨던 것과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오늘은 모두 정정당당하게 힘껏 겨룬 날이다. 오늘의 우승은 오동나무가 차지했는데, 그 비결에 대해 우리들은 긴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를 했다. 결국 모아진 이야기는 몸을 던졌을 때 공중에서 머무는 체공시간(滯空時間)이 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나무들은 땅에 뿌리를 박은 채 살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러나 태어난 후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한 부모로부터 태어난 내 형과 동생들은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제각기 살고 있다.
멋진 날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인가 내 주위에는 씨앗에 날개가 없는 나무들의 꼬마나무가 새로 자라고 있다. 언젠가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되었는지 물은 적이 있다. 어떤 나무는 엄마한테 매달려 있었는데 새가 와서 먹은 후 여기까지 왔다고 하고, 어떤 나무는 짐승이, 또 어떤 나무는 엄마한테서 떨어져 나와 땅에서 놀고 있었는데 비가 많이 내린 어느 날 물에 쓸려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http://www.woorisoop.org/story/commonsense.asp?CATEGORY=2
첫댓글 시간날 때 찬찬히 다 읽어봐야겠습니다
사랑탑님 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참 멋진 나무사랑이십니다.
궁금해 한 것들이 많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자주 읽어보며 상식을 넓혀야겠어요
매우 유익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