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정신 병리와 이상행동을 다루는 수업에서 교수님이 강의 도중 간단한 도식을 그려 주셨다. 그것은 아버지의 폭력이 자녀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기고, 이 상처가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폭력적 성향으로 표출되며, 결국 다음 세대로 되물림된다는 것이었다. 교수님의 설명 방식이 재치 있었던 탓에 강의실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사실 그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 주제는 여전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버지의 영향력이 아이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목격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문지기 역할'을 해주는 어머니 덕분에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존재감이 부족하거나, 혹은 부정적인 방식으로 작용할 때, 그 결핍과 상처는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문제를 일으킨다.
폭력은 가정에서도 하나의 유산처럼 이어진다. 가정에서 학대를 받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 같은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고, 범죄가 만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폭력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폭력 속에서 더욱 잔혹한 존재가 되지만, 어떤 이는 그 폭력을 정의로 바꾸려 한다.
폭력의 대물림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환경과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이며, 이를 끊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폭력에 노출되었다해도 모든 이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마블 유니버스의 두 인물, 킹핀(윌슨 피스크)과 데어데블(매트 머독)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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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핀과 데어데블은 비슷한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들의 선택과 결과는 매우 달랐다. 킹핀의 아버지는 정치적인 야망을 품었지만, 현실에서 좌절하자 그 무력감을 가족에게 폭력적으로 표출했다. 어린 윌슨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동시에 그에게서 힘과 권력을 동경하게 되었다. 결국 폭력 속에서 자란 아이는 그 폭력을 내면화하고, 결국 자신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폭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윌슨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살해한 후, 자신이 행사한 폭력을 정당화하며 강력한 권력을 추구했다. 그의 폭력적 성향은 '반사회적 성격장애'처럼 도덕적으로 해리된 특징을 보였고, 결국 범죄와 권력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려 했다. 그는 그렇게 범죄 조직의 두목이 되었고, 뉴욕시장이 된다.
반면, 데어데블, 즉 매트 머독은 비슷한 폭력의 환경에서 자랐지만,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했다. 매트가 사고로 두 눈을 잃은 상황에서도, 아버지 잭 머독은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도 타인을 돕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매트는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아버지가 남긴 가르침을 따라 정의를 실현하는 데어데블로 변신한다. 그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정의를 위한 싸움의 원동력으로 삼지만, 동시에 폭력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범죄자를 죽이지 않고, 법으로 처벌하려고 애를 쓴다. 변호사가 되어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도 이러한 심리적 기제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그렇게 성장하며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타인을 돕는 진정한 히어로로 성장한다.
킹핀과 데어데블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아버지의 영향이다. 킹핀은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그 폭력을 내면화했지만, 데어데블은 정의로운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폭력에 대한 상처를 정의로 승화시켰다. 둘째, 트라우마에 대한 대응이다. 킹핀은 폭력을 권력으로 바꾸며 자신을 보호하려 했고, 데어데블은 폭력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정의로운 방법으로 세상과 싸우려 했다. 게다가 이들은 사회적 지원 체계에서도 명확히 차이가 드러난다. 킹핀은 범죄 조직 내에서 고립된 권력 속에서 성장한 반면, 데어데블은 친구인 포기와 멘토인 스틱의 도움을 받으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힘을 얻었다. 비록 폭력을 사용하는 공통의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폭력은 성격과 특징이 다르게 묘사된다.
같은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더라도 빌런과 영웅으로 가르는 핵심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상처를 마주하는 방식과 그것을 치유할 기회가 있었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충분한 사회적 지원과 이들의 겪은 심리정서적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킹핀과 데어데블의 차이를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의 삶에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폭력의 대물림은 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킹핀과 데어데블의 이야기는 우리가 폭력을 마주하고 다둘 때, 환경과 심리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폭력의 대물림을 끊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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