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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타이드??
핑크 타이드 (Pink Tide 핑크색 물결) : 중남미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현상을 의미하며 2005년 미국의 뉴욕타임즈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공산주의의 유행이라는 레드 타이드 (Red Tide)와 구별하기 위해 온건한 좌파를 '핑크'라고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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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는 넓은 영토, 풍부한 지하자원 (원유 매장량 1위 베네수엘라, 금 은 동 매장량 3위 페루, 리듐매장량 구리생산량 1위 칠레, 철광석 주석 매장량 1위 브라질) 과 산림을 보유한 세계적인 자원 부국들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부정부패, 치안부재, 과도한 공공지출, 낮은 생산성 등의 이유로 극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국민 대다수는 빈곤층에 빠져 있는 모습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한때 불어온 세계경제주의를 추종하던 과거의 우파 정권들은 신자유주의정책을 지향하나 경제구조가 허약한 중남미국가들은 저부가가치산업에만 치중하게 되고 여전히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좌파는 우파 정권의 부패와 경제실패를 비난하면서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여러분들을 위해 쓰겠다"고 외친다 좌파의 주장은 세계에서 불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중남미 국민들의 환심을 산다
1999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무상복지와 반미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운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15년동안 남미 12개국 중 10개 나라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
'중남미의 일부 특권층은 전용 제트기로 호화 여행을 즐기는 데 반해, 가난한 농민들은 수도와 전기조차 공급되지 않는 곳에서 생활한다' '세계 최대의 빈부 격차가 존재하는 중남미에서 좌파 이념은 대단히 매력적이다'라고 당시 외신들은 보도한다
1차 핑크 타이드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미국의 저금리 등 세계적인 경기호황으로 원유 수출이 대폭 늘어난 데다 유가까지 상승하여 중남미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집권에 성공한 좌파 정권들은 경제구조 개혁을 하는 대신, 국민들에게 돈을 뿌리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높은 정권 지지를 유지한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 경제위기 2015년 원자재값 하락 등 악재가 겹치자 좌파 정권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국가 수입은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복지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서 재정 상태가 파탄이 날 정도가 된다
좌파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은 연이어 터지는 부패 스캔들에 고개를 돌린다 2014년 ‘오데브레시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리시가 남미 9개국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4억6000만 달러(약 65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다
브라질의 룰라 당시 전직 대통령은 뇌물 수수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아 수감되고, 룰라의 후임인 지우마 호세프 당시 현직 대통령은 탄핵된다 페루의 알란 가르시아 당시 전직 대통령은 체포되기 직전 자살한다
이후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은 '부패 척결'을 내세운 우파 정권으로 교체된다 '핑크 타이드 대신 반체제 물결이 몰아친다' 라고 외신들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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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핑크타이드에 중국과 러시아가 들어온다
특히 중국은
이념적 동질성을 앞세우면서 중남미 원자재를 최대한 수입해주고 막대한 금액의 일대일로 사업 투자로 좌파 정권을 지원한다 에콰도르 등 일부 국가는 중국에 석유 광산 채굴권을 넘겨주기도 한다
남미 국가들의 최대 교역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이었으나 1차 핑크 타이드를 지나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1.5배 가까이 많은 1위 교역국으로 급부상한다 또한 중국은 중남미 국가들에게 대만 단교를 유도한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중남미 7개국이 대만과 단교한다
중국이 활동하는 동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남미 상황에 관여하지 않고 후임 대통령 조 바이든 역시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느라 중남미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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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차 핑크타이드는 예전의 1차와는 다른 점이 있다
규모는 사상 최대지만, 중남미의 우파 정권을 무너뜨린 건 좌파에 대한 기대감이나 신뢰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분석이다
최근 우파 정권들도 코로나 팬데믹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연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다시 정권을 잡은 2차 핑크타이드 좌파 정권 역시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 과거의 복지 포퓰리즘처럼 돈을 뿌릴 재정적 여력도 없고
유권자들도 과거만큼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번 핑크 타이드는 현재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가 다른 정권을 찾는 반복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좌파 정권이 민생과 경제 위기를 제대로 타개하지 못하면 또다시 교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권을 탈환한 칠레 대통령은 지지율이 바닥이고, 시골 교사 출신 페루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있다 둘 다 '경제난'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현직 부통령은 '부정부패' 혐의로 12년징역을 구형 받고 있다 현재 경제 위기는 쉽게 타개하기 어려운 만큼 새로운 핑크 타이드는 빠르게 밀려왔다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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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중남미 정권들이 해야 할 일??
좌 우 정권을 번갈아 선택하여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속되고 있으나
국민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이다
문제는 어떤 정권도 경제 위기와 불평등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좌 우 교체만 반복하고 있다
두번째 핑크 타이드가 성공하려면 첫 번째 기회에서 실수하면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돌아온 룰라가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