洛陽才子知多少
<낙양재자지다소>
(한양에 멋쟁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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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대찰인 성각사는 주지 아래 스님이 백명도 넘는 큰 절이다.
물과 땅을 떠도는 뭇 영혼들을 달래주는 수륙재가 성각사에서 올려진다는 소문을 듣고 중생들의 발길이 산사를 메웠다.
쾌청한 가을날~
부잣집과 세도갓집 안방마님들이 바리바리 음식을 장만해 하인의 지게에 얹어 산길을 올랐다.
안방마님들은 하얀 치마저고리 또는 까만 장옷을 쓰고 개미떼처럼 성각사로 모여들었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후 드넓은 대법당에서 주지스님의 목탁소리를 시작으로 수륙재가 올려졌다가 해가 중천을 지나 재가 끝나자 마님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열세살 사미승 자보는 몇몇 스님들과 함께 대법당 청소를 맡았다.
방석을 한데 모으고 빗자루로 마룻바닥을 쓸던 자보가 무엇인가 주워 왼손에 쥐고 또 주워 쥐면서 생긋생긋 웃었다.
“보물이다.”
자보가 왼손주먹을 추켜세우며 고함치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대법당을 나와
“보물을 주웠다”
고 팔짝팔짝 뛰며 온 절의 경내를 돌아다니자 각자 맡은 일을 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던 스님들이 자보를 쳐다봤다.
주지스님이 자보의 앞을 막았다.
“네가 주웠다는 보물이 무엇이냐?”
“큰스님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자보는 왼주먹을 등 뒤로 숨기며 한마디하고는 또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보물을 주웠다”
고래고래 고함쳤다.
대웅전 앞으로 모든 스님들이 일손을 놓고 모여들었다.
“자보가 주웠다는 보물이 무엇입니까?”
모두가 궁금해서 서로 물었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님들이 자보를 에워쌌다.
“자보야~
보물을 주웠다면 마땅히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거늘.”
주지스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보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딱 잘라 말했다.
“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 바쳐 공양하고 절의 공동 소유로 해야지, 네가 주웠다고 해서 사사로이 네 것으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빨리 내놓지 않고 뭘 하느냐!”
원로스님 한분이 호통치자 자보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매몰차게 말했다.
“내가 주운 것은 내 것입니다!”
기어코 스님들은 자보를 잡고 완력으로 자보의 움켜잡은 왼손 주먹을 폈다.
새하얀 자보의 손바닥 위에 새까만 여자의 거웃(음모) 일곱개가 나왔다.
주지스님 이하 모든 스님들이 고개를 돌리자 자보 왈,
“그러게 돌려줄 필요도, 알 필요도, 부처님께 공양 올릴 필요도, 우리 절의 공동 소유로 할 필요도 없다고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