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화방송입니다.
카페에 가입한지도 어느덧 6년 여의 시간이 흘러 고1의 학생은 어느덧 스물 셋이 되어 난생 첫 펜쇼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11월은 고등학생에게 가혹한 달입니다.
고1 때는 '너네 수능 먼 것 같지? 금방이다~'
고2 때는 '내년이 수능인데 어딜!'
고3은 뭐... 말이 필요 없죠.
11월은 대학생에게도 가혹한 달입니다.
11월 셋째 주, 넷째 주 정도가 되면 기말고사의 압박이 더해져 맘 편히 쉴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사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간 펜쇼에 참석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참가 의사는 밝혔었으나... 일신 상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대학에서 전도한 두 지인과 함께 펜쇼장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서 나와 중구 구민회관까지 좀 걸었습니다. 역과 바로 붙어있는 줄 알았는데, 역에서 한 10분 정도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과 꽤 가까운 편입니다. 처음 가다보니 길을 잃을까 걱정했는데, 지도보면서 오니 큰 길 따라 오는지라 크게 헷갈리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프로필 사진인 舊 문화방송사 로고의 자이로스코프를 따라 그려보았습니다. 볼품없지만 일단 뭔가 그림이 필요할 것 같아 욱여넣어봤습니다.
이후 '문화방송'이라는 제 닉네임이 잘 안 보이는 듯 하여 노란색 색연필로 색칠을 추가했습니다.
처음엔 좋은 펜을 구할까 하는 마음에 판매 데스크 위주로 가 보았는데, 다른 분들께서 너무 많이 계셔서 포기하고 다른 곳부터 둘러보았습니다.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솔부엉이'님의 데스크였습니다. 알록달록한 수십 자루의 펜이 전시되어 그 앞에서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상기 사진에서 보이는 수많은 만년필이 국산 만년필이라는 점도 저의 발목을 붙잡은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예전에 루이비통 만년필에 빠져서 여러 차례 검색도 해보고, 구매도 시도해봤으나 인연이 아닌 듯 하여 포기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솔부엉이님의 데스크에서 루이비통 만년필을 발견하여 그만 그 자리에 풀썩 앉아버렸습니다...ㅎㅎ
루이비통 만년필은 상당히 묵직하고, 또 부드럽게 나왔습니다. 유럽제 만년필이 으레 그러하듯 진하고 부드럽게 나오는 것이, 실사용은 무리겠고 서명용으로 정말 좋겠다고 생각들었습니다.
게다가 배럴을 가죽이 둘러싸고 있어, 상당히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만년필에 밝지 않은 제게, 솔부엉이님께서 그 옆에 있던 플라이터 모델 하나를 권해주시기에 처음에는 파카의 어떠한 모델인 줄 알았습니다만...
자그마치 파이롯트의 '뮤(Mu)'였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만 보던 파이롯트의 뮤...!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인데, 솔부엉이님께서 너무나 흔쾌히 시필해도 된다고 하셔서 손을 덜덜 떨며 옹졸하게 모델명만 적어보았습니다...ㅎㅎ
인테그럴 닙의 외양만 신기한 것이 아니라, 필감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신기합니다. 바늘같은 외관처럼 상당히 예리하고 날렵하지만, 종이를 긁는다는 느낌보다는 얇으면서도 거침없는 느낌입니다. (필설로 다 설명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ㅠㅠ)
솔부엉이님께서 정말 이것저것, 제 분에 넘치게 다양한 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정말 평생 만질 펜을 다 만져보고 또 써볼 수 있었습니다. (솔부엉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Accountant 닙을 비롯한 갖가지 다른 필감에 정말 놀랐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파카의 만년필들이지만, 그 개체에 따라 특성이 모두 다 다르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산 에스(S.S.S)를 비롯한 일제 글라스 펜과 각종 펜은, 정말이지 충격 또 충격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겪는 필감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수식과 미사여구로 표현해보려 해도, 그 필감을 정확히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글을 쓸 수록 더욱 답답해지는 접니다.(ㅋㅋㅋㅠㅠ)
글라스펜의 서늘한 촉감과 그에 걸맞는 필감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제 만년필의 필감은 정말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제 만년필들의 모델명을 기억하지 못해 아쉽네요.)
IMF 졸업장에 서명할 때 쓰인 국산 만년필 회사인 아피스의 만년필입니다. 뒤늦게 국산 만년필에 빠져 아피스 만년필을 구하고 싶어도, 이젠 쉽지 않습니다.
아피스 만년필도 필감이 정말 훌륭합니다. 흔히 국산 만년필 회사가 필감이 별로거나, 기술이 별로라 망한 줄 아시는 분도 계시는데 완성도가 정말 뛰어납니다.
아피스 만년필의 필감을 경험하고 신세계를 겪었습니다.ㅎㅎ
솔부엉이님의 데스크에서 한참을 있었습니다.ㅎㅎ 특히 재치있는 말씀으로 엄청 웃었습니다.ㅎㅎㅎㅎ
그렇게 한참을 있으며 족히 스무 자루 가까이되는 펜들을 시필해 보았는데, 제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펜은 다름 아닌 이름모를 국산 만년필 회사에서 카피한 델타 만년필의 짝퉁입니다.
제가 꿈꾸던 세필 만년필의 필감과 감각이었습니다. 단순히 '세필인데 잘 나온다'가 아닙니다. 형용 못할 부드러움입니다.
저와 동행한 지인 두 명도 감탄한(ㅎㅎ) 펜입니다. 솔부엉이님께서 연마를 워낙 잘 해주신 것 같습니다.
한편, 솔부엉이님 바로 앞에 있던 휘황찬란한 만년필 한 자루에 처음부터 눈길이 갔지만, 시필용 혹은 전시용으로 내놓으신 펜은 아니고 파우치에만 있어 그저 바라만 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간절한 마음을 솔부엉이님께서 알아차리신 것일까요, 선뜻 꺼내서 내어주셨습니다!
듀퐁의 안달루시아 만년필인데, 이건 만년필이 아니라 예술품이라고 봐야 맞을 듯 합니다. 정말 '아름답다'라는 말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솔부엉이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보면, 그립부 위 배럴에 자그마한 무언가가 박혀있는데... 자그마치 '오리지널 터키옥'이라고 하셨습니다!!! ㄷㄷㄷ
그간 '터콰이즈' 컬러를 모방한 다양한 만년필이나 잉크를 만나봤지만, 오리지널을 보니 원조의 위엄이 돋보입니다.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는 원조의 격차가 엄청납니다.
오랜 시간 솔부엉이님의 데스크에서 진기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사실상 제 2024 가을 펜쇼의 대부분은 솔부엉이님의 데스크에서 보냈습니다.ㅎㅎㅎ
데스크의 옆에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신 솥정 님과 진귀한 펜을 친절히 내어주시고 알려주신 솔부엉이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솔부엉이님의 데스크를 떠나 다양한 데스크를 둘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펜쇼의 목적은 시필과 새로운 펜을 만나기 위함이었어서, 잉크나 종이 혹은 기타 필기구 악세사리가 있는 데스크에는 가보질 못했습니다.
사전에 허락을 득하지 아니한 사진이라 부득이하게 소장님과 그 옆의 CASTELL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ㅠㅠ
몽블랑 빈티지 만년필을 구매하여 소장님께 검수받고,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몽블랑 145 만년필의 점검을 받았습니다.
145에는 '연구소행'이라는 중증을 진단받았고, 몽블랑 빈티지 만년필은 가장 괜찮은 친구로 하나를 골라주셨습니다.
이번 펜쇼는 제게 정말이지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특히, 대학에서 만년필 생활을 함께 하는 두 명의 선배와 동기가 함께하여 더욱 뜻깊었습니다.
2022년 이후 2년 만에 뵙는 소장님과 다른 회원분들도 정말 반갑고 좋았습니다. 2025 봄 펜쇼에서 더욱 풍부한 경험을 해보길 소원해봅니다.ㅎㅎ
수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꾸벅)
첫댓글 같이 즐길 친구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래서 입문하고 나서 친구들에게 제 만년필 시필시키며 몇명을 입문시켰는데 그렇게 해서 펜쇼도 같이 가고 잉크나 종이도 같이 사서 나누고 너무 좋더라고요 ㅎㅎ 앞으로 긴긴 만년필 생활 응원합니다 ☺️
soop님 안녕하세요? 맞습니다, 취미 생활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펜쇼에서 여실히 느끼고 왔습니다:D 앞으로도 저희의 만년필 사랑이 변치 않길...ㅎㅎ 다짐하는 어제였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