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철학 교수와 함께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를 통찰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내다
태어남, 걸음마, 학교, 자전거, 시험, 첫 키스, 순결의 상실, 운전면허, 첫 투표, 취직, 사랑, 결혼, 출산, 이사, 중년의 위기, 이혼, 은퇴, 늙어감, 죽음, 내세까지. 익숙하고 흔한 경험으로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 다른 기억으로 남으며 겪고 나면 인생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통과의례들이다.
이 통과의례들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설립한 철학자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는 우리가 거치게 되고 거쳐야 하는 20가지의 통과의례를 ‘인생의 가장 철학적인 순간’들로 선보인다. 잊고 싶었던 순간도,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도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철학이 되는 것이다.
탯줄에서 사르트르의 존재론을, 셰익스피어가 포착한 첫 키스의 불가사의함을, 자전거 타기에서 키르케고르의 말한 존재의 도약을, 운전면허에서 <델마와 루이스>의 위험한 자유를 엿보는 시간. 수많은 지적 안내자들과 함께 내 삶에 숨어있는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들’을 통과해보자. 위대한 철학자들도 늘 고심해왔던 ‘내 인생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거치는 인생의 경로, 20가지 통과의례로 조명하다
잊고 싶었던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자기소개서의 삶이 자서전의 삶으로 변모한다
현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바꾸어 말하면 비슷비슷한 인생을 보낸다고도 할 수 있다. 태어나 산부인과 요람에 눕고, 곧 옹알이를 하며 걸음마를 시작하고, 학교에 들어가 첫 시험을 치른다. 시간은 계속 흘러 첫사랑에 빠지고, 운전면허를 따고, 취직을 하며, 짝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 이후에도 인생은 멈춤 없이 진행되어, 중년이 되어 방황하기도 하고 은퇴 후 새로운 생활을 하는가 하면, 끝내는 세상을 뜬다.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어려워하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운명은 다를지언정 우리들이 거치는 인생의 경로는 대체로 위와 같다. 하지만 인생의 경로가 비슷한데도 왜 어떤 사람은 삶에서 충만함을 누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후회와 괴로움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일까? 같은 경로를 거치는데도 인생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이 평범한 경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나라는 독특한 존재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그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설립한 철학자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는 이 책에서 세상사람 모두가 거치게 되고 거쳐야 하는 순간 20가지를 ‘통과의례’라는 ‘철학적 순간’으로 풀어냈고, 이 책을 번역한 인문학자 남경태는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인생의 가치는 자신이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나온다. 누구나 겪는 인생의 통과의례에 자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성장의 계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인생은 자기소개서보다 깊은 ‘자서전’의 모습으로 풀려나오게 된다.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이 가장 보통의 인생에게 제안하는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소개한다.
왜 하필 20가지 통과의례인가?
가장 가깝지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경험 속에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정치, 사회, 문화 같은 묵직한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이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이라고 꼽는 것은 학교, 자전거 타기, 운전면허, 이사 같은 일상적인 주제들이다. 저자는 이런 일상적 경험들이야말로 ‘극히 모호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순간들은 스스로 겪거나 주변에서 자주 접하더라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넘어가기 일쑤다. 왜냐하면 이 순간들이 겉으로는 평범해보여도 닥쳤을 때에는 감당해내는 것만도 급급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던 경험이며, 그렇기에 겪었어도 모호한 순간으로 남는다.
가깝다면 가깝지만 멀기도 한 이 통과의례들은 ‘삶의 이정표’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경험들이다. 이 순간들을 겪고 나면 인생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이 통과의례들은 절반 정도가 지나갔고, 절반 정도는 앞으로 다가올 것들이다. 자기 경험에 따라, 너무도 좋았던 순간들을 먼저 읽거나 가장 잊고 싶은 순간들부터 찾아 읽어도 좋고, 앞으로 기대되거나 걱정되는 순간을 찾아 읽어도 좋다. 경황없이 이미 겪은 경험들은 한발자국 떨어져 통찰하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앞으로 다가올 경험은 미리 생각해보며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내 인생이 이토록 지적이고 신선할 줄 몰랐다!
철학자들과 드라이브를, 풍부한 예술·철학 텍스트와 나누는 교감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인생이라는 풍경 속을 철학자와 드라이브 한다고 상상해보라 한다. 조수석에는 플라톤이 자리를 잡았고 뒷좌석에는 수많은 지성사의 명사들이 동승하고 있다. 데리다, 사르트르, 니체, 하이데거,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들부터 성경의 《아가》서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 등의 고전 작품, 영화 <델마와 루이스>, 마돈나의 히트곡 <라이크 어 버진> 등 대중 문화에 이르기까지, 철학으로 인생을 해석하기 위해 끌어들이는 텍스트는 무궁무진하다.
사르트르가 인용한 ‘내던져짐’을 새롭게 해석하여, 태어남을 ‘스포츠카를 받았지만 바로 열쇠를 잃어버린 것’으로 풀이하며 생은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임을 상기한다. 키르케고르의 ‘신앙의 도약’ 개념을 빌어,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아빠가 자전거를 잡아주는 손을 놓는 그 순간을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도약하는 순간으로 풀어낸다.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에 따라, 실수투성이인 신입사원이나 직업을 찾아 분투하는 취업준비생을 ‘아니말 라보란스(일하는 동물)’에서 ‘호모 파베르(물건을 만드는 인간)’으로 재평가하기도 한다. 새롭게 접한 철학적 화두이든 이미 알고 있는 이론이든, 철학이 우리의 삶과 이토록 신선하게 접목된다는 사실에 놀라는 한편 철학과 한층 가까워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 힐링과 긍정도, 냉소와 비관도 아닌
사색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철학의 치유
이 책이 다시 그려내는 인생의 풍경들을 따라가다 보면,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뜬구름을 잡는 것 같던 철학자들이 사실은 다른 것이 아닌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고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렌트는 우리가 왜 취업을 하려는지를, 스피노자는 왜 우리의 사랑이 위대한지를, 헤겔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통찰하고 고심했다. 철학은 본디 덧없이 흐르는 인생에 의미를 주고 그를 통해 더 성장한 내가 되기 위해 행했던 것이다.
철학이나 인문학을 배우자는 권유가 넘치는 시대다. 그러나 그것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용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멘토’라 자청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치유를 요청하곤 한다. 그러나 그 때마다 자기 문제는 결국 자신이 해결할 수밖에 없고, 삶의 의미는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될 뿐이다. 이 책과 함께 인생의 통과의례들을 다시 한 번 순례해보자. 때로는 웃고 때로는 생각에 잠기면서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들을 통과하다보면 판에 박힌 말만 되풀이하는 유명인사가 아닌, 내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나를 돕는 진정한 멘토 ‘철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추천글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주는 책이다. - 남경태(인문학자)
태어나 걸음마를 하고, 학교에 들어가고, 운전면허를 따고, 결혼하고, 중년의 위기를 겪고, 은퇴하고 죽기까지. 우리를 그 인생의 이정표들을 향해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이다. - <가디언>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을 철학과 연결해 설명할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지를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