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물론 다른 작가들도 많지만요:-))라고 할 수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이름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작가에요..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은 분들은 가장 먼저 접한 소설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기억에 우리나라에서는 <개미>가 유명했던 것 같은데...
베르베르의 소설을 보다보면 허무맹랑해 보이던 이야기가 그의 치밀한 상상력의 재구축으로 인해 '진짜 저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어찌 보면 팩션소설의 원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봅니다.
그의 소설들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어서 박진감 나는 스토리 전개를 볼 수 있는데요. 이지적인 소설이나 추리소설, 팩션소설에 목말랐던 분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베르베르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초등학교 때 읽은 <타나토노트>입니다. 사후 세계를 여행(!)한다는 발상이 참으로 기 막힌 작품이죠.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들도 보면 알 수 있듯이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기가 막힙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을 소재로 삼고 이야기로 풀어나가죠. 책 제목인 "타나토노트(thanatonaute)"는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 어 타나토스(thanatos)와 '항해자'를 뜻하는 나우테스(nautes)를 합쳐서 만든 조어로 영계 탐사단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이 책을 보고나서 한동안 책의 소제목에 인용되어 있던 <티벳 사자의 서>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더불어 <이집트 사자의 서>까지...^^;
그렇게 베르베르가 제 기억 속에 서서히 잊혀져 갈 즈음에 읽게 된 책이 <개미>입니다. 사실 베르베르는 '개미'라는 곤충에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관찰을 했죠. 열두살 때부터 개미를 관찰하고 2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하죠. 그 노력의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처음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개미>가 1,2,3권 나오고 그 후에 <개미혁명>이라는 책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보니 <개미>로 합본되어있더군요..
천재 곤충학자인 에드몽 웰즈(이 사람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에도 나옵니다. 베르베르가 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쓴 걸로 나오죠..)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라고 보면 됩니다. 베르베르가 왜 천재인지 이 책을 보면 알 수가 있어요. 과학적인 요소를 추리 소설에 접목을 시켰는데, 개미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 놀라게 된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개미> 1권은 힘들게 읽었답니다. 중간에 관둘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_-;; 그러다 읽은 2권... 정말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 1권의 지루함만 견딘다면 정말 재미있는 개미의 세계, 개미와 인간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놀라울 따름이죠..
인간의 기원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베르베르의 질문이 담긴 책 <아버지들의 아버지>입니다. 누구나 다 자기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죠. 인간의 기원이 과연 다윈의 진화론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원숭이인가에 대한 베르베르식의 해답도 들어있습니다. 끝 내용이 다소 충격적입니다. 바로 밝히자면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니 안 보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는게 좋을 거에요. <뇌>에도 나오는 콤비인 뤼크레스와 이지도르의 만남이 시작된 책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여기에도 최초의 인간에 해당되는 미싱링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한 고생물학자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손을 뗄 수가 없는 책이죠. 끝 부분을 보고는 다소 힘이 빠져버리기도 하고... 저는 끝 부분을 듣고 보긴 했는데도 역시나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베르베르의 능력에 감탄을 했답니다.
제가 아직 못 읽은 베르베르의 책 <천사들의 제국>입니다. 한 때 베르베르에 미친 적이 있어서 그의 작품을 다 모아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근데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도 계속 품절이라 끝내 보지 못한 작품입니다. 듣기로는 <타나토노트>의 스핀오프격에 해당되는 책인 것 같고, <나무>에 실려있던 "어린 신들의 학교"와도 관련이 있는 책인 것 같더라구요. 사실 이 책을 안 읽어봐서 이 글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하게 한 책입니다. ☞ ☜
베르베르의 천재성이 다시금 드러난 책, <뇌>입니다. 미지 영역 중 하나인 인간의 '뇌'를 탐구한 책이에요. 아인슈타인 마저도 뇌의 15%밖에 사용을 못했다고 하죠. 몸의 모든 기관과 신경을 관장하는 곳인 뇌... 참 아름답지만 미스테리한 기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미> 출간 10주년을 맞아서 내놓은 소설이라고 하네요. 컴퓨터와 체스 경기를 두어 이긴 세계 체스 챔피언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합니다. 여기에 <아버지들의 아버지>에 나왔던 콤비, 이지도르와 뤼크레스가 등장하여 그 사건을 풀어나가죠. 사이가 좋지 않은 이 둘의 사랑의 맺음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도서명은 <뇌>이지만, 이 책의 원제는 L'Ultime Secret인데요. 이 말은 뇌의 한 부분인 쾌감 중추를 일컫고, 최후의 비밀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베르베르 소설의 큰 특징은 두 명(?)의 화자가 각각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전혀 맞을 것 같지 않고, 관련이 없어보이던 이 두 화자가 결국에는 하나로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사건은 해결(?)이 되죠.. 처음 읽었을 때는 그런 구성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죠..^^;
제가 네이버 오늘의 책에도 소개를 했던 베르베르의 단편 모음집인 <나무>입니다. 프랑스의 만화가인 뫼비우스의 그림이 한국판어판에 특별히 삽입되었죠. 베르베르의 신간인 <파피용>에서도 뫼비우스의 그림을 볼 수 있는데요. 전 아직 참고로 <파피용>을 보지 않았습니다만, 본 사람들이 <나무>와는 다르게 책의 내용과 그림이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하네요..^^; <나무>에서는 기괴한 상상력의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서 묘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말이죠.
이 책은 베르베르가 장편 소설을 쓰는 틈틈이 머리를 식히고 빨리 이야기를 지어내기 위해 훈련하고자 쓴(!) 단편 소설을 모아서 펴낸 책입니다. 타이틀인 <나무>는 <뇌>와 <아버지들의 아버지>에도 나왔던 이지도르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죠. 단편 제목인 "가능성의 나무"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만약 제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미니스커트가 다시 유행한다면...' 등의 현재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일일이 적어 일종의 나무처럼 모든 현상이 끝없이 이어지는 도식화를 그려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외에도 어느 날 운석이 갑자기 떨어져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알고보니 외계인들이 지구에 일부러 던져놓은 보석이었다던지, 어느 날 갑자기 몸의 일부인 왼손이 주인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로만 움직인다던지 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장편 소설을 쓰는 틈틈이 이런 기발하고도 재미있는,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한 단편 소설을 만들어낸다는 그의 능력은 참으로 대단할 뿐입니다.
베르베르의 신간이죠. <파피용>.표지가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나온 책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도서전에서 열린책들의 부가에 <파피용> 표지 관련으로 장식되어있었죠. 참 기대해서 후배가 선물해주기도 했던 책입니다. 그러나 주변에 이 책을 읽은 지인들이 다들 생각보다 별로라는 평이네요;; 전 그 전에 읽을 게 많이 생겨서 선물받은지 몇 달 되었는데 아직도 대기중인 책입니다. 제목인 '파피용'의 원뜻과는 달리('나비'라는 뜻이죠) 우주선의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 글을 쓰면서 <파피용>을 읽고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그러다간 올해 안에 못 쓸 것 같아 그냥 써버렸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책들은 위에 소개한 손에 땀을 쥐고 읽는 그런 소설류가 아닌 생각하면서 볼만한 베르베르의 책들입니다. 베르베르가 그의 소설에 사용했던 베르베르 세계관을 볼 수 있는 책들이기도 하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름 참 길죠..? 그리고 역설적이기까지 한 제목입니다. <개미>에 보면 천재 곤충학자인 에드몽 웰즈가 지은 책으로 나옵니다. 그러면서 그의 여러 책에도 여기에 수록된 일부 내용을 삽입하기도 했죠. 인문 쪽에 해당하는 책인데 이런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실 거고 싫어하는 분들은 싫어하실 만한 책입니다. 사물이나 현상을 베르베르 특유의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관점으로 풀어낸 글이거든요.
우리가 생각할 땐 별거 아닌 것 같은 사물이나 현상도 베르베르의 눈으로 보면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 알게 됩니다. 일종의 베르베르의 세계관이 들어있는 책이라고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이 책과 비슷한 책으로는 움베르트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죠.. 약간 비틀어서 보거나 다른 각도로 보는 것을 제가 좀 좋아합니다. 얼마전에 읽은 이사카 코타로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에도 매 챕터마다 해당 챕터에 해당하는 내용의 키워드를 사전적인 의미를 적어놓은 게 있었는데, 처음에는 사전적인 의미만 적다가 세상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추가적으로 적어놓은 그런 것도 약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회의 : 1. 의견을 맞춤. 2. 미리 상의함. 3. 회사원의 노동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 참가자 수에 비례해 시간이 길어짐.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권을 잡음. 효과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고 막판에 보면 시작 전 상태로 돌아가 있는 경우도 많음.
재미있죠.. 전 이런 식의 글을 좋아합니다^^;; 잠시 딴 얘기로 샜네요..^^;
제목도 재미있는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이 책은 위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재구성, 업그레이드판입니다. 책의 가로가 조금 짧고 세로가 조금 긴 책입니다. <상대적이며~>를 좋아하신 분이라면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읽으면서 느끼는건 역시나 베르베르의 상상력과 관찰력은 대단하다는 것이죠..! 이런 책을 읽으면서 지적 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즐겁습니다. 생각없이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이런 뇌운동도 필요하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베르베르가 쓴 자기 자신으로의 여행책인 <여행의 책>입니다.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읽다보면 조금은 편안하게 글을 쓴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으로는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입니다. 독자를 단순히 책만 읽는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닌 독자에게 자신이 거는 말에 대답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입니다. 자세한건 직접 읽으면서 겪어보시는게 낫겠네요..^^
이번에는 베르베르의 만화인 <EXIT>를 소개합니다. 베르베르가 직접 그린 만화는 아니구요. 베르베르는 글만 담당했습니다. 원래는 시나리오로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처음에 베르베르가 만화도 그린 줄 알고 신기해서 덥석 봤던 기억이 나네요..^^ 판형이 A4 사이즈였던 것 같네요. 집에 어디 쌓여 있을텐데 다시 함 봐야겠어요..^^; 베르베르가 대학생일 때 기획한 내용이구요. 알랭 무니에르와 에릭 퓌에크가 그렸습니다.
역시나 베르베르의 작품답게 치밀한 스토리와 빠른 전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다 컬러에요^^ 예쁜 그림체는 아니지만 사실적인 그림체구요. 모든 것을 한 날에 잃어버린 주인공이 죽으려고 하자 EXIT라는 단체가 누군가를 죽인다면 주인공이 죽는 걸 도와주겠다고 하는 뭐 그런 내용이랍니다..^^; 그 EXIT라는 음모 집단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스토리구요. EXIT라는 집단으로 탈출한다는 내용이 어찌보면 또 아이러니합니다. EXIT니까요..^^
이 책은 저도 아직 못 본 책입니다. <인간>이라는 책이구요. 베르베르가 처음으로 시도한 희곡 스타일의 소설이라고 합니다. 어떤 책일지 무지 기대가 됩니다. 이 기회에 함 읽어봐야겠어요.
우주의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경이와 서스펜스에 가득 찬 2인극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나 관습들을 유머러스하게 성찰하고 있다고 검색해보니 책 설명에 나오네요..^^ 베르베르 스타일의 책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봤다니 즐겁게 읽어봐야겠습니다.
첫댓글 ^^ 우와... 대단하군요!!! 파피용은 앞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정말 기대가 컸던 탓인지 큰 흥미를 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책들은 재미있었어요... 아버지들의 아버지 란 책을 읽어야할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