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나라경제 2021.1월호
방 하나 없는 에어비앤비, 숙박업계를 지배하다!
“2020년 12월 10일, 호텔 건물 하나 없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호텔 산업의 전통적인 강자인 힐튼(Hilton)과 메리어트(Marriott), 그리고 하얏트(Hayatt)를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자신의 공간을 빌려주고자 하는 사람과 이러한 공간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그 대가로 거래 수수료를 받는 숙박 공유 서비스입니다. 전문 숙박업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자신의 방을 돈을 받고 빌려줄 수 있고, 빌리는 사람은 현지의 특색 있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에어비앤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장에서는 페이스북(Facebo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이, 차량 운행 서비스 시장에서는 우버(Uber)가, 비디오 콘텐츠 시장에서는 유튜브(Youtube)와 넷플릭스(Netflix)가 대세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어 거래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이하 플랫폼)’라고 합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IT 산업이 경제를 선도했다면, 지금은 플랫폼 산업이 과거 IT 기술이 쌓아 올린 토대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가치사슬’에서 ‘가치네트워크’로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기업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가치사슬(Value Chain)*로 설명했습니다. 가치사슬이란 제품의 생산과 판매, 홍보와 사후서비스 등 사슬처럼 연결된 모든 단계에서 추가적인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비즈니스에 한 명씩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존재할 때는 이들 사이에 한 개의 가치사슬만이 생겨나는 반면, 비즈니스 안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각각 여러 명인 경우에는 모든 참여자들 사이에 가치사슬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처럼 여러 개의 가치사슬이 거미줄과 같이 연결된 것을 두고 가치네트워크(Value Network)**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용어 정리
* 가치사슬(Value Chain)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업이 제품의 생산단계별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을 개념화하는 방법의 하나임.
** 가치네트워크
(Value Network)독립된 주체들 간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망을 의미함. 이 네트워크에서는 각 주체가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성장하면서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가치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짐.
*** 프로슈머
(Prosumer)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합쳐진 것으로, 제품의 개발이나 유통 등 전체적인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함.
그림1 이용자 수에 비례하는 가치네트워크의 규모
플랫폼에서는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네트워크를 이루는데, 이때 플랫폼의 가치는 네트워크의 이용자가 많을수록, 이용자 간에 많은 거래가 이루어질수록 커집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개설한 페이스북은 초창기에는 하버드대학교의 재학생들이 이용하던 교내 커뮤니티였으나, 일반인들에게 개방된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SNS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페이스북은 핵심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현재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무려 840조 원1)이 넘습니다.
IT 시대의 ‘플랫폼 비즈니스’
개인용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와 스마트기기의 보급, 그리고 통신기술의 고속·무선화는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고, 제한된 시간 내에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의 용량도 증가했습니다. 이는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을 머물수록 유리한 플랫폼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온라인 비즈니스의 성격을 갖게 되었고, 유선을 벗어나 무선을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재화뿐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도 거래되었고, 디지털 콘텐츠와 같이 추가적인 생산비용 없이 무한정 복제할 수 있는 무형의 재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IT 시대의 대표적인 플랫폼들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볼까요?
1) 자료 :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2020년 12월 24일 기준(원/달러 환율 1,103.5원)
애플이 아이폰의 상용화에 맞추어 2008년에 출시한 앱스토어(App Store)는 개발자와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앱)을 거래할수 있는 플랫폼으로, 애플이 구축한 스마트 생태계의 핵심입니다. 휴대폰과 태블릿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스마트 모바일 기기는 앱을 실행함으로써 주요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데, 앱스토어를 통하면 개인에서 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개발자라도 앱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이전에 모바일 기기를 제조한 경험이 없던 애플이 현재 모바일 기기 시장을 선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앱스토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2005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Youtube)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동영상 파일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채널에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동영상에 대해 ‘구독’ 또는 ‘좋아요’ 등의 기능을 이용해 반응하고,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영상을 재생하는 중간에 노출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입니다.
컴퓨터에서 동영상 파일은 용량이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동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방법이 많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파일도 텍스트나 이미지, 사운드 형식이 대부 부분이었습니다. 통신 기술의 발달에 힙입어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에 큰 영향을 끼쳤고, 최근에는 TV·라디오·신문 등과 같은 기존의 주류 매체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미래에는 생산 소비 활동에 우리의 시간이나 에너지가 대량으로 쓰일 것이며,
이는 우리의 일상 생활의 특징이자 사회적 특성이 될 것입니다.”
-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제3의 물결』 中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큰 비용을 투자합니다. 과거의 트렌드나 판매 통계를 분석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어느 정도 맞히더라도 타이밍이 늦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1980년 발간한 저서 『제3의 물결』서 이러한 상황을 두고, 미래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프로슈머(Prosumer)***라는 경제주체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예측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림2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한 프로슈머
플랫폼에서 생산자는 언제든지 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랫폼의 이용자는 잠재적인 프로슈머로서, 더 나은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 안에서 끊임없이 소통합니다. 그 결과 이들의 취향과 의견이 제품에 반영되며, 더 나아가 이들이 주도적인 소비문화를 만들어 나갑니다.
최근에는 많은 플랫폼이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이는 설립에 드는 초기 비용이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획기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구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정보의 통합이 이루어져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혁신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광고를 확대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소비자 중심으로 작동하고, 소비자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제도 밖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 "당신은 고용되는 게 아닌 합류하는 겁니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중
물론 플랫폼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만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된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O2O플랫폼은 보통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서비스를 결제하면, 플랫폼 노동자들이 중간 과정에서 제품 배송이나 대리운전과 같은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2019년 개봉한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는 이러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줄거리
주인공 리키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 택배 플랫폼 기업의 배달원으로 일합니다. 리키는 고객에게 물품을 제때 배송해야 한다는 플랫폼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잃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의 위치는 GP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들에게 노출됐고, 배송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부정적인 서비스 평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개인 사업자로 등록한 탓에 차량 구매비와 개인 보험료를 스스로 부담해야 했고, 이외에도 과태료, 도난 물품 보상비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책임져야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일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플랫폼의 특성상 정식 고용 관계를 맺지 않아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플랫폼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들의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받는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이는 고용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제도가 미처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플랫폼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들
2020년 9월에는 앱이나 영화, 도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거래하는 플랫폼인 구글플레이(Google Play)의 앱 거래수수료 인상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구글(Google)이 기존에 게임 앱을 거래할 때만 적용되던 30%의 수수료율을 모든 앱에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플랫폼에 입점한 앱 개발 기업들은 난색을 표했고, 한국정부는 시장 독점으로 인한 악영향을 우려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결국 강력한 비판에 직면한 구글은 2020년 11월 한국에 한해 해당 정책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표구글의 수수료 인상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들
찬성하는 입장
양쪽의 입장은 어느 한쪽만을 지지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합니다. 분명 구글플레이와 같은 앱 마켓 플랫폼이 없었더라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앱 개발 기업들이 자신들의 앱을 먼 나라의 소비자에게까지 간편하게 판매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커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앱 개발 기업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플랫폼 기업들 역시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확실히 규명하지 않는 한 플랫폼과 플랫폼 내의 생산자들이 성장의 이익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를 단정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기여도에 따른 보상(주식, 가상화폐 등)을 지급하는 경제모델인 ‘프로토콜경제(Protocol Economy)’가 언급되기도 합니다. 2018년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자사의 주식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요청했고,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연봉 중 15%까지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자들이 성장에 기여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첫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이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다각도에서 알아보았습니다. 플랫폼에서는 복잡하게 나뉜 여러 시장이 통합되어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하고, 정보의 탐색에 드는 거래 비용이 절감됩니다. 또한 프로슈머라는 새로운 경제주체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은 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으며, 소비자 중심의 소비문화가 발달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집니다. 반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부담이 플랫폼 내의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것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지금도 많은 분야의 산업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 플랫폼을 도입하거나 플랫폼으로 전환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첨단을 달리는 기업들은 플랫폼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앞으로의 세상을 어떤 형태로 바꾸게 될까요?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대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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