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 게시판에 50cc스쿠터로 100km/h가 나네 안나네 하는 논쟁이
벌어진 것 같아서 저도 한마디 해보려고 합니다.
아프릴리아,피아지오,이탈젯 등 이태리제 수냉식 스쿠터들 중에는
(계기판상으로) 시속100Km/h이상 나오는 50cc스쿠터들이 더러 있긴 있습니다.
제 Area51의 경우, 100kg가 넘는 제가 타고 무풍평지에서 76km/h정도는 쉽게 냅니다.
(속도계가 디지털이라 이렇게 1단위까지 나옵니다)
66kg의 조금 마른 제 후배가 타면 85km/h정도로 꽤 먼 거리의 순항도 가능합니다.
아래 어떤 분께서 랠리 수냉식이 110km/h이상을 낸다고 하셨는데,
바이크 컨디션이 좋고, 길이 잘 들었고, 적절한 튜닝을 한 상태라면
최적의 조건에서 순간적으로 90km/h정도는 아마 낼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냉정하게 말해 속도계오차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럼 50cc스쿠터로 100km/h이상의 속도를 낸다는 명제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속도계의 오차에 대하여◆
속도계 오차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바이크 속도계들이 좀 쓰다보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바이크 제작회사에서 시험용으로 사용하는 속도계는 땅바닥에 레이저를 쏴서
측정하는 방식으로("다트론"이라는 회사가 유명함), 이 속도계로 측정하면
잘 정비한 트랜스업도 시험용서키트에서 최고속도가 100km/h정도밖에 나지 않습니다.
엑시브SP가(충분한 직선거리가 주어지면) 약 115Km/h정도...
그런데 사용자들은 다들 트랜스업으로 115, 엑시브로 130Km/h-심지어 140Km/h씩
땡기고 다닌다고 말씀하시지요.
이건 모두 속도계오차입니다.
국산 바이크용 속도계는 소형화해야 하는데다 저가품을 쓰기 때문에
자동차용보다 오차가 심하고,
외국산도 50cc급은 엔트리레벨이므로 실용속도 대역을 넘어서는 50~60km/h이상의
속도가 정확히 측정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시판되고 있는 50cc급 바이크 중 실제로 평지에서 100Km/h를 (잠시나마) 내줄 수 있는
바이크는
아프릴리아, 혼다, 데르비 등에서 나온 50cc급 레플리카들 뿐입니다.
벨트구동의 50cc스쿠터로는 무리입니다.
◆공냉식으로는 무리◆
50cc엔진으로 100km/h의 속도를 경험하시려면 일단 공냉식엔진으로는
무리이고, 수냉식이어야 합니다.
같은 50cc인데 무슨소리냐 하실지 모르지만,
수냉식으로 하면 냉각성능의 한계점이 높아지기 때문에 압축비를 올리기도 쉽고
원가가 많이 드는 관계로 공냉식보다 고급 모델에 얹히게 되는 만큼,
그에 따라 타이어, 구동부, 서스펜션 등 주변부품도 전반적으로 고급을 쓰게 됩니다.
◆최적의 주행조건◆
최적의 조건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되지만,
대표적으로 몇가지만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터널의 내리막 방향
-터널 안에 들어가면 외풍이 차단되므로 밖에서보다
속도가 더 나옵니다.
-버스들은 터널을 꽉 채우고 터널 내 공기를 마치
주사기 피스톤으로 바람빼듯이 쭈욱 끌고가므로
버스 뒤에 딱 붙어서 가면 더욱 가속이 잘됩니다.
-터널은 가운데부분에 빗물과 매연이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한쪽으로 경사를 주고 건설됩니다.
내리막 방향으로 주행하시면 속도가 당연히 더 나옵니다.
②맑고,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50cc스쿠터는 절대적인 파워가 부족하므로 기후조건에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맑고,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일때 공기의 비중이 가장
작으므로, 공기를 뚫고 가기 쉬워집니다.
③바이크 및 라이더가 최적의 컨디션 유지
-이거야말로 당연한 얘기죠.
-바이크의 경우 각부 정비가 완벽히 되어있고
좋은 윤활유,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한국의 경우
쌍용 휘발유)를 사용할수록 좋겠지요.
-라이더의 경우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결정적으로
체중이 적게 나가는 쪽이 당연히 유리합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담력◆
...여기에 두려움을 모르는 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100km/h를 향해 속도계가 천천히, 그리고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옆차선에서 자동차가 끼어든다거나 신호등이 걸린다면?
-동요하지 않고 무조건 그대로 밀어버릴 각오를 하지 않으면
한국 도로사정에서 50cc스쿠터로 100km/h내보는 것은 포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안전최고속도"(安全最高速度)◆
벤츠나 BMW 자동차의 카탈로그를 보면 제원표상에 국산차 카탈로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소 낯선 용어가 보입니다.
이른바 "안전"최고속도 입니다.
이것은 "그 차량이 무리하지 않고 모든 기능이 원활히 작용하면서 안전하게 낼 수 있는
한계속도"를 의미합니다.
안전최고속도 250Km/h인 BMW 540i라면, 고속도로에서 250km/h로 달리다가
옆에서 같은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자기차선으로 끼어들려고 할 때,
안전하게 브레이크를 밟던지 아니면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아서 (예를들면)270Km/h로
앞질러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제작사가 보장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 속도로 달렸더니 핸들이 불안하고 냉각수온이 자꾸 상승하더라"
라고 한다면 그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며 수리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작사가 발표한 안전최고속도가 200Km/h정도인 BMW 318i -
BMW중에서는 사실 '별 보잘것 없는' 막내모델중 하나이지만
직선도로에서 이빠이 밟고 있으면 220Km/h이상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작사에서는 202Km/h까지만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지요.
같은 200Km/h라고 해도, 순정상태의 티뷰론으로 손발에 진땀이 나게 밟아서 내는 200Km와
아직도 50Km/h이상의 +여유속도를 남겨두고 여유있게 내는 BMW 540i의 200Km/h는
내구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같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스쿠터 얘기로 돌아가서...
같은 90km/h에서, 125cc스쿠터라면 아직도 스로틀에 약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속도로 장시간 순항이 가능하며
옆차선의 끼어들기 등 돌발상황에서의 적극적 대처도 어느정도까지는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50cc스쿠터가 내는 90km/h는 주어진 성능의 110%이상을 쥐어짜는
"무리한 주행"입니다.
고가의 일부 이태리제 스쿠터들을 제외하고는 50cc스쿠터의 구동부 및 차체, 제동성능 등
모든 것이 60~70km/h정도로 달릴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있습니다.
즉,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50cc스쿠터의 "안전최고속도"는 60~70km/h인 것이지요.
수냉식에 별별 희한한 메카니즘으로 구성되어 있는 외산 스쿠터라도, 실제 "안전최고속도"
에서의 차이는 +10~20Km/h에 불과합니다.
바이크의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최적의 조건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아 최고속도를 내어 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50cc스쿠터가 아무리 어느순간 100km/h이상을 "낼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은 실용성이 없는 단지 수치일 뿐입니다.
90km/h이상의 속도로 '성능측정'이 아닌 실제'운행'을 하고 싶다면, 외제 중고 50cc를 살 돈으로 저같으면 신품 트랜스UP을 사겠습니다. 외제 50cc스쿠터는 일단 멋과 만듦새에서 느껴지는 품질감을 보고 사는 것이고, 비싸게 주고 샀으니 국산 50cc보다 잘 나가주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 대단한 성능을 상상하시면 반드시 실망하실 겁니다.
쓰다 보니 두서없이 긴 글이 되었군요.
스애모(http://cafe.daum.net/sctem)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