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토 디 본도네의 카나에서의 혼인잔치
[교회미술 산책] ‘카나에서의 혼인잔치’
- 1302-1306,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6-1337), 프레스코화, ‘파도바 아레나 스크로베니 경당’(Padova, Arena Scrovegni Chapel), 이탈리아.
혼인잔치 풍경은 푸른 배경 앞에 마치 연극 무대장식처럼 펼쳐지고, 배우들이 배치된 듯 보인다. 현대적인 감성의 소유자인 지오토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배치, 즉 성모님과 그리스도를 화면 중앙에 배치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혼인잔치의 신부로 보이는 여인을 중앙에, 그리고 그 옆에 성모님이 계신 모습으로 연출하였다. 테이블 맨 좌측 끝에 앉아계신 그리스도는 성모님의 요구에 따라 하인을 시켜 술을 가져오라 이르고 있다.
인물들의 조각적인 견고함과 동시에 이들을 감싸는 연한 파스텔톤의 옷, 그리고 섬세한 감정표현은 무려 백 여년전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의 문을 연 지오토의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어머니의 뜻에 순종하여 포도주의 기적을 행하신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장면으로 연출되어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