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작은 상자들과 큰 상자
a. 위조의 신(1)
합리주의자들은 이성을 신으로, 낭만주의자들은 상상을 신으로, 국가주의자들은 국가를 신으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죄와 구원을 경제적으로 해석한다. 철학의 역사는 "신적 대체물"(God surrogate)을 세우는 역사였다.
하나님이 없는 종교, 힌두교에서는 신이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비인격적이고 인식이 불가능한 영적인 본질이다. 힌두교의 신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에너지, 전기력 혹은 힘과 같은 것이다. 불교는 공(空), 무(無)를 신으로, 도교나 유교도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신을 말하지 않는다.
도덕이 없는 종교, 범신론은 도덕적인 분별을 하는 것을 오류라고 본다. 모든 것은 하나의 존재로 융합된다. 선과 악의 구별이 없다. 따라서 범신론에서는 악에 대항하여 싸울 근거가 없다. 아바타(Avatar)에 등장하는 가이아를 닮은 여신 에이와(Eywa)는 모든 동식물을 연결하는 거대한 신경망으로서, 선과 악을 초월한 존재로 묘사된다. 다신론 종교에서 거행하는 종교의례는 신들을 달래고 건강과 풍성한 수확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 도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은 노골적으로 부도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탐욕스러웠고, 간음을 범했고, 다투었고, 질투했고, 속였다. 어떤 종교들은 신도들에게 부도덕한 종교예식-성전 매춘이나 어린이 제사-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우주는 무질서(chaos)라고 불리는 신성한 원시적 실체 - 정의되지 않고 매이지 않는 무(nothingness) -로부터 최초의 신들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땅의 여신 가이아가 하늘의 남신 우라노스와 결혼하여 타이탄들이 나왔고, 두 타이탄의 결혼을 통하여 올림푸스산의 신들- 제우스, 아폴로, 아테나, 포세이돈 등이 태어났다.
서양의 초기 철학자들은 올림푸스의 신들을 무시하고 원초적인 원시적 실체인 아르케(arche, 근원 혹은 제일원인)로 돌아갔다. 철학자들은 당시에 네 요소- 물, 불, 공기, 흙 - 가운데 하나를 가장 근본적인 실체로 선정하여 만물을 하나의 요소로 환원시켰다(틸레스-물, 헤라클리토스-불, 아낙시메네스-공기). 피타고라스는 수로 환원시켰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을 궁극적인 형성의 원리로 제시했다. 이들은 형 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들로 세계를 범주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예컨대 다양한 종류의 개들은 개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양한 인간들은 인간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범주화되었다. 플라톤은 형상이 물질로부터 분리되어 이상향에 있다고 보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이 물질 안에 있다고 본 점이 다르다. 플라톤에 게 있어서 형상은 물질을 초월해 있었으나 여전히 우주적 질서 안에 있었다. 물, 불, 공기, 형상은 영원하고, 창조되지 않고, 불변하고, 보편적이고 자존적인 것으로서 일종의 신이었다.
과학적 유물론. 과학적 유물론은 물리학이 화학을 모두 설명하고, 화학은 생물학을 모두 설명하고, 생물학은 인간의 마음을 전부 설명하므로, 결국 물리학을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는 궁극적인 설명자로 제시한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은 별의 탄생으로부터 사회적 기관들의 작용에 이르기까지 모두 궁극적으로 물리학의 법칙으로 환원된다고 보았다.
경험론. 경험론은 유일하게 타당한 지식의 형태는 경험적으로 증명된 사실 뿐이라고 본다. 경험론자에게 있어서 보고, 느끼고, 알아보고 측정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의견이나 기호에 지나지 않았다. 18세기의 경험론자인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경험과학을 벗어난 내용을 담고 있는 책 특히, 형이상학이나 도덕 이론을 다룬 책들은 궤변과 환상으로 가득한 것들이므로 불태워 버리라고 요구하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스타트렉(Star Trek The New Generation)에서 우르프 대장은 칼레스가 죽음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클링온 제국의 구세주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자 메시아는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인데, 그 이유는 초자연적인 것은 합리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이상원,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변증》, p.198~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