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93-1(2024.08.02) 파주시 20.2km(서해 : 845.6km, 남해 : 817.7km, 동해 : 677.1km, 누리 : 412.2km, 합계 : 2,752.6km)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 당동리 - 문산리 - 내포리 - 탄현면 - 낙하리 - 문지리 - 오금리 - 만우리 - 대동리 - 성공리 - 법흥리)
일토장정 초기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매달 일토장정을 시작했다. 혹서기든, 혹한기든.
이때는 젊어서일까?
우리는 언젠가부터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적 한계를 느낀 것일 수 있고, 즐겁자고 시작한 국토종주가 혹서기 또는 혹한기 때문에 즐겁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이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것이 아니고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대한민국을 한 바퀴 걷는 것이다.
이번 일정은 어느덧 게으름(?)으로 잊었던 8월 일토종주를 나의 고집으로 시작했다. 우리의 일토장정 세레모니를 가장 좋은 계절인 10월에 마무리하고 싶은 내 개인적 고집이었다.
그렇게 습도 높고, 소나기 소식도 있고, 기온도 높은 8월의 일토장정은 반구정 주차장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은 평화누리길 7코스의 시작이기도 하다.
시원한 터널을 빠져나오자 한적한 동네길로 안내하더니 갑자기 산길로 접어든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무덥지는 않지만 높은 습도로 온몸이 벌써 땀이다.
'아니 반구정에서 나와 바로 우회전하면 빠른길이 있는데 왜 이리 우회시키는 거야'
이것이 내 속마음이었다.
평화누리길이란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을 걷는 길이다. 최북단으로 걷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뺑뺑 돌리면서 산길로 안내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뭐 이런 불만도 8월 혹서기에 떠나는 일토장정의 부작용일 수 있다.
산길을 나오자 만난 길은 뻥뚤린 자유로 옆을 걷는 코스다. 수도 없이 지나쳤던 이길 옆에 트레킹을 위한 길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차량의 소음소리를 빼고는 나름 걷기 좋은 코스였다.
비가 내린다. 맞고 걷기에 약간 부담스러운 비다.
습도가 높은 날씨에 걷는 건 솔직히 짜증이 난다. 이럴 땐 지원조 찬스가 필요하다.
"다음 휴식시간에 맞춰 막걸리 준비하라. 오버"
비가 그치고 따가운 햇살이 기승을 부릴 시간에 헤이리 마을에 도착하였다. 점심시간이다. 일행들에게 무엇을 먹을지 물어보니 모두가 콩국수를 원한다. 무더위 속에 진행된 일토장정에서는 모두가 늘 콩국수다. 더위에 지쳤을 땐 콩국수가 늘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태양의 시기심은 더욱 시샘을 한다. 반바지를 입은 나는 뜨겁다 못해 따갑다.
다음지도로 검색해 본 결과 오후 장정은 산을 넘는 코스다.
'이건 미친 짓이다. 이 더위에 산을 넘는 것은'
나와 동주형은 평화누리자전거길 4코스를 선택했다. 나머지는 평화누리길 6코스 통일동산 고산원공원을 넘는 코스를 선택했다.
약 1시간 이상 우회하는 평화누리길 6코스는 우회도 우회지만 이 더위에 그것도 가장 뜨거운 오후 시간에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지만 누리길을 완주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기에 따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 나의 복장은 마눌님께서 새로 사준 청반바지다. 약 35km 목표인 이번 장정을 우습게 생각했다. 바지에 허벅지 안쪽이 쓸리면서 걷기에 너무 불편했고, 반바지 특정상 직사광선을 피할 길 없는 하반신이 너무 따갑다.
가로수 그늘 밑만 선택하면서 걷고 있을 때 지원조 차량이 옆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여기서 멈추자"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