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은 콩밭에 "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일년 열두달 365일 하루도 마음은 편할 날이 없다. 저 너머 사래 긴 논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을 추수도 온갖 잡일로 눈코 뜰 새도 없다. 창고에 그득 쌓아놓은 쌀 보리 밀 좁쌀 고구마 감자 등 오곡백과는 그림의 떡이다. 머슴의 하루 하루는 주인 양반의 손과 발일 뿐이다. 주인의 발자국 소리에도 기침소리에도 가슴은 철렁이는 긴장의 나날이다. 쓸모없어 버려진 논밭 뚜렁에 몰래 심어둔 콩밭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콩이라도 털어다가 처자식을 먹여야 할텐데 마음뿐이다. 쌀 한톨 없이 굶주리고 있을 어린 자식들과 아내의 처절한 눈빛이 가슴을 쥐여짜고 있다. " 마음은 콩밭에 " 몇 백년 전에 조선시대의 머슴살이 생활상을 보여주는 한 마디이다. 2019년 5월 18일(토) 저녁 여섯시 십이분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12회 동기들의 정기 월례회 장소도 " 마음은 콩밭에 " 라는 한식당이다. 모처럼 저 멀리 경상도 삼천포와 부산에서도 참석한 동기들도 있다. 경상도 바다 갈매기들의 억센 사투리가 술잔을 흔들고 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 투쟁의 39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동(東)과 서(西) 남(南)과 북(北) 전라도 경상도 남한 북한 모두가 한반도 단일민족 한 국가 같은 국민이 아닌가. TV 화면에서 방영되는 기념 행사에 모두가 시선을 빼앗겼으리라. 80대 중반으로 뵈는 할머니의 절절한 사연에 가슴을 메이고 눈물이 끝일 줄 모르고 있다. 고등학생이던 아들이 학생모자를 어머니 머리에 씌워주고 시위 현장으로 튀쳐나간 것이다. 그 순간이 아들과의 마지막 모습이다. 여리디 여린 십대 소년 사진이 박힌 아들 묘석을 쓰다듬으면서 흘리는 눈물이다. 붙잡지 못한 에미의 한(恨)이 서린 가슴에 켜켜이 쌓인 독백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지고 희생된 모습이 흑백필름으로 살아나고 있다. 당사자들의 고통과 악몽을 어찌 짐작이나 하고 알 수가 있으리까. 그 당시 이 몸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저 되묻고 있다. 타는 가슴에 물 한 모금도 갖다주지 못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전부이다.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건이다. 518번 버스가 달구벌 대구시내를 누비고 228번 버스는 빛의 고을인 광주를 달리고 있다. 518은 광주의 민주화 투쟁일이며 228은 1960년 2월 28일에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한 대구의 아픔이 서려있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조막만한 한반도에서 지역 갈등과 마음의 벽은 사라져야만 할 것이다. " 1980년 오월 십팔일 39년 전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민주 열사와 투사들에 대한 묵념을 올립시다. " 정기 월례회 시작을 심부름꾼인 총무로서 나도 모르게 불쑥 튀여나온 모두발언(冒頭發言)이다. 술잔을 부딫치며 왁자지껄 흥에겹던 분위기가 멈칫하는 순간이다. 잠시 머리를 숙인 동기들의 마음도 콩밭이 아닌 광주에 있는 전남도청 앞 시위현장으로 달려갔으리라. 1970년대 후반에 미국 Upjohn제약회사의 광주 영업소장으로 재직을 하던 기억이 생각난다. 광주의 중심가인 금남로 가톨릭회관 바로 옆 건물이 사무실이었다. 딸 아들이 두살 네살의 애기들의 시절이다. 3년여만 더 그곳의 광주에 근무를 했으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직원들과 함께 5,18 시위대에 합류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내 일생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불허가 아니겠나. 1964년 대학교 1학년 신입생 당시의 6,3 데모와 겹쳐지고 있다. 법정대 학생회장을 앞세우고 약대실험실에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다. " 같은 성대생들인데 왜 약대생은 데모에 참여를 아니 하느냐, 데모를 같이 할 사람은 나를 따르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뒷 산으로 가라 " 단상에서 부르짖는 내 모습에 실습강의를 경청하고 있던 동기들의 어이없다는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하게 잊을 수가 없다. 왜 그런 행동을 돌출 발언을 했을까. 대한민국 최고인 S대 공대를 두번씩이나 고배를 마심에 대한 무언의 반발인지 반항인지도 모른다. 그냥 성대라는 학교 자체가 싫었고 약학이 무엇이며 약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어쩜 4년 내내 내 마음은 S대 공대라는 콩밭을 벗어나지 못한 어리석음인지도 모른다. 동기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떤가. 50여년 넘도록 약사라는 명찰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이 삶의 터전이었으리라. " ♪ 온누리 가장 오랜 배움의 마을 600년 쌓고 쌓은 드높은 학통 - - - 배움만이 보배아닌 성균관대학 인의예지 그 자랑인 우리 대학교 ♬ " 지금은 여러분들과 목청껏 소리치며 힘차게 불러 제끼는 자랑스런 마음의 콩밭이 아닐런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동기생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삼천포에서 날아온 태웅이 부산 갈매기의 명언이와 주수 그리고 병구 낙소 필재 기봉 병선 성연 양균 호현 홍구 건일이 그리고 나 모두 열네명이다. 언제 어디서 불러도 들어도 정겨운 동기생 벗들이다. 너와 나 우리들은 좌회전 우회전 직진 후진을 거듭하면서 " 마음은 콩밭에 " 자신만의 콩밭에 마음을 빼앗기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9년 5월 25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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