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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베르비에 리사이틀에서 원숙함과 섬세함을 보여주다
By Mark Thomas, 23 July 2018
지난 25년간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오케스트라에서나 솔리스트로서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헌신적으로 지켜낸 것이다.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15년 쇼팽 피아노국제콩쿨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클래식계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보여준 매력이, 기술적 역량을 넘어 해석적 능력과 더 폭넓은 레퍼토리로 커리어를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자.
알프스의 장엄한 풍광에 둘러쌓인 곳, 베르비에는 런치타임에 피아노 리사이틀을 세팅해놓았다. 그렇다고해서 가볍거나 실속없는 공연은 아니었고, 뜨거운 열정의 슈만과 쇼팽 사이에 섬세히 배치한 드뷔시가 흩뿌려진, 비유하자면 최고급 스테이크와 육즙이 우러난 소스를 곁들인 자리였다. 조성진은 생각에 잠겨 각 곡을 준비하고, 피아노에 다가갈 때 존경을 담아 손수건으로 가볍게 건반을 닦고, 연주를 시작하기 전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진다. 그는 거대한 힘을 가볍고 부드러운 터치와 결합시켜, 단계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더 크게 해석의 범위를 넓혀나갔는데, 여러분은 이 특별한 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주자 조성진의 더해가는 원숙함의 첫 번째 징후는, 오프닝과 2부 첫 곡으로 선보인 드뷔시 <영상> 1권과 2권에서 나타났다. 조성진은 이 곡들에서 녹아드는 특성과 기막힌 손가락의 감각으로 절묘한 기술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더 많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서, 각 곡 집의 첫 두 곡에서 뚜렷하게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또한 강철같은 강함도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감탄할 정도로 콘트롤되었고, 다이내믹이 증폭될 때 단호하게 풀어내었다. 빠르고 다이내믹적인 악장으로 마음을 졸이게하고 물이 철썩철썩 튀는 것 같은 <금빛물고기>는 드뷔시 100주년을 상기시키는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조성진은 음악의 형태와 소리의 감각을 진정으로 입증했다.
슈만의 환상소품 Op.12에서 조성진은 슈만의 상반된 두 가지 자아 - 사색적인 몽상가와 격정적이고 즉흥적인 자아의 싸움을 음악으로 표현해냈다. 가끔 레가토가 너무 자유로웠지만, 조성진은 이 곡들을 신중하게, 교차되는 곡들의 대조를 잘 만들어냈다. 특히 자유분방하고 흥분되는 감정을 몇몇 아티큘레이션으로 표현한 <비상>과 묻는 듯한 <어찌하여?>에서. 변덕스러운 장난기가 들어있는 곡들에서도 조성진의 손가락은 재치있게 농담하고, 장난스럽게 건반 위에서 춤추었다. 그러나 찬사는 <밤에> 속에 나타나는 근심의 파도와 <노래의 끝>에서 결혼축하의 종소리가 음침한 뉘앙스를 주는 장례식으로 섬세하고 적절히 변화되어 종결된 부분에 돌린다.
조성진은 콘서트홀 바로 밖에서 기다리는 스위스 알프스의 위엄을, 자신의 브랜드 파워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로 체화시키며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는 이 곡에서 가장 편해보였는데, 섬세하고 곡절 많은 쇼팽의 솟구치는 선율들을 열정과 낭만을 가지고 사려깊게 탐험했다. 장난기 있고 변덕스러웠던 스케르조는 거리낌 없이 급변하여 침착하면서 아름답게 라르고로 바뀌어갔다. 열망으로 가득차서, 한두 곳 터치가 자제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멋진 연주였다. 격정적이고 압도적인 로맨티시즘의 피날레에서 조성진은 거의 의자에서 일어나다시피 하며 이 곡의 화려한 클라이맥스로 향해갔다.
어떤 이는 조성진의 여정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연주를 생각해볼 때, 그 처음 시작단계를 떠나 ‘거의 다 이룬’ 단계로 분명히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첫댓글 이번 바르비에 영상보니 너무 성숙해지셔서 올해국내공연이 넘 가고싶은데 못가서 진짜 안타까워요...ㅠㅠ
맞아요 완전 더 성숙해진거 같더라구요~기사도 완전 호평인데요
“거의 다 이룬 단계”라...최고의 찬사네요!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