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17 KBS1 방송 1645 10분 땅방 생방송 토요일 땅이름 순례 1 ·여수 ·오동도
180827 경인교통방송 한탄강
배우리의 땅이름 순례 - 여수 오동도
배우리의 지역명 탐구 - 한탄강
한탄강

1. 오늘은 어디로?
이산 가족 2차 만남이 어제로 끝났다.
그 이산 가족들은 만남 외에 북한 땅을 밟아 보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러는 남한을 넘어올 때 여러 가지 한스러운 생각도 해 보았을 것이다.
이산 가족들의 한이 가장 크게 맺힌 곳이 있다면 임진강과 한탄강일 것이다. 그 강을 건너올 때 눈물도 많이 흘렸었을 듯싶다.
오늘 그들의 한이 맺힌 곳 중의 한 곳 한탄강으로 가 보자.

2. 지난 시간에도 말씀해 주신 것 같은데, 한탄강이 임진강의 한 지류였다구 하셨죠?
임진강의 한 갈림내인 한탄강은 지금의 북한 땅인 강원도 평창군 현내면 백암산(白岩山)에서 발원, 남쪽으로 추가령지구대를 따라 흘러내려 포천과 연천 땅을 적시고는 전곡읍 부근에서 재인폭포로 마무리하고 임진강 본류로 흘러드는 제법 큰 물줄기이다. 그 길이도 짧지 않아 약 136km나 된다.
3. 옛날에도 한탄강으로 불러 왔나요?
옛 문헌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한탄강을 ‘체천(砌川)’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체천'은 철원부 동쪽 20리 지점에 있고, 회양부 철령에서부터 흘러내리는데, 남쪽으로 흘러 경기도 양주(楊州) 북쪽으로 들어가 '대탄(大灘)'이 된다. 양쪽 물가 언덕의 돌벼랑이 모두 계체(階砌 :무덤 앞 평평하게 한 땅에 놓는 섬돌) 같아 '체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탄강이 '대탄(大灘)'으로도 불렀음을 알 수 있는데, 원래 '큰 여울'의 뜻인 '한여울'로 불렸다는 증거가 된다. 지금도 노인들은 '한여울'이라 부르는데, 한탄강 옆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있는 한 마을은 지금도 '한여울'이라고 불리운다. 한자로는 '한탄동(漢灘洞)'으로 쓴다,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있는 '한여울' 마을도 같은 한자로 표기한다,
4. ‘한탄’이란 이름을 보면 금방 연상되는 것이 ‘한탄’, ‘한탄스럽다’, ‘한탄이 절로 나온다’ 등의 말이 우선 생각나요.
큰 여울이란 뜻으로 붙여진 ‘한여울’이긴 하지만, 그 이름 '한탄'을 두고 많은 이들은 그 옛날의 '한탄스러운' 일들을 기억하곤 한다. 우선, 민족 분단으로 인한 비극이 이 강에 깊이 서려 있는 사실만으로도 '한탄강'의 한탄을 한탄(恨歎)과 연결지을 만했다.
한탄강이 임진강에 합류하는 곳 근처의 전곡읍은 바로 삼팔선이 지나는 곳. 광복 후 분단의 선이 그어지자 자유를 그리는 많은 북쪽의 우리 동포들은 이 곳의 한여울을 건너 남으로 넘어왔었다. 그러나 이 여울을 건너려던 많은 이들이 좌절되었고, 일부는 건너던 중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강 앞에서 한탄을 했을 것인가?
5. 6.25 한국전쟁 때는 이 강이 흐르는 연천 땅 일대에서 북한군과 우리 군 사이에 큰 전투를 벌였다고 하죠?
육이오 당시에는 최대의 격전지였던 김화-평강-철원을 잇는 철의 삼각지대를 흐르는 이 강 앞에서 아군과 괴뢰군 사이에 치열한 격전이 벌어져 남북 양쪽 병사들의 피로 강을 붉게 물들였다. 이 비극적인 사실 앞에서 많은 이들은 동족간의 전쟁으로 희생을 치르는 아픔을 안고 또한번 한탄을 했다.
6. 역사적으로는 한탄강 일대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훨씬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후삼국시대, 태봉의 궁예는 남쪽으로 내려가 후백제와 싸우고, 그 서울인 철원으로 돌아오던 날, 이 강을 건너다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강가의 돌들을 보고는 "아, 돌들이 모두 좀먹고 늙었구나. 내 몸도 이제 저 돌들처럼 늙고 좀먹었으니 나의 운도 다했도다."라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한탄강(恨歎江)'이라고도 하는 것은 이러한 비극적 역사를 지닌 탓이리라.
'한탄'은 울음을 동반하는가? 한탄강에는 울음과 관계되는 땅이름들이 많다. 운다는 뜻으로 들리는 '운골'이 포천군 창수면의 신흥리와 영북면의 대회산리에 있다. 연천의 전곡읍 은대리에는 '운터'도 한여울 유역의 마을들인데, '은골', '음골', '움터' 등으로도 불리운다. 연천군 청산면의 장탄리와 포천군 영북면 소회산리의 홀짝골이라는 골짜기 이름도 홀짝홀짝 울 일이 있어서 붙은 것 같다. 포천군 창수면 운산리의 '설운이' 마을은 '서럽다'는 뜻을 담은 것 같아 그 앞의 한여울을 진짜 '한(恨)의 여울'로 만들어 주고 있다. 연천읍 고문리의 '설미울'이란 들이름도 섧게 운다는 뜻으로 들린다.
삼팔선에 걸쳐 있어 그 어느 곳보다도 울 일이 많았고, 서러운 일이 많았을 한탄강 유역. 어쩐지 이 지역엔 그렇게나 울음과 서러움 관계의 땅이름들이 많았다. 어느 곳보다도 한탄할 만한 일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울 만한 일, 서러운일들은 그 땅이름들만큼이나 많이 치러 냈으니, 이젠 정말로 행복이 움트는 '움터', '움골'이어야 하고, 크게 일어서서 운(運)이 트일 '설운이(설운)'이 마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젠 한탄의 한여울이 아니라 크고 좋은 일이 여울처럼 이어져 흘러야 할 '한(大)여울'이 되어야 한다. /// (글. 배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